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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실세 왕백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암사
작품등록일 :
2022.06.14 22:05
최근연재일 :
2024.02.25 01:09
연재수 :
1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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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81,133

작성
22.09.0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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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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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단 한 순간의 선택(3)

안녕하세요.




DUMMY

구룡은 허리에 찬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주머니 안에는 황소 한 마리를 바로 죽일 수 있는 독을 가진 독충 수 십 마리의 독이 담겨 있었다.

독을 가득 바른 손에서는 냄새만 맡아도 중독이 될 정도의 맹독인 만음독수(滿陰毒手)의 악독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구룡은 주저앉아있는 백수에게 다가가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

백수는 독 기운이 가득 찬 구룡의 독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켁켁거렸다.


"저항하지 마라 꼬마야. 네 실력은 출중하다만 들어오지 말아야 할 곳에 들어온 자신을 원망해야겠구나."


백수의 얼굴에선 벌써 푸르스름한 중독의 기운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만음독수에 일단 걸리면 아무리 극강 고수라 해도 오래 버티질 못하는 것을 구룡은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했었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이미 백수의 코에서는 진득한 콧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장에까지 독이 기운을 뻗쳤다는 뜻이었다.

상황이 마무리되었다 생각한 구룡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혈사들에게 일갈성을 날렸다.


"이 멍청한 것들아! 빨리 나가서 구 집사를 도와라."


그 때 구룡의 만음독수를 붙잡는 손이 있었다. 설마하는 마음으로 내려다 본 구룡의 눈에는 어느새 독의 기운이 다 사라진 백수가 활활 타오르는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백수의 다른 쪽 손에서 마치 빛이 나는 것 같은 기의 흐름도 보았다.

그리고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구룡의 머리가 크게 젖혀졌다.

혈사들의 눈에는 백수가 구룡의 인중을 살짝 건드린 것처럼 보였을 뿐이었지만, 사실 구룡이 당한 기술은 마공 중에서도 가장 흉악하다는 흡성대법(吸星大法)이었다.

순식간에 상대의 내공과 생기까지 모두 흡수해 가죽과 뼈만 남은 시체로 만들어버리는 이 기술은 너무 잔악하고 사용할 수록 시전자가 상대의 원한까지 흡수해 성격이 포악해지고 주화입마에 빠진다는 후일담이 있어서 마교의 고수들도 자주 사용하지 않는 금기의 술법이었다.

구룡의 독공에 분노한 백수는 자신도 모르게 마교의 술법을 사용해버리고 만 것이었다.


"흉약한 독공을 썼으니 실패했을 때 결과도 각오는 했겠지?

그것이 강호의 법칙 아니더냐?"


얼굴에서 생기가 빠져 나가면서 이빨까지 떨어져 나온 구룡의 끔찍한 모습을 보며 백수는 자신도 모르게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본 혈사들의 뇌리에 스친 감정은 바로 공포였다.

자신들도 독에 마공까지 흡수한 악독한 자들이지만, 까마득히 높은 수준에 있는 마공의 소유자를 본 순간 본능적으로 두려움이 뒷덜미를 엄습한 것이다.

두꺼비 한 마리를 죽일 정도의 독을 가진 독 개구리가 거대한 독사를 만났을 때 느끼는 공포와도 비슷한 감정이 그들의 걸음을 멈추고, 손을 들지 못하게 했다.

구룡의 얼마 안 되는 생기를 모두 흡수한 백수는 텁텁한 기분을 느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온갖 더러운 기술을 모두 연마한 구룡의 내공은 백수에게 좋지 않은 기분만 남겨 주었다. 어디에든 이 지저분한 내공을 빨리 쏟아내고 싶었던 백수의 눈에 혈사들의 겁에 질린 모습이 보였다.


"왜 그러고들 서 있느냐, 어서 덤벼봐야지?"


백수의 눈이 붉은 빛으로 빛났다.



허 성이 자신의 무적권타(無敵拳打)로 혈사 한 사람의 머리를 부숴버리자, 남은 혈사가 무기를 버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허 성은 추격하지 않고 동료를 돕기 위해 뒤를 돌아보았다. 천명은 아직 두 명의 혈사와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는데, 앞 뒤를 포위당한 상황에서도 별로 불리해 보이지는 않았다.

여러 개의 무기를 사용해서 공격과 방어에 능한 구도장파의 무공은 상대에게 접근 자체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미 혈사들은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강력한 공격을 펼치기도 힘들어 보였다.

