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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탈혼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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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풋
작품등록일 :
2019.10.12 01:47
최근연재일 :
2020.01.1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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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1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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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카통고(1)

DUMMY

47화. 카통고(1)







입원 병동 4층의 보안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우체국 배달원은 문밖에서 유리문 안쪽을 한참을 바라보고 있다.

이른 아침, 아직 면회 시간 전이어서 누군가 문을 열어주길 기다리는 것이다.

이전에는 호출 버튼을 누르곤 했지만, 그는 몇 번 간호사들의 짜증을 받아낸 후에는 서로 얼굴 붉히기보다는 조금 천천히 배달하는 쪽으로 결정을 본 터이다.

이전과는 다르게 배송되는 소포도 이젠 거의 없으니⋯⋯.

복도를 걷던 간호사가 문밖에서 기다리던 우체국 배달원을 보곤 다가와 보안 문을 열어준다.


“오래 기다리셨어요?”


“아닙니다. 요즘은 배송도 뜸하네요.”


“정말 그러네요. 이거 하나인가요?”


“네. 여기 확인 서명을⋯⋯.”


“감사합니다. 고생하세요.”


소포를 받은 간호사는 이 소포가 사고기의 유일한 생존자인 아프리카 흑인 소녀의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시민들이 보내는 소녀의 회복을 바라는 마음의 선물.

하지만 사고 두 달여가 지난 시점에 하루에도 수십 건씩 들어오던 선물은 이제 주에 하나가 올까 싶은 정도로 줄어든 상황이다.


“막내야! 그 소포 뭐니?”


수간호사에게 막내라 불린 간호사는 소포를 살짝 흔들어 보고는 말한다.


“학용품 같네요.”


“흥!”


수간호사의 저 반응은 이젠 익숙한 모습.

일전의 소포 러쉬에서 카스테라, 초콜릿, 마카롱 같은 먹거리들이 공수되었을 때에는 중환자에게 먹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는 것들이라 수간호사의 허락하에 모두가 나누어 먹곤 했다.

그리고 그 허락의 대가로 대부분의 남은 물품은 수간호사가 자신의 집으로 가져갔다.

아마도 그녀의 자녀들이 흑인 소녀를 대신하여 달콤한 포만감을 누렸으리라.

들어오는 먹거리를 하이에나처럼 스틸하는 상황은 이처럼 직접 수간호사가 주도하였고, 모두가 암묵적으로 묵인하던 상황.

하지만 그 짓을 하고 싶어도 이젠 들어오던 소포마저 뜸해진 것이다.


“가져다주고 와.”


“네”


간호사 모두 말이 통하지 않는 흑인 소녀는 기피 1순위였다. 간호사는 이곳의 막내였고, 이런 불편한 간호는 언제나 막내의 몫.

생존자의 수발 같은 잡일은 전적으로 그녀와 또 다른 막내 교대 근무자에게만 맡겨지고 있었다.

그녀가 조용히 카통고의 독실 방문을 열자 한쪽 벽 가득 들어차 있는 말린 꽃들이 보인다.

병원에서 이 방만 유일하게 꽃들의 향기가 알코올과 포르말린 소독제의 냄새를 이겨냈다.

이 흑인의 소녀는 유독 꽃향기에 집착하여 시든 꽃들을 절대 버리지 못하게 하였고, 하나하나 포장을 벗기고 잘 말려 이렇게 한쪽 벽에 쌓아두고 있다.

그녀의 고향이 내셔널 지오그래피 채널 같은 자연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세렝게티의 옆 동네쯤이란 걸 안 이후로, 그녀는 이 흑인 소녀의 심정을 조금 이해했다.

그리고 그녀만이 이 꽃으로 꾸며진 입원실을 ‘작은 세렝게티’로 불러줬다.


소포들이 쌓여있는 곳 가장 위에 오늘 추가된 소포를 올린다.

자고 있는 소녀, 체온을 체크하고 맥박을 확인한다.

이젠 단지 응급 시의 혈관 확보를 위해 꼽아둔 생리식염액 링거가 잘 들어가고 있는지 점검한다.

모든 일을 마친 간호사는 작은 세렝게티의 화장실에서 이제까지 참아왔던 생리 욕구를 해결한다.

