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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풋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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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탈혼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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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풋
작품등록일 :
2019.10.12 01:47
최근연재일 :
2020.01.1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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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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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21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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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50화. 소방교 주권현(2)

DUMMY

50화. 소방교 주권현(2)






두 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병원.


랜트한 모닝 차량이 병원 입구로 들어온다.

차 위에는 차사 둘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다.

꼴이 우습지만, 일반인의 시선으로는 차사를 알아볼 수는 없다.

그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생령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터.

단지 영력이 뛰어난 무당이나 귀신이 아니라면 그들을 볼 수는 없는 상황.

모닝에서 나온 여덟 명은 입원 병동으로 향한다.

소방대원 한 명과 소녀로 변신한 청룡, 그리고 개로 변신한 염라 명부차사, 그리고 소방대원을 지키는 후배 차사 다섯이다.


청룡 화련은 애완견용 백팩에 시츄로 변신한 차사 고창을 매고 있다.

백팩의 가운데엔 둥그렇게 우주선 모양으로 창이 나 있고 그곳으로 연신 시선을 두리번거리는 시츄가 보인다.

소방대원과 소녀 청룡을 보호하듯 다섯의 차사는 오방진 대형으로 그들을 감싸고 걷는다.


주권현이 안내 데스크에서 이것저것을 묻는다.

알아본 바로는 입원실은 5층.

거기 1인실에 비행기 사고 대책반 특구의 이오팀 팀장, 소방장 김명식이 입원해있다.

그가 소방대원 근무복을 입고 오지 않았다면 개인정보를 이유로 입원 여부도 알아보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을 것이다.


입원실로 올라가 간호사실 앞에서 소방교 주권현이 대기 중이던 간호사에게 묻는다.


“혹시, 소방대원 입원한 병실을 알 수 있을까요?”


“김명식 씨 면회 오셨어요?”


“네.”


“잠시만요.”


간호사는 당황한 기색으로 황급히 자리를 떠나 수간호사를 찾는다.

그녀의 급하고 긴장한 얼굴에 주권현은 의아해한다.

청룡 화련이 눈살을 찌푸리며 방금 자릴 피한 간호사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뭐지? 감이 안 좋은데요?”


그녀는 간호사의 인상에서 뭔가 찜찜한 구석이 보이는지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병원을 둘러본다.


“잠시만 여기 계셔요.”


“어디 가려고?


그녀가 턱짓으로 화장실을 가리키자 주권현이 말한다.


“어서 다녀와. 나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으니까.”


“알았어요.”


청룡 화련이 백팩을 메고 화장실로 사라진다.

화장실에서 화련이 백팩을 세면대에 내려놓고 시츄를 꺼낸다.


“어때?”


강아지 시츄가 답한다.


“왈왈”(이상없슈.)


“잘 생각해봐. 명부에 주권현이 적혀있었을 때 그를 죽이려는 사람이 바로 오늘 병원에서 만나는 그 소방 대장이야!”


“왈왈 왈왈왈 으르으르 왈왈.(맞아요. 지금 이 염라 명부의 전신인 타버린 망혼부는 그가 주권현을 죽일 거라는 내용의 명부였어요.)”


“흐음. 주의해야겠네.”


“왈왈 왈왈왈 끼잉낑 왈왈.(그래도 차사가 다섯인데, 아니 나 포함 여섯? 거기에 용도 한 분 계시고.)”


“크게 문제 될 거야 없겠지만, 그렇다고 준비 없이 들어가고 싶진 않아.”


“왈왈 으르르 낑낑?(그럼 제가 변신을 풀까요?)”


“아직은! 하지만 언제든 튀어나올 수 있게 가방은 열어 둘게!”


“왈왈왈! 캥깽! (그럼 저도 상황을 알 수 있게 가방을 앞으로 메주슈.)”


“오케이.”


그때 화장실 한쪽의 문이 열리며 눈을 커다랗게 뜬 40대의 환자 보호자인 듯 보이는 아주머니 한 명이 나온다.


“너 호··· 혹시 지금 서···설마 저 개랑 애··· 얘기 한 거니?”


“에이. 설마요. 저 전화 중이었는데요?”


