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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탈혼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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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풋
작품등록일 :
2019.10.12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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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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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사고 (3)

DUMMY

28화. 사고 (3)



소방교 주권현은 여러 사고 현장을 경험한 베테랑이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은 처음이었다.


그가 이제까지 경험한 사고 중 최고속력의 충돌은 경주를 즐기던 양아치들의 터널 내 충돌 사고였었다. 그에 비하여 지금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비행기의 파편은 그 끔찍함을 더욱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속 수백 킬로로 숲에 불시착한 비행기의 잔해란 고속주행으로 정면충돌한 스포츠카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진 않을 터. 그는 커다란 나무를 관통한 프레임을 보며 그 속도를 실감했다.

그리고 다른 한쪽으로는 들뜨려는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해야 했다. 그의 아드레날린이 요동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부러진 자작나무와 은행나무 사이로 머릴 숙여 지나가자 거대한 바퀴 하나가 눈앞에 나타난다. 시커먼 연기를 내며 바퀴는 반쯤 불에 타고 있었다. 숲은 거의 수 킬로미터 가까운 거리를 수많은 비행기의 파편들이 뒤덮고 있었고, 그 군데군데 반쯤 타거나 부서져 깨진 파편들과 탑승자의 시신으로 보이는 신체의 일부가 떨어져 있었다.


“지독학네...”


그의 숨이 점점 거칠어졌다.

나뭇가지 위에 걸린 타다 만 손목 하나를 발견한 그는 지금 사태의 심각성을 확연하게 알게 됐다. 비행기 추락의 충격은 덤프트럭이 덮친 소형차에 비할 바도 아니었다. 가벼운 알루미늄으로 만든 사람을 가득 실은 깡통 하나를 그 거대한 지구가 시속 *250km 이상의 속도로 찍어버린 것이다. (*통상의 여객기 착륙 권장 속도는 13노트( 254km)이다.)


검게 죽은 피비린내.

자욱한 연기를 헤치고 나서자 부서진 여행용 가방과 거기서 흩어져 나온 탑승자들의 짐과 의복들이 타버린 숲에 단풍처럼 가득 흩뿌려져 있었다. 그의 눈엔 어느 것이 시신이고 어느 것이 옷가지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특히나 지금 뿌리고 있는 이 비는 생존자의 체온 유지에 가장 큰 적. 걱정되자 그의 발걸음이 더욱더 빨라졌다. 그의 뇌가 아무리 이성적으로 판단하라 강요해도 그의 심장은 더욱 그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어두운 밤하늘에서 뿌려진 옷가지와 시신들이 전혀 구별되지 않는다면 하나하나를 손으로 만져가며 확인하는 방법뿐이야.’


그는 이제 거의 네발로 기다시피 수색과 진로 개척을 동시에 하고 있다.


“치직!”


그의 어깨에 있는 무전기에서 구조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치직⋯ 특구 삼오. 선두 상황 보고 바람.”

“여기는 특구 삼오. 출발지에서 산 사면 남측 아래, 계곡 방향 수색 중, 둘 아홉(산불) 소강상태로 사사(조사) 중.”

“사팔(현재 위치) 확인 바람.”

“현재 진입로 남측 경사로 아래 200미터, 꽃(화염)은 없으나 구름(연기) 심함.”

“현장 지휘소 설치 완료됐으니 전 대원 무전기를 채널 2번으로 변경 바람. 2번은 통합망이니 음어는 자재 요망.”

“사칠(알겠다).”

“그리고! 어이! 주권현! 들리나! 넌 너무 앞서가지 마라!”

“알겠습니다.”


구조대장은 주권현 소방교의 조급증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사고 현장에만 가면 흥분했다.

그의 아드레날린은 다른 소방대원들과 비교하면 빠르고 진하다. 그것이 일정한 긴장감을 만들어 주어 현장에 크게 도움이 되긴 했지만, 현장에서는 조금만 과해도 언제든지 자신이 구조대원이 아니라 사고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항상 대비하여도 손바닥 뒤집듯 사고는 쉽고 허무하게 일어난다.

매년 300명 이상 부상을 당하고 대여섯 명의 순직을 만드는 이 직업인에게 흥분은 득보다 실이다.


“주권현이! 너 너무 흥분하지 말고, 차근차근 매뉴얼대로 움직여라!”

“잘 알고 있습니다. 채널 변경합니다.”


주권현은 구조대장에게 간단히 답을 던지곤 무전기의 채널을 2번으로 돌렸다. 빠르게 발을 놀려 거대한 파편 하나를 비집고 기어들어 갔다. 연기와 안개 사이 틈으로 쓰러진 나무와 함께 찢어진 커다란 날개가 보였다. 그리고 그 뒤로 거대한 무언가가 보였다.


