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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실세 왕백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암사
작품등록일 :
2022.06.14 22:05
최근연재일 :
2024.02.25 01:09
연재수 :
1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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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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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81,133

작성
22.08.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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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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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1쪽

얻으려면 내줘야 한다.(1)

안녕하세요.




DUMMY

뒤늦게 상청궁 후문에 도착한 좌두곤과 그의 병사들은 사기충천한 진 가민과 그의 추종자들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무엇보다 그를 놀라게 한 건 제자들보다 훨씬 수가 더 많았던 자신의 병사들이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도망쳤다는 사실이었다.

인정하기 싫었던 사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역시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병사로는 한계가 있었단 말인가. 오래된 제자들의 단합력이 내 병사들보다 뛰어날 것이라는 건 예측한 일이었지만, 이 정도로 차이가 날 줄은...'


좌두곤의 곁에는 큰 돈을 들여 데려온 낭인 용병들이 있었다.

어디서 뭘 하는 자들인지는 알 수 없으나 돈을 주면 돈 값은 하는 자들이라 하여 보통의 용병 시세보다 많은 보수를 주고 데려온 자들이었다. 하얀 복면을 쓴 무사들은 좌두곤의 병사들이 사기를 잃고 우왕좌왕하는 동안에도 주위를 경계하며 싸울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이 자들이 있다면 아직 싸울만 하다. 좌두곤은 마지막 희망을 가져 보았다.

용병 무사들이 어떻게든 진 가민만 죽여준다면 적의 예봉을 꺾어놓을 수 있다.

저들은 여전히 자신보다 병력이 적었다.

난전이 되면 결국 병력이 차이가 승패를 좌우한다고 그는 믿고 있었다.

좌두곤은 유독 높은 복면을 쓴 용병들의 대장에게 슬쩍 귓속말을 건넸다.


"저기 있는 진 가민만 잡아주면 약속한 돈의 두 배를 주겠소. 상대의 기세가 더 오르기 전, 지금 처리해야 하오."


백의를 입은 무사는 잠시 생각에 빠진 듯 말이 없었다.

좌두곤은 복면 무사가 고민을 하는 건 좋은 징조라 여겼다.

고민을 한다는 건 이 싸움이 할 만 하다는 뜻이고, 그건 다시 말해 복면인의 무공이 청성파 제자들에게 먹힐 만 하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쓰러뜨리지 못하더라도 호각 지세를 이뤄주기만 한다면 병사들의 사기는 오를 것이고, 한꺼번에 쓸어버리면 될 일이었다.

결국 중요한 건 저들이 싸움에 뛰어드느냐 마느냐의 문제였다.

그 때 복면인에게서 처음으로 나직한 목쇨가 들렸다.


"돈은 됐고, 청성검을 주시오." "뭐라고?"


좌두곤은 갑자기 눈 앞에 있는 복면인의 정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한낱 용병이 돈을 거부하고 명문 정파의 보물을 원한다는 건 흔한 일은 아니었다.

가치가 매우 높은 보물이라 해도 정파의 물건은 어디 가져다가 팔 수도 없고 결국 주인에게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강호에서 정파의 보물을 부정한 방법으로 가져봐야 처분할 곳이 없는 것이다.


'이 자는 대체 뭐 하는 놈인가. 무슨 목적으로 청성검을 원하는 거지?'


복면인은 좌두곤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품에서 곤봉을 하나 꺼내 들더니 뒤를 보며 고갯짓을 했다.

그러자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비슷한 복면을 쓴 자들이 여럿 뛰어나와 전투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었다.


"그럼 거래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겠소. 당신은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복면인의 이유없는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 지는 알 길이 없었지만, 피신하라는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진 가민이야 나이는 먹었어도 한 때 정사 대전의 선봉에 섰을 정도의 무공이 있지만 좌두곤은 그저 칼이나 몇 번 잡아본 학사일 뿐이었다.

난전이 벌어진다면 아군에게 방해만 될 뿐인 존재였다.


