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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풋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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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탈혼명부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레드풋
작품등록일 :
2019.10.12 01:47
최근연재일 :
2020.01.1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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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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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1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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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탈명자(2) - 추격전

DUMMY

19화. 탈명자(2) - 추격전



경기도 시흥의 어느 고속도로.


도로 아래 횡으로 뚫린 작은 굴다리를 타고 들어가 5백여 미터, 고속도로의 방음벽을 옆에 끼고 작은 소로를 한참 운전해야 올 수 있는 막다른 곳. 커다란 송전탑 아래 작고 허름한 슬래브 벽돌로 지어진 시골집 앞에는 빨간색 스포츠카 한 대가 정차해 있었다.


[당장 거기서 벗어나거라!]


건물 안에서 미녀 ‘살균’이 ‘백설탕’과의 전화부터 끊었다.


‘들켰다!’


그녀는 지난번 격투로 잡았던 차사를 이곳에다가 구속해 두었다.

지금 확인한 바로 차사는 사라졌고, 5겹으로 건물을 지키던 결계도 깨져있었다.

좌측의 진입로 옆 둘러쳐진 철망 뒤로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들의 커다란 엔진 소음이 시원스럽게 들렸다.

살균이 천천히 일어서자 문틈 사이로 두 명의 검은 정장을 입은 차사가 보였다.


‘치잇!’


허름한 단층의 슬래브 건물의 마당에서 미녀 ‘살균’은 천천히 세워둔 자신의 차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자신을 주시하고 거리를 좁히고 있는 검은 옷의 두 사내.


‘힐을 지금 벗어야 할까?’


앞에 선 차사가 말한다.


“실례합니다.”


어림잡아도 차까지는 50미터.

그녀는 그들을 천천히 관찰해본다.


‘사신이 아니고 일반 차사 둘? 그것도 명부 없는 빈손의 차사라면⋯.’


그녀의 천천히 그리고 견고하게 주먹부터 말아쥐었다.


“무슨 일이시죠?”


차사의 힘은 명부에서 나온다고 하였다. 그리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차사는 죽은 망자에게는 엄청나게 강한 힘과 권능을 발휘할 수 있지만, 그 외의 생혼이나 제삼자에게는 힘을 발휘하기에 조금은 부족함이 있었다.

특히 기명 된 명부가 없다면 생존자에게는 차사가 특별하게 구속할 수단이 전혀 없었다. 확신은 없지만, 자신은 선배들에게서 그렇게 배웠다.


‘혼자 오는 게 아니었는데⋯.’


지금까지 한 수련의 힘을 최대로 발휘한다면 각성 전의 일반 차사 두 명을 제압하고 도주하기는 어찌어찌 가능할 것도 같았다.

하지만 도주 중에 신분이 노출된다면?

그들은 분명 그것을 꼬리로 잡아 우리 가족 전체를 위협할지도 몰랐다.


망혼의 원흉들⋯.

그녀는 계획부터 세웠다.

신분을 들키기 전까지는 목숨을 걸고 도주한다.

만약 신분이 들키게 된다면 그다음은 동귀어진(同歸於盡).

살 만큼 살았고, 해보고 싶은 것은 거의 다 해봤다.

멸혼(滅魂)이 된다 한들 미련은 없었다.

그녀의 생각에 작전은 간단했다.


“후우!”


깊게 들이마신 숨을 뱉고 차사로 보이는 두 청년을 바라봤다.

하나는 키가 2미터는 넘어 보이고 호리호리한 체형에 멍청한 얼굴.

뒤는 시원한 인상에 진한 눈썹. 그도 키가 거의 190은 되어 보였다.

앞보다 문제는 저 뒤에 따라오는 차사다.

멍청한 놈부터 제압한다.


“무슨 일이시죠?”


멍청한 얼굴의 키 큰 차사가 무표정하게 말했다.


“혹. 이 주택의 주인 되시나요? 한두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잠시 시간을 내어 주실 수 있을까요?”