화련이 그녀를 향해 전화기를 흔들어 보인다.


“아하하. 그러니? 그렇지?! 난 또 강아지가 대답을 하나 했지 뭐니. 오호호호”


“그럼요. 병원에 개를 데리고 와서 죄송해요. 가방에만 넣어뒀더니 답답했나 봐요. 엄마가 입원 중이신데 너무 이놈 보고 싶어 하셔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


“아우··· 그렇구나. 가··· 강아지가 차···차암 이쁘네···.”


아주머니는 못 볼 걸 본 듯이 스리슬쩍 화장실을 빠져나간다.


“믿지는 않는 눈치인데··· 어쩌지? 잡아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왈왈왈(어쩌겠수. 걍 무시해야지.)”


“하긴.”


그녀가 가방을 반쯤 열어 다시 앞으로 멘다.

그리고 여자 화장실을 나와 입원실 복도 중앙의 간호사 데스크 앞으로 향한다.


“아니, 안된다고요.”


“문밖에서도 안 됩니까?”


“안 돼요. 지금 환자 보시는 건 안 됩니다.”


수간호사로 보이는 나이 지긋한 얼굴의 강단 있는 표정의 간호사가 소방교 주권현을 막고 서있다.

그녀는 지금이 정말 난처한 상황인지 표정을 숨기지도 못한다.


“그럼 환자의 상태라도 알 수 있을까요?”


“안 돼요. 돌아가 주세요.”


“아하. 이거 참⋯⋯.”


“무슨 일이에요?”


청룡 화련이 묻자 주권현이 황당한 표정으로 말한다.


“면회가 안 된다고 하네.”


“왜요?”


“몰라. 그냥 안 된데.”


그때 저쪽에서 피곤한 얼굴을 한 아주머니 한 분이 급하게 달려와선 황급히 주권현의 손을 끌고 휴게소 쪽으로 간다.


“칫.”


수간호사의 혀 차는 소릴 들으며 청룡 화련이 ‘뭔가 있구나.’ 싶은 생각에 눈이 번뜩인다.


“소방서에서 오셨어요?”


“아. 같은 지역은 아니고요. 강릉에서 현장에 함께 있었습니다. 어찌 지내시나 궁금하기도 하고.”


“감사합니다. 저는 김명식 소방장 아내예요.”


“아! 안녕하세요.”


“저, 남편 보러 오셨죠?”


“네. 그렇기는 한데 간호사들이 이상하게 막네요. 혹 무슨 사연이 있습니까?”


“저, 남편 상태를 꼭 좀 봐주세요. 아무리 봐도 병원에서의 치료가 이상해서⋯⋯.”


“네?”


“이유를 알 수 없이 환자 상태가 계속 나빠지고 있거든요.”


“그래요?”


“혹, 사고 상황 당시를 아시면 좀 더 치료에 도움이 될까 싶은데⋯⋯. 이야기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네. 그럼 먼저 소방장님 상태를 좀 봐도 될까요?”


“집히시는 데가 혹 있나요? 모습 보니 경험 많으실 거 같아서⋯⋯. 제가 염치없이 부탁을 드립니다.”


“간호사들은 왜⋯⋯”


“괜히 언론에 입방아라도 오를까 싶어 저러는 거예요. 병원을 옮기려 해도 막무가내로 자신들이 치료하겠다고⋯⋯.”


“우선은 좀 봐야 알겠습니다.”


“혹 같이 오신 소녀분은?”


“아! 이 친구는 제 조카⋯⋯”


“전 무당이에요!”


청룡 화련이 주권현의 말을 끊고 들어와 아내에게 바로 자신이 무당임을 말한다.


“네? 무당이요?”


“네. 이 소방대원분도 사고 후에 잡귀가 따라다녀서 제가 떼어주고 오는 길입니다. 강릉에 사고 참여하신 소방대원들이 대부분 잡귀에 시달리고 있어서요.”


“네?”


“혹, 남편분께서도 귀신에 당한 거면 제가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러자 여인이 갑자기 달려와 청룡 화련의 손을 꼭 잡는다.


“맞아요!”


“네?”


