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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

테시스의 삼엽충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걓디
작품등록일 :
2019.06.18 21:56
최근연재일 :
2019.09.16 01:23
연재수 :
5 회
조회수 :
350
추천수 :
11
글자수 :
16,934

작성
19.06.28 01:30
조회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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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8쪽

진정한 지배자의 등장

DUMMY

"모두 도망쳐! 아노말로카리스다!"


한 삼엽충이 소리 지르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도망 가봐야 어차피 삼엽충이라 좀 그렇긴 하지만.


"꺄악 난 아직 죽기엔 어려!"

"난 먹지마! 난 너무 멋진 뿔을 가지고 있단 말이야!"


비명을 지르며 삼엽충들이 우왕좌왕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라 그것보다 왜 여기서 아노말로카리스가 아노말로카리스인 거지?


엄습하는 포식자, 그리고 피식자의 원초적 공포로 야기되는 대혼란에 선호는 밋밋이를 순간 놓쳤다.


"밋밋아, 어디 있어?!"


소리를 질렀지만 밋밋이는 보이지 않았다.


아노말로카리스라면 분명 고생대의 지배자.

그리고 멸종은 분명 실루리아기 언저리······ 였나?

아, 조금 잘 들어둘 걸 그랬다. 박사라는 놈이 말이야!


어쨌든 허공, 그러니까 삼엽충들이 기어다니는 곳보다는 높은 곳에서 마구 물살을 일으키며 아노말로카리스가 먹이감을 노렸다.


"전 먹지 마세요. 독이 있답니다!"


한 삼엽충이 아노말로카리스를 향해 이렇게 외쳤다.

무슨 지가 개구리도 아니고 저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역시 끽해봐야 삼엽충의 뇌가 삼엽충 수준이지 싶었다.


"내가 이 뿔로 저 녀석을 잡겠어!"


아까 결투를 하던 삼엽충이 자신의 뿔을 휘둘렀다. 휘둘러봐야 삼엽충이지만.


하지만 아노말로카리스는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며 주변을 배회할뿐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었다.


"뭐야, 사냥을 하러 나온 게 아닌가?"


선호가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아노말로카리스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았다.


"바보야. 저건 어떤 삼엽충이 가장 맛있고 만만할지 살피는 거잖아."

나름대로 앙칼진 목소리······라고 해야하나. 어쨌든 그런 것이 들려왔다.

돈까스.PNG

소리? 아무튼 그런 것이 난 방향을 돌아보자 양쪽으로 깃을 길게 늘어뜨린 삼엽충 하나가 선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게 그냥 살피고 있는 거라고?"


"그래. 어차피 우리 같은 삼엽충 따위는 아노말로카리스에게 대적할 수 없어. 그럼 가장 맛있는 녀석 하나를 잡겠다는 거야."


역시 어떤 생태계도 종 자체의 우열에서 이길 수는 없는 것이다.

교수님이 말씀하시기를······.


「인간이 지능으로 지구를 정복했다고 하는 말은 상당히 오만한 말입니다. 인간은 솔직히 말해서 지구 생태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이지요.」


당시엔 뜬금없는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절대적 위치의 포식자 앞에 놓인 맛있는 삼엽충이 되니 인간이던 시절이 살짝 그리워졌다.


아니, 상당히 그립다!


"얼른 피해. 어차피 너처럼 평범하게 생긴 삼엽충을 노리지는 않겠지만 혹시 모르잖아?"


깃을 길게 늘어뜨린 삼엽충······. 아마 암컷인 것 같다.


"좋아. 넌 깃이 길쭉하니까 길쭉이."


"삼엽충 등 터지는 소리 하지 말고 얼른 도망이나 쳐!"


앙칼진 목소리가 마치 대학교 1학년 때 만났던 소개팅녀가 생각났다.

하, 돈까스만 먹고 간 그 여자.


지금은 결혼해서 잘 살고 있겠지.


"좋아, 다른 이름이 생각났다. 넌 돈까스야."


"돈까스는 또 뭐야?"


돈까스와 함께 마구 달리자 드디어 사냥감을 확실히 정했는지 아노말로카리스가 삼엽충 하나를 물어 낚았다.


"아, 저 녀석이 걸렸네."


어느새 선호의 옆에 등장한 밋밋이가 혀를 차며······? 아무튼 그런 느낌으로 온몸을 저었다.


역시 삼엽충이라 고개만 젓는 것이 안 되는구나.


아무튼 아노말로카리스의 오늘 식사는 아까 결투를 하던 그 멋진 뿔이 달려 있는 녀석이었다.


고 앞에 하나 양 옆에 소뿔 모양 뿔 삼엽충의 명복을 빕니다.


"여, 밋밋이. 어디 갔었어?"


"조금 이리저리 치였지. 이름은 괜찮아?"


"아니라고. 난 선호라고."


선호가 부들부들 떨면서 밋밋이에게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불러달라 강조했다.


"선호? 밋밋이?"


돈까스가 흥미가 생겼는지 그들의 이름을 불렀다.


"그래 난 선호, 얘는 밋밋이. 내가 이름 붙여줬지."


"이름이 뭔데?"


"이름이란 개체의 고유 호칭을 얘기하는 거야. 있으면 서로 구분하기 편하거든."


"개체는 뭔데?"


돈까스가 고개를 갸웃······ 거린 것 처럼 보였다.


역시 불편하다. 고생대.


"나, 너, 그리고 밋밋이. 이렇게 구분되는 삼엽충 각각을 개체라고 하지."


"흠. 그렇구나. 그러면 호칭은 뭐야?"


