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화. 에필로그 (2)
< 131화. 에필로그 (2) >
“오빠!!”
주조령은 축축한 머리를 말리며 큰 소리로 ‘오빠’를 불렀다.
아저씨에서 오빠가 된 감규석이 황급한 모습으로 거실로 뛰어나왔다.
“왜? 뭐? 무슨 일인데?”
“지후가 똥 쌌어!”
“······.”
아니 그럼 아기가 똥을 싸지!
떨떠름한 표정의 감규석을 보고 주조령의 눈썹이 일자로 올라간다.
“기저귀 좀 가져다 달라고!”
“아니, 그럼 그렇게 말을 해야 할 거 아니야?”
“그게 그거랑 뭐가 달라?”
“뭐가 다르긴. 말이 다르지!”
“지금 나랑 한바탕 하겠다는 거야? 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
울상이 된 주조령에게 공급경보가 울린 것처럼 감규석이 번개처럼 다가갔다.
순간적으로 움직여서 폭풍 같은 바람이 거실에 불었지만, 그의 손에는 기저귀와 물티슈, 아기 젖병과 새 옷까지 어느새 들려있었다.
“애기 이리 줘. 자기는 얼른 준비해.”
“으이그··· 진짜아!!”
그녀가 무거운 몸을 일으켜서 머리를 말리러 돌아갔다.
돌도 안된 꼬맹이를 안고 있는 감규석의 눈에 걸린 주조령의 배가 뽈록하다.
저렇게 아랫배만 나오면 딸이라던데···
“아직 시간 많으니까 천천히 준비해.”
“나! 오늘은 가고일 타고 갈 거야!”
“어허허! 이 사람이 또!”
“진짜야. 거기 계단 나 못 올라가. 아니면 자기가 업고 가던가!”
“아··· 알았어. 알았다고.”
출산과 동시에 시간차 던전에서 산후 조리를 하더니 경과가 좋았는지 바로 임신.
그래서 계속 시간차 던전에서 둘째의 산전 조리를 한 주조령은 첫째가 백일도 되기 전에 배가 남산이 되었다.
“선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애 키우는 건 한 방에 끝내면 되지. 하나 키우나 둘 키우나 고생은 똑같아.”
주조령의 호언장담에 걱정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대했던 구하린은 지금 신부 대기석에 앉아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아이고. 이쁘네. 이뻐어!!”
“진짜 이렇게 꾸미니까 미모가 더 산다.”
“와, 팀장님! 대박!”
“자. 비켜. 비켜봐아아! 오늘 신부 사진은 역대급이다으아.”
길드의 헌터들이 하나둘 찾아와 사진을 찍고 나갔다.
그렇게 벌써 한 시간 가까이 사진 모델을 하고 있으니 지근지근 허리가 아파왔다.
그때 달려온 박주현 힐러.
“힘들지?”
“앗. 박 팀장님. 아니에요.”
“자. 이리 와 서봐요.”
“···네.”
힐.
허리로 불쑥 기운이 올라오며 온몸으로 퍼졌다.
아픈 허리도 말끔.
새벽부터 신부 화장을 준비하느라 미장원에서부터 쌓였던 피로가 말끔하게 사라졌다.
“와. 이제 좀 살 거 같아요.”
“일찍부터 좀 챙겨줬어야 하는데, 내가 늦었네. 미안.”
“아니에요. 힐러님. 지금도 너무 감사해요.”
“신발 이리 줘.”
“예?”
구하린이 굽 높은 하이힐을 박주현에게 강제로 빼앗기다시피 넘기자 그녀가 힐에 축복을 내렸다.
“에?”
“아. S급에서 SS급으로 각성하면서 축복을 할 수 있게 되었어.”
“와··· 진짜요?”
“이제 신어봐. 절대로 하린씨를 아프게 하지는 않을 테니까.”
“감사합니다.”
조심스럽게 불편했던 하이힐에 발을 넣자 편하게 딱 들어간다.
제자리에 서 보자 마치 힐 자체를 발판으로 밟고 있는 느낌.
“너무 편해요. 감사드려요.”
그때 귀여운 신사복과 드레스를 입은 미니언들이 착착 앞으로 나왔다.
“시간 됐댜뇨!”
“예식 가쟈뇨!”
“······.”
박주현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미니언들에게 물었다.
“신랑은?”
“아직 모험 중이다뇨.”
“시간이 되면 올 거라뇨냐.”
“그런 거에 신경 안 쓰는 사람이 아니냐뇨.”
“아니! 자기 결혼식에 아직 모험을 하는 사람이 어딨어어?”
이번엔 박주현의 얼굴이 잔뜩 화난 표정.
하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미니언들은 편안한 표정이다.
“결혼보다도 더 중한 일들이 많다뇨.”
“어제는 달에 있었다뇨냐!”
“영주님은 세상에서 제일 바쁜 사람이뇨냐.”
