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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집 마법사는 멀리 내일을 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걓디
작품등록일 :
2019.04.01 15:27
최근연재일 :
2020.03.29 17:30
연재수 :
2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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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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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33,207

작성
19.11.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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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9쪽

부록 1. 우당탕탕, 여기는 에~스빠냐! (7)

많은 분들의 격려에 무한한 감사를! 앞으로 더 좋은 글로 보답할 수 있게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DUMMY

“그러니까 제가 살던 시대는 그 8세기라는 것이고, 지금은 20세기라는 말입니까?”


하이트가 대답없이 커피잔을 들고 홀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별난 일이군. 우리도 17세기에 태어난 사람들인데 그것보다 더 하잖아?”



카페에는 비틀즈의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에스파냐에 무슨 비틀즈냐며 디아고가 말렸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이 신청을 한 곡이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바르셀로나 인근······. 아니지, 지금은 바르셀로나의 시내지. 변두리기는 하지만. 그러니까 이 인근에서 바스크의 스키어볼라와의 전투 중에 어마어마한 폭발에 휘말려 죽었던 것 같아. 죽은 것도 아니긴 하네. 지금 멀쩡히 이렇게 내 눈앞에 있으니. 그것도 여자, 그것도 자기 여동생의 모습으로.”


“그럼 제 형제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천 년이 지났어. 산 사람일 것 같아?”


하이트가 새하얀 막대기 하나를 작은 금속제 상자에서 꺼내더니 어머나, 신기하게도 또 다른 작은 금속 네모난······. 그러니까 라이터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붙였다.


“아, 나도 하나만.”


길게 한 모금 빨아들인 하이트가 담배를 문 채로 금속 담뱃갑을 열어 하나 꺼내 디아고에게 건냈다.


“하지만 하이트도 이렇게 살아있지 않습니까?”


“난 사람 아니야. 몰랐어?”


엄청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하이트가 다리를 꼬며 재떨이에 담배를 내려놓았다.


“뭐야, 이젠 마도회도 아닌데 사람도 아닌가?”


디아고도 담배를 입에 물고 거기에 불을 붙였다.


“으이그, 냄새야.”


황보가 의자를 뒤로 밀어 물러나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사람이 아니라니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차피 여기 있는 사람들은 괜찮겠지. 난 드래곤이야. 흔히 말 하는 그 전설의 도마뱀. 그거.”


이런 엄청난 사실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자 한 사람을 제외한 다른 셋이 모두 표정이 굳었다.


“단체로 미쳤어.”


황보가 고개를 숙여 휘휘 흔들었다.


“맨해튼이 건설되던 시절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에 놀라면 안 되지.”


“꽤나 자세히 알고 있네.”


“우리 도시우스 컴퍼니의 정보력을 우습게 보면 곤란해. 그 정도 알아내는 건 장난이지. 디아고 디아고 디아고 디아고 디아고 디아고 디아고 디아고 디아고 디아고? 이게 사람 이름인가 싶었지.”


“아, 그거 조금씩 달라. 디아고Diago도 있고 디에고Diego도 있고 Thiago티아고도 있고 Thiagu티아구도 있고 좀 다양하다고.”


디아고가 발음은 좀 주의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강력하게 항변했다.


정작 본인도 완벽하게 자신의 이름을 안 보고 말한 일은 없었지만.


그게 몇 개로 된 이름인지도······ 잘 모르고 말이다.


“더럽게 개판인 이름이네.”


“이런 망할, 우리 아버지께 사과해!”


“아버지는 살아 계시고?”


“젠장. 너무 당연한 걸 물으니 화도 안 나는군.”


“보통 사람이었으면 이거 바로 머리에 총알 박히는 말이라고.”


황보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듯 싱글벙글 웃었다.


“아, 미안. 우리 아버지는 아직 살아 계셔서. 할아버지도 기억은 좀 오락가락 하지만 허리도 잘 펴지고.”


“대단한 집안이군.”


다시 한 모금 쭈우욱 당기고 디아고가 하얀 연기를 크게 내뿜으며 피식 웃었다.


“그럼 제가 죽었었다는 말입니까?”


“근데 여기 살아있네. 이리나도 먼 옛날에 이미 죽었는데 말이야.”


“말을 저렇게 이상하게 하는 것도 이해는 되는군. 프랑크인이면 프랑스어 쓰고 있다는 말이니까 내가 잘 못 알아듣는 것도 이상하진 않군.”


디아고가 재떨이에 남은 꽁초의 불을 푹푹 찍어 껐다.



이본의 입장에서 저것이 뭘 하는 것인지 참으로 모를 일이기는 한데 천 년 지난 이 세상에서는 평범한 것인 모양이다.


물론 그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고.



“저게 프랑스 말로 들려? 내 남편이지만 정말 너무하네.”


“아니야?”


“전혀 아니지. 백 년을 넘게 살고 있으면서 외국어 서너 개 정도는 좀 배워 둬야지. 시간도 많은데.”


“난 그런 취미 없어서.”


그 당당한 황보의 표정에 디아고도 마치 반격을 가했다는 듯이 아주 당당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서 제가 죽고 나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혹여 이에르가 슬퍼하거나 그 때문에 무슨 일이 있었다거나 하지는 않았습니까?”


“어, 그러고 나서 지방 영주들이 오만상 반기를 들고 나서서 나라가 두 쪽이 날 뻔했지. 와하하. 정말 그대로 작살나는 줄 알았는데.”


하이트가 애써 기억을 살린다는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전혀 생생한 기억이라는 듯이 자연스럽게 내뱉었다.


