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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풋
작품등록일 :
2019.10.12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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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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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2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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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사고 (1)

DUMMY

26화. 사고 (1)



[위이이이이이이잉]


[ 차사 본부에서 알립니다. 현재 본부 관내에서 작업 중인 차사 대원 중 이승으로의 외근 경험이 있는 차사들은 모두 비상근무지 명령을 확인하시고 명부를 수령하여 명령 지로 출동하시길 바랍니다.]


[지금 차사 본부 앞에서 임시 소집이 있습니다. ]


지하의 공동 전체를 울리는 방송음


[위이이이이이이잉]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지금 차사 본부 앞에서 임시 소집이 있습니다. 차출된 모든 차사는 본관 앞으로 모여주세요.]


37번 차사 고 창과 함께 백오십여 명의 차사들이 본부에 모이자 단상 위로 관리부 차사 하나가 급하게 뛰어올랐다. 그가 마이크를 잡고 해당 긴급 호출 상황을 브리핑한다.


“현 상황부로 오관(五官)대왕급 명령을 발동합니다. 본부에 모인 모든 차사는 임시 명부를 발급받아 해당 명부에 기재된 명령 지로 지금 즉시 출동하시기 바랍니다.”


오관대왕급 명령이라면 이백 명~오백 명가량의 사망을 부르는 대형 사고를 말했다.

‘재해급’이란 이야기인데⋯ 이승에서 무슨 일이 생기든 갑자기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이는 예견된 사고상황이 아닌 점에서 사고부 차사를 제외한 모든 차사가 호출되었다.


“앞으로 40분 후에 강원 산간지방으로 아랍에미리트 발 여객기가 불시착할 것입니다. 항공 기종은 보잉 787-9 아부다비에서 일본 나리타까지 날아가는 항공편입니다. 탑승 인원은 승무원 포함 243명.”


고 창은 사고부의 차사들이 미리 알고 대비하지 못한 것이 아무래도 한국인 승객은 없었기 때문이라 짐작했다.

나라별로 저승사자들이 자국의 문화와 역사에 따라 저승을 발전시켜왔기 때문에 아무리 염라께서 저승을 관장한다고 하여도 차사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내국인까지. 차사부는 외국인이 이 땅에 와서 언제 죽을지는 알래야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분명 강원도에 비행기가 불시착한다면 이 가을 건조한 날씨에 산불 같은 재난까지 함께 일어날 것이리라.

특히나 사람 없는 곳에서의 불시착이라면 산불 정도로 끝나겠지만, 인근 도심에라도 그 큰 비행기가 떨어지는 상황이라면 사망자가 상당히 나올 상황이었다. 이 나라는 아파트 천국 아닌가.

지금 나누어주는 임시 명부는 그런 돌발적인 재난 상황에서 사망하는 사고자의 혼을 수습하라는 상황을 가정한다. 그리고 발급된 대부분의 임시 명부는 슬쩍 봐도 붉은 것이 재해 명부 혹은 화마 명부.


“제기랄. 모두 서둘러!”


고창은 자신에게 담당 된 저승차사들을 닦달했다.

지금처럼 돌발적인 사고로 생혼이 사망할 때 차사가 그 혼을 수습하지 않는다면 그 생혼은 망혼 하여 원귀가 되거나 이승을 떠도는 방랑귀가 되는 것이 자명한 일.

당연히 차사부 입장에서는 이런 돌발사고는 될 수 있다면 모두 출동하여 대기하고 있다가 사고지에서 바로 사고자의 혼을 수습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했다.


본부 관리직 차사 하나가 서류철을 한 아름 들고나와 차사들에게 임시 명부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지금 나눠주는 임시 명부에 적힌 이름들은 사고사 확률이 50% 이상인 사람들을 위한 것.

죽을지 살지 알지 못하는 사람이니 차사들이 가서 직접 확인하고 지켜봐야 했다. 상황이 해제된다면 모르나 급박하게 사망하거나 하면 바로 대기하고 있다가 사고자를 수습한다. 수습한 혼은 귀문을 통해 구천을 거쳐 초군문(初軍門)까지 인도하는 것이 차사의 임무.


