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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풋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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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탈혼명부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레드풋
작품등록일 :
2019.10.12 01:47
최근연재일 :
2020.01.1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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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2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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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화. 택배원 김 씨와 방만희(1)

DUMMY

54화. 택배원 김 씨





몇 달 전.


저승의 탁한 붉은 하늘.

택배원 김씨가 붉은 하늘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을 때 저승차사가 말한다.


“안됩니까?”


“허!”


저승에 잡혀 온 이후로 계속 골머릴 썩이는 것은 바로 컴퓨터였다.


컴퓨터라는 것은 당연히 키보드와 마우스를 눌러 움직이는 것이었고, 그것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당연히 물리력이 필요한 것이다.

손가락과 팔의 근육을 이용하여 물리적으로 ‘누름’이란 행위를 하거나 마우스를 ‘위치이동’ 시켜야만 화살표가 움직이거나 글씨가 화면에 출력된다.

하지만 그를 잡아 온 저승사자들은 거기까지는 염두에 두지 않는 모양이었고, 그와 함께 잡혀 온 14명의 프로그래머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어쩌라는 거요?”


눈앞에 컴퓨터가 있어도 컴을 어떻게 만지며 키보드를 어떻게 누른다는 말인가?

반투명한 영혼의 모습으로 말이다.

그를 데리고 온 차사가 묻는다.


“어찌 안 눌러지오?”


“혼만 쏙 빼 와놓고 나보고 이걸 어찌 누르란 말입니까?”


같이 잡혀 온 쌍둥이 아빠라는 프로그래머가 말한다.


“이봐! 자넨 되나?”


“전혀!”


“허. 이거 신기하군. 벽도 통과하겠어?”


“니기미 진짜 죽어뿌른거 아니여?”


“이보쇼! 진짜 돌아갈 수는 있는 거요?”


프로그래머들의 분한 질문에 차사는 차갑게 말한다.


“우리 일을 조금만 돕는다면 원하는 대로 온전히 돌아갈 것이오.”


“이봐요. 그래, 좋소. 그럼, 일이란 게 뭐요?”


차사가 답한다.


“프로그램 하나만 만들어주면 됩니다.”


“아니.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컴퓨터부터 만져야 하는데 이 꼴로 되겠소?”


“방안을 찾을 것이니 기다려보시오.”


황급히 차사가 사라지자 프로그래머 열다섯 명은 동병상련의 서러움 같은 것을 서로 느끼며 통성명을 했다.


“전 쌍둥이 아빱니다. 전 죽어도 돌아가야 해요. 홀어머니 혼자 애들 못 키웁니다.”


“와, 그래도 애가 둘이나 있으시네요. 저는 40 넘어도 아직 여자 손도 못 잡아봤네요.”


“딱지는 뗐고?”


“아니 무슨 그런 걸 물어요? 제가 이래 생겼어도 젊었을 땐 서태지, 듀스 춤 다 외우고 다니던 록카페 죽돌이였는데⋯⋯.”


“아니 그게 시방 언제적 얘기요? 난 지금 바로 아랫집 아파트에서 세컨드가 기다리고 있구먼!”


“어디서 생구라를 치고 있어! 딱 봐도 히키코모리같이 생겨선! 관상은 과학이여. 과학!”


“야 이생퀴야. 어디 한번 붙어 볼텨?”


“자자자. 그만하시고. 우리 일단 어찌 이 사태를 해결할지 의논을 좀 합시다.”


“의논은 뭔 의논이요? 시키는 거 고분고분 잘하고 얼른 끝내고 돌아가야지.”


“저놈들 저승사자요. 여긴 지옥 코앞이고!”


“그렇죠.”


“암튼 의욕은 있으시니, 댁이 여기 대표하쇼. 딱 봐도 이 숙맥들 비하면 장사 좀 하신 얼굴이니.”


“아니, 제가 뭘 했다고 대표를 합니까?”


