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레드풋님의 서재입니다.

표지

독점 탈혼명부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레드풋
작품등록일 :
2019.10.12 01:47
최근연재일 :
2020.01.18 00:02
연재수 :
71 회
조회수 :
2,768
추천수 :
32
글자수 :
502,487

작성
19.12.11 11:30
조회
20
추천
0
글자
17쪽

41화. 염라명부 차사 (1)

DUMMY

41화. 염라명부 차사 (1)







소방교 주권현의 어두컴컴한 빌라의 원룸, 거실에 켜져 있는 티브이로 뉴스 중계의 아나운서 목소리가 나온다. 주권현이 맥주 한 캔을 따서 마신다.


“네. 도쿄 현지에 나와 있는 신혜미 기자입니다. 오늘 진행되는 오천 미터와 만 미터 경기의 예선 장거리 선수들은 모두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고 경기에 임하고 있는데요. 선수들은 이번 아프리카 육상 선수들의 추락사고를 추모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경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만 정작 일본 측 조직위에서는 이러한 추모 리본 달기 방식에 난감한 기색입니다. 조직위에서는 공식적으로는 불허 방침입니다만, 강제적으로 막을 수는 없어 묵인하는 형식을 취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번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이 도쿄의 숙소를 보이콧하는 경우도 있다면서요?”


“네. 경기 당일 도착하는 일정으로 인천이나 김포, 부산 등지에서 출퇴근하는 형식으로 경기에 참여하는 경우가 속속 전해지고 있습니다. 나이지리아와 이집트 선수들은 인천의 한 호텔에 투숙하면서 전용기를 통해 선수들을 출퇴근시켜 대회에 임하고 있습니다.”


“우리 쪽에서는 기쁜 일입니다만,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와 스텝 모두에게는 힘든 일정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네. 도쿄 올림픽 이후 방사능에 대한 공포가 전 세계에 퍼진 상황이라 일본도 이번 도쿄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를 계기로 다시한번 청정한 일본이란 캐치 플레이로 강조하려 하고 있었습니다만, 선수뿐만 아니라 선수를 응원하는 가족과 응원단도 일본 현지에서 숙소를 잡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주최지인 나리타 도심은 한산 할 정도로 일본 현지 투숙을 꺼려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인천 공항에서는 여객 운항사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나리타행 특별편을 속속 추가하고 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다시 한번 원주에 나가 있는 취재기자 연결하여서⋯⋯.”


티브이를 보고 있던 주권현은 다 마신 맥주 캔을 쓰레기통에 던지고 자신이 가지고 온 가방에서 밀봉된 비닐 지퍼팩을 꺼낸다.


시신 운구에 쓰이는 지퍼팩을 열자 그곳에선 둘둘 말린 김명식 소방장의 주황색 제복이 튀어나온다. 소매부터 둘둘 말려 로프로 사용되었던 소방복의 상의를 천천히 풀어내자 하얀 가루가 묻어있는 가슴 부분이 보인다. 그는 가위로 조심스럽게 앞주머니 한쪽 천을 잘라 작은 비닐에 넣는다. 그리고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네. 형님. 예. 일전의 그 이야기인데⋯ 예⋯ 그냥 조사만 해주시면 되거든요. 네. 그렇죠. 나중에 제가 거하게 한잔 쏘겠습니다. 예. 주소만 불러주시면 돼요. 카톡이요? 네. 알겠습니다. 확인하시면 연락해주세요.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티브이 화면에 잡히고 있는 헬기에서 촬영된 비행기의 잔해. 그는 오늘 밤 그 동체 하부에 진짜 무엇이 있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볼 요량이다. 이젠 사망자 수습도 거의 끝났을 테니 야간작업은 더는 없을 것이다. 특히나 그는 화약 냄새가 나던 그 키 작은 일본인이 더욱더 의심스러웠다.





* * *





라이트를 끈 상태로 야간의 산길을 조심조심 운전하던 주권현은 네이게이션이 가리키는 위치에 차를 정차한다. 이곳에서 직선으로 3킬로, 야간 산행으로 두 시간가량을 등반하면 목적한 사고기의 하부 동체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주간이었다면 한 시간 안쪽으로 도달하겠지만, 지금은 야간이니 그도 시간을 충분히 잡은 것이다.


