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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탈혼명부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레드풋
작품등록일 :
2019.10.12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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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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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2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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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특무대 (5)

DUMMY

25화. 특무대 (5)



차사 본부의 4층 구석.

왜인지 모르게 복도 구석에 위치한 이 방에선 차사 본부에서 흔하게 나는 시취의 냄새보다는 동물의 분변 냄새가 더 심했다.

오히려 숲의 청량함과도 같은 은은한 숲 향도 함께이기에 이 분변의 냄새는 불쾌감보다는 어느 산천, 고향 같은 푸근한 느낌을 키웠다.


문 앞에는 ‘금수명부 차사장실’ ‘4번 모순덕’이란 표지.

설무용이 노크를 하자 안에서는 푸근하고 인자한 초로(初老)의 여인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자마자.

잠깐의 시간을 허비하지도 않고 바로 날아오는 스탠드를 설무용이 슬쩍 피했다. 복도의 벽을 맞은 스탠드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서져 나갔다. 엔틱한 디자인의 고급 스탠드는 한순간 쓰레기가 되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와!”


두 번째로 날아든 머그잔도 설무용은 흘려 피했지만, 머그잔에서 쏟아낸 차까지는 피하지 못하고 얼굴에 흠뻑 뒤집어썼다.


“당장 나가!”


‘나가!’라는 소리와 함께 들리는 동물들의 으르렁 소리

설무용은 긴장했다. 이 방 안의 축혼들이 자신을 공격한다면 금수명부 차사장 모순덕과의 협의 사항은 불가하게 될 터.

더는 안 되겠는지 세 번째로 날아든 책을 설무용이 일부러 맞아줬다. 퍽 소리가 나며 설무용의 머릴 맞은 책이 복도로 떨어졌지만 설무용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네 번째, 다섯 번째의 투사체가 설무용의 얼굴을 맞고 바닥에 떨어져 부서지자 설무용의 이마에도 크게 상처가 남았다. 하지만 그의 이마 찢어진 상처에서는 피가 한 방울도 흐르지 않는다. 반시의 몸에서는 피 자체가 흐르지 않기에, 단지 흉하게 벌어진 상처에서 뼈만 살짝 보일 뿐.


“나가라고 했다!”


분노에 찬 모순덕이 그에게 어금니 깊숙한 곳에서 울리는 저음으로 으름장을 놓았지만, 설무용은 평상시의 건조한 음성으로 말을 받았다.


“제 임무 상 협의가 필요합니다.”

“내 당장 나가라 했다! 못 들었느냐!”

“차사장과 함께 다시 오면 그땐 들어주시겠습니까?”


분한 마음을 가눌 길 없는 모순덕이 화를 어쩔 줄 몰라 할 때 고양이 한 마리가 그의 책상 위로 올라와 ‘야옹’하고 그녀를 부른다.


“에구구구, 놀랐니? 내 미안하다. 시끄러웠지?”


예의 흔한 집사의 모습으로 돌아온 모순덕이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그녀는 화를 조금은 진정시켰는지 그를 보지 않으려 창 쪽으로 돌아서서 물었다.


“네놈이랑은 징계소왕 할애비가 와도 싫다.”

“제가 불편하시면 제 팀원과 협의하시면 됩니다.”

“알았으니까 꺼져!”


문 앞에 버티고 서있던 설무용이 복도로 한걸음 물러서더니 복도에 그를 지켜보던 신태웅과 차고은에게 턱으로 들어오라는 신호했다.

차고은이 당당한 걸음으로 들어가 인사를 건넸다.


“감찰 특무대 차사 차고은입니다. 금수명부 차사장 모순덕 님께 인사드립니다.”

“차사 신태웅입니다.”


모순덕이 힐끗 그들을 보더니 차고은을 알아봤다.


“흐음.”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설무용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책상 위에 있는 아무거나 집어 던지려던 모순덕은 그가 이미 문 앞에서 사라진 것을 보고 천천히 손을 내렸다. 눈이 크게 떠진 신태웅이 혹여 저 명패가 자신의 머리로 날아오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을 때 차고은이 말했다.


“감찰 특무대 팀장의 무례를 용서하세요. 급한 일정 때문에 이리 찾아뵙습니다. 미리 양해를 구하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그래. 그놈이 그래도 부하 중에 똘똘한 아이를 들였구나.”


