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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풋님의 서재입니다.

표지

독점 게이트키퍼 전설급 괴물군단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연재 주기
레드풋
작품등록일 :
2021.12.15 15:18
최근연재일 :
2022.01.21 10:1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22,439
추천수 :
1,244
글자수 :
263,552

작성
21.12.2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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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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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글자
23쪽

12화. 그 계획

DUMMY

12화. 그 계획




태훈은 영등포 쪽에서 오는 서울교의 끝에 서 있었다.


여의도 공원의 초입.


빵빵! 빠바방!

빠바바방! 빠방!


그의 주위로 신나게 달리는 스쿠터와 택배 오토바이 부대.

그 부대가 태훈을 주위로 빙글빙글 돌았다.


신난 그들 중 선두를 달리던 한 명이 손을 들며 말했다.


“정지!”


그 오토바이 핸드폰 거치대엔 여섯 대의 핸드폰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 있었다.


“국회의원들 당사에서 빠져나갔답니다. 그놈들 지금 어디 있는지 확인하세요!”


라이더들이 후다닥 핸드폰을 조작하며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온라인 사이트와 SNS 계정을 살폈다.


“어?”

“새복음교회 지났단다.”

“마포대교!”

“마포대교다!!”


연신 수신호를 하자 배달 택배 오토바이들이 먼저 달려 나간다.


“이 씨발 것들 다 뒈졌어!”

“형님 나가신다아!! 길을 비켜라아아!!”

“V자! V자 대형으로!”


빠라삐리빠라방!!

삐오삐오삐오삐오!


누군가 대출명함을 오색 꽃가루처럼 하늘에 뿌려댔다.

수영복을 입은 농염한 여인들의 사진이 하늘 가득 날아다닌다.


태훈은 멍하니 그들을 바라봤다.


‘아주 다들 신들이 나셨군.’


원했던 바는 아니었지만, 이들에게도 태훈과 같은, 개X 같은 세상 바꿔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있구나 싶었다.


“줄 맞춰!”


라이더들은 무슨 기러기 떼처럼 먼저 태훈에 앞서 공원 앞 대로를 줄 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부아아아앙!!


“이야앗호~!!”

“달려!!”


태훈의 높은 눈높이엔 저 멀리 마포 대교를 달리는 전경 버스 한 대가 걸렸다.


‘저거다.’


으득!


쾅!


태훈이 라이더들을 따라 힘차게 뛰어올랐다.




***




“안전띠들 단단히 매세요! 있는 힘껏 달려보겠습니다!”


끼이이이익!

부아아아앙!!


운전석을 탈취한 국회의원 김00은 거칠게 차량을 마포대교로 몰아넣었다.

무리한 좌회전, 차가 바퀴가 들릴 듯 기울었다.


빵빵빵빵빵!!

끼이이이익!!


“비켜 이 새끼들아!”


쌍라이트를 반짝이며 달려나가는 전경 버스를 향해 황급하게 피하는 차량들. 버스가 회전하며 타고 있던 의원들의 몸이 한쪽으로 쏠린다. 뒷바퀴가 밀리며 옆의 신호대기 중인 승용차를 쿵 하고 찍자 박힌 차가 빙글 돌았다.


“으아아아!”


좌회전을 진입하고 보니 마포대교는 뻥 뚫린 상황. 전경 버스는 사고를 무시하고 급하게 달려나갔다.


부아아앙- 부아아앙- 부아아앙!!

김00의원은 기어를 바꾸며 악셀레이터 페달을 있는 힘껏 눌렀다.


그때.


퓻!

드드드드들

꾸익!


“!!”

“어?”


급하게 가속한 차량의 정비 불량이었을까?

아니면 방금 접촉한 차량과의 교통사고의 여파였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또 어떤 다른 힘의 작용이었을까?

저 앞 아파트의 한 창문에서 번쩍하는 섬광을 본 것도 같았다.


팡!


갑자기 차량의 오른쪽 앞 타이어가 터졌다.

바퀴가 휙 꺾으며 차가 돌았다.


“이게 왜 이래!”

“어어어어어!”


터컹!

쾅!


“우아아왁!”


난간을 뚫고.