허 성은 혈사 한 사람의 후방으로 뛰어들어 골분쇄장(骨粉碎裝)으로 그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무방비로 머리에 강타를 맞은 혈사는 갑자기 팔다리를 길게 뻗더니 일자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다른 혈사가 놀라는 순간, 천명이 순간적으로 앞으로 뛰어들어 팔꿈치에 장착된 단도로 혈사의 가슴을 깊게 찔렀다.

심장이 조각난 혈사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개구리처럼 바닥에 축 늘어졌다.

천명은 허 성에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고, 허 성도 그에 화답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무기를 정비하고 우 환명 처소의 천장을 올려다 보았다. 그 곳에서는 아직 무명과 구 숙정의 혈투가 계속되고 있었다.


두 사람 다 속도가 빠르고 기교가 뛰어난 무사라 상대의 약점을 노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무력과 기량의 차이는 누가 봐도 뚜렷해 보였다.

구 숙정은 숙련된 자객이고 무명은 경험 많은 무사다. 기습을 당했거나 장애물이 많은 어두운 곳에서 싸웠다면 어땠을 지 모르겠지만 사방이 훤히 뚫려있는 지붕 위에서의 대결은 결과가 뻔히 보이는 싸움이었다.

보통 때였다면 이런 싸움을 하지 않았을 구 숙정이 이런 무모한 짓을 하게 된 것은 모용 세가 습격 사건의 복수심과 무명을 얕보는 마음이 합쳐진 결과였다.

손 발이 떨어져 나간 모용 세가의 이검대와 삼검대 무사들의 증언을 듣고도 구 숙정은 상대가 상당한 고수라는 정보를 믿기 힘들었다.

삼검대와 이검대 자체가 숫자만 믿고 비싼 검을 휘둘러대는 돈 있는 집 자제들에 불과했기 때문에 그들을 갖고 논다 하여 초고수라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유세 표국을 장악할 때 유일하게 죽음을 확인하지 못했던 유 지령의 호위 무사.

이후로 모용 선화는 무명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사람을 보내고 정보를 수집했지만, 결국 그의 시체조차 찾지 못했다.

근처의 심마니들 정보로는 계곡물을 따라 망천 폭포까지 내려가면 살아나올 가능성이 없다고 했기 때문에 2년이 지나자 모용 선화도 무명이 죽었다 생각하고 포기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다 본가에 예상치 못한 기습을 당했고, 자기 발로 들어온 이 무빈을 놓친 데다가 쓸만한 인질인 이 무빈의 가족까지 놓치고 말았다.


'이래서 적이 될 씨가 보이면 모두 죽여야 후환이 없는 것이다.'


구숙정은 다시 한 번 스승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무명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모용 선화가 상단을 비울 때 쳐들어올 것을 예상하고 병력을 매복시킨 것까지는 완벽했지만, 문제는 상대의 전력을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점이었다.

계속 수세에 몰린 사이에 가지고 있던 암기는 모두 소진했고, 거리를 벌릴 수단이 없다는 걸 상대가 알게 되면 바로 파고들 것이 분명하니 그 전에 행동에 나서야 했다.

구 숙정은 환술을 쓰기 위해 가지고 있던 연막탄을 꺼내 바닥에 터뜨렸다.

그러나 누군가 나타나 연막탄을 쳐내버리고 풍압이 실린 장법으로 연기마저 걷어내버렸다.

환술을 상대하는 데는 도가 터 있는 도사 허 성이었다.


"보아하니 잡다한 기술을 가지고 있나본데 더 해보시오."


외곽에 배치한 혈사 넷이 생각보다 너무 일찍 쓰러졌다는 사실에 숙정은 이를 깨물었다. 무명은 뒤따라 올라온 천명과 함께 숙정의 퇴로를 차단하기 위해 세 방향에서 접근하자는 눈짓을 보냈다.

눈치 빠른 천명과 많은 전투 경험을 가진 허성은 무명의 신호를 알아듣고 바로 위치를 바꾸었다.

그 때, 당황한 빛이 역력하던 구 숙정의 눈이 한 순간 빛났다. 그리고 무명은 찰나의 그 눈빛을 놓치지 않았다.


"비습이 있소!!"


무명의 말이 중간 쯤 나왔을 때, 어디선가 날아온 바늘보다 얇은 손바닥만한 암기들이 세 사람 사이를 마치 조종하는 것처럼 날아다녔다. 커다란 나뭇잎처럼 생긴 칼날은 지붕 위 여기저기를 날아다니다 순간적으로 세 사람의 목덜미나 관자놀이를 덮쳤다.