“마치 귀신 들린 것처럼 뭔가 단단히 잘못된 느낌이었어요. 정말 남편 같지 않았거든요.”


“혹 최근에 뭔가 이상한 행동 같은걸⋯.”


“네! 이상하게 눈을 뒤집고 웅얼거릴 때가 있는데 그 목소리가⋯ 그 목소리가⋯ 들어보셔야 설명이 되는데⋯ 아아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하나⋯.”


“여자아이나 할머니 목소리가 나던가요?”


“아! 네! 맞아요!”


“양쪽 눈이 따로 돌 때가 있나요? 마치⋯ 카멜레온이나 외사시처럼?”


“마⋯⋯ 맞아요. 정말 그래요.”


“흐음.”


“제발 우리 남편 좀 살려주세요. 제발⋯⋯.”


“좋아요. 저도 봐야 답을 드리겠지만 한번 해 보지요.”


“가⋯⋯감사합니다.”


그녀가 소녀와 소방교 주권현을 데리고 입원실로 가려 하자 간호사들이 그들을 막는다.


“아주머니, 외부인 면회 안된다고 말씀 드렸⋯⋯”


“비켯!”


“네?”


“비켜! 이년들아!”


“말씀이 지나치시⋯⋯.”


“내 남편 내가 보겠다는데 네 년들이 뭐길래 막아?”


“하! 아주머니!”


소방장 아내의 손이 번개처럼 날아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수간호사의 뺨에 적중하려는 찰라, 뒤에 서 있던 주권현이 그녀의 손목을 딱 잡는다.


그녀의 뺨 앞에 선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바람에 수간호사가 눈을 질끈 감는다.


“에구머니나!”


그때, 잠자코 뒤에 서 있던 청룡 화련이 명언술로 기력을 담아 외친다.


“비켜라!”


앞에선 간호사들의 등줄기가 쭈뼛하며 선다.

간호사들 모두가 간담이 서늘하게 긴장을 하며 소녀를 바라본다.


“내 비키라 했다!”


파란 번개가 눈에서 쏴질 것 같은 날 선 안광이 번뜩이자 간호사들도 어쩔 줄을 몰라 한다.


화련이 한 발을 내딛자 수간호사를 주시한 여섯 명의 간호사가 아무 소리 못 하고 멍하게 길을 비켜준다.

그들의 머릿속은 이미 백지처럼 하얗게 돼버렸다.

화련의 명언술은 동해용왕의 신명과 비교한다면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녀도 용은 용,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명언술을 발하니 인간으로서는 따르지 않을 수가 없다.


“가세요.”


“아. 예!”


잔뜩 긴장한 아내가 자신도 깜짝 놀랐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심호흡을 한번 한 후 남편이 누워있는 입원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녀를 따라 주권현과 화련, 그리고 그를 보호하는 차사 다섯이 움직인다.

가방 속의 시츄도 함께.


입원실은 독실로 꽤 넓은 특실 분위기이지만 내부 인테리어를 전부 들어냈는지 달랑 의자 하나와 입원용의 침대 하나, 그리고 링거를 올려둔 거치대가 전부이다.

그리고 침대에는 죽은 듯 소방장 김명식이 누워있다.

피부는 거의 죽어 검은색이고 검은 피부 위로 더 검은 보랏빛의 핏줄들이 피부 위로 엉켜 올라와 있다.

눈은 붉게 충혈되다 못해 검은 동공이 흰자 모두를 침입한 듯 눈은 온통 검은색이고 입에서는 연신 역한 냄새와 함께 침이 질질 흘러나온다.


문제는 그의 얼굴이 일반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하게 부풀어 올라 있다는 것이다.


마치 대두증에 걸린 환자처럼 머리가 부풀어 오른 것이 어른임에도 체형의 비례가 거의 갓난아이의 형상이다.


“이··· 이런.”


주권현이 놀라 그의 손을 잡아보려 하자 화련이 제지한다.


“아무것도 만지지 말고 잠자코 비켜서 있어요.”


갑자기 아내와 함께 주권현과 청룡 화련이 들어오는 모습을 붉은 눈으로 쳐다본 그가 괴성을 지르기 시작한다.


“으아아아크아카아가가!!!”


