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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실세 왕백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암사
작품등록일 :
2022.06.14 22:05
최근연재일 :
2024.02.25 01:09
연재수 :
1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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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749
추천수 :
1,166
글자수 :
581,133

작성
22.08.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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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얻으려면 내줘야 한다(2)

안녕하세요.




DUMMY

양 측이 군사를 물린 후, 좌두곤 측 진영에서는 대결에 나설 무사를 내보내지 않고 눈치를 보고 있었다.

누가 나오는 지를 봐야 계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진 가민이 나온다면 일단 대장 격인 복면인이 나서 어떻게든 진 가민을 쓰러뜨리면 된다. 정사 대전에도 참가한 초고수지만 현재는 기습을 당해 부상을 입은 상태라 해 볼 만한 싸움이었다.

문제는 진 가민이 아닌 다름 사람이 나서는 것, 특히 조금 전 복면인의 공격을 막아낸 청년이 나올 경우, 상황이 복잡해진다.

안 해도 될 싸움을 하는 것 부터가 하책이고, 그 사이 진 가민이 상청궁 안으로 들어가서 농성을 시작하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남은 길은 전면전 밖에 없었다.



'자존심이 센 진 가민이 문파의 운명이 걸린 싸움에 설마 다른 사람을 내보내진 않겠지.'


그러나 백수의 등장과 지금까지 벌어진 사건을 알지 못하는 복면인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상대 측에서는 백수가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본 복면인의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졌다. 이젠 다른 방책을 내는 수 밖에 없었다.

복면인은 그의 심복을 조용히 불렀다.


"네가 나가서 적당히 싸워주는 척 하면서 시간을 끌어.

그 사이 내가 날랜 놈 몇을 데리고 가서 진 가민 목을 잘라야겠다."


"맡겨 두슈. 내가 헛짓거리 하나는 자신 있으니까."


복면인에게서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렇지. 헛짓거리 하면 또 우리 아니겠어? 이번에도 신명나게 놀아보자고."


싸움을 신명나는 놀이로 여기는 이들은 바로 개방의 거지들이었다. 대장격인 복면인은 방주의 후계자 후보 중 한 명인 후개 주 예경이고, 곁에 있는 심복은 사천의 당주인 홍 박산이었다.


"잊지 마. 붙었다 떨어졌다 하면서 우리 쪽으로 끌고 오기만 해.

혼자서 하려고 하지 말고 협공으로 확실하게 처리하라고."


"알겠수. 내가 그 정도도 못 알아들었을까봐?"


거의 마흔이 된 홍 박산은 스무 살 중반이나 서른 초반 사이 정도 안 되어 보이는 음성의 소유자인 주 예경에게 개방 거지로서는 최대한의 예의를 차렸다.

나름 구파 일방의 당당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개방은 상하 관계가 분명치 않은 자유로운 개별 조직화를 추구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직속 상관과 개방 최고의 위치인 방주 혹은 구결에 대한 충성심만은 확실하다.

홍 박산은 올해 초에 주 예경을 처음 만났다. 처음엔 방주의 숨겨진 아들이라는 소문 밖에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경계심이 있었지만, 이젠 누구보다도 주 예경에 대한 믿음과 충성심이 각별했다.

개방의 거지에게는 절대적인 충성은 없다. 다만 내 윗사람이 확실한 능력을 증명하기만 한다면 개방의 거지들은 누구보다도 강력한 유대와 충성심을 가진다.

홍 박선은 두 세 번의 일을 함께 하는 동안 주예경의 능력에 대한 믿음과 충성심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그만큼 주 예경이 보여준 임기 응변과 통솔력, 그리고 무력은 개방의 후개들 중에서도 탁월했다.

문제는 주 예경의 출생 과정이었다. 다른 후개들과는 달리 주 예경만 모친이 누군지 확실치가 않았다. 현 방주와 외모나 성격이 닮지도 않아서 부자의 접점을 찾기도 힘들었고, 더구나 한 마디만 해주면 모든 일이 해결될 현 방주가 아무런 언급을 안 하고 있었다.