전경 차량은 그림처럼 천천히 하늘을 날았다. 다이빙 선수처럼 한강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잠깐의 무중력.


슬로우 비디오처럼 안에 탄 의원들의 옷에서 핸드폰과 잡동사니들이 튀어나왔다. 그것들이 천천히 하늘을 구른다.


“으아아아악!”

“꺄아악!”


한강 아래로

비틀린 비명을 지르며 버스가 떨어져 내렸다.




***




텀벙!!

우수수수수.


“어?”

“저거 왜 저래?”

“자살이냐?”


제일 먼저 도착한 것은 택배 오토바이의 라이더들.

찢어진 난간의 끝에 서서 아래 강 위에 추락한 전경 버스를 바라봤다.


꾸르르르륵


버스는 깨진 창문으로 거친 거품을 뿜어내며 가라앉고 있었다.


쿵쿵!!


“사람 살려!”

“끼야아악!”

“우와와악!”


닭장처럼 처진 철망 때문에 국회의원들은 버스의 창문으로 빠져나가지도 못하고 있었다. 마치 쥐덫에 잡힌 시궁쥐처럼 물속에서 바둥거렸다. 물에 빠져 연신 물을 먹었다.


“꼴 조오타~!”

“멍청한 새끼들!”

“다 뒈져버려!!”


터져 나오는 비아냥. 하지만 손가락은 들고 있던 중지로 119를 누른다.

띠-뚜-띠


[네, 119입니다.]


버스가 물속으로 가라앉는 와중에도 라이더들은 그들을 향해 중지를 들어 올리며 연신 욕을 하고 있었다. 계속 욕을 하면서도 또 119와 통화한다.


“예! 지금 전경 버스 마포대교 다리에서 떨어져 다이빙했어요!”

[네? 어디라고요?]

“마포대교요. 전경 버스 난간 뚫고 떨어졌다고요.”

[남쪽이에요? 북쪽이에요?]

“버스가 마포 쪽으로 넘어가다가 유람선 선착장 방향으로 다이빙했어요.”

[네. 출동할게요.]

“조심해서 천천히 오세요.”

[네?]

뚝!


그 사이로


붕!


태훈이 먼저 날아올랐다.

버스를 향해 한강으로 뛰어들었다.




***




풍덩!


태훈이 가장 먼저 한 행동은 차량의 옆에 달라붙은 것이다.


‘유속이 생각보다 빨라···.’


전경 차량은 벌써 2/3까지 가라앉았다. 뒤쪽이 무거운지 운전석 쪽이 더 들려있다. 안쪽의 상황을 보려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자


“으아아악!”

“왔다! 놈이 왔어! 우릴 죽이려고 놈이 왔어!”

“저리 가! 저리 가! 이 괴물 새끼야!!”

“사람! 사람 살려요!!”

“무기! 무기 없어? 무슨 전경 버스가 무기가 하나 없어!!”

“흐어어어억! 대표님! 저 좀! 저 좀 잡아주세요!”

“꾸루룩! 꿀꺽 꿀꺽!”


아비규환.

기절해 쓰러질 것 같은 사람. 목을 붙들고 괴로워하는 사람.

정신이 멀쩡하지만, 상황 판단을 전혀 못 하고 멍해 있는 사람들.

그래도 거의 전원 안전띠는 매고 있었는지 머리가 깨진 한 명만 피를 흘리고 있지 죽거나 크게 다친 사람은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쿠르륵!


버스의 밑으로 들어가 본다.

수심이 생각보다 깊었다.

여름 장마철.

이 정도라면 6~7m는 될 듯싶었다.


‘조금 물 좀 먹여볼까?’


꾸르르르륵!


“꾸에에에엑!”

“으아쿠를액”

“사람사···큭!”

“우악. 꼬로록! 케엑! 캑! 어푸어푸!!”


철망 속 쥐덫에 잡힌 쥐들이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을 친다.

그들을 지켜보는 태훈을 향해 물속에서 욕을 하며 고함을 쳤다.

잘못했다며 용서를 구하는 국회의원은 아직 하나도 없었다.


촤아아악!


“크허허허헙!”

“케에헥. 콜록콜록!”


