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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실세 왕백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암사
작품등록일 :
2022.06.14 22:05
최근연재일 :
2024.02.25 01:09
연재수 :
1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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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81,133

작성
22.08.31 23:04
조회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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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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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얻으려면 내줘야 한다(3)

안녕하세요.




DUMMY

모두가 놀라는 사이에 청성파 제자들 사이로 성큼 들어온 백수는 이미 진 가민의 목에 거의 다다른 주 예경의 곤봉을 등룡장으로 후려쳤다.

주 예경의 일격에는 일격필살의 내공이 실려 있었던 터라 두 사람과 주변의 제자들, 그리고 진 가민까지 모두 주변으로 튕겨져 나갔다.

실로 강력한 무공과 무공의 충돌이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자신의 강격을 제압당한 주 예경의 충격은 매우 컸다.

그리고 그 충격은 서서히 분노로 바뀌어 갔다.


"이 망할 놈이 한 번은 봐주려 했더니 결국 목숨을 내놓는구나."


주 예경의 곤봉에서 이전과는 다른 기운이 느껴졌다. 백수는 다시 기를 모으며 반격을 준비했지만, 예상보다 예경의 기운이 너무나 강했다.


'여기 보통이 아닌 자였구나. 다음엔 어떤 공격을 하려고 저러는 거지?'


경헒이 전무한 백수는 상대의 자세와 작은 근육의 움직임만으로도 다음 수를 예상할 수 있는 고수들과는 달랐다.

지금의 백수는 강력한 보검을 들고 있는 꼬마 아이나 다름이 없었다. 무림의 수많은 비급이 머리 속에 있지만 그걸 활용하려면 많은 전투 경험과 훈련이 수반되어야 했다.

백수는 눈 앞의 주 예경이 강력한 일격을 준비하는 듯한 움직임에 정신이 팔려서 뒤에서 다가오는 홍 박산의 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이것이 개방의 고수들이 자주 사용하는 양동 작전의 일종으로 한 쪽에서 주의를 끄는 사이 다른 쪽에서 강습을 하는 전형적인 기습 작전이었다.

홍 박산의 철 곤봉은 백수의 일격으로 날이 휘어져 있었지만, 반대편에는 여전히 날카로운 반달형의 날이 달려 있었다.

홍 박산의 힘이면 단방에 백수의 목을 날려버릴 수 있었고, 그는 그럴 자신도 있었다.

앞으로 세 발, 두 발....

한 발만 다가서면 곤봉의 사정거리에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주공!!!"


홍 박산의 뒷편에서 날아온 무명이 검기가 박산의 곤봉을 강타하면서 홍 박산을 몇 장아니 뒤로 튕겨내버렸다. 그와 동시에 주 예경의 곤봉 또한 백수를 향해 둔탁한 굉음을 내며 날아들었다.

이전 두 번의 일격과는 달리 속도보다는 힘의 방점이 실린 강력한 일격이었다.

백수는 다시 한 번 등룡장을 시전하기 위해 자세를 취했지만, 백수를 그로막는 그림자가 있었다. 풀어해친 긴 머리에 넓직한 등판, 진 가민이었다.

초고수들의 격돌에 어울리는 엄청난 파열음이 벌판에 울려퍼지면서 주변인들의 시선이 모두 진 가민과 주 예경에게 집중되었다.

진 가민은 청성파의 절기 중 하나인 진룡항마검(眞龍抗魔劍)으로 주 예경의 우중두타(雨中頭打)를 막아내긴 했으니 부상 중에 내공이 실린 일격을 받아낸 탓에 몸이 견뎌내질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사형!!" "제길, 사형을 지키지 않고 무엇 하느냐!"


"비습만 일삼는 이 천인공노할 놈들을 모두 없애버리세!!!"


두 번씩이나 자신이 가진 회심의 일격을 실패한 주 예경은 떨어진 체면과 부하들의 신뢰에 대한 분노로 복면 밖으로 뜨거운 김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끝없는 승부욕 만큼이나 냉철함도 갖춘 지휘관이었다.

현재의 상황은 어떻게 봐도 그들에게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적들의 사기는 충천했고, 아군은 숫자만 많은 오합지졸에 구심점이 돼줘야 할 좌두곤마저 피신을 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싸운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주 예경은 혀를 깨물 정도로 분했지만, 지금은 자신과 부하들의 안위가 먼저였다.

친하지도 않은 청성파의 싸움에 돈 몇 푼 벌겠다고 끼어들어 목숨을 잃을 이유는 없었다.

주 예경은 고민없이 후퇴를 알리는 휘파람을 불었다.

개방의 거지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휘파람 소리가 조용한 산을 휘감아돌자, 거지들은 지체없이 대장의 명을 따라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었다.

무명과 합을 교환하던 홍 박산도 품에서 수많은 암기를 뿌리고는 무명이 몸을 피하는 사이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을 쳤다.