37번 차사 고 창은 자신에게 부여된 두 장의 명부를 가만히 살펴봤다. 붉은색의 사고명부. 역시나 이름은 있되 사망 시간은 공란이다. 임시 명부 두 장을 주머니에 갈무리하고 자신의 팀을 둘러봤다. 모두 두 장 혹은 그 이상의 명부를 받았다. 이젠 팀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각기 자신의 역할에 따라 움직여야 했다.


“임무 확인했으면 출발해!”


명령과 함께 백 오십여 차사들이 귀문으로 출동. 답답한 것은 강원도 지역은 지역도 넓지만, 태백산맥의 산세에서 나오는 자연의 원기가 강하여 귀문을 형성하지 못했다는 것.

한동안 음기가 모여야만 형성되는 귀문인지라 음기가 자연기에 밀려 흩어지는 강원도 같은 곳에서는 귀신이 드나드는 귀문의 자릴 잡을 곳이 없다. 즉 이곳 구천, 특히 차사부가 자리 잡은 중천에서 강원도로는 바로 갈 방도가 없는 것이다.


겨우 이천에서나 양평 정도의 허름한 동네, 수맥 가득한 터의 어느 빈집에 자리 잡은 귀문에서 출발하여 직접 이승을 이동해야 하니 40여 분 남은 시간으로는 당장 서두르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더 늦는다면 사망한 혼을 수습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지도 몰랐다.

사망 시점에서 혼을 수습하여 데리고 오는 것과 망혼 하여 이승을 한참 떠돌아본 귀신을 잡아 오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 부대 처음 배속받은 이등병 데려오는 것과 짱박힌 말년 병장 잡아 오는 것처럼 상황부터가 전혀 달랐다. 되도록 사망 시점에 대기하고 있는 게 차사들로서는 여러모로 깨끗하게 일 처리를 하는 방법이리라. 차사에겐 그편이 가장 쉬웠다.


“다들. 상황은 알고 있지? 모두 단단히 준비하라. 한 명이 수습해야 할 혼이 여럿일 수도 있어!”

“옛!”


특히나 강원도에서 귀문이 없다는 것은 저승으로 돌아오는 귀혼길이 길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곳 구천으로 데리고 오는 데에만도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니 이번 상황은 일손이 한참 모자랄 것이리라⋯, 차사 한 명에 혼 하나라면 모르되 두셋씩 인도해야 한다면 혼이 중간에 도주한들 막을 방도가 없었다.


차사 고 창은 노파심에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자신에게 발급된 명부의 혼을 모두 수습한 후에는 복귀하지 말고 대기하며 다른 차사를 돕거나 함께 움직이도록 해! 욕심부린다고 혼자 여럿 인도하다가는 망혼 한다. 알겠지?”

“알겠습니다.”

“오늘은 골치 좀 아프게 됐구나.”

“곧 귀문이 열립니다. 가시죠!”


***


차사 고 창은 겨우겨우 도착한 강원도 홍천군의 어느 야산 위에서 한숨을 쏟아냈다. 그는 지금 막 계곡에 떨어진 비행기의 검은 연기를 보고 있었다.


“뭐지?”


그는 주위를 살펴보다가 산 위로 불쑥 솟아오른 거대한 검은 형체를 발견했다.


“저것이 무엇이냐?”

“그것이 저도 잘⋯.”


두 눈을 반짝이던 검은 형체가 달빛을 받더니 반투명하게 빛났다.


“허! 요상하군.”

“요물인가요?”

“글쎄⋯.”


키는 10미터가 넘고 큰 나무가 움직이듯 서서히 움직이는 모양이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 검은 형체는 길고 얇은 다리 위에 검은 털로 된 둥근 몸체를 가지고 그 옆에 다리만큼이나 길고 얇은 팔을 천천히 흔들었다.

앙상하게 뼈대만 나와 있는 모양이 꼭 미이라 같다. 살은 검고 칙칙하여 털과 같은 색이다. 달빛을 받는 곳만 반투명하게 비치고 그 안에는 작고 반짝이는 무엇인지 모를 것이 둥실 떠다니는 느낌.