멀쩡하네? 아직 팔팔해!

그럼 다시.

한 번 더.


꾸르르르륵!


“히이익!”

“크헤헥!!”


꿀걱꿀꺽.

꾸르륵!


최아아악!!


“뭐 하는 거야?”

“니가 이러고도 괜찮우르릅쿠후훕 꾸룩!”


그러길 몇 번.


“헤엑 헤에엑!”

“콜록콜록콜록!”

“우웁!”


파김치가 된 얼굴로 개구리 배처럼 물을 먹은 이들이 연신 물을 토하고 다시 먹길 반복했다.


“더할까?”


태훈을 향해 물빠진 생쥐들이 양손을 흔들며 연신 수면에 머릴 박는다.


“자··· 잘못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습니다!”


‘뭘 잘못했는지는 알까?’


하지만 더 물을 먹이면 죽을 거 같았다.


그걸 마지막으로 버스가 천천히 수면 위로 솟아올랐다.

버스는 강 위를 달리듯 천천히 여의도 방향으로 움직였다.

물에 빠진 생쥐 꼴을 한 서른 명의 국회의원은 차 안에서 연신 강물을 토해내고 있었다.




***




헬기로 찍은 한강 둔치의 상황.


덜덜덜덜


“우··· 우엑”


물에서 건져낸 전경 버스 앞, 흙바닥에 드러누운 사람들.

연신 물을 토하고 있지만, 대부분 건강상태는 멀쩡했다.

구급차 몇 대가 현장으로 급히 진입하며 구조대원들이 차례로 환자들을 살핀다. 그 앞에는 그들을 바라보는 거대한 크기의 괴물이 있었다.


[네. 지금 한강에 빠진 전경 버스를 보고 계십니다. 국회의원들이 탈취한 전경 버스는 게이트 키퍼 강태훈 씨가 한강에 직접 뛰어들어 그들을 구해냈습니다.]

[강태훈 씨는 그들에게 악감정이 있었던 것 아니었나요?]

[네! 뇌물을 쓰고, 동생을 인질로 잡겠다는 폭언에 여의도로 가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죽이겠다거나, 부숴버리겠다고 공언한 바는 없었습니다.]

[그럼 정말 말대로 여의도로 그들을 만나러 간 거로군요.]

[그리고 어이없게도 그들을 구했고요. 어찌 구할 마음이 들었을까요?]

[정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네요.]


패널로 나온 국회의원이 거드름을 피우며 떠들었다.


[이 모든 게 다 자업자득입니다. 지금 있는 게이트 키퍼 법은 차별 금지법과 정확하게 상충 되는 법입니다. 오히려 차별을 조장하는 법이죠. 이 문제는 이미 처음 만들 때부터 헌법재판소에 올라가 있었어요. 하지만 모두가 게이트 관리를 이유로 묵인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 면이 없진 않겠군요.]

[터질 게 터진 겁니다. 지금 상황이라면 이 법을 만든 국회의원은 총사퇴하고 새로운 조건에서 다시 뽑는 게 맞습니다.]

[그렇다는 말씀은 게이트 키퍼 8시간 의무를 모두 지키겠다는···]

[물론이죠. 저처럼 당당하게 게이트 키퍼의 의무를 이행하고 국민의 대표로서 새로운 ‘게이트 키퍼’법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 저 새끼 표정 봐!

└ 선수 필승 ㅋㅋㅋㅋ

└ 예림이! 그 패봐봐. 혹시 장이야?

└ 사쿠라네?

└ 사쿠라야?

└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마라.' 이런 거 안 배웠어?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아재요. 언제쩍 개그를···.

└ 너 혼자야?

└ 아니 나 씽글이얔!ㅋㅋㅋㅋㅋㅋ

└ 새끼 운 따리 맞게 8시간 한 번 선 걸로 유세질 장난 아니네. 쓰벌 다시 서보라고 하면 뭐 빠지게 도망칠 새끼가.

└ 그래도 선 건 선 거임.

└ 서긴 뭐가 서! 다 죽었구먼!

└ 이봐요! 의사 양반! 아니 내가 고자라니. 아니 내가 고자라니~!