"그럼 믿고 있겠소. 일을 마치면 청성검을 찾으러 오시오."


복면인은 웃으며 상청궁의 제자들과 진 가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복면 탓에 보이진 않아도 복면 안에서는 그의 살기가 타오르듯 피어오르는 것이 멀리서도 느껴질 정도였다.

전장에서 수없이 죽음을 겪었던 진 가민이 먼저 고수의 냄새를 맡았다.


"저기 좌두곤의 군대가 오고 있소. 만만치 않은 녀석들이 있는 것 같은데."


복면인은 천천히 걸어오다가 갑자기 몸을 날렸다. 돌진과 쾌검이 주무기인 무명에게도 뒤지지 않는 섬광 같은 속도였다.

복면인이 곧게 내지른 곤봉은 진 가민의 앞에 서 있던 제자 둘의 어깨와 목을 강타한 후, 진 가민의 눈 앞까지 이르렀다.

오랜 추격전으로 지쳐 있던 진 가민은 벼락같은 속도로 날아오는 곤봉을 피할 생각도 하지 못 했다.

막힘없이 흐르는 장강의 물결처럼 진 가민의 인중을 향해 날아오는 곤봉을 쳐낸 건 백수가 펼친 청성파의 비전 장법인 등룡장(登龍掌)이었다.

좌두곤 측의 낌새가 심상치 않아 그 쪽을 주시하고 있던 백수는 미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복면인에 신경이 쓰였고 그를 주시하고 있었기에 그의 엄청난 공격을 받아낼 수 있었다.

그렇기는 해도 복면인이 좌두곤과 진 가민 사이의 열 장 정도 되는 거리를 한 두 발의 도움 닫기로 순식간에 뛰어올라 도달하는 속도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복면인은 회심의 기습이 빗나가자 다시 뒤로 다섯 장을 튕겨 나갔다.

실로 신비한 보법에 놀라운 속도였다.

복면인 또한 갑자기 나타난 백수의 반응 속도와 장법의 위력에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살면서 기습 선공에 실패한 적이 없는 그로서는 시작부터 계획에 차질이 생긴 셈이었다.


"에잉, 뭐야. 저 쪽에 이상한 놈이 있는데?"


기습에 실패한 복면인의 주위로 다른 복면인들이 모여들었다.


"그래서 어쩔라구, 그냥 갈 거야?"


"미쳤냐? 여기까지 와서 허연 보자기까지 쓰고 다녔는데 손에 뭐라도 들고 돌아가야 늙은이들한테 면이 서지."


기습에 실패한 복면인이 다시 곤봉을 고쳐 쥐었다. 이제부터 제대로 싸우겠다는 그만의 신호였다.


"피바람은 피하려고 했는데 어쩔 수가 없네."


복면인의 놀라운 속도에 잠시 당황했던 진 가민과 사제들도 다시 상황을 파악하고 진형을 갖추었다.

이제 좌두곤의 병사들과 한 무리의 복면인들, 그리고 그들에 대적하는 진 가민과 백수, 청성파 노제자들의 싸움이 한 바탕 벌어질 전장이 마련된 것이다.

그 때, 곤봉을 든 복면인이 자신의 곤봉으로 진 가민을 가리키며 엄청나게 큰 소리로 외쳤다. 목청이 얼마나 큰지 청성산 전체가 쩌렁쩌렁 진동을 했다.


"여기가 장 도릉과 범장생이 도를 닦았던 성지라 하던데 여기서 피바다를 만들어서야 되겠나? 대표가 나와서 실력을 겨루어 승패를 결정하는 게 어때?"


호기롭게 외치는 복면인의 목소리가 마치 수백 명의 함성처럼 온 산을 뒤흔들었다.

좌두곤의 병사들은 복면인의 배짱에 환호를 보냈는데 반해, 진 가민 진영에서는 웅성 웅성 속삭이만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조금 전의 기습을 보면 보통 내기가 아니외다. 방심은 금물이요."


