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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부자

황금 고블린을 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별부자
작품등록일 :
2022.06.27 10:38
최근연재일 :
2022.07.30 14:15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11,535
추천수 :
182
글자수 :
215,903

작성
22.07.14 22:00
조회
221
추천
5
글자
12쪽

#22 렉사르의 위엄 (2)

DUMMY

신전 문에 깊숙이 박힌 도끼에서 시뻘건 선혈이 사방으로 튀었다.


‘뭐, 뭐지? 설마 내 피??’


난 내 목을 손으로 더듬어봤지만, 다행히 내 목은 멀쩡했다.

대신... 내 뒤에 따라오던 오크 가드의 목이 뎅강 날아가 있었다.


순간 나는 신전 바닥에 주저앉을 뻔 했다.

눈앞이 하얘지는 건 물론이고, 온몸이 경련을 일으킨 것처럼 덜덜덜 떨렸기 때문이었다.

죽음의 공포는 이렇게 내 몸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었지만, 난 마치 좀비처럼 휘청거리면서도 악착같이 신전 문을 향해 나아갔다.


드디어... 신전 문에 닿았다!

굳게 닫힌 문고리를 손으로 잡았는데...서늘해지는 이 뒷목의 느낌!!!


뒤를 돌아보니까! 디욘테가 거대한 대검으로 무지막지하게 렉사르를 쪼갤 듯 내리치고 있었고, 렉사르는 암가드로 그걸 간신히 비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버팀도 결국 시간문제일 듯, 렉사르에게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가 보였다.


그런데...

하필 저 ㅆㅂ놈들의 비상식적인 움직임이 정확하게 나를 향해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뒷걸음치다가 렉사르가 정확하게 나에게 부딪히면, 저 무시무시한 디욘테의 대검에 렉사르와 함께 나도 동시에 두 동강 날판이었다.


하~~놔!! 렉사르 저 놈은 뒤질 거면 혼자 뒤질 것이지...

아무리 내가 원망한들 놈들의 저 돌진은 이제 어쩔 수가 없었다.

크으~~~제, 줵일~~~!!!


“멈, 멈춰!!!”


그건 본능이었다.

살아남기 위한 원초적인 본능.

어느새 난 ‘렉사르의 위엄’ 아이콘을 클릭했던 것 이었다!


“챙그렁~~!!!”


디욘테의 대검이 혼자 신전 바닥에서 요란하게 뒹굴렀고, 그 살벌한 대결을 펼치던 두 덩치 NPC들이 얌전하게 나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서 있었다.


순간 나는 보았다.

지금 내 몸에서 아지랑이처럼 무언가가 피어오르고 있다는 걸...


<‘렉사르의 위엄’이 폭주합니다!>


<지나친 스킬의 사용은 생명력을 갉아먹을 수 있으니 주의하십시오!>


내 시야 왼쪽에서 새빨간 시스템 메시지가 깜빡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쪽의 렉사르의 위엄 아이콘도 붉은 빛이 강렬하게 점멸하면서 긴박함을 알리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내 시야 오른쪽 하단의 마나 수치가 빨간색으로 깜빡거리면서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현재 내 마나는 최대수치는 160이었는데, 그 숫자가 시계 초침보다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었다.

아마도 지금 내가 ‘렉사르의 위엄’ 스킬을 쓰면서 소모되는 마나의 양이 극심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이 정도 속도라면 불과 1분도 못 버티고 마나가 떨어져서 ‘렉사르의 위엄’ 스킬이 멈출 태세였다.


“크윽! 렉사르의 위엄은 원래 이렇게 마나 소모가 극심한 건가?”


나도 모르게 속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너무나 빨리 소모되는 마나의 속도에 내 자신이 쇼크를 받은 것 같았다.


“네! 지금처럼 광대역으로 위엄 최대치를 발산하면 금방 모든 마나를 소진합니다.”


그 도도하던 렉사르가 마치 내 하인 인냥 공손하게 대답을 하는 게 아닌가?

헐~이거 기가 막힐 노릇이었지만, 이것도 이제 몇 초 남지 않았다.


게다가 내가 ‘렉사르의 위엄’ 스킬을 가지고 있다는 걸, 렉사르도, 디욘테도 모두 알아버린 지금.

나의 ‘렉사르의 위엄’이 끝나는 순간이 곧 나의 목숨도 끝나는 순간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 그럼 마나를 적게 쓰는 방법도 있나?”


이미 나의 마나는 60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

나도 모르게 말이 꼬이기 시작하고, 진땀도 뻘뻘 흘리기 시작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렉사르의 입가에서 야릇한 미소가 보이는 것 같았다.

역시나 놈은 이 ‘렉사르의 위엄’ 스킬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

내 미천한 마나로는 앞으로 불과 몇 초도 못 버틸 걸 알고 있는 눈치였다.


“어서 말하라!”