하지만 능력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개방의 생리 상 여러 재능이 뛰어난 주 예경 밑으로 모이는 법개와 장로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누구보다도 먼저 주 예경의 따르기 시작한 홍 박산은 자신이 있었다.

어딜 봐도 주 예경만큼 뛰어난 거지는 없었다. 주 예경이 후대 방주가 된다면 자신 또한 장로까지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특출난 능력이나 무공이 없었던 자신이 개방의 장로까지 꿈꾸게 된 것은 모두 주 예경 덕분이었다.

홍 박산에게는 한 가지 생각 밖에 없었다. 주 예경의 명을 따른다. 죽기 직전 까지는.

홍 박산은 주 예경처럼 보이기 위해 복면의 끝을 잡아당겼다.

체격도 비슷하고 온 몸을 장포로 휘감은 상태라 특별한 변장이 필요하지 않았다.


"상대가 만만치 않아. 싸우려고 하지 마라."


"내가 돈 안 되는 싸움 하는 거 봤소? 주 형이나 조심 좀 해야 할 거요.

진 가민 주위를 휘감은 청성 제자들이 이 백이우."


"그렇지. 이렇게까지 됐으니 저 놈들한테 재미있는 걸 좀 보여줘야지.

아마 혼비백산 들 할 게야."


박산도 에경의 말 뜻을 알아들었는지 두 사람은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큭큭대며 웃었다.

개방 사람들에게 모든 건 놀이고 유흥이었다. 목숨을 건 싸움조차도 말이다.



"복면인이 나오는군."


청성파 제자 중 누군가의 외침에 백수를 비롯한 모두는 좌두곤 측 병사들이 모인 진영으로 시선을 모았다.

누군가의 말대로 좌두곤의 진영에서 끝이 높은 하얀 복면을 쓴 자가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백수는 긴장을 감추기 위해 천천히 손을 풀었다.


'조금 전에 봤던 그 벼락같은 일 합은 요행이 아니다. 저 자는 이백 명 사이로 들어와 한 방에 진 가민만 죽이고 빠져나가려 했어.

보통 고수가 아니다."


전투 경험이 많지 않은 백수는 상대의 무력을 파악해보려 노력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서로 상대를 모르는 경우에 싸움의 향방은 첫 공방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건 타골 선사에게도 들었고 무명도 항상 얘기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상대와 나의 실력 차이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백수가 선공을 시도하는 건 쉽지 않은 모험이었다.

지금까지 백수는 타골에게 배운 구대 문파의 비기만 보여주며 그 위압감으로 상대를 압박해왔다.

실제로 목숨을 걸고 싸운 적은 없었고 그리 할 자신도 없었다.

이 대결이야말로 활인혈이 열린 후, 처음 겪는 백수의 진짜 싸움이었다.


'상대의 선공을 받아주는 건 모험이지만 대책 없이 먼저 들어가서 낭패를 보는 것 보다는 낫다. 방비를 철저히 하고 상대의 기술과 내미는 패를 봐야겠다.'


그러나 상대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상청궁 뒤 벌판에 마주 선 지 한참이 지나도록 상대에게선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너무 시간을 끄는데... 시간을 끌면 불리한 건 저 쪽이 아닌가. 내가 먼저 슬쩍 나서볼까.'


가만히 서 있는 것도 긴장감이 최고조인 상태에선 큰 힘을 쏟는 일이었기에, 백수의 몸이 가만히 있질 못했다.

결국은 참지 못한 백수가 한 발 더 다가서려는 순간, 복면인의 장포가 열리며 은빛의 조그만 물체들이 섬광처럼 날아왔다.

무명 일행이 공격당했던 나뭇잎 형상의 암기였다.

백수는 경공을 사용해 구 척 높이로 날아오르며 공중에서 상대방을 향해 돌진했다.

무명이 잘 사용하는 기술로 상대는 공중에서 바로 돌진할 수 있을 거라고는 예측을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방심을 노릴 수 있었다.