중후한 느낌에 회색의 머릴 한 그녀는 어림잡아도 환갑은 훌쩍 넘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으레 차사가 자신의 반시를 정할 때는 젊고 건강한 모습으로 결정을 보는 경향인데 이런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이 차사가 반시가 개발되기 이전 자신의 본래 시신을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급한 용무라고?”

“예!”

“말해 보렴.”

“일주 전에 들어온 ‘환생자’가 소녀의 혼과 바뀌어 인솔한 차사가 징계를 받았다 들었습니다.”

“그랬지. 그때 개의 환생자 하나가 교통사고로 들어왔지.”

“저희는 그 개의 환생자와 뒤바뀌어 명부를 피한 소녀가 탈명자가 되지 않았나 의심하고 있습니다.”

“탈명자?”

“예. 재차 명부를 재발부하여 찾았으나 그 소녀를 찾지 못하였습니다.”

“아직도 그런 게 남아있나?”

“그래서 조사 중입니다.”

“그런데 ‘환생자’로 온 아이에게는 무슨 볼일이지?”

“저희는 그 소녀를 찾게 된다면 그녀를 탈명자로 만들려고 한 일군의 무리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조사 중입니다.”

“해서 그 환생자의 증언이 필요하다?”

“예. 그렇습니다.”

“자네는 왜 여기 있나?”


신태웅이 모순덕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잠시 시선을 어디 둘지 몰라 두리번거리다 말했다.


“환생자의 소재가 파악되면 바로 출발하려고 왔습니다. 환생자는 환생이 빠르다 들었기에···”

“그렇지.”


책상 여기저기를 살펴보던 모순덕이 뭔가 알아냈는지 신태웅을 쳐다봤다.


“자네 그 뒤 복도에 던졌던 책 좀 이리 가져다주겠나?”

“옙!”


신태웅이 번개같이 달려가 아까 첫 번째로 설무용의 안면을 강타했던 책을 곱게 들어 모순덕에게 건넸다. 모순덕이 목에 걸려있던 돋보기안경을 고쳐 쓰고 마지막 페이지쯤을 열어 손가락으로 글을 짚어보며 읽었다.


“잡을 수 있으려나? 이미 선계로 출발한 참인데.”

“어디로 갔습니까?”

“어디보자······”


모순덕이 여러 페이지를 넘겨보더니 말했다.


“여기 있군. 이번 금수 환생자는 칠성신의 복을 탔구나. 그들이라면 삼도천(三途川) 따라 북쪽으로 쭈욱 올라가면 의령수(衣領樹) 길에서 왼편으로 천상계로 통하는 칠성신(七星神)의 영지가 있다네. 천공로(天公爐)가 있는 천궁으로 가려면 그곳의 파군성(破軍星)을 따라 올라야 옥황천존(玉皇天尊)께서 다스리는 선계로 갈 수 있지. 내 거기 삼신 할망에게 보냈으니 지금 그 길로 가고 있을 터! 그리 가보게나.”

“그럼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인사를 하자 그가 바람처럼 달렸다.

의령수 길이라면 그도 잘 알고 있지만, 칠성신의 영지에 들어가기 전에 환생자를 잡아야 했다. 그 영지 앞에는 서낭신이 지키고 있을 것인바, 서낭신이 절대로 칠성신의 영지에 저승 차사를 들여보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신태웅이 나가자 모순덕은 차고은을 지긋이 바라보더니 말했다.


“그나마 신수가 훤해졌구나.”

“아. 그러네요. 오랜만에 봬요.”

“감찰로 들었다고?”

“네.”

“그 특무대라는 것이 탈명자 잡자고 만든 것이냐?”

“네.”

“염라대왕께서 하시는 일이니 내 토를 달아 뭐 하겠냐만 다 부질없다.”

“······”

“본부 건물로 들어왔으면서도 따로 인사도 오지 않은 걸 보니 더 할 말도 없겠구나. 가거라.”

“그럼.”


차고은이 인사를 하고 자릴 나서자 모순덕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모질다 모질어. 인연이란 것도 다 부질없지.”


그녀의 고양이가 그녀를 올려다보며 하품을 했다.


“야옹”


금수명부차사장 모순덕은 자신의 애묘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네 마음이 나와 같구나.”


