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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탈혼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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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풋
작품등록일 :
2019.10.12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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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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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1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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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프로그래머 방만희(4)

DUMMY

17화. 프로그래머 방만희(4)



복제령 방만희는 자신 앞에 있는 이 해골 모습의 사신, 스켈레톤이 하는 꼴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먼저 왔던 사신은 처음 본 컴퓨터가 뭔지 몰라 가만히 냄새를 킁킁 맡았다.

지금 온 이 반 해골은 냄새 맡는 일은 없었지만 케이스를 퉁퉁 두드리는 짓을 하는 것으로 컴퓨터에 대한 감상을 보인 6번째의 사신이었다.


“케헴. 움직이지 않는다고?”

“코드를 꽂아야죠.”


95명의 허깨비 방만희들은 웃지 못할 이 상황에 말문이 막혔다.

앞에 선 넝마의 해골이 물었다.


“어찌하면 되느냐?”


대표로 나선 1번 방만희는 얼굴이 반쯤 무너져 이빨이 훤하게 보이는 해골 사신에게 열여섯 번째로 같은 설명을 했다.


“전원이 연결되어야 합니다.”

“전원? 전원이 무엇으냐?”

“전기요. 220볼트. 돼지코로 된 콘센트에 전원을 연결해야죠.”

“돼지? 이곳은 저승이다. 돼지가 어디 있단 말이냐?”

“돼지가 아니고 돼지 코같이 생긴 콘센트 말입니다. 모르세요?”

“크흠. 모르다니? 니놈이 뭘 알고서 지껄이는 게냐? 내 알아볼 것이니 여기서 잠시 기다려라!”


해골의 사신 하나가 넝마에 대나무로 만든 지팡이를 휘적휘적 흔들며 재차 사라졌다.


‘저놈도 내빼네. 또 다른 놈에게 넘기겠지?’


저 해골 새끼가 사라지면 아마도 ‘난 아무것도 몰라요.’라는 표정을 한 다른 해골이 다시 나타나 똑같이 이상한 목소리로 똑같이 이상한 질문을 하겠지?


컴퓨터만 일백 대를 가져오면 뭐 하나? 키보드가 없는데?

키보드 일백 대를 연결하면 뭐 하나? 마우스가 없는데⋯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이곳 구천에서 무슨 수로 전기를 연결하나?

이 미친 해골들은 딱 지적 수준이 도구라고는 활과 마차, 화포가 전부인 시대 놈들이리라. 천자총통, 지자총통은 알까?

도르래 정도는 이해하려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조선 시대 이전에 죽은 영혼이 사신이 된 것임이 분명했다.


37번 차사 고 창이 데리고 있던 차사들이 옆에 있을 때는 그나마 말은 통했었다. 자신들이 요구하는 상황에 대해서, 컴퓨터의 성능이나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자재, 프로그램 언어, 코딩 등등에 대해 나름 일반인에 비한다면 부족하지만 그래도 초중딩 이상의 기초상식은 있었다.

지금 1번 방만희는 프린터와 스캐너, 디지털카메라, 화이트보드 등 다양하게 일반 문서를 전산화하는 데 운용해야 하는 사무실 작업환경을 요구하고 있었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스켈레톤 사신은 연필이 어떤 것인지도 몰랐다. 지식수준이 딱 원시인 수준. ‘주먹도끼, 반달돌칼 만들어 주세요.’ 정도의 명령만 수행 가능한 NPC였다.


“미쳐버리겠네.”


그들에게 얻어들은 바로 현재 우리를 관리하는 이 멍청한 해골 사신들은 구천 관리 내근직이고 조선 시대 이후로 생령은 처음 만나는 촌놈들이었다.

일반 차사들이 빠져나가면서 급하게 보충된 직으로 이곳 구천에서 요괴나 잡고 중죄인 망혼들 이동할 때 도망 못 가도록 인솔이나 하던 하급 중에서도 최하급 사신들인 거다.

지옥의 죄인들이나 다루던 고집과 권위만 내세우는 하급 간수들.


오전까지만 하더라고 다섯 명을 풍선 터트리며 기세등등하게 이곳 컴퓨터의 산이란 곳에 자신과 같은 복제령들을 몰아넣고서는 작업 가능한 상황으로 만들라는 명을 추상같이 하던 상황과는 다르게 지금은 조선 시대에 떨궈놓고는 코딩부터 하라고 하는 상황인 거다.


