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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

테시스의 삼엽충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걓디
작품등록일 :
2019.06.18 21:56
최근연재일 :
2019.09.16 01:23
연재수 :
5 회
조회수 :
355
추천수 :
11
글자수 :
16,934

작성
19.09.16 01:23
조회
38
추천
3
글자
9쪽

위기가 지나면 폭풍이 오는 법

DUMMY

"선호!"


"오, 안킬로바이트. 무슨 일 있어?"


지난 일을 계기로 안킬로바이트는 약간 콧대가 꺾였는지 일반 삼엽충인 내게도 제법 친근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고난을 함께 한 전우.


뭐 그런 느낌인 것 같다.


내가 대학원 간다고 군대도 안 가고, 전쟁은 텔레비전이나 책으로만 봤지만 나름 전우라는 부분에서 이해는 하게 된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지난 그 일이 정말 전투라고 할 수 있는 걸까 싶기도 하고.


참 애매했다.


"별 일은 아니야. 같이 식사나 하자고."


"어, 식사 좋지."


안킬로바이트가 꾸물꾸물거리며 바닷물에 떠다니는 플랑크톤을 냠냠 소리를 내며 먹기 시작했다.


이에 질 새라 후읍 소리를 내며 플랑크톤을 발아 들이자 처음에는 어색했던 그 맛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진짜 맛이 느껴지느냐 물으면 조금 느낌은 달랐지만.


"밋밋이는?"


"글쎄, 요즘 워낙 인기 있는 분이라."


"그렇군. 그런 용기있는 삼엽충이 인기가 있는 건 역시 당연한 일이니까."


용기하면 안킬로바이트 역시 부족함이 없겠지만 내심 그는 밋밋이를 신경쓰는 것 같았다.


단순히 동료, 전우, 뭐 그런 느낌을 넘어 마치 이 세상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단짝처럼.


비유를 하자면 사마의와 제갈량, 리차드와 살라딘. 그런 느낌 아니겠나?


"선호도 역시 당연한 이야기지만 밋밋이와도 크게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난 나쁠 것 없지. 친구가 많아진다는 건 그만큼 자신을 이해하는 이해자가 늘어난다는 말이니까."


사람일 때는 이런 말을 하면 오글오글거렸겠지만 지금 눈 앞에 있는 이 삼엽충 친구들은 모두 내 말을 멋있다, 굉장하다, 똑똑해보인다.


그런 평가가 주를 이루었다.


약간 과장을 섞으면 모두 나를 선생님으로 봐주는 느낌이었다.


하긴, 내가 보통 삼엽충보다 똑똑한 삼엽충이기는 하니까.


"선호와 있으면 많은 것을 배우는 것 같아. 정말 지금까지의 삼엽충생에 있어서 선호같은 삼엽충은 처음이야."


"고마워. 나도 많은 삼엽충을 만난 건 아니지만 안킬로바이트는 정말 정의롭고 차별 없으면서 모두의 존경을 받아 마땅한 삼엽충인 것 같아."


그렇게 칭찬을 하자 안킬로바이트가 새삼 쑥쓰럽다는 듯이 몸을 부들부들 비틀기 시작했다.


그 멋진 뿔을 가진 삼엽충이 이렇게나 몸을 비트니 귀엽기도 하고, 조금 안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에잇, 꺼져라 이 아무것도 없는 밋밋한 놈!"


퍽 소리와 함께 한 삼엽충의 비명이 들려왔다.



"무슨 일이지?"


안킬로바이트가 몸을 베베 꼬다가 소리가 들린 쪽으로 몸을 잽싸게 돌렸다. 정말 천상 장군에 알맞은 삼엽충이다.


멋지게 생기기도 했고.


"이봐, 너희들!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저 삼엽충이 아파하잖아!"


안킬로바이트가 소리를 낸 삼엽충에게 다가가 옆갈기로 그를 쓰다듬었다.


"흥, 눈싸움 좀 한다고 잘난 척 하는 녀석이잖아? 뿔도 별로 안 멋진 녀석이 말이야."


참을 수가 없었다.


아니 무슨 뿔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것이 달려 있는 녀석이 안킬로바이트의 뿔을 욕하다니!


"내가 뿔도 없기는 하지만 안킬로바이트보다 멋진 뿔을 가진 삼엽충은 없어. 네놈들 따위가 우습게 볼 수 있는 뿔은 결코 아니지."


약간 떨리기는 했지만 지들이 삼엽충이지 아노말로카리스는 아니니까 어떻게 하겠어?


그런 생각으로 대들어 보았다.


"어쭈, 뿔도 없는 녀석이 말이야."


"아, 이 녀석 본 적 있어."


껄렁껄렁 외뿔의 삼엽충이 마치 비웃듯이 물거품을 뽀글뽀글 양 옆에서 뿜어냈다.


"아, 그."


"그래, 그."


그?


"전에 그."


"알아, 그."


아무래도 삼엽충이라 기억력이 나빠서 저러는 것 같다.


"지금같은 시기에 모든 삼엽충이 함께 강적에 대비해야 하는 시기에 무슨 짓이지?"


"흥, 잘난 척 하지 마라! 네깟 녀석이 대장이라도 된 것처럼 나서지 말라고!"


잔잔한 뿔을 가진 녀석이 앞으로 나서며 안킬로바이트에게 대들었다.


하지만 우리의 용감한 안킬로바이트는 결코 굴하는 법이 없다.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당당히 그에게 맞서는 모습.


정말 멋진 삼엽충이야.


"내가 대장이라고?"


안킬로바이트가 앞으로 불쑥 나서 외뿔의 삼엽충을 머리로 밀었다.