맑고 청명한 가을의 밤, 커다랗게 밝은 보름달이 수목이 가리지 않은 산 비탈면을 훤하게 보여준다. 검은 옷을 잘 챙겨입은 그의 모습은 이제 나무 그림자에 감춰져 어디에서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그는 이런 산길이 익숙하다. 그간 그가 이제껏 받아온 특전사 훈련과 707 특임대대에서 받았던 훈련에 비교하면 지금 이 야간의 산행은 산보 나온 수준.


그는 산길을 달리며 생각을 정리하다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오는 것을 느끼고 발길을 멈췄다. 이 화는 그가 백여 명의 시체 속에서 바둥거릴 때, 그가 소녀를 살리기 위해 피가 튀어나오고 살에서 뼈가 삐죽삐죽 솟아있는 시체들를 치우고 있을 때마다 계속 올라오던 역지기였다. 그건 시체와 피에서 나는 비릿한 내음이 아니라, 그의 후두골 속 깊이 박혀있던 그 약에 취해 헛소릴 해대던 김명식 소방장의 얼굴에서부터 뻗어 나온 의문 때문이다.


‘이 큰 희생이 그깟 마약 운반하려고 벌린 일이란 말인가?’


산길을 타고 달리는 그의 발이 점점 빨라진다. 그는 보름달에 비췬 계곡의 바위들을 쉽게 밟아 뛰며 마치 한 마리의 호랑이처럼 날렵하게 움직인다.





* * *




강원도의 산기슭. 언덕 위의 커다란 소나무 가지 위.


37번 저승차사 고 창이 높은 가지에서 아래로 내달리고 있는 소방대원의 모습을 살핀다.


‘빠르다.’


야간, 산길을 저리 달리는 인간이 몇이나 있을까?


“따라 붙어!”


아무리 저승차사가 날씨나 시간, 계절과 관계없는 몸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시계가 안 좋은 상황에서의 달리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는 염라의 명으로 동료 차사 다섯과 함께 그가 맡아 보호해야 하는 소방교 주권현을 따라 이 오지의 산길을 달리고 있다. 그는 마치 자신이 원한에 사무쳐 이성을 잃은 원귀를 쫓고 있는 느낌으로 나무와 나무를 뛰어넘으며 바람같이 달리고 있는 주권현을 따라간다. 자신이야 가슴 주머니 안쪽에서 원기를 뿜뿜 넣어주고 있는 염라 표 명부가 들어있다지만, 다른 차사들은 그냥 징계소왕이 임의로 발급해준 별 볼일 없는 임시명부일 뿐이다. 이 임시명부가 내어 줄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해봐야 속박술 한두 가지와 방어술 한 가지 정도일 것이다.


그는 가장 높이 보이는 나무 위로 뛰어올라 아래 허겁지겁 따라오는 차사들을 보고 말한다.


“이리 모여라.”


차사들이 모이자 그는 한 손을 가슴에 대고 다른 손으로 차사 한 명 한 명 어깨를 짚으며 원기를 보충해준다. 어깨로 원기가 충전되는 느낌을 얻자 차사들이 모두 깜짝 놀란다. 이제껏 원기를 보충해주는 차사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가라.”


“감사합니다.”


다섯의 차사가 다시 내달리자 그는 이젠 조금 여유를 가지고 머릴 굴려본다.


어차피 그가 갈 곳이라고 해봐야 엊그제 사고 열심히 치고 수습했던 동체가 있던 사고 현장 아니겠는가?


나무 위에서 사고 현장이 어디쯤일까 가늠해보려고 주위를 둘러보고 있을 때 바로 옆으로 하얀 인영이 슬쩍 하늘에서 뛰어 내려온다.


“아이쿠! 깜짝이야!”


“어머? 여기서 다시 만나네?”


“에? 여긴 왜 또 오셨소?”


“어? 너 말이 짧다?”


“흥. 그러거나 말거나. 나이랑은 상관없이 사는 몸께서 무슨 나이 타령이오?”


“뭐. 네 말도 맞지만, 그래도 차이가 나긴 너무 나잖아?”


“전생까지 꼽아볼까요?”


“흥! 좋아. 걍 편하게 부르자고.”


앗싸. 이런 기 싸움은 처음 이겨보네. 지금 옆에 내려선 귀여운 얼굴의 청룡 화련(青龍 花輦)은 본체의 모습인 거대한 청룡이 아닌 상황. 마냥 귀여운 소녀 같은 모습이라 거기에 존대해주기가 더 껄끄러웠다. 처음 같이 존대를 할 때야 상관없지만, 그녀가 자신에게 말을 편하게 하는 지금은 왠지 차사로서 용에게 책잡힌 거 같은 모양새라 더욱 꺼려졌다.