“네. 알겠어요. 그전에 잠시 차에 갔다 와도 될까요?”

“차요?”

“네. 저기 보이는 빨간색!”

“아.”


그녀가 그에게 다가가자 차사가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그 전에⋯ 혹 이름을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제가 댁의 질문에 대답해야 할 의무는 없는 것 같은데요. 혹시 경찰이세요?”

“아. 경찰은 아닙니다.”

“그런데 왜?”

“음. 그러고 보니 경찰이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그곳 소속은 아니지만.”

“그곳 소속은 아니다?”

“네. 더 자세히 말씀드리긴 그렇고, 비슷하다고만 알아주시죠. 한두 가지 질문만 하겠습니다.”


한 명의 차사가 앞으로 나서자 뒤의 차사는 간격을 두고 거리를 점차 벌리며 뒤에 주차한 차 쪽으로 붙었다. 그는 여차하면 백업으로 대응을 하려는지 운전석 쪽에서 자세를 잡고 있었다.

살균이 보기에 이들은 훈련이 잘된 사고전담 차사.

그도 아니라면 전생에 이쪽 전문 직업인 같았다.

그들의 동작에서 프로의 냄새가 났다.


“좋아요. 하지만 차에 있는 담배 하나 정도는 꺼내와도 되겠죠?”

“물론입니다. 그러시죠.”


살균은 천천히 걸어 키 큰 차사의 앞을 지나쳐갔다.

마당의 갈라진 시멘트 바닥이 아직은 견고한 상태.

먼지가 자욱하게 올라온 길옆 들꽃 위로 생각보다 커다랗게 또각또각 그녀의 하이힐이 내는 소리가 울렸다. 산 위 높은 곳에 세워진 고압의 송전탑에 터를 잡은 까마귀가 시끄러운 울음소리로 까악까악 울었다.


찰칵.

그녀가 빨간 스포츠세단의 콘솔박스에서 담배와 함께 작은 보온병을 꺼냈다. 그리고 물이라도 마시려는 양 물병의 뚜껑을 열어 안의 상태를 살폈다.

보온병을 살짝 흔들자 짤랑짤랑 들리는 소리.

아직 얼음이 살아있다.

그녀는 입안으로 얼음은 남기고 조금 남아있던 물은 마셔 없앴다.


“질문이 뭐라 하셨죠?”


차에 기대어 그녀가 두 검은 옷의 청년에게 묻자 검은 옷의 청년들은 신중한 표정으로 잠시 뜸을 들이더니 대답했다.


“이 앞의 집. 주인입니까?”

“아니에요.”

“그럼 오늘은 어쩐 일로 오신 거죠? 아무도 안 사는 집이던데.”


그녀가 머리를 한번 쓸어 올리고 답했다.


“부탁을 받았어요.”

“네? 어떤 부탁입니까?”

“집 안에 있는 물건을 치워달라는 부탁입니다.”

“집 안에 있는 물건이요?”

“네. 와보니 없군요.”

“어떤 물건입니까?”

“저도 그건 모르겠네요. 의뢰인이 제게 자세히 설명하진 않아서⋯.”


굵은 인상의 차사가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 그리곤 차를 조금 이동해서 살균의 차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도로의 폭을 좁혀 놓는다.


그녀가 그 모습을 지켜보며 느긋하게 천천히 담배에 불을 붙이고 빨아들였다.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담배 연기가 야외임에도 쉬 흩어지지 않고 다시 그녀의 코로 빨려 들어갔다.


“어떤 물건인지도 모르고 오셨다고요?”

“전 제가 항상 치우던 물건이겠거니 했죠.”

“어떤 물건을 치우시는지요?”

“비밀이에요.”

“말씀해주시는 게 좋을 겁니다.”

“대답을 안 한다면?”

“저희와 함께 가셔야 합니다.”

“어딜 간다는 거죠?”

“그건 비밀입니다.”

“하!”