"근데 대장이 무슨 말이지?"


"모르는데 아무튼 그런 느낌이 들어서."


외뿔 삼엽충이 조금 미안한 느낌으로 몸을 비틀었다. 옆의 녀석에게 묻는 것 같지만 옆에 있는 녀석도 잘 아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여튼 삼엽충이란.


"어쨌든 정말 마음에 안 드는 녀석이야, 너란 놈은!"


"그래? 그렇다면 어디 한 번 결투라도?"


안킬로바이트가 당당하게 앞으로 나서서 두 삼엽충에게 그 웅장하고 멋진 뿔을 자랑했다.


"아니, 그런 말은 아니고."


"막상 붙자니 두려운 건가?"


"에잇, 잘난 척 하지마! 다음에 두고보자!"


그렇게 시비를 걸었던 두 삼엽충들은 최대한 빠르게 도망가기 시작했다.


"안킬로바이트, 내가 잘 아는 건데 적을 만들어서 좋을 건 없어."


"적? 하지만 지금 시대에 우리끼리 다퉈서 좋을 건 없지. 모두가 합심해야만 아노말로카리스에 대항할 수 있단 말이야."


"아, 그건 맞지."


정말 생긴 것도 그렇지만 너무나도 정의로운 우리의 안킬로바이트. 피에라브라스라 속으로 생각했지만 이거 다른 별명도 좀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윌리엄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


시간이 갈수록 아노말로카리스의 위협을 이겨냈다는 안도감이 삼엽충 무리들에게 더욱 편안함, 그리고 위안을 주면서 뿔 없는 삼엽충에 대한 차별, 그리고 더 멋진 뿔이 있는 삼엽충들의 권위는 하늘을 높은줄 모르고 높아져만 갔다.


분명 지난 회전에서의 영웅인 안킬로바이트는 존경을 받고는 있었지만 한 편으로 그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알게 모르게 그를 비웃고, 욕하는 무리가 점차 늘어만 갔다.


안킬로바이트는 전혀 연연하지 않았지만 선호의 마음에는 초조함이 더해졌다.


"역사를 열심히 배우기를 잘 했어."


마치 그리스의 그 정신 나간 민주주의를 보는 느낌이랄까?


잘난 놈은 질투와 시기를 받으며 쫓겨나는 그런 전개. 딱 그 느낌이었다.


또 다른 영웅이었던 밋밋이는 더욱 대우가 나빠졌다.


한 뿔 하는 삼엽충들은 은근히 그를 무시했다.


'뿔도 없는 녀석이.'


딱 그런 느낌.


뿔 있다고 강한 삼엽충도 아닐진데 어째 이런 대접인지 곰곰이 생각을 할 필요도 없었다.


이 놈들 그냥 그리스다.


그것도 아테네.


질투와 시기가 몸과 마음을 점령한 녀석들 같으니라고.


이런 부당한 대우에 밋밋이는 오히려 떨떠름하기만 했다.


자신의 이익이나 지위를 찾는 녀석이 아니라 그런지 오히려 그런 시선이 부담이 되고, 어떤 면으로는 신이 나기도 했던 모양이다.


"요즘 다들 날 보는 시선이 이상해. 갑자기 내가 뿔이라도 생긴 걸까?"


"즐겨. 나름 좋은 일이니까."


밋밋이와 안킬로바이트와 친하게 지내는 선호의 대우도 다소 나빠져 있었다.


권력자의 곁에 있는 참모에 대한 눈빛이 딱 이런 것이 아니겠나?


그래 네 녀석들이 현대인의 무엇을 알겠니?


그렇게 생각하는 선호였지만 역시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뜨거운 사랑을 나눴던 돈까스 역시 선호에 대해서 취급이 영 애매해져 있었다.


"아기들,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넌 빠져."


삼엽충의 양육법을 관찰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그런 것을 보여주는 것을 용서치 않은 모양이다.


"내 아이들이니까 내가 책임지겠어!"


하지만 돈까스는 용서하지 않았다.


그리고 돈까스는 멀리멀리 떠났다.



이 문명도 없고, 지능과 이성도 없는 세상에 공동의 위기를 아직 옳게 벗어난 것도 아닌 상황에서의 분열이 선호의 촉각을 뜨끔뜨끔 찔렀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지만 안다고 해서 저 무리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방법을 찾는다면 역시 역사에서 찾아봐야 하지 않겠나?



스파르타쿠스?


삼엽충이 삼엽충을 죽일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레닌처럼?


삼엽충의 지능이 과연 그런 인식을 만들 수 있을까?


크롬웰은 어떨까?


아, 왕이 없지.


정 안 되면 히틀러의 예는 어떨까?


「삼엽충은 우월한 번식력과 환경 적응력을 갖춘 지구 최고의 생물이며, 아노말로카리스는 우리 삼엽충을 위협하는 악마의 자손이다!」


나름 괜찮은 것 같기는 한데 선호같은 일반인 중의 일반인이 어디서 그런 카리스마가 나오겠나?


뭔가 해야된다고 생각은 드는데 딱히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


작가의말

오랜만에 쓰려고 지난화를 봤다가 주 1회 연재 해본다고 적어놓은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콩알 만한 분량에 월간 연재 삼엽충 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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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가 지나면 폭풍이 오는 법 19.09.16 39 3 9쪽
4 삼엽충 회의, 그리고 의지의 삼엽충. 19.08.03 66 2 8쪽
3 진정한 지배자의 등장 +2 19.06.28 56 2 8쪽
2 삼엽충이 되었다, 짠! 19.06.19 68 2 8쪽
1 시베리아로 간 고생물학자 +1 19.06.19 122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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