“그러고 보니, 너 신수가 훤해졌다?”


“아⋯⋯ 그래 보이슈?”


“뭔 일 있었냐? 난 또 무슨 영신께서 오셨나 싶어서 와봤더니⋯⋯ 너네?”


“그게 무슨 말이오?”


“뭐라고 해야 할까⋯⋯ 산신? 아니면 영물? 그런 기운이 느껴져서 와봤거든.”


‘헐. 명부 하나에 그 정도의 기운을 담아낼 수 있단 말인가? 아이고 염라대왕님 감사합니다.’


차사 고 창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기뻐서 눈물이 펑펑 나올 것 같았지만, 맡은 바 임무를 우선은 행해야 하니 이 재수 없는 용과는 빠이빠이 해야 하겠다. 그래도 그 정도의 권능을 염라께 받았다 생각하니 하늘을 날듯 기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난 이만 가보려오. 할 일이 있어서.”


“그래. 그런데 혹시 말이야.”


“음?”


“너도 그 소방대원을 지키라는 명을 받았니?”


“에?”


“난 동해청룡왕(東海青龍王)께서 직접 며칠 전에 본 그 소방대원을 지켜줘야 한다는 명을 내리셨거든. 그리고 차사 하나가 날 도울 거라고도 하셨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그게 혹시 너냐?”


“에⋯⋯ 음⋯⋯ 맞는 거 같소.”


“아흐!”


어깨에 힘이 팍 빠지는 모습으로 소녀는 허탈해져서 나무 위에 툭 걸터앉는다.


“왜 이러시나?”


“아. 김이 좀 빠지네. 누구 뒤치다꺼리나 하면서 지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 말이야. 내가 미덥지 않은 차사 하나를 알거든.”


“크흐흐흠. 아. 그렇지는 않을 거요”


“왜?”


“지금 방금 직접 말하지 않았소? 영신이나 영물이 아닌가 싶어 와봤다고?”


“그래서?”


“나 좀 승급했거든.”


“잉? 뭐로?”


“듣고 놀라지나 마시오.”


“뭔데 이리 뜸을 들이시나?”


“염라 명부차사요”


“?!!”


“에에에엥???”


깜짝 놀란 청룡이 기겁하며 앉은 자세 그대로 나무 기둥까지 엉덩이로 후진을 한다. 아 이런 어정쩡한 외모의 차사가 염라 명부차사라고? 카리스마는 어디 다 날리고 똥배 살짝 나오고 머리도 절반쯤 벗겨지려 하는 마흔은 훌쩍 넘어 보이는 이 아저씨 외모를 누가 그 공포의 염라 명부차사라고 알아줄까 말이다. 그녀가 기억하는 염라 명부차사는 한 명뿐이다. 차사 번호 8번 설무용. 그 정도는 생겨야⋯⋯


“왜? 위아래로 훑는 눈⋯⋯ 딱 보니⋯⋯ 내 그리 못 생겼소?”


“잘 아시네!”


‘팩폭 제대로다아아. 자기는 무슨 막 허물 벗은 도마뱀 마냥 생겼으면서어!’





* * *





소방교 주권현은 현장의 분위기를 살핀다.


24인용의 천막 둘, 그리고 그 천막과 주변 현장을 밝히는 디젤발전기 돌아가는 소리, 천막은 하나는 임시로 시신과 사건 중요 증거들을 모아두는 곳일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식당처럼 대원들 식사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만든 임시 휴게소일 것이다.


디젤 발전기에 물려있는 제빙기에서는 계속 얼음이 만들어지고 있다. 우선 급한 대로 계곡물을 퍼 올려 만든 얼음으로 임시로라도 시신들을 부패하지 않도록 얼음을 올려두려는 용도이다. 조용한 야산에 발전기와 제빙기의 소리는 웬만한 발자국 소리를 숨기기에 좋았다.


주변에 돌아다니는 대원이 없다는 것은 이제는 거의 시신 수습이 이곳에서는 정리가 되었다는 말이다. 사고 수습을 위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의 조사위원들이 현장 조사를 위해 남아있을 법도 하지만, 이 야간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조사할 이유는 없다. 그렇더라도 혹 모를 일이니 그는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현장을 돌아다니는 이가 있나 가만히 기다린다.


천막에서 이전에 보았던 미국인 둘이 걸어 나오는 것이 보인다. 손에 들고 있는 랜턴을 보건대 이제 상황을 정리하고 퇴근하는 모양새. 이곳에서 가을 모기에 뜯겨가며 밤을 지새우기에는 날씨도 춥고 형편이 말이 아닐 것이라, 산에서 내려가길 택한 것일 터, 저 둘이 내려간 이후에 몇 명이나 남아있는지부터 파악해봐야 할 것이다.