그녀는 첫 번째 담배로 두 번째 담배에 불을 옮겨 붙이며 웃었다. 그래도 이 차사들과 하는 대화가 재미있었다.

살짝 살얼음판을 디디며 걷는 느낌.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차사들과 말을 섞어본 적이 있었나?

매번 스코프에 걸린 차사들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거나 몰래 결계로 묶어 길을 헤매는 차사를 피해 의뢰인을 빼내는 일이나 하던 상황이 대부분이었는데⋯.


“재밌네요.”

“저흰 재미없습니다.”

“에이. 재미가 없다기보다는 재미를 모르시는 것 같네.”


담배 연기가 흩뿌려진 하늘로 갑자기 매미 소리가 크게 울렸다.

이 가을의 초입에 매미라니⋯

때를 잘 못 만났으니 아무리 울어봐야 짝을 찾긴 힘들 거였다.

단풍 붉은 숲에서의 너무나도 늦은, 외로운 울음⋯


차를 길 대각선으로 세워 막은 차사가 바로 차에서 내려 다시금 그녀의 뒤쪽으로 접근했다. 그녀를 앞과 오른쪽 뒤에서 단단하게 조여 오는 위치다. 그녀가 도망칠 수 있는 곳은 그녀의 차 안쪽뿐. 차로는 막아두고 차 안으로 들어가는 길만 열어준 격.


“오늘은 덥네요.”


그녀가 손에 들고 있던 보온병에서 얼음을 하나 꺼내선 앞에 있는 차사에게 툭 던졌다.


“받아요.”


차사가 무심결에 얼음을 손으로 받아냈다.

하지만 얼음이 손에 닿기가 무섭게 하얀 증기를 뿜으려 차사의 피부와 반응했다. 마치 염산처럼.


“크아아아악! 뭐 뭐야! 서⋯ 성수?”


차사가 비명을 지르며 손에 붙은 성수의 얼음을 털어내려 했지만, 그의 손에서 이미 녹은 얼음이 손을 파고들며 손바닥을 반쯤 태워 버렸다.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차사가 급하게 달려들자 그녀는 허리를 빙글 돌려 날렵하게 창문을 통해 차 안으로 몸을 날렸다.

운전석으로 자릴 잡은 그녀를 향해 차사가 손을 뻗어 차 문을 잡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문에서 불꽃이 확 하고 솟아올랐다.


“크앗!”


그녀의 차 안쪽에 붙어있던 수호 부적이 화르르 자색광을 내며 흩어졌다.


‘흥!’


그녀가 기어를 R에 두고 액셀을 깊게 밟자 그녀의 빨간 스포츠세단이 뒤에 길을 막았던 차사의 차 전면부를 들이받아 밀어붙였다.


/크아아아앙!/

/끼기기기긱!/


하지만 길을 뚫기는커녕 오히려 차사의 차는 길을 가로로 완벽하게 막는 상황. 차사의 원래 의도가 그러하였기에⋯


“치잇!”


살균은 다시금 차를 몰아 골목의 구석 끝까지 올라갔다.

바로 앞은 높은 송전탑뿐.

탑을 돌아 산을 오르기에는 지금의 차로는 무리다.

다시 후진기어를 넣고 액셀을 밟아 차사의 차량으로 돌진했다.

무거운 앞바퀴 쪽보다는 뒷바퀴를 목표로.

손의 불을 털어내던 차사가 그녀의 차를 피해 몸을 날렸다.


/쾅!/


차사들이 살균의 차를 피하자 차는 크게 소리를 내며 정확하게 뒷바퀴가 있는 후미를 충격. 그녀의 차가 차사의 차를 밀어붙였다.


/끼기기기기긱!/


차가 비스듬히 길을 여는 듯하지만, 속도가 부족했는지 길은 절반밖에 열리지 않았다. 스포츠카의 뒷바퀴가 헛돌며 흰 연기를 내뿜었다.


