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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실세 왕백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암사
작품등록일 :
2022.06.14 22:05
최근연재일 :
2024.02.25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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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81,133

작성
22.08.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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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옳은 길로 가지 못한다면 승리라도 손에 쥐어야 하는가(2)

안녕하세요.




DUMMY

청성산의 중턱에 위치한 상청궁 내부에는 이 백명에 이르는 무사들이 기거하고 있었다. 그들을 위한 식솔과 음식을 만드는 조리사들까지 합치면 삼 백이 넘는 대인원이 거대한 궁전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았다.

상청궁에 별안간 좌두곤의 병사들이 들이닥친 건 자정이 넘어갈 때 쯤이었다. 수 백의 병사가 상청궁을 포위하고 궁 주변에 삼엄한 경비를 세웠다.

어리둥절해있는 노검사들 앞에 눈이 벌겋게 충혈된 좌두곤이 나타났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의 기습에 우리 노모께서 살해당했고, 제 아우는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 일단 방비 태세를 갖추고 반격의 기회를 노릴 것이니 노선배들께서는 혼란스러우시더라도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맘에는 안 들어도 공동 장문인을 맡아 문파를 잘 운영해오던 좌두곤이었다. 그리고 어찌 됐든 장문인의 모친이 기습을 당해 사망했다는 건 청성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었다.

무인들은 제각기 가진 무기를 치켜들고 분노를 담은 포효를 내질렀다.


"대체 어떤 놈이 감히 청성파 장문인의 모친을!!"


"어디의 누구인지는 아직 모르는 겐가?"


좌두곤은 한결 차분해진 음성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잠결에도 무기를 들고 나온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리 태평성세 십 년에 술에 찌들었다 해도 정사 대전에도 참가했던 검귀들의 감각은 무뎌졌을 지언정 사라지진 않았다.


"아직 모릅니다. 그걸 알기 전까진 섣불리 행동에 나설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답답하시겠지만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진상을 바로 파악하겠습니다."


"진 사형은 무사하신가?"


좌두곤의 눈썹이 자신도 모르게 꿈틀거렸다. 지금 여기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면 안되었기에 좌두곤은 슬쩍 고개를 돌렸다.


"장문인 댁에도 사람을 보냈습니다. 곧 기별이 올 것입니다."


"알겠네."


수염이 희끗희끗한 노검사는 다행히 더 캐묻지 않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좌두곤은 상청궁 입구에서 심복인 주수와 일봉을 불렀다.


"진 가민이 상청궁에 들어오지 못하게만 하면 된다. 상청궁 안 쪽으로 수비벽을 좁혀라.

문제는 상청궁 안의 늙은이들이 밖으로 나가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독궁과 화벽으로 그들의 출궁을 막아야 한다. 어차피 산 외부에도 병사가 있으니 진 가민을 산을 빠져나가지 못한다.

그는 분명히 상청궁 진입을 시도하려 할 것이다. 살려두지 않아도 되니 손속에 정을 두지 말아라."


주수와 일봉은 안광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 초병의 외침이 들려왔다.


"침입자다!!"


주수와 일봉은 자신의 무기인 쌍검과 장창을 들고 초병의 외침이 들린 곳으로 향했다.


상청궁으로 들어가기 위한 첫 번째 돌파를 시도했던 백수와 진 가민 일행은 예상을 넘어선 적의 숫자와 독궁에 벽력탄까지 갖춘 저들의 준비에 깜짝 놀라 다시 숲으로 후최했다. 진 가민은 이미 부상을 입은 상태였고, 무명과 천명, 허성은 오밤중에 잠도 못 자고 말을 달린 후라 집중력이 흐트러져 있었다.

폭발에 그을린 소매를 잡아뜯으며 무명이 말했다.


"만만치 않군요. 대비가 철저합니다."


"역시 좌두곤이라는 자, 보통이 아니네. 이리 된 거 구 대협과 허 도사가 미끼가 돼줘야 겠소. 허 도사가 진 선배의 장포를 입고 좌측으로 빠지시오. 무명과 천명이 허 도사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호위 잘 해주고.

난 진 선배와 함께 방비가 허술한 곳을 찾아 돌파해보겠어."


무명은 백수와 함께 가고 싶었지만 여러 사람이 있는 앞에서 단주의 명에 반기를 들 수는 없었기에 말없이 검을 빼들었다.

지금의 백수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내공과 강호의 모든 무공 지식을 머리에 담고 있으니 무명이 생각하는 수준 이상의 무공을 갖추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명은 왠지 자신의 주인을 그냥 둘 수 없었다.

백수는 가끔 지나친 배짱을 부릴 때도 있고 모든 것을 건 위험한 도박판을 겁없이 벌일 때도 있었다.

이번의 선택은 실패한 도박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허성과 무명, 천명은 적당히 모습을 드러내며 수비병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러나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좌두곤의 병력들은 멀리서 화살을 쏘거나 폭탄을 던질 뿐, 직접 추격에 나서지 않았다.

이러면 백수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는 것이었다. 좌두곤은 상청궁의 수비에 약한 틈이 생기는 것을 경계하고 있었다.


"이러면 시선을 끄는 의미가 없군요. 차라리 우리가 한 점을 뚫어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무명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구 천명과 허 성은 뛰어난 무인이었지만 저 많은 숫자의 병력이 진형을 갖추고 있는 곳에 대놓고 부딪혀서는 승산이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백수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무명은 당장 백수 일행에 합류해야 하는지 아니면 아대로 양동작전을 계속해야 하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무명이 고민에 빠져 있는 사이에 슈슉하는 바람 소리와 함께 나뭇잎 모양의 암기 몇 개가 그들이 숨어 있는 풀숲으로 날아들었다.