그러나 상대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백수가 내민 정권을 가볍게 피하며 뒤로 서너 장 물러섰다.

바로 따라 붙으려던 백수는 조금 전 상대의 암기가 생각나서 걸음을 멈췄다.

괜한 공명심에 객기를 부리다 치명상을 입을 필요는 없었다.

자신은 이 싸움의 주인도 아니고 이긴다 하여 큰 명성이 따라오는 싸움도 아니었다.

적의 동태를 살피던 백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자도 나와 같은 생각인 건가?'


선공을 날리지 않고 방비를 굳건히 하며 상대의 빈틈 만을 노린다.

요행이 들어맞아 상대를 쓰러뜨리면 좋고 아니어도 내게 피해가 없으면 그만.

백수는 저 자가 좌두곤과 계약한 용병이라는 데에 생각이 이르자 적의 행동과 앞으로의 전략을 알 것 같았다.


'싸움을 할 것처럼 가끔씩 암기만 날리면서 계속 후퇴를 하겠지. 그러다 적의 진영 깊숙이까지 들어가면 모두 덮쳐서 잡을 생각인 것 같군.

도망을 치려는 것 같으면서도 빈틈을 노리는 건 내게 미끼를 던지는 거다.

하지만 그렇게 이긴다 하여 무슨 의미가 있지?

그런 승리를 청성파 제자들이 인정할 리도 없고, 병력 상 유리한 건 저 쪽인데도 오히려 먼저 일기토를 제안한 것도 이상한데...

저들이 노리는 건 대체 뭐지?'


백수는 언제든 도망치려는 자세로 백수를 보며 긴장만 조성하는 상대를 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내가 이런 식으로 시간을 끌면서 저 자를 쫓아다니면 저들에게 무슨 이득이 있는가.

어차피 이 대치가 끝나려면 일기토에서 결판이 나던가 좌두곤 혹은 진 가민이 죽는 수 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백수는 자신도 모르게 흘깃 뒤를 돌아보았다. 진 가민과 청성파 제자들은 이 싸움에 정신이 팔려 자신들도 모르게 진영 간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누군가 뒤로 돌아와서 뒤를 친다면?

아니 노린다면 그건 단 한 명일 것이다.

백수는 자신도 모르게 단전에서 내공을 끌어올렸다. 적이 어디까지 다가왔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시간 여유가 없었다.

백수가 후방에 정신이 팔린 것을 본 홍 박선에게 이건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나를 앞에 놓고 아예 고개를 돌리고 앉았으니 이제 네 목은 내 것이다!'


박산의 품에서 끝에 갈퀴 형태의 날이 달린 강철봉이 고개를 내밀었다.

박산은 주 예경이 뒤지지 않는 속도로 백수를 향해 돌진했고, 그와 동시에 백수 또한 자신의 진영을 향해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빠른 경공을 펼쳤다.

백수가 경공을 펼치는 순간 그의 주위로 구름과 같은 기의 파도가 몰아치면서 그의목에 지척까지 다가갔던 박산의 철봉 끝이 엿가락처럼 구부러지면서 하늘로 튀어올랐다.

그리고 백수는 주위의 누구도 반응하지 못하는 속도로 진 가민을 향해 달려나갔다.

그 걸음은 마치 세상을 집어삼키는 악한 기운처럼 주위에 경외심에 가까운 공포를 뿌렸다.

한 때 전 무림을 공포에 떨게 했던 검은 군왕의 걸음, 바로 천마월천보(天魔越天步)였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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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권력의 달콤한 맛 22.10.05 402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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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이름을 알리다. 22.09.20 512 8 9쪽
97 제대로 훈육할 생각이라면 매를 들어야 한다 22.09.20 503 8 9쪽
96 진창에 발을 들였으면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2) 22.09.16 571 8 11쪽
95 진창에 발을 들였으면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1) 22.09.15 551 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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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들개 떼의 눈에 띄다 22.09.12 608 6 13쪽
91 와신상담(臥薪嘗膽) 22.09.11 606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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