“뭐 전엔 프로그램 좀 만졌을 테고, 지금은 뭐 하슈?”


“치⋯치킨집⋯⋯합니다.”


“와! 딱 로얄 로드 시네.”


“그래도 잘 풀리셨네. 전 노가다요.”


“전 택배.”


“평생 올빼미로 살았더니 대리운전이 적성에 맞습디다.”


“아⋯씨불. 뭐 이렇게 불쌍한 사람들만 다 모아서 데려왔어. 저승사자 새끼들.”


“뭐 세상 사정 뻔히 알면서 신세 한탄해 봐 뭐 하겄소. 어이 사장님. 아니 너 말고 치킨집 사장님?”


“예?”


“딱이네! 우리 지금 일 잘 마치고 이승으로 돌아가면 아저씨네 치킨집에서 매달 모이면 되겠소.”


“아하하하. 뭘 이런 걸 기념한다고⋯⋯.”


“무슨 소리! 그때 되면 다들 죽다 살아난 것인데, 그런 전우애가 또 어딨소?”


“아. 그런가요?”


“다들 괜찮겠죠?”


“좋죠!”


“그럽시다.”


귀찮은 것 싫어하는 사람, 앞가림 심한 사람들 모인 자리에 이리 나서주는 사람은 감투를 쓰게 되어있다.

그렇게 치킨집을 한다는 쌍둥이 아빠가 그들의 리더가 되었다.


“그러면 잘 부탁합니다. 잘 마무리하고 얼른 집으로 돌아갑시다.”


웃으며 하는 인사지만 모두 얼굴 가득 근심뿐이다.

그런 그에게 그나마 택배원 김 씨가 눈에 든다.


“아저씨가 추천하셨으니 잘 좀 도와주세요.”


“나도 얼른 돌아가야 해요. 새 차 뽑아놓고 아직 개시도 못했스~! 타이밍 놓치면 맡아놓은 아파트단지 다 날아갑니다.”


“하하하. 그래요? 얼른 돌아갑시다.”




* * *




다음 날 김 씨와 쌍둥이 아빠는 시신 15구를 나르는 일에 동원되었다.


차사들의 대장, 그들 말로는 징계소왕이라고 불리는 이는 우리가 컴을 누르지 못하는 상황을 보고는 곧바로 ‘반시’라 부르는 시체 15구를 가지고 왔다.

이 반시라는 것은 어찌 설명하여 본다면 반쯤 죽은 송장인데, 송장이라고 하면 또 말이 안 되는 것이 사람의 사체는 아니니 간단하게 말하면 뼈와 살로 만든 인형이다.


징계소왕이라는 차사가 말한다.


“저기에 모두 들어가라. 이게 너희 몸이 될 것이다.”


이것은 이승에서 활동하는 저승차사들을 위해 만든 것이다.

원재료는 정확히 알지 못하나 뼈살이 꽃과 살살이 꽃으로 몇 해에 걸쳐 키운다고 하였다.

그래서 차사와 사신은 그 몸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단 숨살이 꽃을 쓰지 않는 것은 그리 쓰면 사람처럼 몸은 살아나겠지만, 원천진기로 태어나 자란 것이 아닌지라 백(魄)이 없어 곧 허물어진다고 하였다.

그게 뭔 소린지.


“어때? 움직여?”


“어어어! 어어 나 넘어진다.”


“이게 뭐여!”


“나 좀 잡아줘!”


택배원 김 씨와 14명의 프로그래머는 이 반시의 몸을 받아 그 몸 안에 깃들기까지 근 3일을 고생했다.

다시 그 몸을 익숙하게 사용하기에 또 한 주 정도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는 그제야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눌러 보는 정도로 뭔가 작업을 할 자세가 되었다.

하지만 움직인다는 행위 자체가 “각기 춤”을 추는 꼭두각시 인형처럼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작업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자 차사들은 그들를 거대한 도서관 같은 곳으로 안내했다.