23번 방만희가 1번에게 말한다.


“우리 발전기부터 만들면 어떨까?”

“발전기? 무슨 발전기! 우선은 구리부터 채굴해야 한다고!”

“금속활자 만들기 미션부터냐?”

“완전 문명 만들기 게임.”


모두 구석기 시대부터 다시 문명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거다.


“마제석검부터 시작해.”

“킥킥킥. 너나 해라.”

“여기 불은 타나?”

“야! 너 저 돌 들어봐.”

"⋯⋯."

“씨발. 돌은 잡히네. 우리 영혼 아니었나?”

"⋯⋯."

“야! 아까 다섯 터진 놈이 부러운 거 나뿐이냐?”


똑같은 얼굴의 95명의 허깨비가 똑같은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와. 진짜 개 허탈.”


95명의 방만희가 산처럼 쌓여있는 폐컴퓨터의 산 앞에서 다시금 돌아올 사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


3시간 전.


복제령들은 실내 주차장처럼 기둥만 널찍널찍하게 올라와 있는 거대한 지하 동굴에서 걸어 나와 처음으로 저승에서 ‘하늘’이라 생긴 것을 봤다.

붉게 물든 안개의 벽이 저 높은 곳에서 꾸물꾸물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37번 차사 고 창과 열 명의 하급 차사들이 95명 방만희의 행진을 정지시켰다.


“정지!”

“앞에 섯!”

“하나! 둘!”


20분 정도를 걸었을까?

손발을 휘적휘적하던 방만희들이 또 터질까 싶어 차려자세로 조용히 분위기만 파악하고는 있는 그때.


“저 앞의 컴퓨터와 기자재가 보이지?”


감독 차사의 말에 95명의 방만희가 넓은 벌판 중앙에 산처럼 쌓여있는 물건들을 봤다.

어디 폐품 재활용센터에서 가져온 걸까? 알 수 없는 메이커의 녹이 슨 캐이스의 똥 컴들, 먼지뿐만 아니라 어디 진흙 펄에서 꺼내 온 것 같은 모양.

딱 봐도 수해지구 침몰한 마을에서 건져온 건가 싶은 상태의 컴퓨터가 산을 이루고 쌓여있었다.

정말 벽돌로나 쓰면 될듯한, 딱 20년 이상은 됨직한 똥 컴들이 하늘까지 닿을 듯 쌓여있는 모습. 마치 난지도의 쓰레기 산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떤 것은 바다에서 건져온 것인지 굴 같은 조개껍데기까지 붙어있었다.


키가 반은 빠진 키보드들과 마우스, 지금은 아무도 쓰지 않는 128메가 램, 전선 피복이 반쯤 벗겨진 알 수 없는 케이블들이 넝마처럼 쌓여있는 곳에서 방만희들은 멍한 표정으로 차사들을 쳐다봤다.


“자! 힘들게 모아놓은 것이니 작업이 가능하도록 손봐 둬라. 시작!”


‘이걸?’


허깨비 방만희들은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쓰레기 넝마 꾼도 이보다는...’


혼뿐인 몸이지만 혼이 빠져나가는 느낌?


‘우리보고 이 쓰레기로 뭘 어쩌라는 거지?’


“이놈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느냐? 한둘 더 죽어봐야 정신을 차릴 테냐?”


노기에 찬 표정으로 방만희들에게 소리를 치던 붉은 얼굴의 차사가 몽둥이를 치켜들고 때리려 할 때쯤 갑자기 사이렌이 울렸다.


[위이이이이이이잉]

[지지직 지직]

[차사 본부에서 알립니다. 차사 본부에서 알립니다. 현재 본부 관내에서 작업 중인 차사 대원 중 이승으로의 외근 경험이 있는 차사들은 모두 비상근무지 명령을 확인하시고 비상 명부를 수령하여 출동하시길 바랍니다. 차사 본부에서 알립니다.]


[위이이이이이이잉]

[차사들은 모두 비상 근무지 명령을 확인하시고 명부를 수령하여 출동하시길 바랍니다. 지금 차사 본부 앞에서 임시 소집이 있습니다. 이상 전달 끝.]