차사 하나가 뒤 트렁크 쪽에 매달렸지만 이내 손과 무릎에서 펑 하며 불꽃이 튀어 올랐다. 뒷면을 지켜주던 수호 부적이 불꽃과 함께 터져나갔다.


“크아아악!”


화염 수호부의 발화로 차사의 온몸에 불이 붙었다. 차사는 몸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땅을 굴렀다.


‘한 번만 더!’


그녀의 차가 다시 차사 앞을 지날 때 차사가 벌떡 일어나 주먹을 날린다.


/퍽!/


차사의 주먹이 운전석 측면 유리를 터트리듯 깨뜨렸다.

비산하는 유리의 파편에 그녀의 왼쪽 이마와 볼이 스치며 생채기가 났지만 차는 유리가 터짐과 동시에 빙글 돌며 섰다.


성수의 얼음에 왼손이 뼈마디까지 다 보일 정도로 녹은 차사가 살균의 차 정면 유리를 박살 내려는 듯 차 앞으로 뛰어들었다. 뛰어오른 차사를 피하며 살균이 차를 후진으로 돌려 차사와의 거리를 벌렸다.


“비켜!”


거리를 최대한 벌렸다고 생각한 살균은 급발진이라도 하듯 차의 액셀을 풀로 밟았다.


‘이번이 마지막!’


/쾅!/

차사 둘이 몸을 날려 살균의 차에 달라붙었지만, 바로 온 충격에 자신들이 타고 온 차위로 튕겨 올랐다.


가가가가각!


세단의 좌측 사이드미러가 깨져나가면서 측면이 갈리는 기계음을 뒤로하고 먼지 자욱한 비포장의 버드나무 길을 그녀의 빨간색 세단이 쏜살같이 빠져나갔다.


“휴우~”


백미러에는 차사들의 차가 자신을 추격하려고 준비 중인 것이 보였다.

살균이 흔들리는 차에서 보온병을 잡고 얼음을 꺼내 보려 했지만, 보온병의 얼음은 이미 바닥에 쏟아진 상태. 크기도 곧 녹아 없어질 만큼 작았다. 살균이 이젠 필요 없어진 보온병을 깨진 창밖으로 집어 던지자 차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따라가!”


먼지를 자욱하게 날리며 차량 두 대가 고속도로의 방음벽을 옆에 끼고 역행의 방향으로 내달렸다. 일전의 충격으로 문제가 생겼는지 범퍼가 날아간 빨간 세단의 좌측 앞바퀴가 비포장도로에서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그 흔들림은 고스란히 그녀의 핸들에 전달됐다.


“조금만 더!”


살균은 오른손으로 조수석에 있던 핸드백에서 부적 한 움큼을 꺼내 입에 물고 찢었다. 찢은 부적을 밖으로 던지려 했지만, 창 안쪽으로 몰아치는 바람 때문에 그녀가 던진 부적들은 오히려 차 안으로 다시 날아들었다. 뒷좌석 여기저기에 붙는 부적들이 하얀 안개를 쏟아내자 그녀의 차는 마치 불이 붙은 것처럼 보였다. 그녀의 차가 운전석 깨진 창문으로 하얀 안개를 뿜어냈다.


“아. 앞이⋯.”


그녀는 깨진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고 운전했다. 마치 차 안에서 쏟아내는 안개를 끌고 빠른 속도로 달리던 차는 고속도로 아래로 빠지는 굴다리 앞에서 코너를 돌다 속도를 미처 줄이지 못하고 기둥과 충돌했다.


/끼이이이익~ 쿵!/


충격에 앞 유리가 터지자 기다렸다는 듯 안개가 폭발하듯 차량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 안개를 뚫고 차사가 운전하는 차량이 그녀의 세단 후미에 다시 충돌했다.


***


떨리는 왼손으로 터널의 벽을 겨우 짚으며 살균은 절뚝절뚝 힘겹게 걸음을 걷고 있었다.


