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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부자

황금 고블린을 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별부자
작품등록일 :
2022.06.27 10:38
최근연재일 :
2022.07.30 14:15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11,530
추천수 :
182
글자수 :
215,903

작성
22.07.30 14:15
조회
56
추천
2
글자
11쪽

#36 템플러 (1)

DUMMY

포탈 스크롤의 빛이 내 몸을 감싸기 시작할때, 지금 ‘미들 랜드’가 거의 박살이 나 있었기 때문에 혹시 다른 안전 지대로 포탈이동이 되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기대도 있었는데···

걍 ‘미들 랜드’ 광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 완전 폐허상태였던 ‘미들 랜드’가 깔끔하게 복원되고 있었다.

엄청나게 쌓여있었던 건물 잔해들과 파편들, 그리고 NPC 시체들은 이제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고, 제이나를 호위하고 있었던 그 짙은 푸른 빛의 NPC 중에 한 명이 광장 중앙에 서서 주문을 외우면서 마법지팡이를 휘두를 때마다 거대한 건물들이 한채씩 바닥에서부터 솟아올라오고 있었다.


내 바로 앞에 포탈을 탔던 그 ‘이신’이라던 헌터는 광장에 있었던 리마젠이 힐링을 해준듯, 지금은 멀쩡하게 회복한 모습으로 광장에 서 있었다.

키가 훤칠하고 건장한 체구였지만, 아직 몸에 걸치고 있는 건 누더기 옷뿐이었다.


그런 그가 뭔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내 시선도 자연스럽게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는데···


‘미지의 존재

미들 랜드를 탐한 자

아스가르드의 심판을 받도다!’


그 ‘검은 거인’이 이런 명패가 달린 십자가에 못박혀서 광장 초입에 세워져 있었다.

'검은 거인'의 양 손바닥과 겹쳐진 발목에 박혀있는 대형 못들이 끔찍한 비쥬얼을 완성시켜주고 있었다.

이 모습은 우리들이 성당에서 보았던 그런 거룩함과는 전혀 무관한 섬뜩함의 완성체였다.

아마도 이곳 '미들 랜드'에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저 십자가를 보여주고자 한 게 느껴졌다.


그 십자가 주위엔 아무도 얼씬거리지 않았는데, 이 ‘이신’이라는 헌터 혼자 대놓고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 물론 나도 있었지만...난 막 포탈로 이곳에 도착했었기 때문에...


“제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사냥을 해서, 꼭 보답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지금 제가 빈털털이라서···

아이템이라도 좀 사게, 골드 좀 빌려 주실수···”


이제 흉칙한 '검은 거인'의 십자가를 충분히 본 것인지, 이신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게다가 물에서 건져줬더니, 골드까지 빌려달라는 넉살 좋은 헌터였다.

레벨을 물어보니, 25란다.

그래서 1만골드를 빌려줬다.

꾸벅 90도 인사를 하고 아이템 샵으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까지 확인하고, 광장 한켠에 보이던 리마젠에게로 다가가서 물었다.


“이선미라고 이곳으로 옮긴 여자 헌터가 있을 텐데···”


“저기 있어요.

그런데···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것 같아요.”


“네??”


기억상실증??

이거 멜로나 막장 드라마에서나 듣던 질병이 어쩌다가 선미에게??


“선미야? 선미야?

나 기억하지??”


선미는 이제 모든 기력을 회복한듯 광장 한켠에서 자신의 아이템들을 챙기고 있었다.

저 아이템들 모두 이영철과 강아솔 경위가 신이 나서 챙겨줬던 것들인데···

사제 아이템들을 차고 있는 선미의 모습에서 묘한 감정들이 북받혀 올라왔다.


함께 ‘비욘드 랜드’ 인근에서 사냥을 했던 게 불과 몇일 전이었는데, 지금은 모두 뿔뿔이 흩어지고, 게다가 나연이는 납치당해서 실종까지 된 상태라니···


“아! 헌터님!

리마젠 언니에게서 얘기 많이 들었어요.

절 구해주신 거, 절대 잊지 않을게요.

그런데 저랑 레벨차이가 너무 많이 나셔서···아직 저랑은 파티가 어려우시겠죠?”


나보고 '헌터님!'이란다...


지금껏 나와 숱한 사선을 함께 넘어왔었는데, 그런 기억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그저 ‘납치당하던 자신을 구해준 존재’로 오늘 소개받았을 뿐인 듯 했다.


“선미야.

네 부모님은 기억 하지?

지금 네 집에 가는 중이었잖아?”


“네?

내 부모님? 집?”


난 어떻해서든 그녀의 기억을 돌려놓고 싶었지만, 그녀의 고개는 계속 갸웃거릴 뿐이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지금은 아무것도 기억나는 게 없어요.”


선미는 지금으로썬, 자기도 알지 못하는 집으로 갈 마음도 없다고 했다.

이렇게 2차 게이트까지 열린 지금, 지금 자신의 레벨도 너무 낮고, 거리도 너무 멀기 때문에 당분간은 사냥을 하면서 레벨을 충분히 올리겠다는 자신만의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었다.