그래도 오늘은 여섯시간밖에 참지 않았다.


“후우~! 살았다.”


이곳,


이 병원의 입원 동 4층의 막내 간호사들에게 내려지는 첫 번째 태움은 화장실 갈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다.

그나마 눈치껏 선배들의 눈을 피해 생리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은 그래서 이곳이 유일하다.

흑인 소녀의 작은 세렝게티는 이 막내 간호사에게도 안식처가 된 지 오래다.




* * *




사고기의 유일한 생존자, 중환자실을 나와 일반실로 옮긴 카통고는 입원 환자동 4층의 특실에서 홀로 회복 중이다.

단출한 아침 식사.

이제 그녀도 한국식의 된장국과 김치, 감자 간장조림과 흰 쌀밥에 적응을 잘하고 있다.

오늘의 메뉴는 백미 밥에 얼갈이 된장국, 그리고 완자 야채 볶음.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식단 중 하나다.


두 다리를 절단한 후 그녀의 일상은 하루 세 번의 식사, 세 번의 투약, 간단한 물리치료와 소독, 그리고는 주에 한 번 있는 트라우마 심리치료가 전부이다.

그 심리치료라는 것을 받을라치면 우습게도 전문의라는 사람과는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대사관에서 통역을 지원해 오기로 했지만, 그도 한 두 번, 이제는 대사관에서 항상 진료 하루 전에 올 수 없다는 통보를 해온다.

그래서 그냥 의사의 알 수 없는 질문에 무작위로 ‘예’ 혹은 ‘아니오’라고 말하면 되는, 단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른 건 몰라도 그녀는 스스로가 지금 확실하게 자신이 병원에 감금된 죄수와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죄수의 신분은 지구 반대편에서 온 공주이다.

그 죄수 공주의 생활 중 방에 TV가 있다는 것은 그녀로서는 난생처음 느끼는 대단한 호사였다.

그녀는 한국어로 온종일 돌아가는 TV의 채널 중 유독 아침 드라마와 홈쇼핑에 관심을 보였다.


세상에 저런 다양한 물건이 있다니, 움직이는 의자에서 흔들리면 기분이 좋다고 그걸 사는 이 나라 사람들을 그는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홈쇼핑 방송만큼은 재미있다.

그것도 수백만 원이나 하는 의자라니!

그 의자 하나면 한 가족이 10년은 풍족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또 다른 관심, 아침 드라마.

세렝게티의 초원의 석양과 푸르디푸른 동아프리카의 해변의 바람에 익숙한 그녀에게 하늘 한번, 동물 한 마리 나오지 않는 이 세계의 드라마는 이 계의 이야기와 같다.

한번은 통역을 위해 찾아온 대사관의 직원에게 TV에서 서로 싸우고 있는 저 두 인물이 누구인지 물었다.

직원은 그녀에게 그들은 부부이며, 또 핍박받는 저 여인은 배다른 동생이고, 저 나이 든 여인은 그 남주의 새엄마라는 놀라운 사실을 설명했다.


‘이제까지의 서로 죽일 듯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두 한 가족이었다니!’


그 이야기를 듣고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어찌하여 저 젊은 부부는 그들의 어머니인 노인에게 그의 나이만큼 길었던 사사(Sasa ; 기억의 시간)를 존중하지 않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었다.

어찌 저 풍요한 가족은 우리의 극빈한 가족보다 불행할까?

그녀로서는 그게 의문이 아닐 수 없었다.


드라마 보기와 아침 식사가 끝난 후에 그녀는 병원 이곳저곳을 휠체어를 밀며 돌아다닌다.

그녀는 그것이 아침 운동의 대신이다.

이곳 날씨는 그녀의 고향과는 너무 달라 근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바깥으로 나갔던 적은 손에 꼽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두 발을 잃은 이후라 그녀가 이 입원 병동에서의 답답한 감금에 충분히 적응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없는 두 다리로 움직일 수 있는 행동반경보다 이 병원은 훨씬 크고 넓기에⋯⋯.


그녀는 자신의 앞에 있는 자판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이 자판기는 이제 곧 나에게 선물을 줄 것이다.