"진 사형은 기습을 당해 몸이 성치 않은 것 같은데 사형을 내보냈다가 지기라도 하면 낭패 아니겠소?"


제자들은 선뜻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쭈뼛거렸다. 한낱 목숨이 아까워 주저하는 것은 아니었다. 상대의 실력을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괜히 자신이 나섰다가 패하기라도 하면 아주 곤란한 상황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냥 싸움을 벌여도 호각의 접전이 될 텐데 괜히 상대의 도발에 응했다가 만약 패하게 된다면 한창 달아오른 승기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었다.

진 가민 또한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한 발을 내딛기가 힘들었다.


'복면인의 무공이 예사롭지 않은 데다 난 부상까지 입었으니 승산이 그리 높지 않다.

그렇다면?'


조금 전처럼 백수를 이용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위험 요소가 있었다.

백수가 나서서 져도 큰일이지만 혹시나 이기면 제자들의 신임이 모두 그에게로 갈 것이 두려웠다. 진 가민에게는 문파의 전권을 장악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무림맹 같은 큰 세력에서 끼어들기 전에 좌두곤의 세력을 진압하고 청성파 운영의 전권을 속히 장악하고 싶은 것이 진 가민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뭐야 노친네들이 쫄았냐? 오줌 쌀 거면 저쪽 숲에 가서 싸라. 냄새 나니까."


진 가민은 제자들의 동요하는 모습을 보면서 복면인을 가만히 노려보았다. 허세와 도발을 적절히 섞을 줄 아는 자였다.

게다가 무공 또한 평상시의 자신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것 같은 고수다.

진 가민의 오랜 고민을 끊어준 것은 이번에도 백수였다.


"내가 보니 지금 그 쪽 대가리 수가 많은데 우리가 이겨도 약속을 지킬 거라 어떻게 믿나?"


복면인이 흥미롭다는 얼굴로 백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백수도 지지 않고 복면에 뚫린 눈 구멍을 노려보았다.


"일단 병사를 뒤로 물려! 그리고 싸울 사람만 여기로 다시 오기로 하지."


복면인은 끙 하는 신음 소리를 냈다. 거의 다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초를 치는 녀석이 나타난 것에 기분이 상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복면인은 남의 밥그릇 싸움에 목숨을 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일기토 라는 건 허세에 하나 뿐인 목숨을 걸고 자빠진 녀석들이나 하는 짓이었다.

복면인은 일대일 대결을 요청해 진 가민을 끌어내고, 기회를 봐서 협공으로 죽인 후, 전장을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좌두곤의 의뢰도 진 가민만 잡으면 된다 했으니 굳이 많은 피를 흘릴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왠 어린 놈이 하나 튀어나오더니 사사건건 자신의 계획에 훼방을 놓고 있었다.


'싸움은 왠만큼 하는 것 같고 내 계략을 꿰뚫어보고 저러는 거라면 잔머리도 보통이 아니네. 까다롭게 되었구만.'


일기토를 하자는 말은 본인이 먼저 꺼냈기 때문에 이제 와서 무르기도 어려웠다.

이제 노릴 건 저 쪽에서 진 가민이 나오고 어떻게든 자신이 그를 죽이거나, 부하들을 잠복시켜 비습이라도 노리는 방법이었다. 이 계책도 저 쪽에서 진 가민이 나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니 그럴 때를 대비한 비책도 세워둬야 했다.


"아, 머리가 아파지는구만. 짜증나네..."


한 편 다시 모인 진 가민과 제자들도 고민이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기 어려워진 진 가민은 백수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청성파의 운명이 걸린 일이라 대협의 도움을 청하지 않을 수가 없겠소이다.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청성파의 기본기부터 절세 비기를 다 알고 있다는 건 청성파와 관계가 있는 사람이라는 건데, 이런 위기에 청성파와 제자들을 그냥 내버려두진 말아주시오."


예의바른 말투긴 하지만 결국 자기 대신 나가서 싸워 달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건 사실 백수가 원하던 말이었다.


"좋습니다. 제가 나가겠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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