갑자기 확 트인 공간, 연기가 걷히길 기다리니 엉킨 캐리어와 동체의 부서진 외벽, 깨져나간 창문들이 흩날린 한 가운데 우뚝 서 있는 둥근 원형의 동체. 이미 꼬리는 날아갔지만, 하부 동체의 뾰족한 모양과 그 안쪽 아직도 불에 타고 있는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더 접근하자 발이 쑥 빠진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 정말 눈으로 보기에 믿기지 않는 광경과 만났다.


“이런···!”


비행기 일반석 의자 백여 개가 기체의 바닥에서 뽑혀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그리고 그 의자들 하나하나마다 안전밸트에 매어 허리가 부러지고 머리가 터지거나 사라진 시신들이 피로 물든 의자와 함께 거대한 덩어리를 이루어 박혀있었다.


“특구 삼오. 후미 꼬리날개 쪽 동체 발견. 사망자 다수 확인. 생존자 수색하겠음.”

“사망자는 몇 명으로 확인되는가?”

“백 명 이상!”

“아⋯ 음⋯ 위치 확인! 대원들 추가로 투입하겠음. 화재 상황 예의주시하며 생존자 있는지 우선 수색 바람.”

“확인!”


매캐한 연기를 뚫고 들어오는 비릿한 피비린내와 인분, 위액, 구토의 냄새가 그의 발걸음을 1~2초 정도 멈추게 했다.

검붉은 피가 그의 신발을 붉게 물들였다. 그가 주변에 가득 찬 죽음의 냄새에 크게 숨을 고르고 발을 다시 움직였다. 진흙과 함께 엉겨 붙은 핏덩어리가 신발에서 툭툭 떨어져 나오는 걸 느꼈다.

진한 피 냄새에 그의 머리가 좀 더 빠르게 회전을 시작했다.


“침착해!”


자신에게 하는 명령.

가장 먼저 그의 뇌는 ‘저 시신들이 누군가에게 충격을 흡수해 줄 수 있었을까? 저 살과 뼈들이 완충재 역할을 해서 누군가는 생존 가능한 약간의 행운이라도 열어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만들었다.


시속 250킬로미터의 충돌에서 앞줄의 사람이 충격을 흡수해 줬을 때 뒷줄이 살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제일 뒷줄의 형태가 저런 상황이라면 저 무리보다 오히려 차체에서 개별로 퉁겨진 사람이 숲의 나무에 완충되었을 때 더 생존확률이 높은 건 아닐까? 기체 내부가 충격이 더 크다면 외부로 튕긴 사람이 살 확률이 높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동체 주변과 밖을 먼저 수색해야 하는 게 아닐까? 무수한 질문들이 그의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사라졌다.


그 와중에도 무의식은 ‘저 안에 누군가 날 부르고 있어. 저 안에라야 한둘 살 확률이 있다.’라는 본능의 외침을 전해왔다.


그는 항상 현장에서 머리보다는 가슴이 말하는 명령을 따랐다.

그가 동체 중앙의 부서진 벽을 향해 달렸다. 본능적으로 수직 꼬리날개가 날아간 비행기의 하부 동체, 지금은 시신들이 처박혀 있는 위치로 달음질쳐 올라갔다. 시신들을 밟으며 안쪽으로.


찢긴 하부 동체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외벽 안쪽으로 쌓여있는 의자와 시신들 옆으로 몸을 밀어 넣은 후 안쪽 복도를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갔다.


/첨벙/


무릎이 반쯤 시신에서 흘러나온 피와 체액, 거기에 지금 내리는 비가 섞인 웅덩이에 빠졌다. 아직 다 식지 않았는지 약간은 미지근한. 그는 보호용의 장갑을 재빨리 벗고 시신을 하나씩 직접 맨손으로 만졌다. 지금처럼 어두운 곳에서 구조자가 대답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체온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장 빨랐다.


그는 손에 잡히는 시신을 맨손으로 일일이 더듬어본다. 차가운 손, 발, 목, 눈, 얼굴들⋯ 손바닥은 이내 비와 피, 흙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그의 손은 조금의 온기라도 남아있는 생존자를 찾기 위해 시체의 벽 속을 더듬으며 점점 안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힘겹게 의자 하나를 시체와 함께 뒤집어 넘기고 뭉쳐진 시신들 사이로 손을 뻗어 하나씩 풀어나가길 잠시.

그 안쪽 깊은 곳에서 만져지는 작은 손 하나.


‘따듯하다!’