“여보!”


“안 되겠네. 잡아요.”


주권현이 튀어 나가 환자를 잡으려 하자, 되려 청룡 화련이 그를 잡아선 다시 말한다.


“아니! 아내분 잡으라고!”


“아!”


주권현이 다시 부인의 어깨를 잡자 청룡 화련이 말한다.


“아저씨, 아주머니 데리고 병실 밖으로 나가요. 어서!”


“넌?”


“걱정 말고 나가요! 빨리!”


“알았다. 조⋯⋯ 조심해.”


“그리고 나가면 아무도 이 문을 쳐다보거나 살펴보지 못하게 문 앞에서 단단히 지켜요. 괜히 엿보다가는 엿보는 사람 모두 귀신 들려요!”


“크! 알았어! 그럴게.”


“정말 괜찮⋯⋯”


아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방교 주권현이 그녀를 데리고 문밖으로 나간다.

그녀가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뒤를 돌아봤지만, 주권현의 커다란 어깨에 가려 소녀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전혀 보이질 않는다.

아내는 무녀가 어떤 행동을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주권현이 입원실 문을 나오자 어느새 복도에는 대기하던 간호사들이 그를 둘러싸고 대치를 한다.


“비켜서세요!”


표독스러운 간호사들의 시선을 주권현은 한목에 받는다.


“지금은 아무도 못 들어갑니다.”


그 상태 그대로 그가 팔짱을 끼고 문 앞에 딱 버티고 선다.

아예 문에 기대어 서서는 창문을 넓은 등으로 가려버린다.

주권현이 문 밖에서 화련에게 말한다.


“준비됐어. 여기는 내가 지킬게.”


청룡 화련이 주위를 둘러보더니 저쪽 천장 구석에 있는 CCTV를 발견한다.


“저것부터 처리해야겠는데?”


말을 하기가 무섭게 차사 김달래가 CCTV로 달려가 벽 속으로 손을 쑥 넣더니 전선을 단번에 뽑아버린다.

화련이 메고 있던 가방에서 차사 고 창이 튀어나와 변신을 풀자 오랜만에 두 발로 서려 해서인지 그만 뒤로 엉덩방아를 찧는다.


“케핵!”


“아니 왜 그래? 폼 나게 나오려다 실수한 거야?”


“아이쿠야.”


그가 엉덩이를 툭툭 털며 일어나 겸연쩍게 웃는다.


“네 발로 살아봐요. 적응 좀 해야지.”


차사 고창이 씩 웃고는 환자에게 다가간다.


“어이쿠. 이것 봐라?”


그리고는 염라 명부를 살짝 발동하여 환자의 상태를 세심히 살핀다.

차사가 그를 살피는 지금 침대 위의 소방장 김명식은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는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눈이 사정없이 돌아가고 있다.

마치 고양이 앞의 쥐새끼 마냥 뭔가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상태, 그의 온몸이 사정없이 떨리고 사지가 꼬인다.


“이야! 대박이네.”


“왜?”


“설명하긴 그렇고, 잠시 있어 봐요.”


“?”


“어이. 김달래, 이태승이, 김관봉이”


“넵!”

“옙!”

“예!”


“너희들 귀막진(鬼膜陣) 칠 줄 아냐?”


“압니다.”


“삼 방에서 친다.”


“예?”


“삼방귀막진 몰라?”


“아··· 압니다.”


차사 김달래가 둘의 귀에 속삭이듯 뭔가를 설명하자 두 차사의 얼굴이 굳는다.

김달래가 둘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한다.


“알겠지?”


“예!”


“준비됐으면 바로 간다!”


고창의 명에 차사 셋이 품에서 명부를 꺼낸다.


“준비!”


차사 고 창이 침대를 끌어 방 가운데로 옮기자 차사들 중 둘이 벽 귀퉁이로 붙더니 가부좌를 틀고 귀막(鬼膜) 시전을 준비한다.

김달래도 뒤쪽 벽 중앙에서 자세를 잡는다.


귀막을 치는 차사 셋의 위치가 정확히 정 삼각형이다.

차사 세 명이 동시에 귀막을 시전하면 겹겹으로 거대한 막이 중앙의 침대를 감싸게 될 것이다.


