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암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실세 왕백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암사
작품등록일 :
2022.06.14 22:05
최근연재일 :
2024.02.25 01:09
연재수 :
115 회
조회수 :
114,717
추천수 :
1,166
글자수 :
581,133

작성
22.09.03 22:44
조회
607
추천
8
글자
11쪽

단 한 순간의 선택(2)

안녕하세요.




DUMMY

마공은 일반적인 내공과는 그 기의 흐름과 몸 안에서의 작용이 모두 달랐기에, 마공을 배우거나 직접 익히지 않은 자는 마공 자체를 감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오랜 기간 다양한 전투를 겪어 온 무명조차 어딘가에 자신을 숨기고 있는 마공 소유자의 정체를 전혀 파악하지 못 할 정도니 구 천명과 허 성에겐 그저 무혈 입성이 가능한 빈 성 정도로 보이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다.


"저 곳이라면 그냥 들어가도 되겠습니다. 생각보다 방비가 허술한데요?"


"동이 트기 직전은 사람의 긴장이 풀리기 쉬운 시간이지요. 어쨌든 우리에겐 호재 아니겠습니까?"


"아니, 저 곳엔 매복이 있어. 모두 기척을 죽이고 여기서 기다려."


세 사람은 소리를 낮춘 백수의 한 마디에 모두 놀라고 말았다.


'아무런 인기척도 없는데...?' '단주께선 어떻게 알아내신 거지?'


모두의 놀라움을 뒤로 하고 백수는 유 환명의 처소로 천천히 다가갔다. 희미한 마공의 출처는 건물 외부는 아니었다.


'건물 안에 숨어 있구나. 섣불리 들어갔다간 기습을 당할 뿐 아니라 아버님이 위험하실 수도 있는데...

안에 있는 놈을 불러내야겠다.'


백수는 천천히 내공을 끌어올렸다. 복병이 백수의 기습을 눈치챌 수도 있었기에 아주 천천히 내공을 올려 한 방에 공격할 생각이었다.

건물 밖에서 내부를 공격해야 하기 때문에 파괴력과 관통력이 강한 기술로 한 방에 끝내야만 한다.

그런 상황에 어떤 공격을 해야 하는 지 타골 선사가 설명을 해 준 적이 있었다.


[강력, 강타 이런 게 필요할 땐 두 가지만 기억하면 되용, 오라버니.

하나는 '소림'이고 다른 하나는 '합마공'이죠.

소림 무공이 쓰기에 조금더 편한데, 대충 이름 세 보이는 거 하나 골라서 상대 진영 한 가운데나 적 면상에 후리면 일단 최소 절반의 골을 깨고 싸움을 시작할 수 있답니다.

어머, 내가 무슨 소릴 해, 호호홍.]


과거를 떠올리니 갑자기 기분이 나빠지긴 했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는 분명했다.

백수는 나한의 칭호를 얻은 승려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비기를 꺼내들었다.

아직도 유 환명 처소 안에 숨어있는 상대에게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좋아, 마공의 소유자라는 네 자신감이 네 명을 재촉하게 되었구나.

소림의 필살 비급을 받아보아라.'


백수는 소림사의 비전 절기인 금강복마권(金剛伏魔圈)으로 마공의 기운이 흘러 나오는 벽을 강타했다. 돌벽을 부술 정도의 강력한 기술이면서도 큰 소음을 내지 않는 것이 금강복마권의 또 다른 장점이었다.

큰 돌멩이 하나가 바닥에 떨어지는 듯한 쿵 하는 소리가 처소에 울려 퍼진 후, 처소 내부에서는 급격한 기의 흐름이 느껴졌다.

내부에 있던 복병에게 큰 변화가 생겼다는 뜻이었다.


-곧 나올 것이니 대비들 해.-


그러나 백수의 전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처소의 문이 부서지듯 열리면서 작은 그림자 하나가 벼락같은 속도로 뛰쳐 나왔다.


"쿠헤엑!!"


체격은 작으나 얼굴엔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남자는 주위를 보며 마구잡이로 검을 휘둘러댔다. 백수는 그가 금강복마권의 충격으로 두 눈이 터져 버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과연 막강한 위력을 가졌다는 소림의 권술이구나. 난 아직 내공의 운용에 서투르니 사용에 신중을 기해야겠다.'


남자는 괴성을 지르며 손에 든 쌍검을 휘둘러댔고, 더 소란을 피우기 전에 무명이 다가가 목을 베었다.

그 때, 처소의 지붕 위에서 한기가 실린 나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역시 시체를 확인했어야 했는데... 살려두니 찾아와서 후환이 되는구나."


네 사람은 고개를 들었다. 주걱턱에 늑대의 눈빛을 가진 그녀는 모용 선화의 심복인 구 숙정이었다.