***


특구 이오팀의 김 미식 소방장.

그는 비 오는 상황실 텐트 뒤에서 핸드폰으로 지금 막 들어온 사진을 확인했다.

일본에서 보내온 문자의 이미지에는 아프리카 전통 악기인 젬베가 보였다. 장구와 비슷한 형태 같지만, 한국의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생긴 악기.


“이것만 찾으면⋯.”


조금 전 사직한 선배에게서 들어온 요청은 그가 거절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거래였다. 출동 중에 아내에게서 급하게 온 전화. 아내는 무조건 선배가 하는 이야길 들으라 말하며 전화기를 넘겼다.


그의 아픈 딸과 이제까지 쌓인 병원비를 포함해서 새로 수술하는 비용까지 모두 털고도 집 한 채는 장만할 수 있는 금액을 현금으로 가방 두 개에 나누어 들고 선배가 찾아왔단다. 그리고 아내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무조건 해.”


딸 아이의 병시중에 지친 아내에게서 지금과 같은 힘 있는 목소리는 실로 오랜만. 그녀의 목소리는 거부를 불허했다.


“당장.”


아프리카에서 온 아주 중요한 짐이 아부다비에서 나리타행 비행기, 그 사고기 안에 있다.

아프리카의 육상선수들과 함께 일본으로 가는 대회기념 전통공연악단의 악기 속, 그 안에 들어 있는 이 작은 짐만 찾아주면 된다. 아니 그 악기만이라도 찾아와주면 된단다.


사망자와 부상자가 수습되고 현장지휘소가 정리되면 사고기는 몰라도 유품은 모아 유족에게 전달될 터. 그리고 이 사고기는 일본 항공사 소속이기에 유품은 아마도 그쪽 항공사 직원에게 인계만 잘하면 되는 상황.


단. 인계는 그 악기가 멀쩡하게 파손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다.

만약 악기 속의 내용물이 밖으로 유실되어 발견된다면 이는 바로 국제문제로 확장된다. 여러 사람 다치는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야쿠자 하나가 20년간 공들여 만든 거대한 스포츠 계파 하나가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는 이야기.


그래서 사고 비행기가 일본 땅이 아니라 한국 땅에 떨어진 것부터가 문제인 거다. 일본의 스포츠계가 조폭과 합작하여 진행하는 국제 육상경기에 일본의 세금을 투입하여 초청하는 아프리카 선수단 전세기를 이용해서 아무도 모르게 밀수를 진행한다고 하면 그 공작을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


수백억의 예산이 투입되는 국제 행사를 수천억의 밀수를 위해서 조직했다면 누가 믿겠나? 하지만 성사만 된다면 매년 행사는 국민의 세금으로 진행하면서 이 기획을 성공한 어느 야쿠자는 그것으로 수천억의 이득을 고정으로 편취하게 된다.


약? 아니면 다이아?

신경 끄자. 알아본들 나한테 좋은 건 없다. 오히려 몰라야 혹 있을 상황에서 면피가 된다. 받은 돈은 차용증을 써 병원비라 둘러대면 그만. 면피는 잘 되었으니 이제는 그 요청의 성사가 관건이다.


소방장 김 미식, 그가 지휘실에 들어가자 자신의 팀이 수색해야 할 지역을 할당받자 그는 곧바로 지휘실을 나와 팀원 6명과 함께 능선의 비탈을 빠르게 내려갔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분명했다. 아프리카 전통악기 젬베를 찾을 것. 만약 악기가 부서져 악기 안에 숨겼던 내용물이 밖으로 나와 노출되어있다면 발견되지 않도록 그 물건을 잘 숨기거나 그도 힘들다면 철저히 파기할 것.


그에겐 시간이 없었다.

해가 뜨고 언론에서 카메라를 들이밀기 시작하면 현장은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자원봉사자와 의용소방대까지 투입된다면 그가 움직일 수 있는 폭도 사라지게 된다.


오늘 해가 뜨기 전까지. 3개의 젬베를 모두 찾고 부서진 젬베가 있다면 그 내용물과 함께 땅에 묻거나 태워 증거부터 없앤다. 사고가 잠잠해질 때까지⋯ 그래야만 그는 자신의 딸을 수술대 위에 올릴 수 있다.


일본으로 봉사 간다고 좋아하던 딸아이의 얼굴이 생각났다. 왜 그때 말리지 못했나. 그리고 자신은 지금 일본의 요구에 움직이고 있었으니.


“제기랄.”


세상 참 아이러니하다.

그의 쓴웃음이 빗물에 씻겼다.


***


37번 차사 고 창은 지금 같은 경우는 본 적 없었다.