딱 들어봐도 이건 비상 상황.

차사 고 창이 핸드폰의 비상 연락 문자를 확인하고는 바로 자릴 박차고 뛰어갔다.


“모두 따라와!”

“넷!”


그리고 문 앞을 지키고 있던 반쯤 해골인 사신 둘에게 뭐라 뭐라 지시하고선 빠르게 사라졌다.

그를 따르던 차사 열 명도 그를 따라 번개처럼 사라져버렸다.


정적.

하늘 높게 쌓여있는 폐컴퓨터들을 살펴보려 걸어갔던 허깨비들은 가만히 지금 상황을 추측해봤다.


상황 1. 차사들이 급하게 호출을 받고 사라졌다.

상황 2. 긴급상황


삼삼오오 둥글게 모여앉은 방만희들은 위의 두 가지 상황만으로도 대충 사태 파악이 되었다.

지금 이승은 큰 재난 상황이란 거였다.

일반 근무 중이거나 대기 중인 차사들 모두를 차출할 만큼 큰 재난!

지진?

해일?

태풍?

아무튼 뭐든 지금 저 위에는 큰 사달이 난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렇게 모여 앉아 이런저런 짱구를 굴리며 도란도란 앞으로의 상황을 어찌 대비할까 의견을 나누는 방만희들 앞에 그 해골 사신이 나타난 것이다.


“케헴!”


넝마에 적삼, 벙거지를 뒤집어쓴 얼굴로 나타나 이빨을 딱딱하고 부닥치며 말했다.


“케헴, 뭣들하고 있느냐?”


딱 봐도 쪼랩 중에 가장 하급. 경험치도 안 줄 잡몹이다.


“일 안 하고 뭘 하고 있냐 말이다! 어서 일어나!”


‘차사들을 대신하여 온 감독관이다.’라는 생각에 그리고 저 해골은 아까의 그 어여쁜 청룡을 소환할 영향력이라고는 1도 없을 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낀 방만희들은 이 해골을 어찌 대응해야 할지 생각하며 서로 빠르게 눈빛을 교환했다.


“밖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

“너희 같은 허깨비들은 알 것 없다. 일이나 하거라.”

“혹 이렇게 생긴 거 보신 적 있습니까?”


77번 방만희가 진흙이 가득 묻은 컴퓨터 본체 하나를 앞에 툭 던지자 사신 감독관이 자신의 하얀 해골을 갸우뚱하면서 찬찬히 살펴봤다.


“이것이 무엇이냐?”

“컴퓨터라는 겁니다.”

“검구터?”

“검구터가 아니고 컴퓨터라니까요?”

“검푸타라니?”

“처음 보세요?”

“케햄!”


해골의 감독관이 가만히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더니 앙상한 뼈마디의 손을 들어 퉁퉁 쳐본다.


“그래! 이걸로 뭘 하는 것이냐?”

“모르세요?”

“케햄!”


감독관은 주위를 두리번두리번하더니 입을 찡긋하고는 말한다.


“뭘 보느냐! 어서어서 일하지 않고!”


그가 휙 돌아서서 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말한다.


“내 일이 있어 다른 곳에 잠깐 돌아보고 올 것이니 일들하고 있어라. 케헴.”


말만 번지르르하게 던져두고선 해골은 휘적휘적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조금 기다리니 아까와 비슷한 표정으로 또 다른 해골 하나가 휘적휘적 걸어와서는 대나무 장대를 탁탁 휘두르며 말했다.


“일들은 안 하고 뭘 하고 있느냐?”


‘젠장. 신종 버그인가?’


***


서른여덟 번째 해골이 휘적휘적 걸어온다.

방만희들 중의 한 명이 이번에는 자기 순서라며 나섰다.


“일은 안 하고 뭘 하고 있느냐?”


앞으로 나선 방만희가 허리를 깊게 굽히며 말했다.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요!”

“어찌 일을 못 한다는 것이냐?”

“도구가 없습니다요.”

“무슨 도구가 없다는 말이냐?”

“드라이버라는 도구가 없습니다요.”

“드라이버가 무엇이냐?”