“후욱. 후욱”


안개 자욱한 터널은 이미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급하게 발동시킨 미로진의 안개는 앞으로 5분을 버티지 못할 것이었다. 그러니 그녀는 어서 어디든 피할 곳을 찾아 시간을 끌어야 했다.

다행인 것은 그녀의 손에 미로진 두 장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중 한 장을 옆 손이 닿는 벽에 붙였다. 그러자 땅이 한번 일렁거리듯 울렸다. 그녀는 굴다리를 다 빠져나와 다시 굴다리의 벽에 마지막 미로진의 부적을 붙였다.


***


차사 둘은 다급하게 튀어나와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정말 한 치 앞도 분간할 수가 없었다.


“보이나?”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동료 차사마저 보이지 않게 되자 차사는 낭패감에 사로잡혔다.


‘세상에, 이런 술수를 쓰는 생령이 아직 존재한단 말인가⋯!’


하지만 그보다 앞서 ‘주의하라. 신중하게 포획해야 한다.’는 설무용의 명령을 우습게 안 신태웅은 자신이 한심했다. 작전 선임이 발급받았다던 무명의 명부라도 가지고 있었다면⋯, 단독행동하지 않고 다른 차사가 올 때까지 더 시간을 끌어볼 것을⋯, 그렇다면 명부를 발동하여 차사의 권능으로 쉽게 저 여자를 제압하였을 텐데⋯, 힘겹게 벽을 더듬으며 징계소왕의 불호령을 들을 생각에 등골이 오싹했다. 저 멀리서 차사 강태강의 목소리가 들렸다.


“선배! 어딨어요?”

“움직이지 말고 기다려! 이런 인공의 안개라면 오래 못 간다.”

“선배! 어딨냐고요~!”


차사 강태강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선배⋯.”

“허!”


잠시 후 강태강의 목소리는 아주 멀리 메아리처럼 들렸다.

아무리 굴다리 안이라지만 그렇게 깊지는 않은데, 신태웅은 이 여자가 또 다른 술수를 쓴 것으로 생각했다.


“제길⋯.”


***


갑작스럽게 생겨난 안개에 안개등을 켠 고속도로의 차들이 급히 서행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뒤쪽에서 충격음들이 들렸다.

작은 추돌사고에 비상 깜빡이가 고속도로 이곳저곳에서 켜지기 시작했다.


양쪽 차선의 차량 모두 운행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안개가 자욱했다.

이 때문에 차들은 걷는 것과 마찬가지의 속도로 가다 서다 서행을 반복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톨게이트 1킬로 앞이어서인지 크게 과속하는 차량들이 없었다는 것.


“왐마! 씨발!! 날씨도 맑더니만 이게 웬일이래?”


냉동 칸 가득 부산에서 들어온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실은 냉동 탑차의 운전사가 짜증을 내며 창문을 열곤 담배를 피워 물었다. 차는 오도 가도 못하고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때 갓길에서 손을 흔드는 아가씨를 발견한다.

안개 속에서 실루엣만 봐도 헉 소리가 날 미녀.


“와! 저거이 구신이여 사람이여⋯.”


그녀가 자신의 차로 다가오는 것을 느낀 운전사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 그녀를 경계했다. 약간은 허스키하고 매력적인 여성의 목소리가 안개 넘어 미녀의 실루엣에서 들렸다.


“죄송해요. 차가 사고가 나서⋯ 고속도로만 좀 빠져나가게 도와주세요.”

안개를 뚫고 나온 미모의 여인.

사고가 있었는지 헝클어진 머리에 이마에 땀이 흥건했다.


“아. 그러슈. 어 이 짝으로 올라타세요.”


그녀가 반대편으로 올라타자 길이 뚫리는지 차가 조금씩 앞으로 움직였다.


“왐마야! 뭔 안개가 이리 지랄 맞는지. 아니 근데 차는 갓길에 버리시려고?”

“아니에요. 운전자는 따로 있어요. 제가 워낙 일이 급해서요.”

“어째 사고가 났소?”