아무리 타지 아프리카의 풍습이라 하더라도, 망자가 사신을 막는 일은 또 처음 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산 밑으로 내려온 거대한 토신들은 이제 사고사한 아프리카 육상선수들의 망자 한 무리와 지척으로 가까워져 있었다. 토신들의 어깨나 다리 사이에는 숲에서 나온 다양한 동물들, 아니 동물로 생화한 그들의 조상신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토신들은 이 척지고 추운 땅에서 어서 혼들을 수습하여 저 명계로 데려갈 요량이었지만, 여기 이 육상선수들, 망자 한 무리는 전혀 그들을 따라나설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그들은 서로서로 몸을 연결하고 마치 강강술래를 하듯 큰 원을 만들고선 늦은 음으로 엄숙하게 노래만 부르고 있었다.


그 원 안쪽에는 수직날개를 잃은 하부 동체와 그 동체와 함께 터져 쌓여있는 선수들의 시신들이 보였다. 그들은 지금 막 자신들의 중앙을 지나쳐서 들어간 소방관을 큰 기대의 얼굴로 바라보았다.


돌아가겠다던 청룡 아가씨는 아직도 저 높은 하늘에서 간혹 구름 밑으로 들어와 사고지를 확인하고는 다시 날아오르며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아프리카의 토신들과 무슨 이야기라도 나눈 걸까?’


차사 고 창은 현재 상황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단지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지켜보는 것뿐.


솔부엉이 한 마리를 어깨에 메고 있던 토신 한 명이 성큼 걸어 나오자 사고자의 혼들은 원형의 대형을 유지하며 그 방향으로 혼의 장벽을 두껍게 만들었다. 그 수가 이백여 명뿐이니 단출한 시위대의 모습이었으나 토신은 거대한 몸집과는 다르게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그들에게 다가갔다.


번쩍!

마른번개와 함께 청룡의 소녀가 차사 옆에 내려섰다.


차사는 청룡에게 곁눈질로 상황을 물었다.

소녀도 주위 상황을 살피면서 눈으로 모른다는 인상만 전했다.


그의 생각엔 이곳에서 답을 얻을 수 있는 이는 이 귀여운 청룡뿐이리라.

그녀는 하늘의 영신이자 동쪽 방위의 수호자.

이 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과 이승과 저승 두 곳 모두에 관여하여 활동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

그녀의 태생까지 용이니, 이곳에 있는 영체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차사인 자신이 음기로 숨을 쉰다면 그녀는 진짜 공기로 숨을 쉰다.

본질적으로 그녀는 이승의 영신.


소녀 청룡이 두 발짝 앞으로 서서 손을 들자 거대한 토신의 어깨 위에서 상황을 살피던 솔부엉이가 푸드덕 날아와 그녀의 손에 앉았다. 그리고 청룡과 무슨 이야길 하는지 한참을 서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방금 저 안으로 누가 들어갔나요?”

“음⋯, 예. 소방대원 한 명이 들어갔습니다.”

“흐으음⋯.”


솔부엉이가 토신에게 돌아가자 소녀가 귀여운 뒷걸음으로 차사의 옆에 나란히 섰다.


“성가시게 되었네요.”

“무슨 상황입니까?”

“흥정 중이라네요.”

“네?”

“사고기에 타고 있다가 죽은 영혼들이 지금 토신과 흥정을 한다네요.”

“흥정이라고요? 무슨⋯.”

“아직은 생존해 있지만, 곧 죽을 아이가 하나 남아있어요.”

“오. 생존자가요?”

“네. 그 아이의 혼은 몸에서 이미 튕겨 나간 듯하다네요.”

“네?”

“하지만 백(魄)은 깨지지 않고 잘 버티고 있어요.”

“아니 어찌 혼이 빠진 몸으로 백이 살아있을 수 있죠?”

“그러게요.”

“차사 생활 350년 만에 그런 소리는 또 처음 듣네요.”

“이무기로 천년을 살고 이제 용으로 또 오백을 살았지만, 저도 처음 들어요.”

“아. 그러시군요.”


차사 고창은 생각했다.

나잇살에서 밀렸다고.

귀여운 소녀의 얼굴인데 천오백 살의 꼬부랑 할머니인 거?

용은 용.

이 용과 정말 친하게 지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앞의 분위기가 점점 어수선해지는 걸 보고 덜컥 걱정부터 앞섰다. 뭔가 결단을 내려야 할 텐데...


***


차사 고 창의 뒤에 도열해 있던 대기조 차사들의 경우엔 조금 여유가 있었다.