둥근 털북숭이의 몸체 위에는 큰 동물의 뼈로 된 머리가 달려 있었다. 양쪽으로 벌어진 뿔은 마치 소의 모습이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소와는 차이가 컸다.

그 길이가 일반의 동물과는 다르게 길고 날렵하여 마치 큰 곡궁을 머리에 이고 있는 모양.


하얀색의 뼈에 날렵하게 난 구멍으로 검고 칙칙한 눈빛이 좌우를 두리번거리는 모습은 원시적인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입에선 연신 하얀 영기가 흘러나왔다.


“허!”


차사 고창은 350년의 차사 생활 중에 저런 기형의 생물을 본 기억은 처음이기에 지금의 상황을 어찌 풀어야 할지 난감했다. 그의 옆에 있던 후배 차사들이 걱정 어린 시선으로 물었다.


“어찌할까요?”

“좀 더 지켜봐야지.”


그가 추론하기에 저 요물은 이국의 사신(死神).

사고지점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과 아마도 그쪽에 자신이 데려가야 할 혼과 그 혼을 수습해야 하는 소명이 있음이겠지만,


‘왜 저런 거대한 모습이지?’


그는 요물의 영체에서 자신과 약간의 비슷한 동질감을 느꼈지만, 굳이 저런 형태와 모양의 ‘영수(蠑獸)’는 처음 보기에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확실하게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놈이 움직입니다. 어찌해야 합니까?”

“조금만 더 지켜보자. 천천히 따라가!”

“선배님. 저쪽에⋯.”


후임 차사의 손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그쪽 거대한 은행나무 하나가 부르르 떨더니 나무 안에서 또 하나의 영체가 튀어나왔다. 모습은 아까와 비슷한 형태.

긴 다리에 검은 털북숭이이지만 이번에 은행나무에서 튀어나온 놈은 네 개나 되는 팔을 아래로 뻗으며 천천히 걷는데 거대한 창을 왼편 손에 쥐고 있다.

버들잎과 비슷한 모양의 방패 또한 반대쪽 손으로 들고 있으니 영락없는 전사의 모습. 얼굴의 피부는 나무로 된 가면 같아서 그 모양이 기이하여 차사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가면의 모습은 가운데 커다란 눈이 하나요, 그리고 그 눈을 기준으로 코가 양쪽으로 둘이다.

그 코를 기준으로 양쪽에 눈이 하나씩 더 있으니 전체로는 눈이 셋에 코가 둘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로 길게 찢어진 입은 거의 얼굴의 3/4을 가로지르고 있다.

입안에는 상어처럼 뾰족한 이빨이 겹줄로 빼곡하게 나 있었다.


“내 생전⋯ 아니지, 죽은 이후로 저런 놈은 처음이네.”

“저도 그렇습니다.”

“안 되겠다. 아무래도 이국의 영체들이 사고가 난 지점으로 몰려들고 있으니 사달이 나도 단단히 난 것이야. 너는 속히 달려가서 사방 신께 고하고 저 이국의 영체가 지금 우리 땅을 밟고 있다 전하거라.”

“옙!”


뛰어가려던 후임 차사 하나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고 창을 보며 말했다.


“이 임시명부는 어찌할까요?”

“이리 줘!”

“넵. 다녀오겠습니다.”


후임 차사가 발 빠르게 숲을 가로질러 다시금 비포장의 산길에 세워둔 차를 몰고 빠져나갔다. 그가 빠져나가는 길로 저 멀리 소방차의 비상등이 보이자 사이렌 소리가 산 전체로 울리기 시작했다.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는군.”


***


37번 차사 고 창이 산 중턱에서 상황을 지휘하며 각자 받은 임시명부의 혼을 추적하라 명했지만, 그의 주변에 같이 출동한 차사 중 20여 명은 이국의 영체를 살피고자 자신의 옆에 대기시켰다.


“저것들 점점 불어나는데요?”