나연이 역시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고, 지금 기억나는 건 오직 오늘 여기에서 정신이 깨어났을 때부터라고 했다.


“하아···그래···렙업 해야지···”


자신의 부모님까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데···뭐 더 해줄 말이 없어졌다.

나와의 볼일이 다 끝났다는 듯, 선미는 저랩 헌터들과 파티를 맺으러 광장 중앙쪽으로 향했다.


그럼···

이젠 나만 우리 형님집으로 가족들 만나러 떠나면 되는 건가?

혼자서 씁쓸하게 광장으로 뛰어가는 선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남자가 광장 초입에 세워져 있던 ‘검은 거인’이 걸린 십자가 앞에 서 있는 게 보였다.

그 남자는 키도 그리 크지 않았고, 다소 꾸부정한 체형의 남자로 보였다.


“쫘아아악!!!”


“꺄악!!”


그 남자는 믿을 수 없는 점프력으로 뛰어오르더니, 십자가에 못 박혀있던 ‘검은 거인’의 사체를 왼쪽 어깨에서부터 오른쪽 허리까지 반토막을 내버리는 게 아닌가??

양 손바닥과 겹쳐진 발목에 거대한 못이 박혀있어서 그런지, 반으로 잘린 ‘검은 거인’의 사체는 기괴하게 십자가에 대롱대롱 매달리게 되었다.


비록 그 십자가의 주위엔 헌터들이나 일반인들도 없었지만, 워낙 십자가와 ‘검은 거인’의 사체가 컸었기 때문에 드넓은 광장의 많은 사람들이 그 광경을 보고 경악하기 시작했다.


그 절단난 광경을 만들어 놓은 남자는 짙은 회색 망토를 두르고 있었는데, 무슨 검으로 사체를 자른 건지 알 수없을 정도로 빠른 칼질 후 그 십자가 앞에 고요히 서 있었다.

게다가 머리 위에 네임텍도 없는···그럼 헌터란 말인가??


“파슈수웃!!”


“파슈웃~!!”


광장에 어지러이 포탈 불꽃이 피이오르기 시작했다.

그 빛의 기둥에서 튀어나오는 건, ‘미들 랜드’의 가드 NPC들이었다.

주로 블러드 엘프 전사타입들이었는데, 거대한 양날창들로 무장하고 있었다.


가드 NPC들의 키는 거의 대부분 2미터가 넘었기 때문에, 십자가 앞에 서 있던 170도 안되어 보이는 남자와는 일단 체급차이가 비교가 안되었다.

게다가 가다 NPC들은 4명이었는데, 독고다이 남자는 한 명!


“넌 누구냐!!”


“신분을 밝혀랏!!”


신기한 건 저 무지막지한 가드 NPC들이 저 남자에게 바로 달려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비욘드 랜드’에서도 NPC들에게 손가락만 닿아도 가드 NPC들이 달려들어서 바닥에 메치고 난리였었는데, 지금 저 남자는 광장에서 완전 대형 깽판을 쳐놓은 건데도 말이다.


“후후후···반응들이 느리군, 너무 느려···이러니 이 모양 이 꼴이지...쯧쯧쯧.”


사내는 가드 NPC들에게 아무런 위협도 못 느끼는 건지, 오히려 쯧쯧거리며 여유만만이었다.


“누구시오? 정체를 밝히시오!”


방금 포탈을 타고 도작한 라이언이 남자에게 다가가 물었다.


“쯧쯧쯧, 성주라는 놈이 이렇게 허술해 빠졌으니까 몹들한테 성이 습격이나 당하지!”


“슈칵!!!”


“크헉!!!”


“꺄아아악!!!”


그 남자의 망토에서 뭔가 번뜩이는 것 같았는데, ‘미들 랜드’의 성주의 몸통이 허리 춤에서 갈라졌다.

너무도 순식간이어서 주변에 서 있던 가드 NPC들조차 반응을 하지 못하는 기묘한 상황이 되었고, 광장의 헌터들과 일반인들이 비명을 지르며 피하기 시작했다.


“챙그렁···”


무기를 들고 있었던 가드 NPC들이 자신들의 무기를 땅에 떨어뜨리고, 바닥에 엎드리기 시작했다.

그들도 이제는 이 사내가 자신들이 범접할 수 없는 극강의 존재라는 게 느껴지는 듯했다.


이후 포탈 빛 기둥들고 함께 ‘미들 랜드’에 있는 모든 NPC들이 광장에 모여서 그 사내의 발 앞에 엎드렸다.

그런데 그 숫자가 거의 100명이 넘어보였다.

‘미들 랜드’에 이렇게나 많은 NPC들이 있었다니···놀라울 뿐이었다.

'비욘드 랜드'는 다 합쳐도 10명 뿐이었는데...


“파슛!”


“파슛!”


곧이어 또다시 수많은 포탈의 빛 기둥들이 광장에 피어올랐다.