“네. 뒤에서 받쳤어요.”

“아이고. 어디 아픈 덴 없으시고?”

“네. 다행이도요.”

“그래도 보험사에 연락하고 병원엘 좀 가야 할 거인디, 정말 괜찮소?”

“네. 살짝 추돌한 거여서요.”


운전자가 힐끗 그녀의 시원스러운 얼굴을 보며 말한다.


“이마 쪽에 이 짝으로 살짝 피 나는 거 같은디⋯.”

“괜찮아요. 이 정도는⋯.”

“아이고! 고운 얼굴인디 기스나믄 어짜쓰까⋯.”


그녀가 소매로 이마를 지혈하며 말했다.


“이상한 안개네요.”

“진짜로⋯ 내 운전 밥만 30년인디, 오늘 같은 안개는 또 난생 첨이오. 이런 날은 진짜로 잘못하믄 황천길이지. 아고 차가 냉장고라 생선 비린내가 쪼까 날거인디⋯ 참을 만합니까?”

“태워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요.. 괜찮습니다.”

“어디까징 가실라나?”

“택시 잡을 수 있는 길이면 됩니다.”

“그라믄 톨게이트 지나서 쪼매만 가믄 됩니다. 거까지는 비린내 나도 좀 참으소.”

“감사합니다.”

“내가 감사하지, 이리 미녀를 다 태워보고. 처음 볼짝시 구신인줄 알았소.”

"⋯⋯."


살균의 옆구리를 잡고 있는 손이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 점차 그녀의 옆구리를 타고 피가 천천히 스며 나왔다. 차를 기둥에 충격할 때 튀어나온 파편에 찔린 상처가 점점 벌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저 ⋯ 죄송한데⋯.”

“어쪄? 뭐 필요하시오?”

“담배 한 대만 얻어피워도 될까요?”

“그라지요! 난 맨솔인디⋯ 괜찮겄소?”

“상관없어요.”


살균은 냉동탑차의 운전사에게 얻은 담배를 패 깊이 빨아들였다.


콜록콜록.


늑골을 다쳤는지 잔기침이 나오는 것을 참고 그녀는 다시금 깊게 담배를 빨아들였다.


‘어쩌지?’


‘이제 차사들이 우리 존재를 알아버렸어.’


탑차의 백미러 뒤로 짙은 안개 속에 천천히 움직이는 수많은 안개등과 비상등들이 보였다.

살균은 다시 한번 깊이 안개와 같은 담배 연기를 뱉어냈다.