그곳은 정말 넓은 곳에 책장이 하늘을 닿을 듯한 높이로 장부들을 가득 담고 있었는데, 그들은 이 장부를 전부 ‘전산화’ 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 책장 가득 꽂혀 있는 것들이 모두 ‘생명 원부’였고 저승에서 이 “생명 원부” 전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어마어마한 작업을 그들에게 시킨 것이다.

달랑 15명에게 말이다.


김씨는 생각한다.


‘미친 짓이지.’


하지만 상대는 저승사자다.

까라면 까는 것이다.

산 사람도 죽여서 데려와 지금 일을 시키는 마당에 뭔 일이든 못 할쏘냐.

삐끗 잘못하면 불지옥에 며칠 관광 다녀오는 게 아닌가 싶어 모두는 모두 쉬쉬하며 까라는 데로 열심히 작업만 해 줄 뿐이다.

다들 지금쯤에는 자신의 몸이 땅에 묻혔거나 화장장에서 재가 되었겠거니 하는 암울한 추측만 하면서⋯⋯.


이 ‘반시’라는 몸도 생각처럼 잘 움직여주질 않았다.

마치 좀비처럼.

뭔가 움직이려면 레코드판이 튀듯 동작이 항상 과하거나 부족했다.

걷는 것만 해도 그렇다.

정말 영화에서 보는 좀비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작업에서도 항상 잦은 오타와 씨름해야 했고, 마우스도 생각처럼 움직여주지 않았다.

다른 것보다 이 부분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때 우리 중 한 명이 이런 작업에 특화된 친구를 안다며 그를 추천했다.

택배원 김 씨는 징계소왕의 반짝이는 눈을 그때 처음 보았다.


“저게 진짜 저승사자의 눈빛이구나!”


‘안광에서 저런 기운이 뿜어나올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하여 정말 이곳이 저승임을 실감했다.


징계소왕의 명으로 차사들은 그를 잡으러 이승으로 출동했다.

우리가 삐거덕거리며 오늘도 좀비처럼 걷고 있을 때 ‘방망이’라는 친구가 잡혀 왔다.

(그 친구의 이름이 방만희다.)

뭐 사실은 우리가 그놈이 필요하니 잡아 와달라고 한 것이지만,

그 친구는 잡혀 온 지 반나절 만에 이곳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파악하더니 징계소왕에게 무슨 딜을 걸었는지 그와 함께 어디론가 떠났다.

우리와는 인사도 없이(뭐 당연하겠지만.)

단지 반나절 만에 이곳을 빠져나간 것이다.

그는 우리에게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절망도 던져주었다.

그리고는 한동안 다른 대안이 생긴 것인지 징계소왕은 특별하게 우릴 간섭하지 않았다.

우리는 원하는 데로 움직여주지 않는 몸뚱아리를 삐걱거리며 잡담이나 하며 소일하는 것이 일이었다.

마치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환자와 같았다.

우리야 재활 병동에서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환자처럼 행동했지만,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좀비처럼 걷는 것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그리고 몇 주 지나지 않아 갑자기 전혀 다른 새로운 컴퓨터를 받았다.

잘 조정되지 않는 반시의 몸에서 튀어나와야 했던 것도 그때인데, 이 컴퓨터들은 낡고 사양도 거의 옛 펜티엄급이거나 근 십 년, 혹은 십오 년 전 사용되던 낡은 기종들이었지만, 영혼의 몸으로도 충분하게 누르고 움직일 수 있는 것들이었다.

설명인 즉 명계에 오래 있었던 물건은 귀기가 깃들어 혼이라 하여도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삐걱거리던 몸에서 벗어나 영혼의 몸으로 키보드를 두드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들은 물 만난 고기마냥, 신이 나서 키보드를 두드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린 거지꼴의 방망이를 다시 만났다.