그것은 그녀에게 기다리는 수고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

십 분이 지나지 않아 맞은편 병실에 입원 중이던 김 씨 할머니의 호탕한 며느리가 카통고에게 오렌지 주스를 하나 먹겠냐고 물었다.

흑인 소녀는 항상 하얀 이를 드러내고 가만히 웃는다.

이 웃음이 그녀가 기다린 자신과 그 며느리의 수고에 보내는 보상이다.

그녀는 오렌지 주스를 받아 그녀의 방으로 돌아온다.


그녀의 병실 한쪽 벽에는 잘 말린 꽃다발과 함께 작은 선물 상자들이 가득하다.

발 없는 소녀는 기분 좋게 오렌지 주스를 마시곤 오늘 배송 온 선물을 들어 침대로 돌아온다.

그리고 침대 앞의 벨을 누른다.

조금의 기다림.

바로 즉시 키 작고 날씬한 막내라 불리는 담당 간호사가 그녀의 병실로 들어온다.

저 얇은 팔에서 어떻게 이런 힘이 나오는 걸까?

간호사는 쉽게 그녀를 번쩍 들어 침대로 옮긴다.

소녀는 간호사에게 보상으로 밝은 웃음을 선물한다.


“오늘 배송 온 상자구나? 도와줄까?”


“Hapana!(아니요!)”


“도구?”


“Ni sawa!(괜찮아요!)”


“폴레폴레 은디오 무웬도?”


까만 소녀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Pole pole ndio mwend.(천천히 해도 결국은 간다)


가야 할 시간, 막내 간호사가 웃으며 인사를 한다.


‘이 작은 세렝게티를 떠날 시간이야.’


이 간호사는 이제야 조금 소녀의 아프리카인다운 삶의 리듬에 적응 중이다.

그녀가 사는 ‘빨리빨리’의 세상에서 카통고라는 이 꼬마 아가씨의 리듬은 꼭 날치들 사이를 수영하는 고래와 같다.

간호사는 소녀의 표정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나도 너처럼 살 수 있다면⋯⋯. 하고 요즘은 생각해.”


알 수 없다는 표정의 카통고에게 씁쓸한 인사를 남기고, 간호사는 다시 호출 벨과 전화, 카톡 알람 음과 똥 군기의 태움의 세계로 돌아간다.

그녀에게 카통고의 호출은 깊은 심해에서 떠올라 쉬는 한 번의 신선한 공기와 같다.

간호사가 방을 나서려 할 때 뒤에서 카통고의 목소리가 들린다.


“괘차나?”


깜짝 놀란 간호사가 카통고를 본다.

카통고, 세렝게티의 얼룩말 같은 큰 눈이 그녀를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다.


“응. 괜찮아. 또 이따가 하는 일 다 되면 벨 눌러. 치워 줄게. 심심하면 눌러도 돼!”


“빠리빠리?”


“아니야. 이따가 또 올게. 곧 투약 시간일 거야.”


카통고가 그녀를 다시 지긋하게 쳐다본다.

카통고의 눈에 비친 그녀의 머리 위로 보이는 무지개색의 오라는 이제 그녀의 마음이 괜찮아졌다는 신호다.

카통고가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한다.

미묘한 쓴웃음을 간직한 간호사는 문소리가 나지 않게 조용히 나간다.


이제 카통고는 자신의 절단된 다리 사이에 있는 상자에 집중한다.

조심조심 상자의 테이프를 벗기고, 그 안에 완충재로 들어 있는 뽁뽁이 비닐을 꺼낸다.

그녀에게 이 뽁뽁 소리 나는 공기를 담은 비닐은 소중한 기억이다.

그녀의 큰 오빠는 항상 이 비닐을 모아와 자신의 침대를 아늑한 포근함으로 바꿔주었기 때문이다.

이 비닐은 고향에서 그녀에게 허용되던 유일한 사치였다.


그녀는 완충 비닐 아래 들어 있는 24색의 색연필을 꺼낸다.

금속으로 된 뚜껑을 열자 곱게 깎여있는 무지개색 색연필이 나온다.

그녀에게 선물 된 네 번째의 색연필.

그녀는 침대의 높이를 조정하고 바로 옆 보조 테이블의 서랍에서 A4의 복사지를 꺼낸다.

침대의 밥상을 올리고 천천히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급할 필요는 없다.

