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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Air 님의 서재입니다.

군대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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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Air
작품등록일 :
2012.07.24 18:17
최근연재일 :
2013.09.08 15:28
연재수 :
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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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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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32,847

작성
12.07.1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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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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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글자
9쪽

부족한 것들을 깨닫다(1)

초보 글쟁이의 여러모로 부족한 글입니다.




DUMMY

인간은 패배하도록 태어나지 않았다.

인간은 죽음을 당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질 수는 없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작

노인과 바다 中




나루는 산의 수풀 따위에 누워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나무들이 흔들거리며 시야를 막았지만 황금빛 빛을 모두 가릴 수는 없었다. 그 아름다운 달하늘을 올려다보며 나루는 씨익 웃었다.


왼손에 쇳덩어리의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이름 모를 소년병에게 뺏은 기관단총, 그것의 감촉이다. 나루는 그 감촉에서 서서히 손을 떼었다. 연사력이 좋은데다 반동도 적어 근접전에서는 뛰어난 무기였지만 결국 그것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 자신은 패배했다.


적은 많았고 탄은 적었다.


결과는 냉정하고 싸늘했다. 나루는 바닥에 누운 채 심장 바로 아래에 뚫린 구멍을 손으로 더듬었다. 뜨거웠던 피는 이미 차갑게, 차갑게 식어있었다.


무엇이 부족했던 것일까?


나루의 눈이 서서히 감겼다.



─game over










자그마한 모니터에는 현재 군대온라인에서 플레이하고 있는 유저들의 영상을 비추어주고 있었다. 현재 군대온라인은 지금으로부터 90년 전 6.25당시의 한반도를 무대로 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위해 선발한 130명의 유저가 살아 숨쉬고 있었다. 군대온라인은 대한민국 사상 최초의 가상현실 게임이다. 가상현실이라는 개념조차 희미한 한국에서는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130명의 유저는 그것을 위해 존재한다.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린다면 시간을 들이면 된다.


하지만 그 사이 군대온라인 속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안전성도 보장되지 않는다며 시민 단체에서 들고 일어날 것이다. 매일마다 국방부에 민원서가 올라올 것이다. 그래서 군대온라인의 개발이 막바지에 들어간 지금 시중의 온라인 게임들이 자주 사용하는 클로즈 베타서비스의 방식을 빌려 130명의 유저를 임의로 선발했다.


임의로 선발했지만 그들에겐 몇 가지의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2020년도에 태어났으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하지 않았다. 그리고 남자였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태어난 날짜가 똑같다.


2020년도 8월 15에 태어난 아이들….


그 조건들을 충족한 아이들 중에서 임의로 130명을 선발했다.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한 무작위 추천으로 뽑힌 아이들은 예상과 다르게 잘 적응해가고 있었다. 갑자기 자유를 빼앗고 군대에 입대하라고 한다면 그것을 받아들일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군대온라인에 접속해본 뒤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몇몇 불만을 가지고 있는 유저들도 있었지만 5주일간의 훈련소 생활만 끝마치면 된다는 말에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것만으로 군대온라인이 가진 중독성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문재환 대령은 국방부를 대표하여 군대온라인을 만든 회사와 제휴를 맺었다. 자금을 지원해주는 대신 그들에게 하나의 조건을 달았다. 군대온라인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논산훈련소에서 5주일간의 신병교육 기간을 수료해야 된다는 것이다.


반드시 입대할 필요는 없다.


군대에서 간단한 기술을 배운다면 군대온라인에서 활용하기에 있어서도 좋을 것이다. 문재환 대령이나 국방부에서 노린 것은 그것이 아니다. 이것은 최소한이나마 그들에게 과거에 겪었던 전쟁의 폐해를 각인시키고 안보에 대한 것을 인식시키기 위한 국방부의 노력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심각할 정도로 과거 침략군에게 관대한 한국의 시민들은 위험하다. 언제 적이 도발할 지 모른다. 지금까지도 몇 천 번에 가까운 무력도발이 있었다. 그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문재환 대령은 과거 해군에 몸을 담았던 자신의 아버지가 떠올랐다. 마흔 줄에 접어든 그였지만 아직 젊었다.


허나, 아버지는 자신보다 훨씬 젊은 나이로 세상을 등지었다.


어렸던 자신은 그 때의 기억이 없었다. 아버지의 얼굴도 기억나지 않았다. 조금씩 자라가며 어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는 그에게 군대의 길을 걷도록 만들었다. 호시탐탐 한국을 노리는 그들의 야욕을 막을 것이다. 그렇기에 군대에 지원했고 이제는 대령의 자리를 차지 했다.


그 첫 번째 프로젝트가 바로 군대온라인이다.


쾅!


"문재환 대령님,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문이 부서질듯한 소리를 내자 그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서상아 소령이 숨을 헐떡거리며 그곳에 서 있었다.