"으음...네...음...렉사르의 위엄 아이콘을 더블클릭하시면 원하는 대상을 선택해서 개별로 위엄을 날릴 수 있습니다. 으음...“


렉사르의 말을 듣다보니까, 지금 그가 나의 ‘렉사르의 위엄’ 스킬에 얼마간 저항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아마도 놈은 여기 NPC들 중에서도 보스였음으로 레벨도 가장 높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땅에 엎드리지도 않고, 고개만 숙이고 있는 것 같았고...


필사적으로 빨리 ‘렉사르의 위엄’ 아이콘을 더블클릭했다.

그랬더니 내 시야에 총의 조준경 마크같은 것이 생기면서 타겟을 지정할 수 있도록 준비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나의 마나는 10, 9, 8, 7...

이거 무슨 첩보영화 찍는 것도 아니고, 지금 이런 시국에 이런 ㄸㅈ타는 긴장감을 내가 느껴야하는 거냐고오...!!


우선 렉사르를 선택하고, 그 다음에...젠장...급하니까 커서도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것 같았다.

나의 마나가 3, 2, 1...

아~~~놔~~~ㅆㄷㅃ!! ㅈ됐네!!!


<마나 소진, 마나 소진! 체력으로 대체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


크화! 오잇~~~!!!

뭐 이런 개꿀 시스템이 다 있어?

그야 당근 빠따 ‘예!’ 지!!!


이젠 ‘렉사르의 위엄’ 스킬을 유지하면서 내 체력이 320에서부터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내 표정의 변화를 읽은 걸까?

렉사르의 표정이 ㄸ씹은 얼굴로 바뀌고 있었다.


나는 이제야 참다운 여유를 되찾고, 다음 타겟으로 디욘테를 지정했다.

그리고 OK!!

갑자기 내 체력 수치가 천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역시나 이젠 렉사르와 디욘테에게만 위엄을 발산하고 있어서인지, 시계 초침 속도보다도 훨씬 더 느리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난 그 사이 인벤토리에서 대형 마나 포션 한 병을 꺼내서 음미하듯 마시기 시작했다.

다시 빠르게 차오르기 시작하는 마나 숫자를 보면서 이제야 제대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렉사르! 그런데 이 스킬을 쓰면 원래 이렇게 반말만 할 수 있는 건가?“


"네! 원래 압박이 안 먹히는 상대가 있으면 존댓말도 쓸 수 있긴 한데, 압박이 모두에게 먹히고 있다면 반말만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너희 둘은 왜 그렇게 서로 죽이려고 싸우는 건가?”


“이 녀석이 원래 나보다 약한 놈이었는데, 평소 노력은 하나도 않하고, 귀족들에게 아부만 ㅈㄴ 떨었습니다.

그래서 운 좋게 ‘렉사르의 위엄’ 스킬을 얻어서 보스가 되더니만, 그때부터 진짜 아무것도 안하고 그 빌어먹을 위엄 스킬로 아랫것들만 부려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위엄 스킬이 갑자기 없어졌길래 이ㅆㄲ 버릇 좀 단단히 고쳐보려고 했었습니다.”


디욘테가 먼저 말을 했는데, 아직도 렉사르에 대한 응어리진 울분이 삐져나오고 있는 게 느껴졌다.


“둘 다 고향 친구들이라고 했으니까, 화해하라!”


“넵! 미안하다!”


“나도 미안하다!”


내가 화해 하랬더니 무슨 로봇마냥 바로 서로 미소 지으면서 악수를 나눈다.

저게 진심인지는 모르겠지만, 뭐 ‘렉사르의 위엄’ 때문이것지 뭐...

하지만 ‘렉사르의 위엄’ 스킬이 해제된다면?

아이...몰라! 몰라! 이러다가 진짜 내 머리가 먼저 터지겄네...


“그럼 화해는 했고, 렉사르는 퀘스트 성공 보상을 하라!”


“재하 님! 그런데 지금 저에게 ‘렉사르의 위엄’ 스킬이 없어져서, ‘비욘드 랜드’에서 일반인들에 대한 처우 개선은 해드릴 수 없습니다.

제가 NPC들에게 명령을 내려야 하는데, 저에게 ‘렉사르의 위엄’ 스킬이 없으면 NPC들이 제 말을 듣지 않거든요.”


“그럼 앞으로 이곳에 남아있는 일반인들은 어떻게 되느냐?”


“다른 NPC들은 모르겠지만, 저는 그들에게 처우를 개선해줄 수 있을 겁니다.”


"흐음...“


이 부분은 골치가 아팠다.

사실 나연이가 이곳에 계속 남을 줄 알고, 기를 쓰고 ‘렉사르의 부탁’ 퀘스트를 깼던 건데, 이젠 나연이도 우리와 함께 이곳을 떠날 예정이고...휴게소 직원분들만 계속 남을 건데...


”재하 님!

먼저 전리품부터 받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한창 골치 아픈 와중에 디욘테가 이런 제안을 해왔다.


"그래...그러자꾸나!

렉사르는 전리품을 내놓아라!”


“네이~!”


렉사르가 자신의 인벤토리에서 대여섯개의 아이템들을 꺼내서 내 앞에 펼쳐 놨다.

레벨 30대의 헌터들이 착용할 수 있는 무기, 방어구들이었다.