아니 방망이‘들’을 다시 만났다.


이상한 것이 우리가 알던 그가 여럿이 되어 왔다는 거다.

서른세 명의 방망이,

본명이 방만희 였지?

그 방망이들은 일련번호가 있었는데 1번이 조장이고 33번까지 가슴과 등에 붉은 페인트로 번호가 적혀있었다.


“저놈들 가짜래.”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첫날 만난 놈이 자기 몸 복제해주고 내뺀 거야.”


“진짜?”


“그렇다니까⋯⋯.”


“누가 그래?”


“저놈이.”


“아. 저 조장이?”


“어. 저놈은 말을 좀 하더라고.”


“저놈들도 불쌍허다.”


“원래는 백 명이었는데 다 죽고 서른셋만 남았다더군.”


“헉. 죽어?”


“어. 저승사자들이 죽였데.”


“죽어서 왔는데 여서 죽으면 뭐가 되는 거여?”


“그냥 없어지는 거겠지!”


“와 미치고 팔짝 뛰겠네⋯⋯, 환생은?”


“난들 아나?”


“와~! 시바 진짜 엿 같네.”


“쉿! 저놈들 들어서 좋을 거 하나 없어. 어여 마무리해 줘 버리자고!”


“알겠네.”


일을 계속하면서도 말을 섞어본 것은 방망이 중엔 조장 혼자뿐이다.

우리는 그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접촉하는 것 자체가 모두 금지되어 있었다.

그들은 항상 무표정한 얼굴로 우리 컴퓨터를 봐주거나 프로그래밍 중 막혔던 버그들을 순식간에 해결해주거나 하였다.

그들은 명석했고 부지런했고 조용했다.

마치 AI가 탑재된 인공지능의 생체로봇을 보는 느낌?

어떤 친구는 그들을 꼭 왕좌의 게임이란 미드의 ‘거세 병’ 같다고 표현했다.

정말 거세가 되었을지도⋯⋯.

사람이 그렇게나 변하다니⋯⋯.


단지 방망이의 조장이라는 1번만 좀 사람답게 가끔 농담도 좀 던지고, 웃고, 인사도 좀 나누고 하는 정도다.

그들은 우리가 맡았던 임베디드용 시스템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과는 다르게 그 거대했던 명부 서고의 ‘생명 원부’ 내용을 정리하는 일을 도맡았다.

아니 그 엄청난 일을 그 서른세 명의 방망이에만 시키다니⋯⋯.

우리는 그들이 당연히 실패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 불평 없이 그 엄청난 일을 꾸역꾸역해나갔다.

정말 저리 똑똑한 놈들을 무한으로 복제할 수 있다면 저 끝없던 서고의 책장 속 명부들도 다 전산화 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리라.


우리가 1024*768 픽셀의 규격으로 간단한 흑백 리더기에 생명 원부의 아웃풋을 화면에 출력했을 때 우리는 그날로 저승 파견 업무가 종료되었다.


“간다고요?”


우릴 데려왔던 차사가 말한다.


“바로!”


“으허!”


“이 사람아! 지금 울 시간이 어디 있어. 어서 빨리 보내주시오.”


“갑시다.”


“어이! 방망이들~!”


“와. 독하네! 저놈들 이쪽 쳐다도 안 보는 거 봐.”


“괜한 소리 말아요. 우리가 얼마나 부럽겠소.”


“하긴.”


“그냥 조용히 갑시다.”


차사가 말한다.


“따라오세요.”


그리고 명계의 귀문을 나서기 전 우리는 모두 저승사자가 주는 술을 한 잔씩 마셔야 했다.

김 씨는 이 술을 마시면 바로 기억이 날아갈 거 같아 먹는 시늉만 하고 차사들이 모르게 뱉어냈다.

그리고 귀문이란 곳을 성큼 걸어 나가자


“크헉!”