└ ㅋㅋㅋㅋㅋ 그동안 아재들 죄다 어디 숨어있었소! 나 혼자 여기 지키느라 얼마나 서러웠는데···

└ 호이가 계속 되면 그게 둘리인 줄 알아! ㅋㅋㅋㅋㅋ

└ 넌 퇴장! 이 새끼야.


태훈에게 구명 당한(?) 서른 명의 국회의원은 당연히(!) 인사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곤 응급 치료를 마친 후 국회 의원회관에 나타나 사퇴의 변을 토했다.


“···이것으로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으려 합니다. 부족한 저희를 뽑아주시고 지켜봐 주신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죄송하단 사죄의 말씀을 올리며···”


딱딱하게 굳어있는 얼굴엔 죄송하단 표정보다는 억울하고 짜증 난다는 표정뿐. 하지만 그들은 목숨을 걸고 게이트 키퍼가 되기보다는 미련 없이 배지를 던졌다.




***




마포 쪽에서 스코프로 강 건너에서 태훈을 바라보고 있던 저격수


“그럼···”

[그쪽에서 포섭에 실패하면 사살해야 합니다.]

“지금 처리할까요?”

[14호. 오늘 작전은 실패입니다. 하지만 포섭이 실패한 것은 아직 아닙니다. 이번은 그냥 돌아오라는 명령입니다. 기회를 만들어 새롭게 진행하세요.]

“알겠습니다. 바로 복귀하겠습니다.”


다시 스코프를 바라봤을 때, 강 둔치에서 이쪽을 바라보는 태훈의 시선에 인물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황급히 총을 거두고 일어섰다.


‘설마···, 방금 날 알아챘다고? 이 먼 거리에서?’


14호라 불린 인물은 긴장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황급히 커튼을 쳐버렸다.


‘만만치 않은 상대야···’


처음 보는 모양의 기다란 총에 장전되었던 총알을 조심스럽게 빼내자 총알은 은은한 청색 빛을 발하며 반짝였다. 음험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총알을 특수 용기를 열어 모양이 꼭 맞는 홈에 조심스럽게 끼워 넣는다. 뚜껑을 닫자 보이는 것은 뱀의 여신같이 생긴 로고. 상체는 고혹적인 미녀이지만 하체는 뱀인 그리스 신화 속 여신 ‘에키드나’다.


고개를 돌려 돌아본 자리.


그곳에 부부로 보이는 두 명의 커플이 나신으로 침대에 누워 죽어있었다.

사내는 그 둘 앞에 마약 봉지, 다 쓴 주사기와 앰풀들을 꺼내 쏟아놓는다.

이 정도면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터.


그는 한강뷰가 보이는 아파트 창문을 조심스럽게 살피더니 마지막으로 이상한 모양의 총과 특수 용기가 든 가방을 챙겨 재빠르게 아파트를 빠져나갔다.




***




한강 둔치.

그곳에 앉아 태훈은 멀리 보이는 서울의 전경을 살폈다.

아까부터 느껴지는 기이한 이질감에 자꾸만 그쪽으로 시선이 갔다.


‘뭔가 있어···, 엄청 신경 쓰이네···.’


한강뷰가 보인다는 저 고가의 아파트들은 하나같이 빛바랜 상태. 낡디 낡은 아파트들. 20년이란 긴 전쟁으로 경제의 동력을 상실한 서울은 서서히 늙고 있었다.


두두두두두


하늘 위로 시끄럽게 날아다니는 방송국 헬기들.

그리고 태훈의 등 뒤로는 방위 연대급의 병력이 반달 모양으로 흩어져 그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그들 모두가 한적하게 한강을 바라보는 태훈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한 사내가 태훈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날씨가 참 좋네요.”


태훈의 눈은 여전히 한강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목소리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대답 없는 태훈을 향해 요원은 다시 한번 말을 꺼낸다.


“그 선배 일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래도 그 선배가 그렇게 돈만 밝히는 겁쟁이였을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다리 살짝(?) 비튼 것에 줄줄 비밀을 실토한 것이니 겁쟁이는 맞았다.

요원은 그자가 백억을 뒤로 빼돌리려 했다는 이야기를 할까 하다 접었다.