* * *


신태웅이 바람처럼 내달려 삼도천(三途川)에 다다랐을 때쯤 저 멀리 의령수가 보였다.

산만큼 거대한 나무가 보이는 길은 초강대왕(初江大王)께 가는 죄인들의 길이기도 했다. 그 나무에 죽은 망자의 옷을 걸어 그 옷이 가벼운지 무거운지를 보고 판단하여 사신들이 망자의 죄를 논했다.


신태웅은 길게 늘어선 망자의 길을 타고 넘어 의령수를 지나쳤다.

저 멀리 북두칠성이 하늘에 보이자 칠성신의 영기가 가는 길의 방향을 비추는 듯 오색의 기운이 삼도천을 따라 반짝였다.


‘더 더더··· 더 빨리!’


그가 주머니의 무명명부를 꺼내어 발동시켰다.

축지 신법의 권능은 없지만, 지금 자신에게 떨어진 기력이나마 보충하고자 하려는 것이다.

이승에서 발동할 때에야 별반 시원치 않은 능력이지만, 이곳 명계, 특히나 칠성신의 영기가 충만한 이곳에서라면 그 권능의 기운은 사뭇 달랐다.


그가 질풍처럼 내달리며 저 멀리 지나가는 일군의 망자들을 살폈다.

인솔자의 뒤로 삼백여 명은 되어 보이는 망자들, 칠성신의 영지 길로 가는 것이라면 분명 저들이 ‘환생자’일 것이다.


“자! 잠깐! 멈추시오!”


인솔자로 보이는 초로의 노인이 반색하며 일행을 멈췄다.


“차사가 아닌가?”


신태웅은 다급하게 언덕길을 내려와 노인에게 인사하며 말했다.


“행로 중에 죄송합니다.”

“차사가 이 길엔 어쩐 일이오?”

“헉헉, 잠시 말씀을 좀 드리겠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소, 숨 좀 돌리고 말씀하시오. 내 기다릴 테니.”

“저는 차사가 인도하는 줄 알았습니다.”

“차사가 칠성신의 영지에 들어설 수는 없지요.”

“혹 존함을 알 수 있을까요? 신장(神將)이신 듯하온데······”

“난 칠성신께 봉사하는 양치기일 뿐이니 예의 차릴 것 없소. 이름을 알아 무엇하겠소?”

“신장(神將)께 잠시 행로에 짬을 내주시면 좋겠습니다. 혹시 이 망자들은 ‘환생자’입니까?”

“차사들이 말하는 ‘환생자’가 축생의 마지막을 이야기하는 거라면 이 아이들이 맞소. 칠성신께서 보하시고 삼신 할망께서 다시 이승으로 보낼 이들이니 이 길로 가는 것이오.”

“맞다니 다행입니다. 급히 찾고 있는 환생자가 있습니다. 혹, 이들 중 한 명하고 이야길 좀 해도 되겠습니까?”

“흐음. 어디보자···.”


신장이라 말한 양치기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천궁의 행로를 살피더니 말했다.


“한 시진 정도 여유가 있으니 조금은 괜찮을 듯하오. 마침 잠깐 쉬려던 참이었소.”

“예.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하면 찾고 있다는 그 환생자의 이름이 뭐요?”

“아. 이름이요······”


막상 이름을 대려고 하니, 신태웅은 아는 것이 없었다.


“아. 그것이······ 이름은 모릅니다.”

“허. 그럼 어찌 생겼는지나 말씀해 주시게.”

“아. 생긴 것도 제가 잘 알지 못합니다.”


양치기라 말한 신장이 살짝 그를 살펴봤다. 허우대는 멀쩡한 차사가 이리 멍청할 때가 있나 싶은 마음.


“그럼 이 망자 중에 어찌 찾겠다는 거요?”


신태웅이 둘러보자 어림잡아 삼백은 되어 보이는 환생자가 그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봤다.


“아! 축생은 개였습니다.”

“개라······.”


신장이 무리를 한 곳으로 모으더니 말했다.


“자! 다들 내 말 들으시게. 혹 여기 전생이 개였던 친구들 앞으로 나와 보시게!”


그러자 일군의 사람들이 그의 앞으로 모였다.


“개 종류가 뭐요?”