이미 산 능선을 타고 십여 개쯤으로 불어난 영체들이 사고지를 향해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산불은 점점 커지며 붉은 단풍 숲이 더욱더 붉어졌다.

낙엽이 지천인 산은 화려한 불꽃으로 화하여 화염의 열기를 하늘 높이 전달했고 불꽃이 길게 늘어서자 아름답던 숲은 한순간 불지옥으로 변했다. 길 잃은 새와 동물들이 연기를 피해 이리저리 튀어나왔다.


그들의 머리 위, 사고 현장으로 향하는 군용의 헬기 두 대가 빠르게 날아갔다. 벌써 특전사가 급파되어 피해지역에서 구명 활동을 시작했다는 이야기.

차사들도 우선은 상황을 파악하고 어서 사고지점으로 달려가 흩어지는 사망자들의 혼부터 잡아두어야 했다.


“뭘 구경하느냐? 너희들은 어서 사고지로 내려가!”


불꽃이 자욱하게 연기를 뿜는 곳. 널브러진 시체와 기체의 잔해가 온 산 가득 뿌려진 곳으로 차사들이 쏘아지듯 내달렸다.


***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 장평리 응봉산 남쪽 2킬로 무랑골 계곡을 따라 가로지르며 비상착륙을 시도하던 여객기는 남쪽으로 뻗어있는 산맥의 사면을 따라 그대로 지상과 충돌하며 추락. 불길에 휩싸인 여객기는 500여 미터가량의 숲을 동체로 밀어버렸다.


비행기도 비행기이지만 충돌과 함께 터져 나온 비행 유(油)의 불꽃이 건조한 산의 초목에 직접 불을 붙인 상황, 이미 산과 계곡은 불기둥이 이곳저곳에서 피어올라 불지옥을 만들고 있었다.


출동한 헬기도 지상에 자일을 내려보려 시도했지만, 특전사 구조대원들을 강하시키지 못하고 다시 고도를 높여야만 했다. 산불로 인하여 발생한 강한 상승 기류와 시야를 가로막는 연기, 거칠게 날아드는 화염에 더는 위험을 감수하기 힘든 상황.


“여기는 까치 원. 사고 지역 상공. 화재 발생. 접근이 불가합니다. 화재 때문에 현 상황 구조 불가.”

[여기는 본부. 상황 살피고 정확한 사고 지역부터 회신 바람. 안전에 유의하도록.]

“한 번 더 확인하고 보고하겠음.”

“야. 한 바퀴 더 돌아!”


차사들의 머리 위로 헬기들이 다시 선회를 시작했다.

이런 큰 사고에서 생환자가 나올 일은 기적을 몇 곱을 하여도 불가할 상황. 사고지의 불꽃 속을 뒤지며 이곳저곳에서 화마에 희생된 혼들을 살펴보던 차사들은 이 사고로 죽은 이들이 대부분 아프리카, 특히나 중앙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란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다른 일군의 인원은 바다 건너 열도 출신, 일본인들이었다.


멀리 방송국의 헬기 하나가 사고 지역을 선회한다.


“치지직⋯ 치직⋯.”

[현재 사고 현장에는 접근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지금 들어온 속보로는 강원 및 경기지역 소방대 전체가 출동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박 경채 리포터? 현장 상황 어떤가요?]

“네. 지금은 소방헬기 십여 대와 소방차 300여 대가 우선 사고 현장으로 급파되어 번지고 있는 산불부터 제압하려고 힘쓰고 있습니다. 사고기는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 장평리 인근 계곡 남사면을 따라 비상 착륙을 시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부다비에서 일본 나리타 공항으로 향하던 보잉 787 사고기에는 탑승자가 총 243명으로 확인되는데요. 대부분이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국제 육상 경기에 출전하는 중앙아프리카의 여러 나라 선수단이 함께 타고 있었습니다. 사고기는 선수들을 수송하기 위해 마련한 특별기였지만 정비 등 여러 부분에서 잡음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는데요. 한국인은 현재까지는 탑승자 명단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사고기는 이전 배터리 정비 불량으로 이륙 직전에도 정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죠?”