굳이 꺼내 봐야 분위기만 이상해질 터.


한강 위로 물고기가 한 마리 튀어 올랐다.

잉어? 숭어인가?


“숭어가 뛰는군요.”


그는 편한 자세로 태훈의 옆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느긋한 자세로 다리 위를 바라봤다.


“저 친구들도 이제 돌아가네요.”


태훈이 마포대교 위를 바라보자 라이더들이 자신을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든다. 엉덩이를 까고 흔드는 이, 한 명은 오줌을 쌌는지 바지를 추켜올리고 있다.

이제 그들의 본업인 배달 일로 돌아갈 시간이다.


“자. 여기. 선물입니다.”


태훈이 요원을 바라봤다.

누런 황색 봉투.

두툼한 봉투엔 서류가 한가득.


“□□당 보좌관들이 모아서 준 겁니다.”

“이게 뭔가요?”

“불법의 증거들이죠. 부정 수급, 채용 청탁, 납품 비리, 뇌물 공여, 미자격 인물 채용, 정부 지원금 빼돌리기, 주유비 깡 치기 등등 사소한 것까지 종류도 많더군요. 그리고 가장 앞에 있던 건 강태훈 씨 준다는 200억을 어떻게 마련했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200억이요?”

“아···. 하하. 배달 사고도 좀 있더군요.”

“···어떻던가요?”

“익명의 독지가가 200억을 준비해 줬어요. 그 돈은 회유가 목적이었고요. 돈을 받았다던 보좌관은 화장실에서 좀 전 변사로 발견되었고요. 자살로 추정하지만 그 결과로 누가 그 돈을 줬는지는 추적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그 봉투가 확보된 상황으로도 대부분 국회의원은 뇌물 공여죄가 성립될 겁니다. 돈을 받은 쪽이 아니라 태훈 씨에게 돈을 주려고 시도한 쪽으로 말이죠.”

“······.”


그가 방긋 웃었다.


“자기가 키우던 보좌관들이 그들을 버렸습니다. 아니, 위기의 순간, 보좌관만 버리고 그들만 도망쳤죠. 보좌관들은 자신들이 버려졌으니 더는 자신의 주군과는 함께할 수 없었겠고요. 서로 함께 버린 겁니다. 오늘 사퇴한 국회의원들, 세 당의 당 대표 외에도 그 서류면 많은 인원이 고발될 겁니다. 아마도 대부분 국회의원은 뇌물죄와 강태훈 씨에 대한 협박죄도 성립되겠죠. 여기 비밀엄수 연판한 명부도 있으니 증거로는 빼박입니다.”


협박죄라.

협박은 내가 한 것 같지만···

뭐 아무려면 어쩌랴.


“판이 너무 커서 괜찮은 검사가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여전히 태훈은 과묵하게 한강 물만 바라보았다.

커다란 왜가리 한 마리가 날아와 태훈의 앞에 앉았다. 긴 주둥이로 팍! 작은 물고기 한 마리를 찍어 올렸다.

그 모습에 요원이 쓰게 웃었다.


“생태계 최강자로군요.”


태훈이 다시 요원을 바라봤다.


“저 친구 말이죠. 태훈 씨를 보고 한 말은 아닙니다. 뭐 일국의 대통령을 기다리게 하고 있으니 그것 또한 비슷한 지위이겠지만.”

“아직 기다리십니까?”

“그 괴물의 모습이어도 상관없다 하십니다. 그러니 괜찮으시면 지금 청와대로 가시죠.”


“후우.”


하루가 참 길었다.


문뜩 안양천 변에서 엉엉 울던 그 분대 견장을 한 병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가 아니었으면 상황은 전혀 다른 양상이었을지도 몰랐다.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안양천 앞에서 만난 병사가 하나 있습니다.”

“아! 부당 명령 건 말이군요.”

“네?”

“그 친구. 작전 상황에서 명령 불복종이 아닙니다. 항명죄나 그런 것도 아닐 거고요.”