놀란 김 씨는 몸을 덜덜덜 떨며 영안실 냉장고에서 깨어났다.

그는 온 몸의 힘을 쥐어짜 가슴을 움직여 성대로 숨을 내보냈다.

혼신의 힘으로 고함친다.


“사⋯⋯ 사람 살려!”


그가 발을 뻗어 발 아래 있는 스텐레스로 된 금속 문을 걷어 차자 ‘텅’하는 커다란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문이 천천히 열리며 사색이 된 두 사람의 얼굴이 들어온다.


“으아아악!!”

“으아악!”


한 명은 귀신을 본 듯 영안실을 뛰쳐나가고, 다른 한 사람은 그래도 경험이 있는지 자신을 슬쩍 건드려본다.


“어이! 쉭!”


“이⋯⋯ 이보슈, 나 좀 살려 주슈⋯⋯.”


깜짝 놀란 얼굴로 그가 영안실의 인터폰을 집어 들고 외친다.


“응급, 응급실로 연결해줘요!”




* * *




방배동의 작은 빌라.


프로그래머 방만희는 그의 좁은 방에서 창문만큼이나 커다란 QLED 247”cm 8K 모니터에 9700K RTX2080Ti의 그래픽카드로 부드럽게 움직이는 3D 아이돌 소녀들의 춤추는 모습을 보고 있다.

하지만 방만희의 얼굴은 잔뜩 찌그러져 있다.


“제기랄! 미쳐버리겠네.”


그도 그럴 것이 차사들이 다녀간 뒤로 그는 벌써 3주째 한숨도 잠을 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긋지긋한 편두통.

지금 그는 측두골에서부터 귓속까지 삐익삐익 삐이하며 소리가 울리고 있다.

마치 토마스와 고든이 소도 섬의 선착장을 향해 칙칙폭폭 전력 질주로 경주를 하는 느낌.

그는 지금 미치기 일보 직전이다.


쾅!


그는 심장이 뛸 때마다 관자놀이가 울리는 것을 참다 참다 마우스를 벽에 집어 던지고 다시 침대에 벌렁 누웠다.


“아 씨발! 옆집 미친새끼 또 지랄이야!”


옆집에서 들리는 소리.


“왈 왈왈!”


옆집에서 들리는 개소리.


저 지긋지긋한 강아지도 팔팔하게 그의 뇌가 더욱 징징 울리도록 짖고 있다.

그 개가 목청껏 발성을 뽐내고 있는 지금, 어제처럼 그의 머릿속으로 서서히 망상들이 파고들기 시작한다.


옆집에선 ‘무슨 소리니?’라는 할머니의 목소리에 손녀가 ‘그 미친놈 또 지랄하는 거지 뭐.’라는 대화가 메아리치듯 반복해서 들린다.


“제길, 제길, 제길!”


그는 이제껏 아니 화수분에서 그의 복제품들을 만들고 난 이후부터 줄곧 이 망상들에 시달리고 있다.

오늘 그의 정신은 서른셋의 의식으로 분화하였고 그 하나하나가 살아나 강도 높게 여러 노동을 하고 있다.

또한 그 망상들은 피곤한 그의 정신 상태로 파고들어온다.

각각의 망상은 공포와 강박, 호기심, 권태와도 싸우고 있다.

의식들은 따로 혹은 또 함께 모여 그의 머릿속에서 벌집 속의 벌처럼 웽웽거리며 맴돈다.

의식은 계속 그의 뇌를 튕겨 나갔다가 들어오길 반복한다.

눈앞에 여러 장면이 겹쳐지거나 병렬되며 정리가 하나도 되지 않은 편린의 기억이 쏟아져 들어온다.

그는 마치 지금 자신의 눈이 잠자리의 겹눈처럼 보인다.

세상의 모든 영상이 한눈에 들어오는 느낌.