“네! 리튬이온 배터리 쪽의 배선 접속 부에서 약간의 이상이 발생하여 20시간 가까이 정비를 한 후에야 다시 운항 승인이 난 것으로 여러 외신에서는 발표하고 있습니다.”


차사 고창은 힘들게 구해 온 라디오에 연결한 이어폰에서 들리는 현 상황 뉴스가 자신이 원하는 답을 준 것이라 생각했다.


산등성이 가득 도열해 있는 저 거대한 이국의 영체들을 바라보며 그들이 왜 이 먼 곳까지 왔는지 조금은 알 듯하였다. 거대한 영체들은 지금도 그 수가 불어 이제 거의 30여 명은 되어 보였다.


“치잇. 아프리카 놈들이었군.”

“예?”

“저놈들 아프리카에서 온 놈들이라고.”

“!!”


얼핏 보면 나무 같고 어찌 보면 거대한 타조 같은 모양의 거대한 영체들, 모두 동물 혹은 목공의 가면을 뒤집어쓴 육중한 모습으로, 키가 작은 것은 10미터에서 큰 것은 30미터가 훌쩍 넘었다.

큰 창이나 활을 들고 서 있는 모습에서 저들은 사신이나 차사와 비슷한 업무를 보는 토착의 영신들이리라.


차사 고 창은 그들도 딱히 교통편이 없으니 나무의 정기를 통해 이곳 사고 현장으로 현신한 상황일 거라 확신했다.


‘분명 아프리카 태생의 영물이나 그 지방의 토착 신들이리라. 지금은 저 거대한 영체에게 차사가 달려들어 비벼볼 상황이 아니다.’


산등성이의 비포장의 작은 길을 타고 올라온 소방차 백여 대와 소방대원들이 살수를 시작했다. 작전이 시작되자 소방대원들은 모두가 하나로 뭉쳐서 사고가 난 지점으로 향하는 길을 뚫기 위해 분투했다.

머리 위로 러시아제 카모프 ka-32 소방헬기가 대원들의 앞쪽으로 물을 쏟아붓고 있었지만, 화재 상황은 소방대원들에게는 역부족이었다.


컴컴했던 계곡은 바로 보이는 산등성이를 타고 빠르게 번지는 산불에 의해 대낮처럼 밝았다.

맞은편 사면 능선 위에 늘어서 있는 거대한 영체들은 아무 미동도 없이 소방대원들과 대책반이 사고를 수습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었다.

몇몇은 가까운 나무에 스며든 화기를 영력으로 떨구기도 했지만, 특별하게 거동하거나 힘이나 권능을 행사하기보다는 불구경하듯 관망하는 상황, 저 이국의 영신들은 아직은 크게 동요하거나 어떤 움직임도 보이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바람처럼 청룡 한 마리가 사고 지역의 불꽃을 뚫고 차사 고 창의 앞으로 날아들었다.


“비켜요!”

“헛!”


휘릭 하고 재주를 넘은 청룡은 예전의 감찰관으로 봤던, 그 청의의 도복 소녀. 멋지게 반 바퀴를 틀며 변신을 하며 차사의 바로 앞 넓은 바위 위에 정확하게 내려섰다.


“히유~! 엇? 안녕하세요. 여기서 뵙네요.”

“사방신 감찰부가 여긴 어쩐 일로⋯?”

“감찰 일이 주업은 아니고요. 저도 출동 명령이라 나왔네요. 흐음⋯ 지금 살펴보니 상황이 심각하네요.”

“소방대원들은 이제 시작입니다. 산불이 많이 번졌어요.”

“바람도 안 좋네요.”

“아⋯ 저 능선 위쪽을 한번 살펴봐 주시지요.”


소녀 청룡이 눈을 잔뜩 찌푸리고 사나운 불꽃 사이로 능선 위쪽에 가만히 도열하여 있는 영체들을 살폈다.

아래 사고지점을 살피고 있는 거대한 영체 몇도 청룡의 기운을 느꼈는지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와. 말만 들었는데 보는 건 처음이네요.”