바로 몇시간 전에 자신들의 익룡을 타고 의기양양하게 하늘을 날아 떠났던, 제이나의 무리들이 포탈을 타고 돌아온 것이었다.

그 와중에 내 눈길을 끈건, 모두가 그 사내의 앞에 엎드리거나, 무릎을 꿇는 자세였는데···

제이나만 꼿꼿이 서서 그 사내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어째서 이 곳에 오신 겁니까?

게다가 ‘하이 랜드’도 아닌 이곳에···”


“그 이유를 네가 아직도 모르고 있기 때문에 내가 이곳에 온 것이다!

이 한심한 녀석아!

어찌 아직까지 이 조그만 지역조차 장악하지 못한단 말이냐?"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제 반란 주모자도 잡았고, 완벽하게 장악해들어가기..."


"닥쳐라!"


남자가 제이나의 말을 호통으로 끊어버렸다.

지금까지 제이나 특유의 그 자신만만한 표정은 온데간데 없었고, 마치 암행어사에게 탈탈 털리고 있는 탐관오리의 표정처럼 보였다.


"이게, 이렇게 허술하게 만들어놓은 허수아비를 진짜랍시고 이렇게 광장에 떡하니 걸어놓은 건가?

아니면 귀족들이 이걸 믿을 건가, 말 건가? 시험을 한 건가?"


"아니! 그게..."


"헙!"


"펑~!!!"


사내가 짧은 기합과 함께 오른 손바닥을 펼쳐보이자, 십자가에 보기 흉하게 잘려 있었던 '검은 거인'의 사체가 순식간에 연기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짧은 시간 안에 강렬한 불길로 태워버린 게 아니었고, 순식간에 사체 전체가 연기로 바뀐 것처럼 보였다.


"퓨리온 님!

저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지금껏 귀족회의에 충성만 바쳐온 몸입니다.

그건 퓨리온 님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제이나가 차가운 '미들 랜드' 광장에 무릎을 꿇고 업드리더니 남자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드넓은 '미들 랜드'의 광장이 고요해졌고, 때문에 제이나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또렷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저 남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제이나는 우리 모두에게 '아스가르드의 귀족'으로 여겨지고 있었는데, 지금 한 순간에 그 환상이 가루가 되어 흩어지는 게 느껴졌다.


"그래...그건 아스가르드의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지.

허나...눈 앞에 닥친 위기조차 꿰뚫어보지 못하는 건 너의 명백한 한계인 걸 스스로 인정하라!

이제 너와 난 한 배를 탄 몸이 되었다.

지금부터 내가 내리는 명령을 150% 완수하도록 하라!"


"예 알겠습니다."


제이나가 광장 바닥에 머리를 찧으면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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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고블린을 치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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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 템플러 (1) 22.07.30 57 2 11쪽
35 #35 미지의 존재 (6) 22.07.27 68 2 12쪽
34 #34 미지의 존재 (5) 22.07.26 71 2 12쪽
33 #33 미지의 존재 (4) 22.07.25 76 2 11쪽
32 #32 미지의 존재 (3) 22.07.24 90 2 11쪽
31 #31 미지의 존재 (2) 22.07.23 101 2 13쪽
30 #30 미지의 존재 (1) 22.07.22 133 2 17쪽
29 #29 미들 랜드 (5) 22.07.21 144 2 14쪽
28 #28 미들 랜드 (4) 22.07.20 147 3 15쪽
27 #27 미들 랜드 (3) 22.07.19 150 3 15쪽
26 #26 미들 랜드 (2) 22.07.18 161 3 14쪽
25 #25 미들 랜드 (1) 22.07.17 186 3 10쪽
24 #24 렉사르의 위엄 (4) 22.07.16 204 4 12쪽
23 #23 렉사르의 위엄 (3) 22.07.15 206 4 14쪽
22 #22 렉사르의 위엄 (2) 22.07.14 221 5 12쪽
21 #21 렉사르의 위엄 (1) 22.07.13 235 6 12쪽
20 #20 울프 헌터스 (6) +2 22.07.10 250 5 10쪽
19 #19 울프 헌터스 (5) 22.07.09 251 5 12쪽
18 #18 울프 헌터스 (4) 22.07.08 274 9 15쪽
17 #17 울프 헌터스 (3) 22.07.07 267 7 14쪽
16 #16 울프 헌터스 (2) 22.07.06 299 7 13쪽
15 #15 울프 헌터스 (1) 22.07.05 320 7 15쪽
14 #14 비욘드 랜드 (4) 22.07.04 344 6 13쪽
13 #13 비욘드 랜드 (3) 22.07.03 371 6 14쪽
12 #12 비욘드 랜드 (2) 22.07.02 380 7 13쪽
11 #11 비욘드 랜드 (1) 22.07.01 421 5 15쪽
10 #10 그랑 다이어 울프 (3) 22.06.30 460 6 15쪽
9 #9 그랑 다이어 울프 (2) 22.06.29 468 5 16쪽
8 #8 그랑 다이어 울프 (1) 22.06.28 506 6 12쪽
7 #7 정신 지배 (2) 22.06.27 534 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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