현장을 감시하고 있는 주권현의 등 뒤로 조용히 그를 에워싸고 있던 차사 다섯은 뒤에서 나타난 37번 차사 고 창과 그와 함께 나타난 청룡을 보고 이번 임무가 예사 임무가 아님을 추측했다.


단순하게 원귀나 때려잡고 살귀나 속박하고 하는 정도의 귀신사냥보다는 한 차원 높은 상황을 가정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들은 모두 자신의 품에 들어 있는 임시명부의 권능이 잘 버텨주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임시명부란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량품이 태반이고 정말로 믿지 못할 총알과도 같은 것이다. 아무리 많이 들고 있어 본들, 마음 놓고 권능을 내지를 수는 없는 것이다.


“상황은?”


잉? 청룡 화련의 질문에 차사 고 창은 실소를 금치 못한다. 다른 차사들이 대답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난감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다. 야! 이 할매야. 이곳 대장은 나거든?


그때 청룡 화련의 팔꿈치가 그의 옆구리로 퍽하고 찍어온다. 청룡의 내력에 그가 휘청 옆으로 흔들렸다가 겨우 자세를 잡는다.


“사.. 상황이 어떻지?”


“아무 이상 없습니다. 그는 현장을 관찰 중입니다.”


“어이”


“878번 김달래”


“넌 저기 사고기 동체 보이지? 거기 제일 꼭대기에서 대기타고 있어.”


“예. 알겠습니다.”


다섯의 차사 중 가장 몸집이 작고 날렵하게 생긴 여성 차사를 사고기 동체로 보낸 고 창은 이번엔 가장 덩치가 큰 차사를 보고 말한다.


“자네는⋯⋯.”


“1124번 이태승”


“저기 텐트 보이지? 저기 왼쪽. 불 켜져 있는 곳 말이야. 저기 가서 거기 사람들이 무슨 소릴 하고 있는지, 뭔 일을 꾸미고 있는지 빠짐없이 보고 듣고 기록하고 있어.”


“넵.”


그는 번개처럼 달려가 벽을 통해 스며들듯 천막 안으로 들어간다. 저 친구의 임시명부에는 투과(透過)의 기술은 지원하는 모양.


“너희 둘은⋯⋯.”


“889번 김관봉”

“904번 오덕수”


“저 소방대원 옆에 딱 붙어서 무슨 일을 하든지 함께하라. 단 그가 위험에 처했다면 최우선으로 그를 보호하고, 그의 명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이승에 개입해도 관계없다.”


“넵!”


둘은 저 앞에 나무 그늘 속에 숨어있는 소방대원의 옆으로 조용히 다가선다. 마치 호법을 서는 것처럼 양쪽으로 선 모양이 그나마 안심이 된다.


“그리고⋯⋯.”


“1578번 차을호”


“넌 항상 내 옆에 있어라. 꼭 붙어있으면서 그때그때 내 일을 도우면 된다.”


“네. 알겠습니다.”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청룡 화련은 이 차사 하는 모양새가 그래도 짬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있는 다섯 차사의 위치가 꼭 자기가 필요로 하는 곳에 적재적소에 찍어 넣은 것이라 썩어도 준치라고 350년 동안 차사직을 하면서 짬을 먹을 대로 먹었구나 싶었다. 그나마 조금은 의지가 된달까?


“난 뭘 하면 좋을까?”


“용은 감각이 좀 예민한 거요? 아까 들어보니 막 영물이나 영수나 그런 거 옆에 지나가면 멀리서도 알 수 있고?”


“난 청룡이니까⋯ 바다에서라면 대번에 알 수 있고, 여긴 육지니까 열에 여덟은 알 수 있지.”


“그럼 저승차사나 사신이 움직이는 것도 잡히오?”


“아마도”


“귀신은요?”


“음⋯⋯ 찌질한 잡귀신 아니면 대충은⋯⋯? 하지만 어지간히 가깝지 않으면 귀신은 힘들어. 작은 동물과 구별이 잘 안 가거든.”


“가깝다는 게 어느 정도 입니까?”


“최대 50장 정도?”


“흐음⋯⋯.”


오십 장이라면 대략 150미터 길이이다. 그 정도라면 얼추 정리가 된다.


“은신은 되죠?”