“아프리카에서 온 사신입니까?”


청룡이 가만히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뭐랄까. 사신이라고 하긴 그렇고, 음⋯ 그보다는 급이 높죠. 토착 신들일 겁니다. 그쪽은 마을마다 하나씩 작은 신을 부족인들이 모시고 그 신이 마을을 지킨다고 들었거든요. 뭐라고 말해야 하나? 부족 신? 토착 신? 우리로 친다면 예전 산신 급쯤이겠네요.”

“우린 어찌 대처해야 합니까?”

“글쎄요. 저도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한번 알아볼게요. 말이 통하려나?”

“네?”

“잠깐 다녀올게요.”


소녀가 휘릭 몸을 날려 오르자 벌써 저만치 능선 위쪽으로 달려갔다. 소녀는 영체 중 가장 크고 위용이 있는 토신의 앞에 내려섰다.

청룡은 영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듯 잠시 머물다 다시 차사 고 창에게 돌아왔다.


“뭐⋯ 뭐라 합니까?”

“기다리고 있다고 하네요.”

“네? 뭘 기다린다고⋯.”

“저들은 자신이 지역 토신들이고, 지금은 자신의 땅에서 나고 자라 여기 와서 죽게 된 부족원들의 수호신이라 하네요. 혼을 수습하여 가려고 하는데 문제는 혼을 데려가려면 그들의 가족이 이쪽으로 와야만 한다고 합니다.”

“가족이라 하면 사고자의 생존한 유족입니까?”

“아닌 거 같아요. 먼저 죽은 친족 같아요.”

“조상신이겠군요.”

“맞아요. 저 영신들이 사자의 혼을 수습하기 위해선 그 부족의 수호신인 자신에게 사망자의 조상이 와서 자손의 수습을 직접 부탁하고 요청해야만 한답니다. 그래야 부족신으로서 사고자의 혼을 정식으로 수습할 권한이 생긴다고 하네요.”

“우리야 귀문을 통해 차사들이 명부의 명을 받들어 불러오지만, 저들은⋯.”


“우리와는 상황이 매우 다를 거예요. 아마 그들의 조상신은 동물로 현신하거나 나무의 정기를 타고 올 겁니다. 그래서 지금 이 산불 때문에 무척 곤란한 눈치에요.”

“산불 때문이요⋯?”

“네. 산불 때문에 우리의 귀문처럼 저들의 명계에서 나무의 정기를 모아 문을 열 수가 없다네요. 많은 동물이 공포에 휩싸여 있으니 동물들이 사고자의 조상신을 몸에 받는 접혼 역을 수행하지도 못하고 있고요.

“그러하면 어찌⋯풀어야 하겠습니까?”

“저는 청룡입니다.”

“아!”

“조금만 자릴 비켜주세요.”

“넵.”


저승사자는 명계의 율법 상 이승에 관여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청룡과 같은 수호신은 이승에서의 상황에 개입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수호신이 괜히 수호신인가!

인간의 삶을 관장하는 신중에는 단연 가장 가까운 영신이었다.

그들은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권능을 행사하는 것을 허락받은 명계의 유일한 존재.


그녀가 조용히 주문을 외우고 손을 넓게 뻗어 아래위로 휘젓자 작은 안개가 피며 서서히 산 사면을 따라 올라왔다.

산 능선을 넘어 오른 안개는 이내 꾸역꾸역 모여들며 조그마한 먹구름 모양으로 커졌다. 소녀가 발을 놀려 나무를 휙휙 뛰어넘어가 계곡의 작은 못에 몸을 담그자 조그맣던 먹구름의 세력이 조금 더 강렬하게 커지는 느낌.


그녀의 커다란 눈이 하늘을 보며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이야야야아아아아”


청룡의 강건한 기합이 산 위에 메아리쳤다.