언제고 이 그림은 완성될 것이니⋯⋯.


며칠 전 찾아온 대사관의 직원은 자신이 이곳에서 한동안 머물러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과 한국, 그리고 스포츠협회와의 보상 협의 문제와 콩고 은질리 공항에서의 항공기 정비와 관련해 진행되는 조사가 길어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녀의 병원비는 벌써 억 단위를 넘었고, 이 빨리빨리의 나라는 그녀에 대한 관심을 벌써 끊은 지 오래다.

그녀는 자신의 병원비가 정산될 때까지 이곳에서 병원비의 인질로 수감생활을 해야만 한다.

그녀는 첨탑 위에 갇힌 발 잃은 공주다.


방문인의 호출.

막내간호사는 카운터에서 보름에 한 번 찾아오는 카통고의 대사관 직원과 함께 온 저 이국적인 모습의 흰 머리 소녀가 자꾸 눈에 밟혔다.


‘어디서 봤지?’


흰 머리의 소녀는 훤칠한 키의 잘생긴 청년과 함께 담당의와 뭔가 이야길 나누고 있다.

대사관 직원이 웃으며 이야길 하는 것으로 보아 카통고에게 좋은 일이, 자신에게는 아쉬운 일이 생길 것만 같다.


수간호사의 날카로운 명령.


“멍청하게 있지 말고 까통이 퇴원 준비해.”


까통이, 저 잘난 수간호사 씨께서 붙인 카통고의 별칭이다.

카통, 까통 하던 소녀의 별칭이 그녀가 입원한 지 삼 주가 지나지 않아 까통이로 통일되었다.

무슨 동네 유기견 이름처럼,

아, 그녀는 카통고가 유기견보호소에서 드디어 새 주인을 만난 걸까?

하는 잠깐의 상상을 한다.


“뭐해? 빨리 안 움직이고?”


“아. 네. 죄송해요. 바로 정리할게요.”


간호사는 대사관 직원과 함께 서 있는 백발이 허리까지 내려온 소녀를 지나치며 그제야 생각이 났다.

카통고의 서랍 속,

그녀가 열 번도 넘게 반복해서 그렸던 그림 속의 소녀.

카통고는 어떻게 이 소녀를 알고 있었던 거지?

간호사는 소녀의 얼굴을 확인하고자 뒤돌아봤다.

그리고 자신을 카통고와 같은 그윽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소녀의 얼굴을 마주한다.

소녀가 입을 연다.


“급한 것 없으니 천천히 준비해주세요.”


‘폴레 폴레’


간호사의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


‘천천히 천천히,’


아니, 이젠 끝났어. 카통고의 귀여운 웃음도, 작은 세렝기티의 평화도.


그녀가 황급히 카통고의 입원실로 사라진다.


대사관 직원의 옆에서 훤칠한 청년이 담당의에게 묻는다.

“따로 주의해야 할 것이 있나요?”


“신체적인 부분에서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사고 트라우마는 지속해서 관리해야 합니다.”


“다른 병원으로 가려면 진료기록부를 발급받아야겠군요.”


“2층 원무과에 문의하시면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대사관 직원에게 이하의 문의를 전달하자 직원은 연신 훤칠한 키의 청년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

이 젊은 청년이 카통고의 개인 후원회를 만들고, 그녀가 이 답답한 병원에서 볼모의 생활을 청산할 수 있도록 단번에 모든 병원 비용을 청산해버렸다.


직원은 청년과 함께 카통고가 새롭게 지낼 신축 건물도 이미 확인하였고, 소녀를 위해 준비했다는 다양한 의료 및 재활 프로그램들도 브리핑받았다.


이 모든 조건의 단서는 단 한 가지.


“조건은 언론에서 모르게 하는 것입니다. 이 기부는 철저하게 비밀로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녀의 본국은 지금도 내전 중이며 그 내전으로 인하여 한 달에도 몇만 명씩 죽어 나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사고로 정부에 지급되는 일본의 보상금은 받는 즉시 사라졌다.

그 돈은 본국으로 들어가 반군을 잡기 위한 정부군의 탄약 보급을 위해 사용되었다.

수십억 엔이 이틀 만에 탕진되었다.


보상금은 카통고를 위해서는 한 푼도 돌아오지 않는다.