"서상아 소령?"


평소 단정하기로 유명한 그녀다. 문재환은 지금까지 서상아 소령의 저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서상아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차분하게 들고온 USB메모리를 컴퓨터에 연결한 후 마우스를 몇 번 움직였다.


딸칵, 딸칵….


두 번의 클릭이 끝나자 모니터의 영상이 바뀌었다.


M1 반자동소총을 든 남자가 그곳에 서 있었다. 낯익은 것을 보면 선발된 130명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게 무엇이 이상하단 말인가?"


겨우 이것을 보여주려 그 단아하던 서상아 소령이 헤어스타일까지 망가뜨리며 이곳으로 달려왔단 말인가?


문재환 대령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66번 단나루 훈련병의 영상입니다. 뭐, 계속 보시면 알게 될 것입니다."


평소의 페이스를 찾은 서상아 소령은 차분하게 손가락으로 모니터를 가리켰다. 모니터에 왼쪽 상단에 현재의 위치가 낙동강이라고 적혀 있었고, 진지를 구축한 과거의 국군이 그곳에 있었다.


북한군에게서 나라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방어선이자 수많은 의용군과 학도병들의 한이 서린 장소….


서상아 소령이 66번 훈련병이라 소개했던 단나루는 그곳에서 M1 소총을 얻었다. 그리고 현재 국군의 전신인 그들의 뒤에서 적을 향해 총을 쏘고 있었다.


그 모습은 타 유저들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다는 점에서 자괴감을 느끼는 것 역시 대부분의 유저와 똑같았다. 특별한 점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문재환 대령은 영상을 가지고 온 서상아 소령을 보았다.


그녀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정말로 특별한 것이 있는 것일까?


문재환은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보았다.


히쭉 웃으며 적을 멸살해가는 사내의 얼굴을…….


등에서부터 소름이 돋았다.









어두웠던 시야가 서서히 밝아졌다.


닫혀 있던 캡슐의 문을 열으며 나루는 캡슐 밖으로 나왔다. 벽에 걸린 디지털 시계는 오전 3시를 알려주고 있었다. 이곳 역시 깊고 어둡게 밤에 취해 있었다. 그것을 뒤로한 채 나루는 침대 위에 누웠다.


침대는 조금 딱딱했지만 잠자리로서는 별 문제가 없었다. 혼자만의 공간 역시 생각보다 넓고 괜찮았다. 원래는 독신자 숙소라고 해서 결혼하지 않은 간부들이 사용하는 공간을 현재 130명의 군대온라인 훈련병들이 사용하고 있었다.


일반 훈련병들이라면 생각조차 못할 사치들을 누리며 나루는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수많은 적에게 포위당했을 때 제대로 된 저항을 하지 못한 채 죽음에 이르었다.


도중에 손에 넣었던 기관단총은 근접전에서 훌륭한 역할을 했지만 탄이 떨어졌을 때 교체하는 것이 느렸다. 손에 익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었다. 게다가 연사가 빠른 만큼 탄이 금방 떨어진다.


이것저것 장기전으로 보았을 때 단점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그것을 보완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도 종종 이렇게 목숨을 잃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나루는 고개를 저었다. 죽음을 경험한 것은 두 번째였지만 그렇게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몸에서 모든 힘이 빠져나가는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그 전에 찾아오는 고통 역시 마찬가지였다. 몇 번을 더 경험해도 익숙해지지 않을 것처럼 아프고 아렸다. 군대온라인의 싱크로율을 100%로 해둔 것이 실제와 같은 고통을 준 것이다. 처음에 90%로 싱크로율을 설정했을 때보다 감각은 선명해진 덕분에 고통 역시 선명해졌다.


대부분의 유저가 50% 정도의 싱크로율로 게임을 하는 것보다 약 2배 정도 높은 싱크로율은 그만큼의 댓가를 원했다.


나루는 그 댓가를 충분히 치룬 셈이다.


하지만 싱크로율을 낮출 생각은 하지 않았다. 댓가가 큰 만큼 과실은 달콤했다. 다만 전투를 경험하며 자신에게 부족했던 점들을 느꼈다. 그리고 여러가지 무기의 절실함을 느꼈다. 만약 그때 자신의 손에 단검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허무한 죽음을 맞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루는 기관단총과 소총만을 믿고 적에게 달려든 무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다양한 무기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모든 무기는 제작된 목적에 맞는 사용법이 있었다. 그것을 깨닫지 못한 실책이 죽음으로 이어졌다.


그것이 전장이다.


어둠 속에 누운 채 나루는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들과 필요한 것들을 정리해가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마지막까지 느꼈던 전장의 차가운 공기를 그리워하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초보 글쟁이 Air-Ai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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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훈련병의 나날(2) +13 12.07.15 6,562 4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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