그녀의 외침과 어울려 하늘 위의 구름이 서서히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계속)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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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화. 소방교 주권현 (3) 19.12.23 18 0 12쪽
50 50화. 소방교 주권현(2) 19.12.21 24 0 22쪽
49 49화. 소방교 주권현(1) 19.12.20 17 0 12쪽
48 48화. 카통고(2) 19.12.19 21 0 14쪽
47 47화. 카통고(1) 19.12.18 21 0 18쪽
46 46화. 염라명부 차사(6) 19.12.17 19 0 14쪽
45 45화. 염라명부 차사(5) 19.12.16 21 0 17쪽
44 44화. 염라명부 차사(4) 19.12.14 20 0 17쪽
43 43화. 염라명부 차사(3) 19.12.13 18 0 17쪽
42 42화. 염라명부 차사(2) 19.12.12 18 0 19쪽
41 41화. 염라명부 차사 (1) 19.12.11 23 0 17쪽
40 40화. 징계소왕과 허깨비(4) 19.12.10 24 0 14쪽
39 39화. 징계소왕과 허깨비(3) 19.12.09 21 0 16쪽
38 38화. 징계소왕과 허깨비(2) 19.12.06 23 0 19쪽
37 37화. 징계소왕과 허깨비(1) 19.12.05 22 0 12쪽
36 36화. 이야기의 시작 (5) 19.12.04 28 0 16쪽
35 35화. 이야기의 시작 (4) 19.12.03 26 0 17쪽
34 34화. 이야기의 시작 (3) 19.12.02 23 0 19쪽
33 33화. 이야기의 시작 (2) 19.12.01 21 0 18쪽
32 32화. 이야기의 시작 (1) 19.11.30 30 0 15쪽
31 31화. 사고 (6) 19.11.29 25 0 14쪽
30 30화. 사고 (5) 19.11.28 21 0 17쪽
29 29화. 사고 (4) 19.11.27 27 0 19쪽
28 28화. 사고 (3) 19.11.26 24 0 18쪽
27 27화. 사고 (2) 19.11.25 22 0 16쪽
» 26화. 사고 (1) 19.11.24 29 0 21쪽
25 25화. 특무대 (5) 19.11.23 30 0 19쪽
24 24화. 특무대 (4) 19.11.22 27 0 18쪽
23 23화. 특무대 (3) 19.11.21 29 0 20쪽
22 22화. 특무대 (2) 19.11.20 29 0 16쪽
21 21화. 특무대 (1) 19.11.19 34 0 15쪽
20 20화. 탈명자(3) - 새 이름 19.11.18 30 0 13쪽
19 19화. 탈명자(2) - 추격전 19.11.17 35 0 18쪽
18 18화. 탈명자(1) - 소녀 정제수 19.11.16 37 0 11쪽
17 17화. 프로그래머 방만희(4) 19.11.15 38 0 16쪽
16 16화. 프로그래머 방만희(3) 19.11.14 46 0 18쪽
15 15화. 프로그래머 방만희(2) 19.11.13 38 0 16쪽
14 14화. 프로그래머 방만희(1) 19.11.12 40 1 19쪽
13 13화. 택배원 김 씨(3) 19.11.11 41 1 13쪽
12 12화. 택배원 김 씨(2) 19.11.10 84 0 15쪽
11 11화. 택배원 김 씨(1) +2 19.11.09 50 2 13쪽
10 10화. 차사 신태웅(8) 탈명특무대 +2 19.11.08 53 2 18쪽
9 9화. 차사 신태웅 (7) 차출(2) +2 19.11.07 74 2 13쪽
8 8화. 차사 신태웅(6) 차출 +2 19.11.06 66 2 19쪽
7 7화. 차사 신태웅(5) 재교육(2) +2 19.11.05 72 2 16쪽
6 6화. 차사 신태웅(4) 재교육 +2 19.11.04 83 2 13쪽
5 5화. 차사 신태웅(3) 징계 +2 19.11.03 92 2 15쪽
4 4화. 차사 신태웅(2) 미로진 +2 19.11.02 99 3 13쪽
3 3화. 차사 신태웅(1) 망혼 +3 19.11.02 126 3 17쪽
2 2화. 무녀. +3 19.11.01 183 4 19쪽
1 프롤로그 & 1화. 무명(無名) +4 19.11.01 440 5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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