원래 귀막은 귀신과 원귀를 잡기 위해 발동하는 일동의 방진이다.

문제는 이 귀막을 시전하였을 때 그것을 시전한 차사는 움직일 수가 없고, 또한 시전자가 귀막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다는 점이 다.

그래서 대부분은 귀막을 시전할 때 차사들은 체포조와 방어조로 나누어 원귀를 잡는 쪽은 자유롭게 활동하지만 방어조는 귀막시전자의 호법을 서는 것이 일반적인 작전이었다.

하지만 꼭 귀막의 한가운데 차사를 방치하지 않고도 귀신을 가둘 방안은 얼마든지 있다.

그것이 바로 귀막진(鬼膜陣)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귀막을 치는 두 차사의 원의 교집합, 세 명이라면 세 원의 교집합 안에 귀신을 가두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차사를 안전하게 귀막 밖에 두고도 귀막을 유지할 수가 있다.

단, 여기엔 문제가 있는데 이러한 귀막진(鬼膜陣)의 전개에는 조건이 따른다.

첫 번째는 출동한 차사조에 귀막의 시전자가 여럿일 것.

두 번째는 귀신의 출몰지나 위치가 한 곳으로 고정되어 있을 것.

세 번째는 귀막의 크기와 반경이 좁아도 작전이 가능한 경우이다.


어찌 보면 쉬운 조건이지만, 도망 다니는 원귀를 따라다니며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귀막진(鬼膜陣)을 칠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하나의 귀막 안에 귀신이 잡히는 상황도 만들기 힘든데 두 겹 혹은 세 겹의 귀막을 시전해야 한다면 귀신이 가만히 자기 자리에 앉아서 잡혀 줄 리 만무하다.

그래서 귀막진은 이미 잡은 귀신을 장시간 가두어야 하는 상황에나 사용하는 정도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라면 차사 고 창은 귀막진(鬼膜陣)을 시전하기에 가장 좋은 조건이라고 판단했다.


“시작해!”


세 명의 차사가 임시명부를 발동하여 귀막을 시전하자 정확하게 세 귀막의 교집합의 자리에 소방장의 침대가 위치하게 된다.

발동된 세 막이 꼼꼼하게 삼각형으로 침대를 감싸고 귀막의 결계가 형성된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인간으로 변신을 푼 차사 고 창과 조용히 상황을 살펴보고 있는 청룡 화련이 있다.

귀막이 완성되자 화련이 묻는다.


“어쩌려고?”


“있어 봐요. 막내야!”


“차사 차 을호!”


“너 여기 내려가서 장례식장이랑 영안실 둘러봐서 차사들 보이면 있는 데로 다 끌어 모아와라!”


“네?”


“대기타고 있는 놈들 있으면 다 데리고 오라고! 그리고 본부에 연락해서 삼십 명만 더 보내라고 해라.”


“삼십 명이요?”


“아니다. 이십이면 되겠다. 노는 놈 있다면 더 불러와도 된다.”


“예. 알겠습니다.”


“튀어가!”


막내라 불린 차사 차을호가 창문을 타고 병원에서 뛰어내린다.

세 명의 차사가 귀막을 시전하는 걸 바라보고 막내가 명을 받고 창밖으로 뛰어내리자 자신은 뭘 해야 할지 몰라 차사 오덕수가 고창을 바라보며 묻는다.


“전 뭘해야⋯⋯.”


“넌 나가서 주권현이 지켜! 밖에서 뭔 일 나지 않게.”


“알겠습니다.”


그가 투벽의 신법으로 벽을 뚫고 나가자 이제 준비가 된 듯 차사 고 창이 환자의 침대 앞에 딱 버티고 선다.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던 화련이 묻는다.


“난 어쩌지?”


“우선 귀막 밖에 계세요. 귀신은 제가 상대할 테니”


“알았어.”


그녀가 딱 세 걸음을 뒤로 걸어 귀막을 빠져나온다.


이제 귀막은 완성되어 삼각형의 볼록한 피라미드마냥 그와 침대의 주위를 감싸고 있다. 그리고 귀막 바로 밖에는 천오백 살 먹은 청룡이 귀여운 모습으로 앞에 애완견 백팩을 매고 자신을 지켜본다.