“나라가······. 두 쪽이 났다구요?”


“아니, 어디까지나 날 것 같은 상황이었지. 근데 진짜로 산산조각 나기는 했어.”


“저런······. 결국 르노 경께서 일을······?”


“몽토방의 르노는 그 사건에서 죽었지. 깔끔한 마무리였어. 나라가 산산조각 난 건 나중의 일이고.”


“다른 인물이 더 등장한 것입니까? 설마 제가 아는 사람이?”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넌 전혀 몰라.”


“결국 지키려고 했던 것도 다 잃게 되는 군요.”


“어차피 무너질 나라였으니까. 권력 배분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가장 유력했던 후계자가 단명하면서 균형이 무너지고 그 대역을 맡은 자의 역량 부족? 아니면 그 역시 그의 아버지의 미완성이었던 계략을 보고 따라한 것이 문제였지.”


“유력한 후계자라 하면 피핀 왕자님 말입니까?”


“그렇지.”


하이트가 다시 담뱃갑을 열어 하나를 더 꺼내 불을 붙였다.


“피핀? 샤를마뉴의 장남 말인가?”


“정확하게는 둘째지. 곱사등이 피핀이 아니라 이탈리아의 피핀, 피피노 카를로만의 이야기야.”


“아, 그 베네치아에서 지고 화병으로 죽은?”


“뭐, 전력의 부족이었지. 결국 이 남자가······ 지금은 여자. 아무튼 불멸의 이본이 없었던 영향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통탄을 했던 일이거든. 바이에른의 램베르트라거나 리옹의 멜라피오르······. 그 이전의 사건이 너무 큰 피해를 입혔기 때문에 유능한 기사들은 얼마든지 있었지만 한 점에 거의 폭격을 가할 수 있는 기사들을 잃은 것이 패배의 원인이랄까?”


“오, 드래곤이라는 것들은 저렇게 긴 말도 호흡 한 번 안 하고 할 수 있구만. 대단해.”


단 한 번 숨도 안 쉬고 길게 말을 해낸 것에 대해 황보가 짙은 존경과 감동을 전했다.


“결국······. 제가 없어서 그랬군요.”


조금 진지한 분위기에 다소 말하기 어려웠지만 자신의 존재감, 너무 지나치게 평가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던 세 사람이었다.


너무 진지해서 말은 못 하지만.


“그렇지. 당대 최강의 전력이라고 할 수 있었던 바이에른도 무너졌고, 몽토방도 최강의 지휘관과 행동대장을 잃었지. 브르타뉴는 더 말할 것도 없어. 변경백이 모든 권한을 잃고 그대로 시골 지방 영주로 끝이 나버렸으니까. 게다가 팔라딘의 위명을 받은 왕국 최강 기사 두 사람의 부재도 영향이 컸지.”


“란드리 경과 제 얘기군요.”


이본이 상당히 심각한 표정으로 분석을 마쳤다.


입이 근질근질한 세 사람이었지만 대충 인정은 해주자는 생각으로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뭐, 네가 의문을 가질 사정이라면 이 정도가 끝이겠지. 그 후로는 그냥 세계사 수업이 되어버릴 거고.”


“감사합니다. 그래서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걸까요?”


“대충 1200년 가까이? 바르셀로나 변경백령이 작성되고 바로 800년이 되었으니까. 이건 확실하게 기억하네. 그 해 크리스마스는 엄청 시끄러웠으니까.”


“신성 로마 제국 성립이군요. 800년 12월 25일.”


하이트가 고개를 끄덕이고 또 흰 연기를 모락모락 뿜었다.


“이왕 나타날 거면 바로 나타나지. 본인의 부재로 일어난 일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모르고 살면 편하지.”


하이트가 전혀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태연하게 말했다. 억울함 따위는 느껴지는 것도 없이 말이다.


“나타난다······. 그것도 좀 이상한 말입니다. 분명히 어제, 그제? 제 기억에는 분명 스키어볼라와 결판을 내고 있었는데 잠깐 지나 눈을 떠보니 갑자기 천 년이 흘렀네, 남자가 아니라 여자네. 이러고 있는 판에 제가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 스키어볼라라는 자도 보통은 아니었나보네.”


“베르제르커. 자신을 전장의 창조자라고 떠벌렸습니다. 그리고 오딘을 따른다고······.”


“호, 오딘.”


“그리고 제 앞에는 자신을 로키라고 우기는 자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그 자의 의견과 제 신념이 어쩌다 보니 일치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누군가 불러서 깨보니 이 판국입니다.”


하이트가 다시 꽁초를 재떨이에 비비고 커피를 후루룩 들이켰다.

아직 뜨거운데.


“어쨌든 돌아온 걸 축하해. 듣자니 바르셀로나의 전장에 거대한 빛의 기둥이 나타나고 화산이 폭발한 것 같았다고 하던데.”


“스키어볼라를 완전히 끝장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낼 수 있는 최대의 힘을 발휘했던 것이지요.”


이본이 상당히 괴로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러니까 위력 조절 못 해서 자신도 폭발에 휩쓸렸다? 그 말인가?”


아마도 그런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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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부록 1. 우당탕탕, 여기는 에~스빠냐! (1) 19.11.20 65 1 7쪽
217 마지막 장. 검푸른색의 종장에서 다시 붉은색으로 +1 19.11.18 74 1 14쪽
216 8장. 누구도 영웅이 될 수 없는 이야기 (5) 19.11.18 50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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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8장. 누구도 영웅이 될 수 없는 이야기 (3) 19.11.14 75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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