(계속)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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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5화. 방만희와 허깨비들(8) 20.01.10 21 0 13쪽
64 64화. 방만희와 허깨비들(7) 20.01.09 23 0 14쪽
63 63화. 방만희와 허깨비들(6) 20.01.08 18 0 14쪽
62 62화. 방만희와 허깨비들(5) 20.01.07 16 0 11쪽
61 61화. 방만희와 허깨비들(4) 20.01.06 18 0 14쪽
60 60화. 방만희와 허깨비들(3) 20.01.04 22 0 11쪽
59 59화. 방만희와 허깨비들(2) 20.01.03 21 0 14쪽
58 58화. 방만희와 허깨비들(1) 20.01.02 24 0 17쪽
57 57화 . 쌍둥이 아빠 주광진 (2) 19.12.31 20 0 17쪽
56 56화. 쌍둥이 아빠 주광진(1) 19.12.30 23 0 16쪽
55 55화. 택배원 김씨와 방만희(2) 19.12.28 20 0 12쪽
54 54화. 택배원 김 씨와 방만희(1) 19.12.27 27 0 18쪽
53 53화. 소방교 주권현 (5) 19.12.26 21 0 14쪽
52 52화. 소방교 주권현 (4) 19.12.24 25 0 13쪽
51 51화. 소방교 주권현 (3) 19.12.23 18 0 12쪽
50 50화. 소방교 주권현(2) 19.12.21 24 0 22쪽
49 49화. 소방교 주권현(1) 19.12.20 17 0 12쪽
48 48화. 카통고(2) 19.12.19 21 0 14쪽
47 47화. 카통고(1) 19.12.18 21 0 18쪽
46 46화. 염라명부 차사(6) 19.12.17 19 0 14쪽
45 45화. 염라명부 차사(5) 19.12.16 21 0 17쪽
44 44화. 염라명부 차사(4) 19.12.14 20 0 17쪽
43 43화. 염라명부 차사(3) 19.12.13 18 0 17쪽
42 42화. 염라명부 차사(2) 19.12.12 18 0 19쪽
41 41화. 염라명부 차사 (1) 19.12.11 23 0 17쪽
40 40화. 징계소왕과 허깨비(4) 19.12.10 24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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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화. 징계소왕과 허깨비(2) 19.12.06 23 0 19쪽
37 37화. 징계소왕과 허깨비(1) 19.12.05 22 0 12쪽
36 36화. 이야기의 시작 (5) 19.12.04 28 0 16쪽
35 35화. 이야기의 시작 (4) 19.12.03 26 0 17쪽
34 34화. 이야기의 시작 (3) 19.12.02 23 0 19쪽
33 33화. 이야기의 시작 (2) 19.12.01 21 0 18쪽
32 32화. 이야기의 시작 (1) 19.11.30 30 0 15쪽
31 31화. 사고 (6) 19.11.29 25 0 14쪽
30 30화. 사고 (5) 19.11.28 21 0 17쪽
29 29화. 사고 (4) 19.11.27 27 0 19쪽
28 28화. 사고 (3) 19.11.26 23 0 18쪽
27 27화. 사고 (2) 19.11.25 22 0 16쪽
26 26화. 사고 (1) 19.11.24 28 0 21쪽
25 25화. 특무대 (5) 19.11.23 30 0 19쪽
24 24화. 특무대 (4) 19.11.22 27 0 18쪽
23 23화. 특무대 (3) 19.11.21 29 0 20쪽
22 22화. 특무대 (2) 19.11.20 28 0 16쪽
21 21화. 특무대 (1) 19.11.19 34 0 15쪽
20 20화. 탈명자(3) - 새 이름 19.11.18 30 0 13쪽
» 19화. 탈명자(2) - 추격전 19.11.17 35 0 18쪽
18 18화. 탈명자(1) - 소녀 정제수 19.11.16 37 0 11쪽
17 17화. 프로그래머 방만희(4) 19.11.15 38 0 16쪽
16 16화. 프로그래머 방만희(3) 19.11.14 46 0 18쪽
15 15화. 프로그래머 방만희(2) 19.11.13 38 0 16쪽
14 14화. 프로그래머 방만희(1) 19.11.12 40 1 19쪽
13 13화. 택배원 김 씨(3) 19.11.11 41 1 13쪽
12 12화. 택배원 김 씨(2) 19.11.10 84 0 15쪽
11 11화. 택배원 김 씨(1) +2 19.11.09 50 2 13쪽
10 10화. 차사 신태웅(8) 탈명특무대 +2 19.11.08 53 2 18쪽
9 9화. 차사 신태웅 (7) 차출(2) +2 19.11.07 74 2 13쪽
8 8화. 차사 신태웅(6) 차출 +2 19.11.06 66 2 19쪽
7 7화. 차사 신태웅(5) 재교육(2) +2 19.11.05 71 2 16쪽
6 6화. 차사 신태웅(4) 재교육 +2 19.11.04 83 2 13쪽
5 5화. 차사 신태웅(3) 징계 +2 19.11.03 92 2 15쪽
4 4화. 차사 신태웅(2) 미로진 +2 19.11.02 99 3 13쪽
3 3화. 차사 신태웅(1) 망혼 +3 19.11.02 126 3 17쪽
2 2화. 무녀. +3 19.11.01 183 4 19쪽
1 프롤로그 & 1화. 무명(無名) +4 19.11.01 440 5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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