뒤를 돌아보던 그는 준비가 다 되었음을 확인하고 말한다.


“다 기어 나와 이 기생충새끼들아!”


차사 고 창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소방장 김명식의 등이 활처럼 휘며 거의 퉁겨지듯 자리에서 일어난다.


“케헥!”


그의 검던 눈이 하얗게 변하더니 그의 입에서 아귀 하나가 토해지듯 쏟아지듯 하며 튀어나온다.

토해진 아귀가 개구리처럼 창문 쪽으로 펄쩍 뛰었지만, 무형의 벽에 막혀 그만 꼬꾸라진다.

그가 어항 속 유리 벽을 더듬는 개구리처럼 연신 입을 뻐끔거리며 발버둥을 치고 있을 때 김명식의 입에서 두 번째, 세 번째의 아귀가 차례대로 토해진다.

그렇게 여덟의 아귀가 토해지고 나서야 김명식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한쪽으로 픽 쓰러진다.


“다 된 거야?”


뒤에서 버둥거리는 아귀를 신기한 듯 세어보며 청룡이 묻는다.


“이제 시작이에요.”


대답을 마친 차사 고창이 성큼 앞으로 나서자 아귀들이 호랑이 앞의 토끼처럼 한쪽 벽으로 우르르 몰려가 엉덩이를 추어올리고 땅에 머릴 박는다.

차사는 픽 쓰러져 있는 김명식을 일으켜 세우더니 그의 입에 손을 쭉 집어넣는다.


“크어어어어억”


“쯧!”


손이 거의 팔꿈치를 지나 어깨까지 들어가나 싶게 입으로 들어가더니 무언가를 잡아 끌고나온다.


그의 손에 머리채가 잡힌 귀매(鬼魅) 하나.


“나와 이새끼야!”


긴 머리에 얼굴이 검고 홀쭉한 귀매(鬼魅)는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발버둥 치지만 머리채가 잡혀 맥도 못 추고 쑥 뽑혀 나와선 바닥에 패대기쳐진다.


“케케켁!”


귀매는 물 밖으로 나온 해파리마냥 축 늘어져서는 입만 뻐끔뻐끔 거리고 있다.

그러더니 이내 힘을 잃고 축 처진다.


“후우! 별 힘도 없는 것들이··· 까불기는···!”


차사 고창이 그렇게 두어 마리의 귀매(鬼魅)를 재차 꺼내어 바닥에 던지자 이번에는 고약한 악취와 함께 시뻘건 ‘저퀴’ 하나가 또 기어 나온다.


입에서 기어 나온 저퀴는 사납게 그를 공격해보려 하지만 차사의 발길질 한 방에 여지없이 나가떨어져 한쪽 구석에 주저앉는다.

저퀴는 푸석푸석 한 피부에서 노란 진액이 흘러나오며 허물어지듯 뭉개져 버린다.

두 눈만 살아서 뛰룩뛰룩 굴리는 폼이 아직 죽거나 사멸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저퀴 하나를 때려잡고 그가 다시 김명식을 일으켜 세우고 볼을 찰싹찰싹 때려 입을 벌리게 하자 그의 입에서 멀쩡하게 생긴 혼령들이 부끄러운 얼굴을 하고 하나씩 튀어나온다.


“자 너희들은 이쪽으로 나와서 줄 맞춰서 서 있어. 알았냐?”


“⋯⋯.”


“대답해! 알았냐고!”


“예⋯. 알겠습니다.”


“번호!”


“⋯⋯.”


“번호 몰라? 번호 하라고!”


“하⋯⋯ 하나.”


“둘”


“셋”


“네⋯⋯ 넷.”


멀쩡하게 생긴 혼들이 입에서 튀어나오며 하나씩 번호를 외친다.


⋯⋯


“열여섯. 번호 끝!”


“번호 끝이야?”


“지금 나온 거로는 제가 마지막인디요?”


“안에 더 있냐?”


“그것이⋯⋯.”