“아. 개 종류는 모르고요.”


신장이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유심히 그를 보고 있자 신태웅이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자신이 봐도 자기가 답답했다.


“어찌 찾겠소?”

“아!”


신태웅은 뭔가 생각이 났는지 서둘러 말했다.


“교통사고로 사고사한 경우입니다.”

“흐음.”


신장이 앞에 모인 전생에 개였다는 환생자들을 보며 말했다.


“차 사고로 죽은 경우만 남고 들어가시게.”


그러자 절반 정도 되는 환생자가 무리로 돌아가고 십여 명 정도의 환생자만 남았다.


“또 어찌 추려드릴까?”


신태웅이 또 생각이 났는지 말했다.


“차 안에 있다가 사고로 죽었을 것입니다.”


신장이 말했다.


“들었지? 차 안에서 있다가 사고로 죽었나?”


그러자 둘만 남고 다른 환생자들이 무리로 돌아갔다. 아마도 지금 돌아가는 환생자들은 대부분이 로드킬에 희생된 개의 혼일 터였다.


“자. 이제 둘 남았으니 한번 살펴보시오.”


그 둘을 보니 마냥 기쁜 마음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개에게 호감과 호기심을 받는다는 것이 이런 상황일까? 크게 부담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생에 개였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선한 관심과 따듯한 눈빛을 보내는 두 환생자를 보고 있자니 차사로서의 직분을 떠나 감흥이 새로웠다.


분명 이들은 환생하면 선량하고 마음 좋은 선인이 될 것이다. 단, 세상의 찌든 악습에 물들지 않는다면 말이다.


“혹, 둘 중 집에 8살 정도의 딸아이가 있었소?”


둘 중 한 명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걸어와서 신태웅을 안았다.

신태웅은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그가 생전에 강아지였을 거로 생각해 머리를 쓰담쓰담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그가 싱긋 웃으며 신태웅의 볼을 한번 핥더니 무리로 돌아갔다.

신태웅은 남은 한 명을 데리고 신장과 환생자 무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자릴 옮겼다.


환생자는 자신이 선택됐다는 것이 마냥 기쁜지 어깨춤과 엉덩이춤을 추며 그를 좌우 양옆으로 맴돌며 좋아했다. 아마도 꼬리가 있다면 신나게 좌우로 흔들렸을 것이리라. 하지만 사람의 형상을 하고 엉덩이를 흔들고 있으니 거 보기가 조금 민망하달까······.


신태웅이 뭔가 빠진 게 있나 싶어 잠시 생각하다 무리의 앞 큰 바위에 걸터앉아 환생자의 수를 세고 있는 신장을 보며 물었다.


“저··· 이 환생자는 사람처럼 대화가 됩니까?”


신장이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글쎄, 전생이 개라면 말은 알아들을 거요. 간단한 단어라면 혹 할 수도 있겠지.”

“감사합니다.”


신장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가방에서 작은 조각들을 꺼내어 무리에게 던지자 무리가 신나 하며 서로 먹겠다고 난리다. 신장은 그들이 싸우지 않게 하나씩 불러 과자인지 사료인지 알 수 없는 것을 입에 넣어주었다.


신태웅이 다시 환생자를 돌아보자 환생자가 뭔가 기쁜 마음으로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며 그를 보고 있었다. 당장 달려들어 자신의 얼굴을 핥을 것만 같은 표정.


“손!”


그의 명령을 듣자마자 환생자가 손을 번쩍 들어 그의 손위에 포갠다.


“잘했어.”


그가 머릴 쓰다듬자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 환생자.


“아···, 그럼, 너 이름이······, 이름이 뭐니?”


환생자가 뭔가 알아들었는지 기침을 하는 건지 하품을 하는 건지 공기를 입에서 훅훅 불어내며 발성을 하려고 노력했다.


“허우? 이름이 허우야? 허우허우?”


환생자가 혀를 낼름낼름 하며 입에 침을 묻히더니 다시 훅훅 소리를 내본다.


“허수? 허수구나?”

“크르르르”

“아. 아니야? 다시 해봐.”


환생자가 연신 헛기침을 하는 소리를 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신태웅.


“허쉬?”


환생자가 기뻐하며 신태웅을 안고는 방방 뛰었다.

그 꼴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신장이 물었다.