비슷한 기술을 본 적이 있는 무명이 허공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저 암기를 조종하는 실 같은 게 있을 것이오. 그걸 먼저 제거합시다."


구 천명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들고 있던 대도를 한 손에 들고 물레방아처럼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다른 손으로는 세 방향으로 칼날이 달린 표창을 꺼내 구 숙정을 향해 던졌다. 표창은 구 숙정에게 날아가다가 그것을 막기 위해 날아온 암기와 부딪혀 튕겨나갔다. 그것을 본 천명이 소리쳤다.


"지금입니다!!"


세 사람은 모두 구 숙정에게 공격을 퍼부으니 구 숙정과 날아다니는 암기를 함께 공격하는 형국이 되었다. 무명의 말대로 눈에 보이지 않는 얇은 실로 조종되고 있던 편검(翩劍)은 세 사람의 집중 공격에 통제력을 잃고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림자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십혈사 중 한 사람인 몽진은 이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기서 몸을 더 사리다가 구 숙정이 당하기라도 하면 그 책임을 면하기 힘든 상황이 되어 버렸기에 내키지 않는 발걸음으로 외벽 구석의 그림자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상대의 실력이 만만치 않으니 접근하지 말고 계속 빈틈을 노려라-


몽진으로서는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이미 혈사 몇이 쓰러진 마당에 괜한 싸움에 말려들어 다치고 싶지는 않았다.

몽진은 도박 빚 때문에 사람을 죽이고 관군에게 쫓겨 다니다가 신분을 숨기고 입대한 북쪽의 변방에서 무공을 인정받아 수비대장까지 해 먹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과거의 죄는 평생 족쇄가 되어 자신을 따라다니는 법이라 새로 배치받은 신병이 자신을 알아보는 바람에 관직에 올라갈 기회를 눈 앞에서 놓치고 다시 쫓기는 신세가 되었는데, 그 때 몽진을 거둔 것이 바로 모용 선화였다.

무림 정파의 양대 거두인 모용 세가의 일원이 된다는 건 관직에 오르는 것 만큼이나 구미가 당기는 일이었지만, 모용 선화와 구 숙정이 시키는 일들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나 명문 정파의 가주 딸이라는 자가 수행 무사들에게 마공을 주입시키는 데는 할 말이 없을 지경이었다.


'구파 일방도 이제 맛이 간 것인가? 가주의 자식이 보란 듯이 부하들에게 마공을 가르치다니 이런 곳에 계속 있어야 하나?'


무림의 명망(名望)만 보고 모용 선화의 수하가 된 것이 슬슬 후회가 되는 시점에 이런 상황까지 접한 몽진은 이렇게 된 거 상단의 혼란을 틈타 도망이라도 칠까 고민하는 중이었다.

마음 가짐이 이러하니 당연히 힘든 싸움을 하고 싶지도 않았고 괜히 상대에게 어설프게 상처를 입혀 집중 공격을 받고 싶지도 않았다.

몽진은 자신의 주 암기인 편검을 적당히 날리며 상대의 빈틈을 노리는 척 했다.

물론 직접 상대의 급소를 노리거나 상대를 직접 타격하지는 않았다.

연이라도 날리는 것처럼 상대와 슬슬 놀다 보니 뒤에서 다른 혈사들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후방에서 대기하라 명을 받은 혈사들이었다.


'슬슬 답답했나 보구만. 세 사람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한데?'


무명 또한 다가오는 적이 생긴 것을 느끼고 백수에게 다시 한번 전음을 전했다.


[주공, 이제 나오셔야 합니다. 적의 원군이 곧 도착할 겁니다.]


다급한 전음에도 백수는 답이 없었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늘에 수 놓인 불꽃이 지붕에 있던 무명과 두 사람을 훤히 비추었다.

싸움의 규모가 커진다는 뜻이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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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이름을 알리다. 22.09.20 512 8 9쪽
97 제대로 훈육할 생각이라면 매를 들어야 한다 22.09.20 503 8 9쪽
96 진창에 발을 들였으면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2) 22.09.16 571 8 11쪽
95 진창에 발을 들였으면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1) 22.09.15 551 7 8쪽
94 날아오르려면 땅을 박차야 한다 22.09.14 583 9 10쪽
93 와호장룡(臥虎藏龍) 22.09.13 598 5 14쪽
92 들개 떼의 눈에 띄다 22.09.12 609 6 13쪽
91 와신상담(臥薪嘗膽) 22.09.11 606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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