이제 남은 건 주 예경 뿐, 하지만 그는 아직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백수를 노려보고 있었다.

개방의 후계자 1 순위인 그가 처음 겪어보는 패전이자 이런 곳에서 겪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굴욕이었다.

자신이 자랑하는 제 일격과 제 이격이 하루에 모두 제압당한 것이다. 상대가 진 가미이었다면 그 명성이 기대어 무용담이라도 풀어놓을 수 있지만, 생판 처음 보는 희멀건 청년에게 당한 치욕이라 그 타격감이 더했다.


"네 놈이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이 치욕은 반드시 갚아줄 날이 올 것이야."


자기가 먼저 싸움을 걸고 비겁하게 기습까지 해 놓고서 무슨 치욕이라는 건지 백수는 알 수가 없었으나, 그가 보통 상대가 아니라는 것 하나는 확실했다.

백수와 무명은 주 예경이 사라질 때까지 방심하지 않고 방어 태세를 유지했다.

결국 하얀 복면의 무사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니 남은 건 좌두곤이 데려온 용병들과 청성파에서 말단에 위치한 어린 제자들 뿐이었다.

젊은 혈기로 여기까지 오긴 했으나 막상 산전주전 다 겪은 노장들의 피에 굶주린 기세를 눈 앞에서 대하니 그들의 기세는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좌두곤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분열되진 않았겠지만, 그가 있으나 없으나 이 싸움의 승패는 이미 결정난 것처럼 보였다.

우물쭈물하고 있는 좌두곤 세력을 향해 노제자 한 사람이 일갈을 내질렀다.


"이 햇병아리들아!! 싸움이 끝난 게 안 보이느냐? 어서 칼 내려놓고 시신들을 수습해라!!! 멍하니 있지말고 빠릿빠릿하게 좀 움직이거라!!!!"


용병들이 멍하니 있는 사이에 본능적으로 선배들의 명령에 따라 칼을 내려놓은 어린 제자들은 조용히 시신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선배의 말대로 이미 싸움은 끝이 난 후였다. 노제자들은 진 가민을 둘러싸고 함성을 질렀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승리의 쾌감이었다.

제자들의 한 가운데에서 자신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진 가민을 보며 백수는 감탄과 함께 두려움도 느꼈다.

중요한 싸움의 순간에는 몸을 피했으면서도 마지막 가장 죵요한 순간에 몸을 던짐으로써, 결국 이 전투의 주인공은 진 가민의 차지가 되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인 건 틀림이 없구나. 위험한 상황에서는 최대한 몸을 사리고 자신이 최고로 빛날 수 있는 적재 적소에는 항상 그 자리에 있다.

무력만 가진 사람이라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거나 아니면 강호의 실세라 손꼽히는 자들의 처세술은 이보다 몇 배나 뛰어날 거라는 뜻이었다.

제자들과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는 그에게 백수가 조용히 다가갔다.


[저는 이 자리를 피하겠습니다. 선배님께서는 청성파의 혼란을 잘 수습해주십시오.]


백수의 전음에 진 가민은 진심으로 놀란 얼굴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백수가 청성파의 절대 비급을 보여준 마당에 그가 갑자기 사라져 버리면 비급을 보여달라 요구하는 제자들에게 진 가민이 난처해질 수 있었다.

기껏 죽음의 위기를 넘겨가며 문파를 완전히 장악할 최고의 기회를 얻었는데, 모두의 관심을 백수에게 빼앗길 수도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백수 또한 가지고 있었다.


[제가 조만간 다시 찾아와 진룡보전의 초식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선배님은 몇 수를 익히시고 사제 분들이 의심스러워 할 때마다 조금씩 사용하시면 됩니다.]


진 가민이 들어보니 괜찮은 방법이었다. 어차피 이런 큰 유혈 사태가 일어난 이상, 문파의 혼란도 수습해야 하고 사태를 일으킨 주동자도 처벌해야 했다.

진 가민이 혼란을 어느 정도 수습했을 시점에 백수가 돌아오기만 하면 이미 문파의 전권을 장악한 시점에서 정통성까지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자네도 사정이 있을테니 잡을 순 없겠지. 하지만 하루 속히 돌아와줘야 하네. 그래야 청성파의 혼란이 완전히 잠재워질 수 있는 것이야.]


[그리 하겠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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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이름을 알리다. 22.09.20 512 8 9쪽
97 제대로 훈육할 생각이라면 매를 들어야 한다 22.09.20 503 8 9쪽
96 진창에 발을 들였으면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2) 22.09.16 571 8 11쪽
95 진창에 발을 들였으면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1) 22.09.15 551 7 8쪽
94 날아오르려면 땅을 박차야 한다 22.09.14 583 9 10쪽
93 와호장룡(臥虎藏龍) 22.09.13 598 5 14쪽
92 들개 떼의 눈에 띄다 22.09.12 608 6 13쪽
91 와신상담(臥薪嘗膽) 22.09.11 605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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