지금껏 운이 좋아 제대로 대적한 적은 없었지만 이 무빈의 말대로라면 모용 선화 만큼이나 까다로운 적이라 했으니 만만치 않은 상황이 된 셈이었다.


-주공께서는 부친을 구하시지요. 잔챙이들은 여기 세 사람이 맡겠습니다.-


무명도 구 숙정이 쉽지 않은 상대라는 걸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이미 침투가 발각됐으니 산채에 있는 수비 병력도 곧 몰려올 것이 분명했다.

유 환명은 정신도 온전치 않은 상태라 그를 데려가는 건 생각보다 힘든 여정이 될 것이고, 누군가는 여기 남아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만 하는 것이다.


-알았어. 비밀 통로로 갈 테니 두 사람을 잘 데려와.-


무명은 대답 대신 타오르는 듯한 분노가 담긴 검을 뽑아 들었다.

주인과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주동자 중 한 명을 직접 대하는 순간이었다.

무명에게는 백수와 절벽에서 떨어진 후 지금껏 누구보다 기다려왔던 복수의 시간이고, 가차 없는 처단만이 그의 머리속에 떠오르는 단어였다.

영문을 모르는 허 성과 구 천명 또한 주변의 생기를 빨아들이는 듯한 무명의 살기에 약간 기가 죽은 상태였다.


'뭐 이렇게까지 살기를 풍기나. 그렇게 안 봤는데 살육을 즐기는 취미가 있나?'


허 성과 구 천명이 딴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에 이미 백수는 처소에 진입했고, 구 숙정은 그것을 저지하려다 무명이 휘두른 검에 목이 잘릴 뻔했다.

구 숙정으로선 하늘의 도우심으로 목숨을 건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한낱 호위 무사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속도의 쾌검을 보여줄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던 구 숙정은 목덜미에 살점이 살짝 떨어져나갈 정도의 강검을 천운으로 피한 후, 특기인 암영은신술(暗景隱身術)로 몸을 숨겼다.

그러자 무명은 코웃음을 치며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사방으로 검기를 날렸고, 피할 자리가 없어진 구 숙정은 그림자 속에서 몸을 드러내며 작은 쇠구슬을 날렸다.

무명과 구 숙정이 필살의 기술을 교환하는 사이, 허 성과 구 천명 근처에도 전에 없던 사람의 그림자가 다가왔다.

허 성은 팔에 채워진 금강완에 기를 모으고 천명 또한 대도와 장검을 꺼내드니 상대방도 본격적인 살기를 드러내며 이 곳 저 곳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모용 선화가 심기일전하여 모집한 십혈사의 무사들은 흡사 짐승과도 같은 투기를 내뿜으며 허 성과 구 천명에게 공력이 가득 실린 강격을 날렸다.

두 사람을 덮친 혈사는 네 명이었는데, 두 명은 날이 휘어진 대도를 들고 있었고, 나머지 둘은 장창과 쌍검을 휘두르며 거칠게 공격해왔다.

수적으로 불리하다보니 초반에는 어쩔 수 없이 수세에 몰렸던 두 사람이었지만, 전투가 진행되면서 상대의 약점이 눈에 훤히 보이기 시작하니 전세가 바뀌기 시작했다.

혈사들은 제 정신이 아닌 것처럼 공격 일변도의 돌진을 반복했고, 상대의 공격 흐름을 파악해 낸 허 성과 천명이 반격을 시작하니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천 명은 대도를 휘두르다 거리가 좁혀지면 바로 허리의 연검을 뽑아 접근을 차단하고 상대가 물러서려고 하면 단도를 던지면서 상대가 원하는 거리를 주지 않았다.

허 성 또한 자신이 가진 장점인 강력한 방어력으로 상대가 깊숙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가 특기인 강권과 장법으로 반격하니 대도를 들고 있던 혈사 하나는 허 성의 무적장타(無敵掌打)에 어깨를 얻어맞은 후, 큰 칼을 제대로 들지도 못 하고 있었다.

허 성과 구 천명이 혈사들을 제압하는 동안, 무명과 구 숙정도 치열한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구 숙정 또한 높은 무공을 가진 고수임에는 틀림없었으나 독고구검을 익힌 무명에게 일대일로 상대를 하기엔 부족한 상대라는 것이 싸움이 지속되면서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다.

구 숙정은 상대의 빈틈을 노려 여러 암기를 사용하는 기술에 특화된 자객인데, 공방에 균형이 잡혀 있고, 빈틈이라고는 보이지 무명에게는 빈틈을 노린 공격이 전혀 먹혀들지 않았던 것이다.

무명 또한 구 숙정에게 치명상을 입히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언제가 됐든 이 싸움의 결과는 누가 봐도 자명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을 구 숙정이 모를 리가 없었다.


'대체 이 놈은 왜이리 강한 것이냐. 사라진 2, 3년 사이에 대체 어떤 무공을 연마한 거지? 혈사들도 밀리고 있는 것 같으니 더 이상은 안 되겠구나.'