“어찌 진도가 좀 나갔소?”

“아······, 이름은 알았네요.”

“허쉬? 나한테 물어보지 그랬소? 그놈 이름 허쉬인데.”


양치기 신장이 자신이 인솔하는 환생자의 명단이 적혀있는 작은 서책을 들고 흔들었다. 신태웅은 아, 이럴 때 강태강이나 오수관이 있다면 지금의 자신보다는 척척 일을 풀어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얼굴이 붉어졌다.


‘뭘 물어봐야 하지?’


소녀의 이름이야 명부의 가족관계 세부 사항을 살펴보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이름을 세탁하고 잠적한 마당에 그 이름이 무슨 소용이랴.

이 개가 딱히 탈명자와 연결된 유일한 참고인이긴 하지만, 지금 막 개에서 사람으로 환생하는 절차에 있는 이 혼령에게 얻을 것이라고는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앞만 캄캄했다.


그는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보다 저기 환생자 무리를 이끄는 신장이 그 경륜으로 뭔가를 더 얻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저 혹시······.”

“또 뭐가 필요하시오?”

“혹시 탈명자를 아십니까?”

“환생자 다음에 탈명자라. 탈명자?”

“예. 아시나 싶어서.”

“탈명자라면 혹 명부에서 이름 지우고 잠적한 사람들 말이오?”

“예. 그렇습니다.”

“그걸 왜 나한테 묻소? 내가 차사도 아니고, 뭐 그 환생자가 잘못한 거라도 있소?”

“아, 그런 건 아닙니다. 이 허쉬라는 개의 주인인 소녀가 명부록에서 사라져 명부를 발급할 수가 없으니 탈명자가 되지 않았나 싶어서 그렇습니다.”

“허어. 그것참 놀랄 소리요. 아직도 탈명자가 나온단 말이오?”

“저희가 파악하기로 그렇습니다.”

“어디······.”


신장이 훌쩍 바위에서 뛰어내려 신태웅과 허쉬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그가 가방에서 작은 과자 조각을 하나 꺼내어 먹이려 하자 전생에 허쉬였던 그가 신이 나서 폴짝폴짝 뛰었다.


“너 혹시 네 주인이었던 소녀를 기억하느냐?”


그 말에 허쉬가 고개를 끄덕끄덕 연신 엉덩이를 흔들었다.


“그래. 그럼 어디 한번 기억해 내 보아라.”


허쉬가 자신의 주인을 생각하는지 아까의 촐랑거림은 사라지고 조금 진중한 표정이 되었을 때 신장이 그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카락 한 올을 딱 하고 뽑았다.


“깨갱!”

“하하, 미안하게 되었다. 대신 이걸 주지.”


신장은 자신의 손에 들려있던 과자를 그에게 먹였다. 그러곤 막 뽑은 머리카락을 신태웅을 돌아보며 내밀었다.


“자, 이걸 가져가 보시오.”

“네?”

“이 친구가 생각하는 주인 소녀의 기억이 들어있을 것이니 가져가 보시구려.”


허쉬의 검은 머리에서 어찌 알고 뽑은 것인지 손에 쥔 것은 흰 머리카락이었다. 신태웅이 받아든 머리카락을 보며 말했다.


“이걸 어찌 읽습니까?”

“한번 찾아보시오. 그리고 나도 더는 지체하지 못하겠소. 이젠 길을 나서야 하겠으니, 이해하시오.”

“아. 그러시군요. 제가 실례를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예?”

“그 머리털 안에 있는 것이 저 아이의 기억이기는 할 텐데”

“예!”

“아마도 내 생각에는 그 여자아이 모습보다는 냄새 같은 걸 떠올렸을 거요.”

“아!”

“그리고, 탈명자 한둘 잡자고 너무 기 쓰지 마시오. 그들이 이제껏 세상에 해가 되었다는 소리는 내 이제껏 한번 들어본 적 없으니.”

“아.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생하시오.”


그가 휘적휘적 무리를 이끌고 떠나자 신태웅은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머리카락 한 올을 어찌해야 하나 싶었다.

어찌 되었든 없는 것보다는 성과가 있었다. 단 이 개의 기억을 어찌 풀어내야 하느냐가 자신으로선 전혀 감이 잡히질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고개 너머로 걸어가고 있는 환생자의 무리를 보며 그는 생각했다. 길면 백 년, 짧으면 몇 년 안에 운이 된다면 그들을 그는 다시 만나리라.