모두 희귀아이템들로 성능도 꽤 좋아보였다.


“재하 님!

재하님께서는 지금 ‘금박의 허리띠’를 착용하고 있잖습니까?

렉사르에게 레벨 40대의 아이템들도 꺼내놓으라고 하십시오!”


디욘테가 언제 본 건지, 내가 착용하고 있던 아이템들까지 모두 스캔했던 모양인 것 같았다.

렉사르에게 레벨 40대의 아이템들도 꺼내 놓으라고 하자, 렉사르가 잠시 디욘테를 째려보고는 인벤토리에서 3개의 아이템들을 추가로 꺼내 놓았다.

뭐 좀 전 것들보다는 더 좋아 보이긴 했는데...


“재하 님!

렉사르에게 지금 끼고 있는 반지 중에서도 레벨 40대가 있으면 내놓아보라고 하십시오.”


널려 있는 아이템들을 보면서 열심히 짱구를 굴리고 있던 나에게 디욘테가 다가와서 속삭였다.

이건 분명 디욘테가 렉사르에게 쌓여있던 원한을 풀려고, 나에게 그러는 것 같다는 게 느껴졌는데...뭐 어쨌든 상당히 고마웠다.


잠깐만...그런데 이건 퀘스트 보상이라기보다는 갈취가 아닌가?

내가 다시 그대로 렉사르에게 명령을 하자, 이번엔 렉사르가 한참을 디욘테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다가 자신의 손가락에서 반지 하나를 꺼내 놓았다.


“오옷!!! 그래! 이거다 이거!!”


나는 첫눈에 그 반지에 반해버렸다.


<마나의 풍요 반지>

- 요구 레벨 45.

- 착용 시 마나 +50%

- 마나 재생 속도 +50%

- 정신 공격에 대한 저항 +50%

★ 체력이 100% 상태에서 힐링을 받으면, 그 수치만큼 마나가 회복됨.


이거야말로 ‘렉사르의 위엄’에 찰떡궁합일 뿐 아니라, 마나를 주로 사용하는 나의 스킬들에게도 최고의 반지였다.


“오~~~! 고맙다! 고마워!”


나도 모르게 감사의 인사가 터져 나왔다.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드린 퀘스트를 클리어 하셨는데 당연히 드려야죠!”


렉사르는 당연하다면서 나에게 고개를 숙여보였는데, 눈에선 뜻 모를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럼 나는 이만 갈 길이 바빠서, 떠날 테니...앞으로도 너희 둘은 계속 사이좋게 지내도록 하라!”


“네이~~~!!”


나는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 줄어드는 체력수치를 보다가, 다시 ‘렉사르의 위엄’ 스킬을 마나 소모로 바꾸면서 신전을 떠나려고 했다.

물론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한 ‘비욘드 랜드’에서의 일반인들에 대한 처우 개선 건은 계속 내 마음을 찌릿하게 찔러왔지만, 지금도 몬스터들에게 시달리고 있을 우리들의 가족들이 우선 급했기 때문에 빨리 이곳을 떠나려고 마음먹었다.


“잠깐만요! 재하 님!”


그런데... 신전을 나서려던 나의 앞에 디욘테가 무릎을 꿇고 가로 막는 게 아닌가?


“무슨 일이지?”


“재하님!

지금 이렇게 여길 떠나시면 우리들은 모두 죽습니다!”


이건 또 뭔 봉창 뚜들기는 소리???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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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 미지의 존재 (2) 22.07.23 101 2 13쪽
30 #30 미지의 존재 (1) 22.07.22 133 2 17쪽
29 #29 미들 랜드 (5) 22.07.21 144 2 14쪽
28 #28 미들 랜드 (4) 22.07.20 147 3 15쪽
27 #27 미들 랜드 (3) 22.07.19 150 3 15쪽
26 #26 미들 랜드 (2) 22.07.18 161 3 14쪽
25 #25 미들 랜드 (1) 22.07.17 186 3 10쪽
24 #24 렉사르의 위엄 (4) 22.07.16 204 4 12쪽
23 #23 렉사르의 위엄 (3) 22.07.15 206 4 14쪽
» #22 렉사르의 위엄 (2) 22.07.14 222 5 12쪽
21 #21 렉사르의 위엄 (1) 22.07.13 235 6 12쪽
20 #20 울프 헌터스 (6) +2 22.07.10 250 5 10쪽
19 #19 울프 헌터스 (5) 22.07.09 251 5 12쪽
18 #18 울프 헌터스 (4) 22.07.08 274 9 15쪽
17 #17 울프 헌터스 (3) 22.07.07 268 7 14쪽
16 #16 울프 헌터스 (2) 22.07.06 299 7 13쪽
15 #15 울프 헌터스 (1) 22.07.05 320 7 15쪽
14 #14 비욘드 랜드 (4) 22.07.04 344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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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비욘드 랜드 (2) 22.07.02 380 7 13쪽
11 #11 비욘드 랜드 (1) 22.07.01 421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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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 그랑 다이어 울프 (1) 22.06.28 507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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