“어떻게···”

“국회의원 박준만이라고 그 병원에서 기념사업회랑 위령탑 만들어주겠다고 떠들던 의원 있었죠? 그 의원이 안양천 작전 지휘 차량 마이크를 탈취해서 임의로 명령을 내린 겁니다. 그 국회의원은 아들도 그러더니 아주 가관입니다. 부자가 쌍으로 감옥에서 보내겠군요. 애먼 장교들만 그자에게 엮여서 보직 해임되게 생겼습니다.”


아.

그놈이었나?

울보 아줌마 아들 죽인 게?


“대통령께 가시죠. 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걸까?


태훈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깜짝 놀란 왜가리가 펄럭펄럭 날갤 펼치며 날아올랐다.

하지만 날아가는 모습은 이곳 생태계의 최강자답게 느긋하기 그지없었다.


생태계 최강자라···


돌아본 곳.

움찔하며 겁먹은 군인들의 표정.


태훈은 정말 자신의 위치를 실감했다.


“그래도 마무리는 지어야죠.”

“예?”

“여의도 왔으니 국회 건물은 보고 가야겠습니다.”




***




전경들과 군인들이 슬금슬금 밀려나는 가운데.

태훈은 시위대에 둘러싸여 국회에 입성했다.


“히히히!”

“우와하하하!”

“형님 나가신다아!!”


사람들은 국회 잔디를 뛰어다니며 깔깔거리며 뒹굴었다.

국회 계단 앞에서 거드름을 피우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대부분 사람들의 기념사진 배경엔 멀뚱하게 국회 건물을 바라보는 괴물 태훈의 모습이 담겼다. 그리고 무슨 밈처럼 사람들은 국회 앞에서 오만원권 지폐로 부채를 만들어 부치는 모습들을 연신 찍어 SNS에 올리고 있었다.


#강태훈, #국회앞, #100억을버린사나이, #형님나가신다, #괴물도잘생김


방송국의 카메라와 기자들을 뒤로하고

태훈은 훌쩍 국회 건물의 옥상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뭘 할까 곰곰이 생각하더니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상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무슨 병신춤도 아니고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는.

특이하면서도 이상한 춤이었다.


그리고 그 춤의 조회수는 당일에만 1천만

‘좋아요’ 백만을 돌파했다.




***




해가 진 청와대.

본관 앞의 너른 잔디.

짙푸른 잔디 위의 검은 형상은 조명을 받아서인지 더욱 위압적으로 보였다.

그곳에서 태훈은 괴물 모습인 채 대통령을 기다렸다.


본관 문이 열리고 나온 삼십여 명의 경호원들.

그들의 굳은 얼굴을 뒤로하고 그 가운데에서 인자한 표정으로 대통령이 태훈을 향해 걸어왔다.


“영상으로 봤을 때보다··· 생각보다 크군요.”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해야 할까?


태훈은 잠시 생각하다 털썩 잔디 위에 주저앉았다.

그러고서야 눈높이가 대통령과 비슷해졌다.


“좋군요. 이렇게 이야길 합시다.”


대통령이 태훈의 팔뚝을 슬쩍 만져본다.

딱딱한 골판의 질감을 손으로 음미해본다.

대통령의 얼굴은 호기심 반, 자긍심 반.

그런 대통령의 호기심 어린 시선은 싫지 않았다.


생각보다 겁이 없는 분이다.

뭐. 대통령씩이나 할 만한 배포라면 그 정도쯤은 당연한 걸까?


“강태훈 씨.”

“······.”

“음. 어떻게 말을 풀어야 할지 아직 정리가 다 되진 않았지만···”


그가 가슴을 열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내가···”


그의 시선이 내려다보이는 서울의 전경을 향한다.


“아니, 이 나라가 태훈 씨를 많이 의지하게 될 것 같습니다.”


미안함인지, 애틋함인지···.

저런 표정은 태훈도 저 감정을 읽어내기가 힘들었다.


“20년 전 그날. 태훈 씨가 지금의 모습으로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태훈 씨는 그날 부모님을 잃었다고 했죠?”

“예···”

“저는 그날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습니다. 그리고 다짐했죠. 내가 준비되는 날이 오면 그때는 다를 거라고 말이죠. 그 이후로 누구도 사랑하는 이를 잃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죽을 듯 달려왔어요.”

“······.”