분명 자신을 죽도록 만나기 싫었겠지만, 자신이 차사의 일을 계속하고 있는 한. 사람은 언젠가는 죽으니.


‘휴우’


긴 한숨.


그의 머리 위로 밝게 북두칠성의 별이 선명했다.


(계속)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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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55화. 택배원 김씨와 방만희(2) 19.12.28 20 0 12쪽
54 54화. 택배원 김 씨와 방만희(1) 19.12.27 27 0 18쪽
53 53화. 소방교 주권현 (5) 19.12.26 21 0 14쪽
52 52화. 소방교 주권현 (4) 19.12.24 2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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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화. 소방교 주권현(2) 19.12.21 24 0 22쪽
49 49화. 소방교 주권현(1) 19.12.20 17 0 12쪽
48 48화. 카통고(2) 19.12.19 21 0 14쪽
47 47화. 카통고(1) 19.12.18 21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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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화. 징계소왕과 허깨비(2) 19.12.06 22 0 19쪽
37 37화. 징계소왕과 허깨비(1) 19.12.05 22 0 12쪽
36 36화. 이야기의 시작 (5) 19.12.04 27 0 16쪽
35 35화. 이야기의 시작 (4) 19.12.03 26 0 17쪽
34 34화. 이야기의 시작 (3) 19.12.02 22 0 19쪽
33 33화. 이야기의 시작 (2) 19.12.01 21 0 18쪽
32 32화. 이야기의 시작 (1) 19.11.30 30 0 15쪽
31 31화. 사고 (6) 19.11.29 25 0 14쪽
30 30화. 사고 (5) 19.11.28 21 0 17쪽
29 29화. 사고 (4) 19.11.27 27 0 19쪽
28 28화. 사고 (3) 19.11.26 23 0 18쪽
27 27화. 사고 (2) 19.11.25 22 0 16쪽
26 26화. 사고 (1) 19.11.24 28 0 21쪽
» 25화. 특무대 (5) 19.11.23 30 0 19쪽
24 24화. 특무대 (4) 19.11.22 27 0 18쪽
23 23화. 특무대 (3) 19.11.21 28 0 20쪽
22 22화. 특무대 (2) 19.11.20 28 0 16쪽
21 21화. 특무대 (1) 19.11.19 34 0 15쪽
20 20화. 탈명자(3) - 새 이름 19.11.18 30 0 13쪽
19 19화. 탈명자(2) - 추격전 19.11.17 34 0 18쪽
18 18화. 탈명자(1) - 소녀 정제수 19.11.16 37 0 11쪽
17 17화. 프로그래머 방만희(4) 19.11.15 38 0 16쪽
16 16화. 프로그래머 방만희(3) 19.11.14 46 0 18쪽
15 15화. 프로그래머 방만희(2) 19.11.13 38 0 16쪽
14 14화. 프로그래머 방만희(1) 19.11.12 40 1 19쪽
13 13화. 택배원 김 씨(3) 19.11.11 41 1 13쪽
12 12화. 택배원 김 씨(2) 19.11.10 84 0 15쪽
11 11화. 택배원 김 씨(1) +2 19.11.09 50 2 13쪽
10 10화. 차사 신태웅(8) 탈명특무대 +2 19.11.08 53 2 18쪽
9 9화. 차사 신태웅 (7) 차출(2) +2 19.11.07 74 2 13쪽
8 8화. 차사 신태웅(6) 차출 +2 19.11.06 66 2 19쪽
7 7화. 차사 신태웅(5) 재교육(2) +2 19.11.05 71 2 16쪽
6 6화. 차사 신태웅(4) 재교육 +2 19.11.04 83 2 13쪽
5 5화. 차사 신태웅(3) 징계 +2 19.11.03 92 2 15쪽
4 4화. 차사 신태웅(2) 미로진 +2 19.11.02 99 3 13쪽
3 3화. 차사 신태웅(1) 망혼 +3 19.11.02 126 3 17쪽
2 2화. 무녀. +3 19.11.01 182 4 19쪽
1 프롤로그 & 1화. 무명(無名) +4 19.11.01 440 5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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