이국의 토신들을 감시하려고 남은 이십여 명의 차사는 ‘와, 그래도 짬은 짬이구나. 선임은 용과 저렇게 나란히 서서 이야기도 나눌 수 있네, 나도 백 번대 안쪽으로 들어가면 저 정도는 하려나?’ 같은 잡생각들만 하고 있었다. 딱히 명령도 없고 신기한 이국의 토신도 구경하고, 청룡은 이쁘고, 특별히 할 일도 없으니⋯, 저승사자의 특성상 현 상황의 방관자가 되어가는 것이다. 저승사자는 항상 사고에 개입할 수 없으니, 누가 죽던 죽을 때까지 기다리며 구경하는 게 그의 일. 다 죽은 후에나 그들의 업무가 시작된다.


차사들이 서로서로 확인한 바로는 발급받은 대부분의 임시 명부는 이름이 날아가고 백지가 되었다.

발급받은 여러 장의 명부도 회색에서 백색으로 색이 빠진 지 오래. 이게 다 저 앞에 서 있는 귀여운 청룡 님의 은덕일 거다. 이 큰 산불을 막았으니.


***


거대한 토신들이 하나둘 산에서 내려와 사고사한 망자들을 둘러쌌다.

지금의 모양은 가운데 사고기의 하부 동체가 있고, 그 주위를 망혼자들의 자신의 혼이 둘러 원형으로 자릴 잡았다. 그 밖으로 50여 미터쯤 거리를 두고 거대한 아프리카의 토신들이 그들과 대치 중인 상황. 또 그들의 뒤쪽으로 넓게 둘러 우리 대기조 차사들이 상황을 살피고 있는 모양이었다.


“좀 더 알아봐야겠어요. 어디 가지 말고 기다려요.”

“예? 예!”


청룡의 소녀가 성큼성큼 망혼자들과 거대한 토신의 한 가운데로 걸어 들어갔다.

하늘에선 거대한 먹구름이 모여들고 있었다.



(계속)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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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54화. 택배원 김 씨와 방만희(1) 19.12.27 27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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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화. 소방교 주권현(2) 19.12.21 24 0 22쪽
49 49화. 소방교 주권현(1) 19.12.20 17 0 12쪽
48 48화. 카통고(2) 19.12.19 21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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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화. 징계소왕과 허깨비(1) 19.12.05 22 0 12쪽
36 36화. 이야기의 시작 (5) 19.12.04 28 0 16쪽
35 35화. 이야기의 시작 (4) 19.12.03 26 0 17쪽
34 34화. 이야기의 시작 (3) 19.12.02 23 0 19쪽
33 33화. 이야기의 시작 (2) 19.12.01 21 0 18쪽
32 32화. 이야기의 시작 (1) 19.11.30 30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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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사고 (5) 19.11.28 21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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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특무대 (5) 19.11.23 30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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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특무대 (1) 19.11.19 34 0 15쪽
20 20화. 탈명자(3) - 새 이름 19.11.18 30 0 13쪽
19 19화. 탈명자(2) - 추격전 19.11.17 35 0 18쪽
18 18화. 탈명자(1) - 소녀 정제수 19.11.16 37 0 11쪽
17 17화. 프로그래머 방만희(4) 19.11.15 38 0 16쪽
16 16화. 프로그래머 방만희(3) 19.11.14 46 0 18쪽
15 15화. 프로그래머 방만희(2) 19.11.13 38 0 16쪽
14 14화. 프로그래머 방만희(1) 19.11.12 40 1 19쪽
13 13화. 택배원 김 씨(3) 19.11.11 41 1 13쪽
12 12화. 택배원 김 씨(2) 19.11.10 84 0 15쪽
11 11화. 택배원 김 씨(1) +2 19.11.09 50 2 13쪽
10 10화. 차사 신태웅(8) 탈명특무대 +2 19.11.08 53 2 18쪽
9 9화. 차사 신태웅 (7) 차출(2) +2 19.11.07 74 2 13쪽
8 8화. 차사 신태웅(6) 차출 +2 19.11.06 66 2 19쪽
7 7화. 차사 신태웅(5) 재교육(2) +2 19.11.05 71 2 16쪽
6 6화. 차사 신태웅(4) 재교육 +2 19.11.04 83 2 13쪽
5 5화. 차사 신태웅(3) 징계 +2 19.11.03 92 2 15쪽
4 4화. 차사 신태웅(2) 미로진 +2 19.11.02 99 3 13쪽
3 3화. 차사 신태웅(1) 망혼 +3 19.11.02 126 3 17쪽
2 2화. 무녀. +3 19.11.01 183 4 19쪽
1 프롤로그 & 1화. 무명(無名) +4 19.11.01 440 5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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