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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

테시스의 삼엽충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걓디
작품등록일 :
2019.06.18 21:56
최근연재일 :
2019.09.16 01:23
연재수 :
5 회
조회수 :
356
추천수 :
11
글자수 :
16,934

작성
19.06.19 01:13
조회
122
추천
2
글자
5쪽

시베리아로 간 고생물학자

DUMMY

"햐, 선생님 상상도 못 했습니다. 우리가 시베리아로 갈줄이야!"


"선호군, 비행기 내에서는 목소리를 좀 낮춰. 자는 사람도 있지 않나?"


장선호, 내 제일의 제자이자 고생물학 연구의 최고 파트너인 그는 인생 첫 해외여행, 그것도 학술 연구를 위한 여행에 한껏 설레임을 품고 있다.


마치 운동회 전날의 우리 아들같은 느낌.



시베리아로 가는 것은 별 일은 아니고 그저 연구를 위한 것이다.


시베리아는 고생대의 종말을 알리는 장소이면서도 그 지질적 특성 덕에 우리가 주로 찾을 화석의 발견은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웠지만 적어도 그 후로 등장한 육상 생물을 발견할 것은 크게 기대하고 있었다.


"와, 저기 보세요! 교수님, 교수님. 저기 눈 쌓인 거 멋지지 않습니까?"


어느덧 비행기는 러시아를 통과하고 있었다.


일단 시베리아가 목적지이긴 하나 반쯤 여행을 겸하는지라 랜딩은 모스크바. 그리고 열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향하기로 했다.


특히나 첫 해외인만큼 선호군에게는 나름의 감사 표시를 겸하는 것이기도 하다.


딱히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며 연구에 몰두하자는 말을 하긴 했지만 역시나 내가 짠 계획이 상당히 마음에 들 터였다.


"선호군은 모스크바에 가서 어떤 걸 제일 먼저 하고 싶나?"


"인증샷 찍어서 인★타에 올릴 거에요."


선호군이 신나서 올라간 입꼬리가 전혀 내려오지 못 하고 있다.


이럴줄 알았으면 석사 과정일때 세미나를 자주 데려가고 그랬어야 했는데.


연구비도 얼마 주지 못 하는 나를 교수라고 깍듯이 모시는 그에게는 지금까지 많이 미안했었다.


"하하, 인★타가 그렇게 재미있나? 나도 아들이 깔아줘서 있긴 한데."


휴대폰을 꺼내 아들이 깔아놓은 어플을 가동시켰다.


"에이, 교수님. 지금은 비행기잖아요? 인터넷 안 되요."


"아차, 그렇군. 그럼 나도 셀카 좀 찍어둬야겠군."


좋아. 선호군과 함께 비행기에서!


찰칵


카메라 어플의 촬영 소리와 함께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내가 잘못 했던 것은 아닌 것 같지만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


여객기가 아래로 향하지는 않을 테니까.



"교수님, 사랑합니다!"


선호군의 마지막 말에 눈물을 흘리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었다.


아, 아들 녀석 출장 돌아오면 수능인데.


§


눈을 뜨고 앞을 보니 마치 바다 속인 것 같았다.


부글부글 소리가 나며 지금 이곳이 바다라는 것을 더욱 강하게 알렸다.


'바다? 깊지는 않은 것 같은데.'


힘을 내서 고개를 위로 들어 보았지만 조금 꺾이는 것 외에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아, 얼른 나가야 하는데.'


힘을 내서 팔을 쭉 뻗어 보았다.


팔에 힘은 분명 들어갔지만 어째 높이는 변함이 없었다.


'뭐지?'


이제야 눈치 챈 것이지만 감각이 조금, 뭐랄까?


내 팔이 이렇게 많았나?



살짝 혼란한 와중에 앞을 보고 있는 시야가 조금 이상했다.


왜 나는 앞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상하다. 이상하다.


대체 뭐지?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사이 저 멀리 모래를 해치며 누군가가 달려오고 있었다.


바퀴벌레같이 생기기도 한 것이 조금 기분은 나빴지만 자신을 해칠 수 있지는 않을 것이다.



라고 생각은 했지만 점차 거리가 가까워지자 그것은 상상 이상으로 거대한 생물이었다.


'삼······ 엽······ 충······?'


삼엽충이··· 왜 있지······?


그것이 가까이 오더니 바스락바스락 소리를 냈다.


"삼엽, 삼엽."


그렇다. 삼엽충은 멸종된 것이 아니다!


너무나도 기쁜 마음에 덩실덩실 팔을 흔들었을 것 같긴 한데 마음과는 달리 그렇게 크게 움직이진 않았다.


잠깐, 방금 "삼엽, 삼엽."이라는 소리를 낸 건가?


삼엽충이 그런 소리를 낼 리가 없는데. 적어도 Tri, Tri.하고 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지. 그것도 라틴어니까 그런 소리도 문제가 심각해.


그럼 다른 쪽으로 생각을 고쳐보자.


음······.


에라 모르겠다. 일단 이 녀석을 가지고 가자.


그리고 팔을 뻗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눈 앞에 보인 것은······.



곤충의 다리같은 것이었다. 아래를 내려다 보려 했지만 눈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삼엽, 삼엽?"


부들부들 앞의 삼엽충이 떨면서 소리를 냈다.


"삼엽, 삼엽."


목소리 대신 이상한 소리가 나갔다.


'아, 이거 설마······.'



이상하게 많아진 팔과 들리지 않는 고개, 그리고 돌아가지 않는 눈.


결정적으로 이 눈 앞의 삼엽충의 은근히 자연스러운 태도.


그렇다, 개연성은 없지만 아무튼 내가 삼엽충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왕이면 공룡 연구를 할 걸 그랬다는 후회와 함께 고단한 삼엽충생이 시작된 것이다.


작가의말

고증이고 뭐고 다 때려부수고 마음대로 쓰는 믿으면 안 되는 정보들이 가득한 비과학 고생대 판타지.


暗靑談으로 쌓인 피로를 푸는 갑자기 튀어나온 이상한 아이디어.


아,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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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진정한 지배자의 등장 +2 19.06.28 56 2 8쪽
2 삼엽충이 되었다, 짠! 19.06.19 68 2 8쪽
» 시베리아로 간 고생물학자 +1 19.06.19 123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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