대사관의 직원은 생각한다.

지금과 같은 시국에 카통고를 본국으로 보낸다는 것은 학대받다가 유기된 개를 겨우 치료해서 다시 옛 주인에게 돌려보내는 것과 같다.

카통고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그녀를 이곳 한국에서 살게 하는 것이다.

직원은 청년에게 말한다.


“망명이나 귀화, 모든 조건을 살펴서 한국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조치해주시길 바랍니다. 만약 본국으로 돌아간다면 의료지원은 더 이상 힘들 거예요.”


“알겠습니다.”


청년의 시원한 대답.

대사관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은 지금 일본과의 협상으로 매몰되어있다.

자신을 제외하고 한국에 있던 전 직원이 일본 대사관으로 차출된 마당에 그녀의 큰 짐을 덜어주는 이 은인에게 그녀는 오로지 감사할 따름이다.

이 청년의 제안이 최선이다.

장애인 시설이 전혀 없는 환경의 본국으로 돌려보낸다는 것은 그냥 앉아있다가 죽으라는 소리다.


“A?”


휠체어를 타고 복도로 나온 카통고의 눈에 흰 머리 소녀의 모습이 들어온다.

이제 카통고는 이 소녀가 자신을 구해준 이 나라의 토신임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휠체어의 바퀴를 재빠르게 밀며 카통고가 그녀의 앞으로 미끄러져 온다.

흰 머리의 소녀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말한다.


“천천히”


[Pole pole]


흰 머리의 소녀가 핸드폰을 꺼내어 앱을 실행하자 핸드폰에서 친절한 기계음이 들린다.


[Tutakuchukua na sisi.(우리가 널 데리고 갈 거야)]


“SAWA.(알겠어요) Hiyo ni nzuri.(잘됐네요)”


비닐봉지와 쇼핑백 가득 말린 꽃과 선물을 들고나오는 간호사의 짐을 청년이 받아들자, 간호사가 카통고에게 마지막 작별의 인사를 한다.


“잘 지내. 고마웠어.”


“Tafadhali unikumbuke.”


무슨 말을 하는 걸까?

간호사는 알 수 없는 흑인 소녀의 말에 눈인사만 한다.


“Nitakukumbuka.”


카통고가 간호사의 손을 꼬옥 잡아준다.


‘뭐라고 한 거니? 난 모르겠어.’


간호사는 그녀를 가슴으로 꼬옥 안아준다.


[날 기억해주세요.]


하얀 머리 소녀의 손에 있던 핸드폰의 앱이 카통고의 방금 말을 기계의 음으로 번역하여 들려준다.


[나도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간호사의 눈에서 투명한 눈물이 우수수 쏟아진다.

귀여운 검은 눈의 아이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준다.


‘이젠 괜찮아. 천천히 해도 괜찮아.’


수간호사의 헛기침 소리에 눈물을 거두고 간호사가 일어선다.


백옥처럼 하얀 머리의 소녀와 흑단처럼 까만 피부의 소녀가 무지개의 오라를 머리 위에 올린 하얀 옷의 여인에게 인사한다.

하얀 옷의 키 작은 여인의 가슴에서 나는 포르말린과 소독용 알코올의 냄새를 까만 피부의 소녀는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다.


검은 피부의 소녀가 간호사에게 자신이 그린 그림 한 장을 선물한다.


소녀가 방금 그린 하얀 옷 간호사의 모습은 주위가 온통 무지개색이다.


그리고 밖에는 그녀의 옷처럼 하얀 첫눈이 오고 있다.