차사 고 창은 저 멍청한 상문귀(喪門鬼)들에게 더 물을 것 없겠다 싶어 다시 김명식의 몸을 추슬러본다.

상문귀는 상중(喪中)에 몰려든 온갖 잡귀들로 초상집에 들러 제삿밥이나 축내는 무리다.

이곳이 병원이다 보니 장례식장을 찾은 상문귀들이 이렇게 사람의 몸에 붙어 양기를 취하는 것이다.


고 창은 김명식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다시 입을 벌리게 하고는 안을 깊숙하게 들여다본다.


“집주인이슈?”


“⋯⋯.”


“일단은 나와보셔야겠소!”


그러자 이제까지 입에서 토하듯 튀어나오던 귀신들과는 다르게 몸에서 허물이 벗겨지듯 귀신 하나가 떨어져나온다. 하지만 머리와 꼬리뼈 쪽으로 은은하게 얇은 선이 몸과 연결되어있다.


“쯧쯧쯧”


차사 고 창이 연신 입에서 혀 차는 소리가 들린다.


나오라는 집주인인 김명식의 혼이 그의 몸에서 떨어져 나오자 그의 손을 붙잡고 손각시보다도 한참은 어려 보이는 아기 귀신, 동자 귀신들이 손에 손을 잡고 따라 나온다.

그렇게 따라 나오는 아기 귀신이 도합 여섯이다.


“쯧쯧. 누가 소방대원 아니랄까 봐. 귀신도 구하려 하셨소?”


“아이가 하도 울기에 보듬어주었더니⋯⋯.”


“그렇게 하나씩 받아주다 보니 사달이 났다?”


“저는 잘 모르는⋯⋯.”


그때 차사 고 창이 아기 귀신 중에 하나에게 빠르게 달려가서는 아기 귀신의 볼을 잡으려 하자 그 귀신이 휙 얼굴을 돌려 피하며 재주를 넘어 침대 뒤로 숨는다.


“네놈이 원흉이구나!”


차사 고창의 추상같은 불호령을 듣자 몸을 피한 아기 동자의 얼굴이 험악하게 변하며 괴이한 소리가 세어 나온다.


“치이이이잇!”


차사 고창이 처음으로 긴장한 표정을 짖는다.