"부르는 이름."


"이름이 뭐냐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사전 좀 열심히 볼 걸.

이과라서 어쩔 수 없나?


§


"아까 그 뿔 삼엽충의 일은 참 안타까웠어."


"안타까울 일이 있어? 어차피 삼엽충이 아노말로카리스한테 먹히는 거야 일상이잖아?"


선호가 꼬리를 말아보며 말했다.


"어쩜 넌 그렇게 야박하게 말 하니?"


돈까스가 선호를 향해 타박하듯 소리쳤다. 뽀글뽀글.


"뭐야, 고작 그런 일로 화를 내고 그래?"


오히려 그것을 받아친 것은 밋밋이였다.


"어쩜, 우리 동지가 죽었는데 슬프지 않아?"


오, 슬프다는 감정도 있는 것인가?


"슬프지. 하지만 우리 삼엽충 동지들은 매일 엄청나게 태어나고 있어. 떠난 친구를 보내주고 새로운 동지를 맞이하는 것이 우리 삼엽충들의 숙명이라 생각하지 않아?"


뭔가 미묘하게 상당히 어려운 단어들이 들어가 있었다.

이름이나 호칭은 모르는데 잘도 숙명은 아는구만.


"너희는 정말 매정한 녀석들이야!"


돈까스가 화를 낸 것 같다.


"참 별 게 다 슬프네."


밋밋이도 약간 화를 냈다.


서로 다시 볼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돈까스가 다시 빙글 돌아 이쪽을 향했다.


"그대로 가는 거 아니었어?"


"갑자기 알이 나올 것 같아!"


오우 이것은 대체!


§


여기에 와서 뜬금없이 삼엽충의 배란을 만나게 될 줄이야. 상상도 못 했다.


"빨리! 알을 낳을 것 같아!"


"어떻게 하면 되는데?"


"짝짓기!"


햐, 야한 만화책도 이것보단 개연성이 철철 넘쳐 흐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밋밋아, 네가 처리해."


"난 아직 짝짓기 못 해."


긁적긁적.

손이 있으면 얼른 머리를 긁으며 뒤로 돌아서고 싶었지만 한참 민감해진 돈까스는 빙글빙글 주변을 돌면서 난리를 치고 있었다.


밋밋이 녀석 아직 어린 녀석이었구만.


저렇게 돈까스가 빙빙 돌고 있으니 피하기도 안 된다.


그리고 난 삼엽충의 짝짓기 방법을 모르지.

사람일 때도 못 해봤지만.


"어, 어떻게 하면 되는데?"


"짝짓기도 몰라?"


"몰라."


"하, 정말 도움이 안 되는 녀석들이잖아! 이리 와봐!"

선호X돈까스.PNG

돈까스가 마구 밀치며 들어오더니 선호의 아래를 향했다.

돈까스가 등의 돌기를 세워 선호의 배를 간질렀다.

오묘한 감각이 밀려오며 선호의 몸에서 무언가가 불쑥하고 밀려 나가는 것을 느꼈다.


"아, 아앗!"


그리고 불쑥 튀어나간 것이 두리번두리번 무언가를 찾더니 돈까스를 찔렀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산란관이었던 것이다.


"으아앗! 삼엽충! 산란관!"


자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고 선호가 외쳤다.


"저, 저. 그래도 나름 미삼엽충이라고 신났구만."


구경하던 밋밋이가 혀를 찼다.

흠, 미삼엽충? 이게?


그런 건 모르겠고 일은 금세 끝났다.

역시 절지동물이라 그런가.


그리고 돈까스가 몸을 털어 선호를 휙 하고 날렸다.


정신이 들었을 때, 선호의 머리 속에는 오로지 하나의 생각이 자리했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이 삼엽충이라니.

굴욕이다.


§


"거 수컷 삼엽충이 울고 그래!"


"안 울어!"


삼엽충이 일단 울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고, 아무튼 울고 있는 선호를 밋밋이가 위로했다.


"아무튼 이제 알은 낳았으니까 난 가볼께."


"어디를?"


선호가 떠나려는 돈까스를 불렀다.


"또 연이 있다면 만나지 않을까?"


돈까스가 그 치렁치렁 긴 깃을 휘날리며 떠났다.


저런 인사는 서부 영화 엔딩 장면에 쓰는 거 아니었나?


오늘도 혼돈의 고생대가 선호를 괴롭힌다.


작가의말

태어나서 처음 써보는 베드신이었습니다.

베드가 아니라 배드인가...?

당연히 삼엽충의 번식법은 모르기 때문에 곤충의 느낌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같은 절지동물문이니까 비슷할 거야.


홍보도 안 하고 2화까지밖에 안 썼는데 조회수가 나와서 놀랐습니다.

뭐야 이거 무서워...


선호작 눌러주신 분도 계시더군요. (긁적긁적)

제가 죄가 많습니다.


당분간 옆에 거 연참대전 때문에 다음 이야기는 언제 올라올지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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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삼엽충 이야기는 더 진행되기 어려울지도 모를 것 같습니다 19.11.25 33 0 -
공지 일하다 생각났습니다. 19.06.19 60 0 -
5 위기가 지나면 폭풍이 오는 법 19.09.16 38 3 9쪽
4 삼엽충 회의, 그리고 의지의 삼엽충. 19.08.03 64 2 8쪽
» 진정한 지배자의 등장 +2 19.06.28 56 2 8쪽
2 삼엽충이 되었다, 짠! 19.06.19 67 2 8쪽
1 시베리아로 간 고생물학자 +1 19.06.19 121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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