그냥 니들이 이해해라라는 표정으로 느긋한 미니언들.
그들이 식장의 입구를 두 줄로 이어주며 손을 뻗어 마나의 터널을 만들어준다.
그러자 그 길로 구하린이 키우던 정령들이 하나씩 일어서서 그녀를 기다렸다.
[신부 입장이 있겠습니다.]
“무슨 신랑도 안 왔는데 신부부터 입장이야?”
“이해해주세요. 원래 그런 사람이잖아요.”
“아니 그래도 자기 결혼식인데···”
화가 난 박주현을 뒤로하고 구하린이 천천히 다리를 움직였다.
그녀의 앞에는 투명한 운디네가 빛의 가루처럼 생긴 물방울을 사방으로 뿌리며 먼저 걸어 나갔다.
“와아아아아아!!”
객석을 가득 메운 헌터와 힐러,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
저 앞쪽엔 세쌍둥이를 가슴에 안은 고호권이 들려오는 음악에 맞춰 엉덩이를 실룩거리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전 미스인도 출신의 배우가 밝은 미소로 그녀에서 손을 흔든다.
눈물을 훔치는 최선희 힐러의 모습도 보였다.
그녀를 보면 왠지 가슴이 뿌듯한 느낌.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식장의 가운데 자릴 하자
사회자로 서 있는 원종훈이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신랑이 공사다망한 관계로 예식의 순서가 뒤죽박죽입니다.]
“와하하하하!!”
[그리고 앞으로 보시게 될 상황에 놀라지 마시길 바랍니다.]
“?”
원종훈이 구하린을 보며 윙크.
그러면서 자신에게만 들릴 정도로 살짝 이야길 한다.
“하린씨, 왼쪽으로 조금만 비켜서 줄래요?”
“?”
그렇게 비켜서자
방금 자신이 서 있던 자리로 게이트가 만들어졌다.
“음?”
그런데 게이트가 한둘이 아니다.
여기도 저기도, 사방 여섯 군데에 만들어진 게이트
그리고 그곳에서 나온 인물은···
“어헉! 엘프다.”
“드··· 드워프?”
“저 종족은 뭐지?”
“라이칸? 라이칸 스로프가 진짜로 있었다고?”
기이한 모습의 이종족들이 예복을 갖춰 입고 무대의 한쪽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앙의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것은 강태훈.
그는 어디서 태워 먹었는지 머리 한쪽을 곱슬하게 태워 먹은 경량 갑옷 모습으로 굴러떨어지듯 게이트에서 튀어나왔다.
“와하하하하!”
“아! 죄송합니다. 제가 많이 늦었···.”
마지막으로 태훈의 어머니, 김민주가 우아하게 게이트에서 나왔다.
그러자 이종족들이 그녀를 향해 모두 고개를 숙여 보인다.
“하린아. 약속대로 잡아 왔어.”
“아앗. 그렇게 말씀하시면···.”
“자. 모두 모였군요. 그럼 제 부족한 아들의 결혼을 시작하겠습니다.”
전 세계 유일의 대마법사이자 차원 마법사.
김민주의 목소리가 홀에 가득 울리자 행사가 시작되었다.
엉거주춤 서 있는 강태훈의 팔에 구하린이 조심스럽게 팔짱을 끼웠다.
“또 부끄럽다고 어디 도망가기 없기에요?”
“아··· 허··· 흠.”
이계의 종족들까지 모두 초대된 예식장.
그곳에서 태훈과 구하린, 그리고 그를 따르는 길드의 헌터들. 직원들.
모든 하객의 축하를 받으며 성대한 결혼식이 치러졌다.
그들 모두의 사이에서 울고 있는 이는 최선희 힐러뿐이었다.
(완)
선작과 좋아요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겁게 보셨다면 부탁드려요.
- 작가의말
쓸까 말까 쓸까 말까... 고민하며
메모장에는 있었지만, 완결을 끝내고 꺼내지 못한 마지막 에필로그의 이야기를 아쉬움에 써 올려봅니다.
이제가지 [어쩌다 던전 재벌]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쉬우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가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다른 많은 아이디어가 아직 있지만, 또 다른 기회에 풀어내면 좋겠지 싶습니다.
* 허전함 님 후원금 감사드려요.
* 항상 댓글 달아주신 모든 독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의 마침은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새로운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마지막 회차의 글이 올라온 시점이라면 신작은 3회가 걸려있을 예정입니다.
제목은 [이세계 존버킹 생존좌] 입니다.
이 글을 연재하며 쌓아올린 경험으로 더 재미있게 이야길 펼쳐보고자 새로운 글을 시작합니다. 이 글을 즐겁게 봐주셔섰다면 새로운 이야기도 또 함께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까지 [어쩌다 던전 재벌]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감상이 되셨길 바라겠고,
지금 새로 작업하는 신작도 함께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즐겁게 읽으셨다면 짧은 감상평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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