“아니. 은신은 안 돼. 변신이 되지.”


“둔갑?”


“어. 그렇다고.”


“그럼 저 위에서 좀 살펴봐 줄 수 있소? 누가 오는지.”


“왜 그러는지 좀 알 수 있을까?”


“음⋯⋯,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염라대왕께서 내게 직접 시니가미(しにがみ)와 싸우게 되거든 무조건 이기라 하셨소.”


“시니가미? 그 일본에서 온 승냥이들?”


“그렇소.”


“좋아. 알겠어.”


청룡 소녀가 훌쩍 뛰어오르자 하얀 깃에 검은 점이 박혀있는 커다란 흰올빼미로 변하여 하늘 위로 휘적휘적 올라간다. 그녀가 보름달의 하늘을 날아오르자 이곳저곳에서 경계의 신호를 알리는 작은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들려 밤의 숲은 잠시 소란이 일어나지만 이내 조용해진다. 그녀가 하늘 위 보름달의 빛을 받으며 백 미터 정도의 상공에서 맴을 돌고 있는 모습에 그는 안심이 된다.


이제 체계를 잡아야 한다. 24시간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다. 조를 두 개로 나누고 순번을 정하고, 그는 저승에서 행하는 대인보호를 위한 매뉴얼을 떠올리며 저 소방대원이 되려 오늘 사고를 일으키지 않길 바라고 바라는 마음뿐.


‘잠깐. 가만.’


그는 하늘을 올려다 본다. 변신술이 된다는 청룡이 하늘 위를 흰 올빼미의 모습으로 돌고 있지 않나?


‘머릴 조금만 잘 굴리면?’


그는 머릿속으로 스토리를 짜기 시작한다.


저 소방대원은 이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그가 무얼 하려고 하는가? 그것부터 알아내면 사건을 능동적으로 주도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배역을 넣고 빼고는 감독하기 나름인 거다.


조금은 이 판을 어찌 풀어내야 할지 감이 잡히고 있다. 그는 염라 명부에 슬쩍 손을 올려 본다. 찌르르르르, 올라오는 날 선 원기의 울림, 영기를 가득 품은 명부, 염라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낸 영물이 가슴속에 있다. 그는 이것이 이리도 든든할지 미처 몰랐다.


‘좋아. 뭐든 하면 되겠지.’


그리고 그때 천막에서 인영 둘이 튀어나온다.


안경을 쓴 키 작은 일본인 하나와 그를 따르는 조사위원 하나. 그 둘이 천천히 사고기의 동체 쪽으로 걸어서 이동한다. 그리고 안경의 일본인 손에는 커다란 사각 가방이 들려 있다.


“急いでください。”

(이소이데구다사이; 서둘러주세요)