폭포처럼, 터진 하수구처럼,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그의 뇌는 서른셋의 시간을 공유하며 그 모든 경험을 한꺼번에 입력하고 처리한다.

그리고 슬슬 과부하 된다.

바로 폭발 직전이다.


“으아아아~! 진짜 미쳐버리겠네!”


그는 벌떡 일어나더니 커피포트에서 며칠 된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조금 정신이 든 그는 다시 무언가에 홀린 듯 중얼거리며 책장으로 달려가 노트를 꺼내어선 미친 듯이 뭔가를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는 오른손으로 노트에 프로그램 언어와 기호로 된 내용을 미친 듯 써 내려가더니 다급하게 왼손으로도 다른 노트를 꺼내어선 써댄다.

이젠 양손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양쪽 눈이 카멜레온처럼 따로 돌더니 점점 그 쓰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의 코에서 코피가 주르륵 흘러내린다.

그의 오른손으로 쓰던 노트의 종이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파바박 찢어져 나간다.


“으아아아악”


왼손으로 쓰던 노트도 찢어져 나가자 그는 프린터의 복사지를 왕창 꺼내어 무작위로 코드와 숫자, 테그와 암호, 수식들을 적어나간다.

그의 피부에 있는 모든 구멍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져 나온다.

그는 그렇게 15분을 더 미친 듯 뭔가를 써나가다가 마치 끈이 끊어진 연처럼 픽하고 바닥에 쓰러져 기절했다.


컴퓨터 모니터에서는 일본 애니 풍의 똑같은 얼굴에 머리색만 다른 7명의 미소녀가 짧은 무대복을 입고 대기실에서 오늘 공연이 어땠는지 기대에 찬 얼굴로 그에게 묻고 있다.


“헤이. 방마니쿤! 거기 있어?”


“어서 대답해줘! 오늘 공연이 어땠는지”


[1. 너무 멋졌어. 나 정말 놀랐는걸?]

[2. 좀 더 분발해야겠다.]

[3. 형편없었어. 당장 연습실로 돌아가!]


공허한 화살표만 화면 앞에 떠 있다.