(계속)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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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혼명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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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중 공지. 21.05.26 153 0 -
71 71화. 특무대와 염라명부차사(5) 20.01.18 32 0 12쪽
70 70화. 특무대와 염라명부차사(4) 20.01.16 20 0 13쪽
69 69화. 특무대와 염라명부차사(3) 20.01.15 18 0 13쪽
68 68화. 특무대와 염라명부차사(2) 20.01.14 18 0 13쪽
67 67화. 특무대와 염라명부차사(1) 20.01.13 17 0 14쪽
66 66화. 방만희와 허깨비들(9) +2 20.01.11 39 1 13쪽
65 65화. 방만희와 허깨비들(8) 20.01.10 19 0 13쪽
64 64화. 방만희와 허깨비들(7) 20.01.09 20 0 14쪽
63 63화. 방만희와 허깨비들(6) 20.01.08 16 0 14쪽
62 62화. 방만희와 허깨비들(5) 20.01.07 14 0 11쪽
61 61화. 방만희와 허깨비들(4) 20.01.06 16 0 14쪽
60 60화. 방만희와 허깨비들(3) 20.01.04 20 0 11쪽
59 59화. 방만희와 허깨비들(2) 20.01.03 19 0 14쪽
58 58화. 방만희와 허깨비들(1) 20.01.02 21 0 17쪽
57 57화 . 쌍둥이 아빠 주광진 (2) 19.12.31 18 0 17쪽
56 56화. 쌍둥이 아빠 주광진(1) 19.12.30 20 0 16쪽
55 55화. 택배원 김씨와 방만희(2) 19.12.28 18 0 12쪽
54 54화. 택배원 김 씨와 방만희(1) 19.12.27 25 0 18쪽
53 53화. 소방교 주권현 (5) 19.12.26 19 0 14쪽
52 52화. 소방교 주권현 (4) 19.12.24 23 0 13쪽
51 51화. 소방교 주권현 (3) 19.12.23 16 0 12쪽
» 50화. 소방교 주권현(2) 19.12.21 22 0 22쪽
49 49화. 소방교 주권현(1) 19.12.20 15 0 12쪽
48 48화. 카통고(2) 19.12.19 19 0 14쪽
47 47화. 카통고(1) 19.12.18 19 0 18쪽
46 46화. 염라명부 차사(6) 19.12.17 15 0 14쪽
45 45화. 염라명부 차사(5) 19.12.16 18 0 17쪽
44 44화. 염라명부 차사(4) 19.12.14 18 0 17쪽
43 43화. 염라명부 차사(3) 19.12.13 16 0 17쪽
42 42화. 염라명부 차사(2) 19.12.12 16 0 19쪽
41 41화. 염라명부 차사 (1) 19.12.11 20 0 17쪽
40 40화. 징계소왕과 허깨비(4) 19.12.10 21 0 14쪽
39 39화. 징계소왕과 허깨비(3) 19.12.09 18 0 16쪽
38 38화. 징계소왕과 허깨비(2) 19.12.06 20 0 19쪽
37 37화. 징계소왕과 허깨비(1) 19.12.05 19 0 12쪽
36 36화. 이야기의 시작 (5) 19.12.04 25 0 16쪽
35 35화. 이야기의 시작 (4) 19.12.03 24 0 17쪽
34 34화. 이야기의 시작 (3) 19.12.02 20 0 19쪽
33 33화. 이야기의 시작 (2) 19.12.01 19 0 18쪽
32 32화. 이야기의 시작 (1) 19.11.30 28 0 15쪽
31 31화. 사고 (6) 19.11.29 23 0 14쪽
30 30화. 사고 (5) 19.11.28 19 0 17쪽
29 29화. 사고 (4) 19.11.27 25 0 19쪽
28 28화. 사고 (3) 19.11.26 21 0 18쪽
27 27화. 사고 (2) 19.11.25 20 0 16쪽
26 26화. 사고 (1) 19.11.24 26 0 21쪽
25 25화. 특무대 (5) 19.11.23 27 0 19쪽
24 24화. 특무대 (4) 19.11.22 26 0 18쪽
23 23화. 특무대 (3) 19.11.21 27 0 20쪽
22 22화. 특무대 (2) 19.11.20 27 0 16쪽
21 21화. 특무대 (1) 19.11.19 32 0 15쪽
20 20화. 탈명자(3) - 새 이름 19.11.18 29 0 13쪽
19 19화. 탈명자(2) - 추격전 19.11.17 33 0 18쪽
18 18화. 탈명자(1) - 소녀 정제수 19.11.16 36 0 11쪽
17 17화. 프로그래머 방만희(4) 19.11.15 37 0 16쪽
16 16화. 프로그래머 방만희(3) 19.11.14 45 0 18쪽
15 15화. 프로그래머 방만희(2) 19.11.13 37 0 16쪽
14 14화. 프로그래머 방만희(1) 19.11.12 39 1 19쪽
13 13화. 택배원 김 씨(3) 19.11.11 40 1 13쪽
12 12화. 택배원 김 씨(2) 19.11.10 83 0 15쪽
11 11화. 택배원 김 씨(1) +2 19.11.09 49 2 13쪽
10 10화. 차사 신태웅(8) 탈명특무대 +2 19.11.08 52 2 18쪽
9 9화. 차사 신태웅 (7) 차출(2) +2 19.11.07 72 2 13쪽
8 8화. 차사 신태웅(6) 차출 +2 19.11.06 65 2 19쪽
7 7화. 차사 신태웅(5) 재교육(2) +2 19.11.05 70 2 16쪽
6 6화. 차사 신태웅(4) 재교육 +2 19.11.04 81 2 13쪽
5 5화. 차사 신태웅(3) 징계 +2 19.11.03 90 2 15쪽
4 4화. 차사 신태웅(2) 미로진 +2 19.11.02 96 3 13쪽
3 3화. 차사 신태웅(1) 망혼 +3 19.11.02 124 3 17쪽
2 2화. 무녀. +3 19.11.01 178 4 19쪽
1 프롤로그 & 1화. 무명(無名) +4 19.11.01 430 5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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