(계속)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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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4화. 방만희와 허깨비들(7) 20.01.09 20 0 14쪽
63 63화. 방만희와 허깨비들(6) 20.01.08 15 0 14쪽
62 62화. 방만희와 허깨비들(5) 20.01.07 14 0 11쪽
61 61화. 방만희와 허깨비들(4) 20.01.06 16 0 14쪽
60 60화. 방만희와 허깨비들(3) 20.01.04 19 0 11쪽
59 59화. 방만희와 허깨비들(2) 20.01.03 18 0 14쪽
58 58화. 방만희와 허깨비들(1) 20.01.02 20 0 17쪽
57 57화 . 쌍둥이 아빠 주광진 (2) 19.12.31 17 0 17쪽
56 56화. 쌍둥이 아빠 주광진(1) 19.12.30 19 0 16쪽
55 55화. 택배원 김씨와 방만희(2) 19.12.28 18 0 12쪽
54 54화. 택배원 김 씨와 방만희(1) 19.12.27 24 0 18쪽
53 53화. 소방교 주권현 (5) 19.12.26 19 0 14쪽
52 52화. 소방교 주권현 (4) 19.12.24 22 0 13쪽
51 51화. 소방교 주권현 (3) 19.12.23 16 0 12쪽
50 50화. 소방교 주권현(2) 19.12.21 21 0 22쪽
49 49화. 소방교 주권현(1) 19.12.20 14 0 12쪽
48 48화. 카통고(2) 19.12.19 18 0 14쪽
» 47화. 카통고(1) 19.12.18 19 0 18쪽
46 46화. 염라명부 차사(6) 19.12.17 15 0 14쪽
45 45화. 염라명부 차사(5) 19.12.16 17 0 17쪽
44 44화. 염라명부 차사(4) 19.12.14 18 0 17쪽
43 43화. 염라명부 차사(3) 19.12.13 16 0 17쪽
42 42화. 염라명부 차사(2) 19.12.12 15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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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화. 징계소왕과 허깨비(4) 19.12.10 20 0 14쪽
39 39화. 징계소왕과 허깨비(3) 19.12.09 17 0 16쪽
38 38화. 징계소왕과 허깨비(2) 19.12.06 19 0 19쪽
37 37화. 징계소왕과 허깨비(1) 19.12.05 19 0 12쪽
36 36화. 이야기의 시작 (5) 19.12.04 24 0 16쪽
35 35화. 이야기의 시작 (4) 19.12.03 24 0 17쪽
34 34화. 이야기의 시작 (3) 19.12.02 19 0 19쪽
33 33화. 이야기의 시작 (2) 19.12.01 19 0 18쪽
32 32화. 이야기의 시작 (1) 19.11.30 27 0 15쪽
31 31화. 사고 (6) 19.11.29 22 0 14쪽
30 30화. 사고 (5) 19.11.28 19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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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특무대 (5) 19.11.23 25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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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특무대 (3) 19.11.21 25 0 20쪽
22 22화. 특무대 (2) 19.11.20 25 0 16쪽
21 21화. 특무대 (1) 19.11.19 31 0 15쪽
20 20화. 탈명자(3) - 새 이름 19.11.18 28 0 13쪽
19 19화. 탈명자(2) - 추격전 19.11.17 31 0 18쪽
18 18화. 탈명자(1) - 소녀 정제수 19.11.16 33 0 11쪽
17 17화. 프로그래머 방만희(4) 19.11.15 36 0 16쪽
16 16화. 프로그래머 방만희(3) 19.11.14 44 0 18쪽
15 15화. 프로그래머 방만희(2) 19.11.13 35 0 16쪽
14 14화. 프로그래머 방만희(1) 19.11.12 38 1 19쪽
13 13화. 택배원 김 씨(3) 19.11.11 39 1 13쪽
12 12화. 택배원 김 씨(2) 19.11.10 81 0 15쪽
11 11화. 택배원 김 씨(1) +2 19.11.09 47 2 13쪽
10 10화. 차사 신태웅(8) 탈명특무대 +2 19.11.08 50 2 18쪽
9 9화. 차사 신태웅 (7) 차출(2) +2 19.11.07 71 2 13쪽
8 8화. 차사 신태웅(6) 차출 +2 19.11.06 63 2 19쪽
7 7화. 차사 신태웅(5) 재교육(2) +2 19.11.05 68 2 16쪽
6 6화. 차사 신태웅(4) 재교육 +2 19.11.04 78 2 13쪽
5 5화. 차사 신태웅(3) 징계 +2 19.11.03 89 2 15쪽
4 4화. 차사 신태웅(2) 미로진 +2 19.11.02 95 3 13쪽
3 3화. 차사 신태웅(1) 망혼 +3 19.11.02 122 3 17쪽
2 2화. 무녀. +3 19.11.01 176 4 19쪽
1 프롤로그 & 1화. 무명(無名) +4 19.11.01 427 5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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