(계속)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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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7화. 특무대와 염라명부차사(1) 20.01.13 17 0 14쪽
66 66화. 방만희와 허깨비들(9) +2 20.01.11 39 1 13쪽
65 65화. 방만희와 허깨비들(8) 20.01.10 19 0 13쪽
64 64화. 방만희와 허깨비들(7) 20.01.09 20 0 14쪽
63 63화. 방만희와 허깨비들(6) 20.01.08 15 0 14쪽
62 62화. 방만희와 허깨비들(5) 20.01.07 14 0 11쪽
61 61화. 방만희와 허깨비들(4) 20.01.06 16 0 14쪽
60 60화. 방만희와 허깨비들(3) 20.01.04 20 0 11쪽
59 59화. 방만희와 허깨비들(2) 20.01.03 19 0 14쪽
58 58화. 방만희와 허깨비들(1) 20.01.02 21 0 17쪽
57 57화 . 쌍둥이 아빠 주광진 (2) 19.12.31 18 0 17쪽
56 56화. 쌍둥이 아빠 주광진(1) 19.12.30 20 0 16쪽
55 55화. 택배원 김씨와 방만희(2) 19.12.28 18 0 12쪽
» 54화. 택배원 김 씨와 방만희(1) 19.12.27 25 0 18쪽
53 53화. 소방교 주권현 (5) 19.12.26 19 0 14쪽
52 52화. 소방교 주권현 (4) 19.12.24 23 0 13쪽
51 51화. 소방교 주권현 (3) 19.12.23 16 0 12쪽
50 50화. 소방교 주권현(2) 19.12.21 21 0 22쪽
49 49화. 소방교 주권현(1) 19.12.20 14 0 12쪽
48 48화. 카통고(2) 19.12.19 19 0 14쪽
47 47화. 카통고(1) 19.12.18 19 0 18쪽
46 46화. 염라명부 차사(6) 19.12.17 15 0 14쪽
45 45화. 염라명부 차사(5) 19.12.16 18 0 17쪽
44 44화. 염라명부 차사(4) 19.12.14 18 0 17쪽
43 43화. 염라명부 차사(3) 19.12.13 16 0 17쪽
42 42화. 염라명부 차사(2) 19.12.12 16 0 19쪽
41 41화. 염라명부 차사 (1) 19.12.11 20 0 17쪽
40 40화. 징계소왕과 허깨비(4) 19.12.10 21 0 14쪽
39 39화. 징계소왕과 허깨비(3) 19.12.09 18 0 16쪽
38 38화. 징계소왕과 허깨비(2) 19.12.06 20 0 19쪽
37 37화. 징계소왕과 허깨비(1) 19.12.05 19 0 12쪽
36 36화. 이야기의 시작 (5) 19.12.04 25 0 16쪽
35 35화. 이야기의 시작 (4) 19.12.03 24 0 17쪽
34 34화. 이야기의 시작 (3) 19.12.02 20 0 19쪽
33 33화. 이야기의 시작 (2) 19.12.01 19 0 18쪽
32 32화. 이야기의 시작 (1) 19.11.30 27 0 15쪽
31 31화. 사고 (6) 19.11.29 23 0 14쪽
30 30화. 사고 (5) 19.11.28 19 0 17쪽
29 29화. 사고 (4) 19.11.27 25 0 19쪽
28 28화. 사고 (3) 19.11.26 21 0 18쪽
27 27화. 사고 (2) 19.11.25 20 0 16쪽
26 26화. 사고 (1) 19.11.24 26 0 21쪽
25 25화. 특무대 (5) 19.11.23 27 0 19쪽
24 24화. 특무대 (4) 19.11.22 26 0 18쪽
23 23화. 특무대 (3) 19.11.21 27 0 20쪽
22 22화. 특무대 (2) 19.11.20 27 0 16쪽
21 21화. 특무대 (1) 19.11.19 32 0 15쪽
20 20화. 탈명자(3) - 새 이름 19.11.18 29 0 13쪽
19 19화. 탈명자(2) - 추격전 19.11.17 33 0 18쪽
18 18화. 탈명자(1) - 소녀 정제수 19.11.16 36 0 11쪽
17 17화. 프로그래머 방만희(4) 19.11.15 37 0 16쪽
16 16화. 프로그래머 방만희(3) 19.11.14 45 0 18쪽
15 15화. 프로그래머 방만희(2) 19.11.13 37 0 16쪽
14 14화. 프로그래머 방만희(1) 19.11.12 39 1 19쪽
13 13화. 택배원 김 씨(3) 19.11.11 40 1 13쪽
12 12화. 택배원 김 씨(2) 19.11.10 83 0 15쪽
11 11화. 택배원 김 씨(1) +2 19.11.09 48 2 13쪽
10 10화. 차사 신태웅(8) 탈명특무대 +2 19.11.08 52 2 18쪽
9 9화. 차사 신태웅 (7) 차출(2) +2 19.11.07 72 2 13쪽
8 8화. 차사 신태웅(6) 차출 +2 19.11.06 64 2 19쪽
7 7화. 차사 신태웅(5) 재교육(2) +2 19.11.05 70 2 16쪽
6 6화. 차사 신태웅(4) 재교육 +2 19.11.04 81 2 13쪽
5 5화. 차사 신태웅(3) 징계 +2 19.11.03 90 2 15쪽
4 4화. 차사 신태웅(2) 미로진 +2 19.11.02 96 3 13쪽
3 3화. 차사 신태웅(1) 망혼 +3 19.11.02 124 3 17쪽
2 2화. 무녀. +3 19.11.01 178 4 19쪽
1 프롤로그 & 1화. 무명(無名) +4 19.11.01 429 5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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