세 사람은 몸을 날려 암기를 피한 후, 싸울 준비를 갖추었다. 무명이 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산개합시다! 일단 적을 유인하면서 궁 밖으로 유인하시오."


좌두곤의 심복 주수의 암기 살엽편(殺葉片)이 연달아 무명과 천명을 향해 날아들었다. 진 가민의 역할을 맡은 허 성은 되도록이면 적들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유리했기에, 무명과 천명이 틈을 노리다 주수가 다가왔을 때, 풀숲 밖으로 뛰쳐 나갔다.


"자리를 지켜라!"


주수는 양 소매에서 팔 만한 길이의 창을 꺼냈다. 창은 양쪽 끝에 긴 칼날이 달려 있는 독특한 형태의 무기였다. 주수가 양 손의 창을 빠른 속도로 돌리며 아래로는 살엽편을 끊임없이 던져대니 무명과 천명은 다가가기 쉽지 않았다.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구도장파의 팔신도검법(八身刀劍法)을 제대로 사용해 볼 기회인 것 같군요."


구 천명은 등에 찬 묵직한 참마도를 한 손으로 꺼내들고 다른 손에는 끝이 뾰족한 단검을 잡았다. 날의 옆면이 넓직한 참마도는 날아오는 암기를 쳐내기에 편리했다.

참마도의 날을 옆으로 세우고 암기를 쳐내며 조금씩 전진하던 천명은 갑자기 들고 있던 참마도를 주수를 향해 집어 던졌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참마도가 땅에 박혔고, 주수는 간발의 차로 큰 칼을 피했다.

그 사이 천명은 이미 참마도를 잡았던 손에 날이 얇은 날렵한 검을 쥐고 있었고, 깜짝 놀란 주수는 천명의 쾌검과 서너 합을 교환한 후 급히 뒤로 물러섰다.

주수의 무기 또한 근접전에서 사용하기 편한 짧은 창이긴 하지만, 언제든 휘두르고 베고 찌를 수 있는 천명의 검은 한 보 거리에서, 끝이 날카로운 짧은 단검은 육박전 거리가 되었을 때 유리했다.

즉, 주수가 유리한 한 보에서 두 보사이의 거리만 천명이 주지 않으면 계속해서 주수에게 불리한 싸움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상당한 고수로구나. 자신에게 불리한 자리는 절대 내주지 않고 유리한 위치는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 진 가민이 용병을 불러들였나?

지금은 상황이 불리하니 일단 뒤로 물러선 후 상황을 봐서..'


하지만 주수의 고민은 오래 가지 못 했다. 눈 앞의 천명에 신경을 쓰느라 뒤로 돌아보지 못헀던 주수가 특기인 빠른 돌진으로 다가오는 무명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이었다.

켁 하는 단말마와 함께 주수의 목이 반 쯤 잘린 채 덜렁거리며 바닥에 떨어졌다.

지휘관을 도우러 가야 하나 고민하던 주수의 병사들은 순식간에 벌어진 사태에 어찌 해야 할 지 모르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그 때 어디선가 주먹만한 검은 구체 하나가 날아와 바닥에 박혔다. 그와 동시에 구체에서 수십 개의 침이 튀어나와 무명과 천명을 덮쳤다.


"윽, 제기랄!" "다시 숲 속으로!!"


오랜 시간 전장을 떠돌았던 무명도 처음 보는 무기에 당황하여 숲 속 깊숙한 곳으로 몸을 피했다. 무명은 정강이와 복부와 몇 개의 침이 꽂혔고, 천명은 대부분의 침을 팔로 막아냈으나 가슴과 목에 서너 개의 침이 박혔다. 몸 상태를 보아 다행히 독은 없는 것 같았다.


"저런 무기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화약을 이용한 걸까요?"


"나도 모르겠네. 그래도 여러 전장을 다녔다고 자부했는데 저런 무기는 처음 보는군."


하얀 복면을 쓴 무사들과 모습을 드러낸 일봉은 주수의 시체를 보고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이 망할 놈들이... 네 놈들은 죽어서도 청성산을 떠나지 못할 것이다.

네 놈들 혼까지 빨아내서 상청궁 기둥에 박아넣어주지."


일봉의 눈짓에 하얀 복면을 쓴 자들이 각자의 무기를 들고 숲 속으로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상청궁 뒷편에서 술렁이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뭐야, 저 청년은..." "설마 우리 청성파의...?"


싸워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여긴 백수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계책을 생각해낸 것이 바로 이 방법이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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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권력의 달콤한 맛 22.10.05 402 5 9쪽
108 이름을 알리다 22.10.04 407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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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이름을 알리다. 22.09.20 512 8 9쪽
97 제대로 훈육할 생각이라면 매를 들어야 한다 22.09.20 503 8 9쪽
96 진창에 발을 들였으면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2) 22.09.16 571 8 11쪽
95 진창에 발을 들였으면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1) 22.09.15 551 7 8쪽
94 날아오르려면 땅을 박차야 한다 22.09.14 583 9 10쪽
93 와호장룡(臥虎藏龍) 22.09.13 598 5 14쪽
92 들개 떼의 눈에 띄다 22.09.12 609 6 13쪽
91 와신상담(臥薪嘗膽) 22.09.11 606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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