구 숙정은 도약하며 크게 물러나면서 하늘로 불꽃을 쏘아 올렸다.

병사들을 부르는 신호탄이었다. 무명 또한 그것을 보았고 이젠 싸움을 끝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공, 어서 나오셔야 합니다! 병사들이 몰려올 겁니다.-


무명과 단원들이 밖에서 싸움을 벌이는 사이, 처소의 내부에서도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내부에 기를 숨기고 있던 적은 한 명이 아니었던 것이다.

다만 그들은 완전히 기척을 숨길 수 있는 고수들이었기에 금강복마권에도 큰 타격을 입지 않고 모습을 숨길 수 있었다.

백수가 방심한 상태로 처소에 들어오는 것을 노린 혈사의 대장 구룡은 자신의 의수에 장착된 반월도가 달린 사슬을 백수에게 날렸다.

그와 동시에 모습을 숨기고 있던 나머지 혈사들까지 백수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백수 또한 완전히 방심을 하고 있지는 않았던 터라 숨겨둔 함정이나 암습에 대비한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바로 소림의 금강불괴체신공(金剛不壞體神功)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었던 것이다.

순식간에 펼쳐진 기습에 백수의 주위에서 돌과 쇠가 부딪히는 소리들이 수 십 차례 들리면서 그의 몸이 심하게 흔들렸다.

혈사들로서는 가지고 있는 최강의 기술을 모두 사용한 것이었다.

그러나 소림의 신법으로 강화된 백수에게는 몸이 약간 흔들렸고 옷만 조금 찢어지는 피해에 불과했다.

치명상을 입혔다고 생각한 혈사들이 순간적으로 방심한 찰나, 이번엔 백수의 반격이 좁은 처소 안에서 굉음을 울렸다.


건곤대나이!


백수의 공력이 실린 공격에 방 안에는 지진이 난 것처럼 진동이 일어났고, 예상치 못한 공격에 일격을 당한 혈사들이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갑자기 몸이 뒤집힌 혈사도 있었고, 가지고 있던 무기가 엿가락처럼 휘어진 자도 있었다.

그러나 백수 또한 내공 소모가 극심한 기술을 연달아 사용한 터라 순간적으로 어지러움을 느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제는 먼저 회복하여 치명타를 날리는 자가 승리하는 상황이었다.

처소 안에서는 내장이 뒤틀려 구토하는 혈사들의 신음 소리와 엉망이 된 무기를 어떻게든 해보려는 아우성이 가득했다.

그 중 먼저 자리에서 일어선 자는 바로 십혈사의 좌장 격인 구룡이었다.


"흐흐흐, 이제 네 목은 내 것이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림실세 왕백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정말로 갈려 나갔습니다. 22.10.08 181 0 -
공지 100번 치면 바위도 뚫는다. +1 22.09.24 143 0 -
공지 안전장비는 날 지켜주지 못한다. 22.09.17 115 0 -
공지 앞뒤가 바뀐다는 건... 22.09.08 180 0 -
공지 공지입니다. 22.08.19 866 0 -
115 왜 아무도 남지 않았는가 24.02.25 44 1 13쪽
114 고요한 학살 23.02.05 146 3 12쪽
113 청무회(3) 22.11.03 298 2 6쪽
112 청무회(2) 22.10.08 447 4 7쪽
111 청무회(1) 22.10.07 359 5 10쪽
110 협객행 22.10.06 373 5 9쪽
109 권력의 달콤한 맛 22.10.05 402 5 9쪽
108 이름을 알리다 22.10.04 407 7 10쪽
107 동상이몽(3) 22.10.01 450 7 10쪽
106 동상이몽(2) 22.09.30 426 5 10쪽
105 동상이몽(1) 22.09.29 452 4 10쪽
104 뿌리가 썩은 나무는 새싹이 돋지 않는다 22.09.28 469 4 11쪽
103 회의 소집(5) 22.09.27 458 6 10쪽
102 회의 소집(4) 22.09.24 481 8 9쪽
101 회의 소집(3) 22.09.24 477 5 10쪽
100 회의 소집(2) 22.09.22 464 7 9쪽
99 회의 소집(1) 22.09.21 520 7 9쪽
98 이름을 알리다. 22.09.20 512 8 9쪽
97 제대로 훈육할 생각이라면 매를 들어야 한다 22.09.20 503 8 9쪽
96 진창에 발을 들였으면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2) 22.09.16 571 8 11쪽
95 진창에 발을 들였으면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1) 22.09.15 551 7 8쪽
94 날아오르려면 땅을 박차야 한다 22.09.14 583 9 10쪽
93 와호장룡(臥虎藏龍) 22.09.13 598 5 14쪽
92 들개 떼의 눈에 띄다 22.09.12 608 6 13쪽
91 와신상담(臥薪嘗膽) 22.09.11 605 7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