“후···, 태훈 씨는 게이트에 대해 생각하시는 게 있습니까?”

“복수요.”

“?”

“어떻게든 갚아줘야죠.”

“복수라···.”

“어릴 때, 웨이브에서 도망치면서 한가지 생각밖에는 없었어요.”

“그게···”

“다 부숴버리겠다고··· 정말 그 생각밖에는 없었던 거 같아요.”

“게이트를 부순다라···! 어떤 방법이 있겠습니까?”

“연구해봐야죠. 그래도 생각해봤는데··· 지금의 게이트 방위를 수비에서 공세로 전환했으면 싶었습니다. 게이트를 없애는 걸 넘어서 그 게이트 너머에 있는 놈들 면상을 한 번은 꼭 보고 싶어서요.”


대통령은 놀란 눈으로 태훈을 바라봤다.


“공세요? 넘어간다고요?”

“네. 생각해봤습니다. 게이트는 문이니까···. 그쪽에서 이쪽으로 오물을 쏟아내는 걸 당하고만 있기엔 너무 억울하잖아요. 아무리 그게 하수구 오물통이라도 그걸 뚫고 올라가서 어떻게 생긴 놈들인지, 한번 만나면 놈들 면상에 주먹을 꽂아 넣고 싶었어요.”

“하하하하하!!”

“······.”

“꼭 지옥으로 내려가 하데스나 염라대왕 따귀를 치고 오겠다는 소리로 들리는군요. 그거 정말 통쾌하겠습니다.”


대통령의 시선이 다시 서울의 야경으로 향했다.

태훈도 그가 바라보고 있는 서울의 반짝이는 전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맞네요. 20년간 얻어맞고만 있었으니, 한 번쯤 되치기를 해 봐도 되겠네요. 그 구멍으로 들어가 우리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는다는 걸 보여줘야죠.”

“···”

“그 계획!”


대통령이 숨을 크게 들이켰다.


“그 계획, 제가 사겠습니다. 이 나라의 모든 역량을 그 계획에 후원하죠. 아니 전 세계가 태훈 씨의 계획을 바라고 있을 겁니다. 함께 놈의 면상을 찍으러 한번 가봅시다.”


함께라···.


태훈은 커다란 주먹을 그에게 내보였다.

그도 자신의 주먹을 태훈의 주먹에 맞부딪혔다.


“그럼 그 계획을 위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대통령의 질문에 태훈은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어릴 적···”

“?”

“괴수 군단이 나와 싸우는 영화를 본 적이 있어요.”

“아! 기억이 나는군요.”

“저는 그중 하나가 되고 싶어 했었어요.”


그리고 싸움은 쪽수다.

다른 무엇보다 그것이 최선이다.


“저와 같은 동료를 모아야겠습니다.”

“동료? 융합체 감염자 말입니까?”

“네. 우선 하나는 확보했잖아요.”

“그래요. 동료! 모아봅시다.”


대통령이 서울의 야경을 바라본다. 그의 눈이 야경의 반짝이는 빛으로 가득 찼다. 태훈도 마찬가지로 붉은 눈 가득 빛무리가 넘실거린다.


그 둘의 뒤로 보이는 서울의 야경은 마치 은하수가 눈앞에 밀려온 것처럼 반짝거렸다.




선작과 추천, 짧은 응원의 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재미있게 보셨다면 응원부탁드려요.


작가의말

드디어 제가 생각했던 서장이 끝났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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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화. 강화도 (1) +4 22.01.08 354 19 14쪽
23 22화. 일본의 게이트 키퍼 (2) +2 22.01.07 375 22 19쪽
22 21화. 일본의 게이트 키퍼 (1) +10 22.01.06 398 26 15쪽
21 20화. 빌런 (3) +4 22.01.05 427 2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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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7화. 원산 (2) +3 22.01.02 513 36 13쪽
17 16화. 원산 (1) +9 22.01.01 580 35 17쪽
16 15화. 실험의 결과 +20 21.12.31 634 41 18쪽
15 14화. 변화의 시작 +14 21.12.30 653 40 18쪽
14 13화. 타이밍 +28 21.12.29 710 42 14쪽
» 12화. 그 계획 +14 21.12.29 726 38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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