(계속)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즐겁게 보셨나요. 짧은 감평이라도 글 쓰기에 큰 도움이 됩니다. 혹 부족한 부분이 있는지 느낌은 어떤지 짧게라도 감평을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탈혼명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공지. 21.05.26 153 0 -
71 71화. 특무대와 염라명부차사(5) 20.01.18 32 0 12쪽
70 70화. 특무대와 염라명부차사(4) 20.01.16 20 0 13쪽
69 69화. 특무대와 염라명부차사(3) 20.01.15 18 0 13쪽
68 68화. 특무대와 염라명부차사(2) 20.01.14 18 0 13쪽
67 67화. 특무대와 염라명부차사(1) 20.01.13 17 0 14쪽
66 66화. 방만희와 허깨비들(9) +2 20.01.11 39 1 13쪽
65 65화. 방만희와 허깨비들(8) 20.01.10 19 0 13쪽
64 64화. 방만희와 허깨비들(7) 20.01.09 21 0 14쪽
63 63화. 방만희와 허깨비들(6) 20.01.08 16 0 14쪽
62 62화. 방만희와 허깨비들(5) 20.01.07 14 0 11쪽
61 61화. 방만희와 허깨비들(4) 20.01.06 16 0 14쪽
60 60화. 방만희와 허깨비들(3) 20.01.04 20 0 11쪽
59 59화. 방만희와 허깨비들(2) 20.01.03 19 0 14쪽
58 58화. 방만희와 허깨비들(1) 20.01.02 21 0 17쪽
57 57화 . 쌍둥이 아빠 주광진 (2) 19.12.31 18 0 17쪽
56 56화. 쌍둥이 아빠 주광진(1) 19.12.30 20 0 16쪽
55 55화. 택배원 김씨와 방만희(2) 19.12.28 18 0 12쪽
54 54화. 택배원 김 씨와 방만희(1) 19.12.27 25 0 18쪽
53 53화. 소방교 주권현 (5) 19.12.26 19 0 14쪽
52 52화. 소방교 주권현 (4) 19.12.24 23 0 13쪽
51 51화. 소방교 주권현 (3) 19.12.23 16 0 12쪽
50 50화. 소방교 주권현(2) 19.12.21 22 0 22쪽
49 49화. 소방교 주권현(1) 19.12.20 15 0 12쪽
48 48화. 카통고(2) 19.12.19 19 0 14쪽
47 47화. 카통고(1) 19.12.18 19 0 18쪽
46 46화. 염라명부 차사(6) 19.12.17 15 0 14쪽
45 45화. 염라명부 차사(5) 19.12.16 18 0 17쪽
44 44화. 염라명부 차사(4) 19.12.14 18 0 17쪽
43 43화. 염라명부 차사(3) 19.12.13 16 0 17쪽
42 42화. 염라명부 차사(2) 19.12.12 16 0 19쪽
» 41화. 염라명부 차사 (1) 19.12.11 21 0 17쪽
40 40화. 징계소왕과 허깨비(4) 19.12.10 21 0 14쪽
39 39화. 징계소왕과 허깨비(3) 19.12.09 18 0 16쪽
38 38화. 징계소왕과 허깨비(2) 19.12.06 20 0 19쪽
37 37화. 징계소왕과 허깨비(1) 19.12.05 19 0 12쪽
36 36화. 이야기의 시작 (5) 19.12.04 25 0 16쪽
35 35화. 이야기의 시작 (4) 19.12.03 24 0 17쪽
34 34화. 이야기의 시작 (3) 19.12.02 20 0 19쪽
33 33화. 이야기의 시작 (2) 19.12.01 19 0 18쪽
32 32화. 이야기의 시작 (1) 19.11.30 28 0 15쪽
31 31화. 사고 (6) 19.11.29 23 0 14쪽
30 30화. 사고 (5) 19.11.28 19 0 17쪽
29 29화. 사고 (4) 19.11.27 25 0 19쪽
28 28화. 사고 (3) 19.11.26 21 0 18쪽
27 27화. 사고 (2) 19.11.25 20 0 16쪽
26 26화. 사고 (1) 19.11.24 26 0 21쪽
25 25화. 특무대 (5) 19.11.23 27 0 19쪽
24 24화. 특무대 (4) 19.11.22 26 0 18쪽
23 23화. 특무대 (3) 19.11.21 27 0 20쪽
22 22화. 특무대 (2) 19.11.20 27 0 16쪽
21 21화. 특무대 (1) 19.11.19 32 0 15쪽
20 20화. 탈명자(3) - 새 이름 19.11.18 29 0 13쪽
19 19화. 탈명자(2) - 추격전 19.11.17 33 0 18쪽
18 18화. 탈명자(1) - 소녀 정제수 19.11.16 36 0 11쪽
17 17화. 프로그래머 방만희(4) 19.11.15 37 0 16쪽
16 16화. 프로그래머 방만희(3) 19.11.14 45 0 18쪽
15 15화. 프로그래머 방만희(2) 19.11.13 37 0 16쪽
14 14화. 프로그래머 방만희(1) 19.11.12 39 1 19쪽
13 13화. 택배원 김 씨(3) 19.11.11 40 1 13쪽
12 12화. 택배원 김 씨(2) 19.11.10 83 0 15쪽
11 11화. 택배원 김 씨(1) +2 19.11.09 49 2 13쪽
10 10화. 차사 신태웅(8) 탈명특무대 +2 19.11.08 52 2 18쪽
9 9화. 차사 신태웅 (7) 차출(2) +2 19.11.07 72 2 13쪽
8 8화. 차사 신태웅(6) 차출 +2 19.11.06 65 2 19쪽
7 7화. 차사 신태웅(5) 재교육(2) +2 19.11.05 70 2 16쪽
6 6화. 차사 신태웅(4) 재교육 +2 19.11.04 81 2 13쪽
5 5화. 차사 신태웅(3) 징계 +2 19.11.03 90 2 15쪽
4 4화. 차사 신태웅(2) 미로진 +2 19.11.02 96 3 13쪽
3 3화. 차사 신태웅(1) 망혼 +3 19.11.02 124 3 17쪽
2 2화. 무녀. +3 19.11.01 178 4 19쪽
1 프롤로그 & 1화. 무명(無名) +4 19.11.01 430 5 2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