“길쭉한 쇠로 된 것인데 반 척이나 될까 한 길이입니다요. 아래쪽은 플라스틱 손잡이가 있고 위쪽은 십자 모양으로 홈이 있는 도구입니다요. 크기별로 여러 개가 필요합니다요.”

“푸라수딕이 무엇이냐?”

“나무 같은 것입니다요.”

“내 알아볼 것이니 어디 다른 데로 움직이지 말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거라. 크흠!”


앞의 해골이 다시금 휘적휘적 사라졌다.


“다음 누구냐?”

“내가 할게.”


순번을 정한 방만희 하나가 앞으로 나서자 다른 방만희들이 서로 눈치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스무 명쯤 되는 방만희들은 산만큼 쌓여있는 컴퓨터들을 정리해서 벽돌처럼 그 안쪽에 작은 성을 만들었다.

마치 이글루처럼.

컴퓨터를 벽돌로 하나씩 쌓아나가는 성.

생각보다는 조금 널찍한 방이 만들어지자 그걸 기준으로 하여 조금 작은 방들을 하나씩 만들어 추가했다.


“야. 이거 레고 같냐.”

“레고는 무슨. 마인 크레프트지.”


그리고 서로 순서를 정해 방으로 숨어들어 벌렁 눕고 잠을 청했다.

이젠 해골이 오는 순간만 당번을 정해 대응하고 나머지는 짱박혀 쉬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우와!”


갑자기 터져 나온 소리에 방만희들은 탄성을 보낸 방만희 쪽으로 우르르 모였다.


“야! 이거 아냐? 이거?”

“애플?”

“매킨토시 클래식 투씨아이 님이시다아아아!!”


Macintosh Classic II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전설의 스티브 잡스로 만든 1991년산, 램 2매가에 저장 하드 80메가인⋯ 컴퓨터 계의 상감청자.


“우와아아아!!”


매킨토시 클래식을 손에 든 방만희가 앞장을 서자 모두 그 뒤를 따라 돌며 둥실둥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제 이 매킨토시를 이곳 컴퓨터의 무덤에서 가장 연장자이자 지체 높은 분으로 모시기로 했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톰 행크스처럼 방만희들은 이 상감청자를 그들만의 진정한 베프로 대할 것이다.


“윌스으으으은!”


바닥의 컴퓨터 하나에서 붉은 진흙을 꺼내 한 움큼 손에 들고 온 방만희가 매킨토시의 회색 모니터 앞에 정성스럽게 손바닥을 찍고 그 안쪽에 웃는 얼굴 모습의 스마일 기호를 그려 넣었다.


“윌슨! 우릴 지켜줘!”


월슨이 완성되자 모두 폐컴퓨터를 쌓아 만든 작은 돔 정 중앙에 월슨을 세워두고 그에게 절을 두 번씩 했다.

합장하는 모습과 큰절을 하는 모습, 모두 모두 정성스럽게 이 역사의 산증인에게 경건한 경배를 올렸다.


“아. 이제 뭐 하지?”

“IBM AT! ”


한 친구가 그 소릴 외치자 다른 모두가 이제 “웰슨”의 대척점에 있는 IBM사의 AT를 찾기 위해 폐컴퓨터의 산, 거대한 쓰레기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애플 왕국에 대항할 대적자!

만약 찾아만 낸다면 그들은 이것으로 두 국가의 왕을 세우고 서로서로 멋진 전쟁놀이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었다.


매킨토시 대왕 웰슨의 위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대단해지고 있었다.

커다란 케이블과 케이블 타이로 만든 가발이 그의 머리에 씌워지고 키보드와 마우스로 얽어 만든 그의 손과 발이 점점 완성되고 있었다.

이제 사과 나라의 매킨토시 대왕 ‘웰슨’은 47명의 백성과 함께 하나의 왕국으로 성장했다.


배신자 48명은 이미 빌 게이츠의 마력에 빠져 충성을 포기한 상태.

사과 나라의 배신자들.

이미 쿠데타 세력이 되어 저 멀리 새로운 성을 쌓고 있었다.

별 변변찮은 왕도 제대로 세우지 못한 비루한 종자들.

어디서 찾아낸 486 팬티엄 2가 그들의 왕위를 대신하여 IBM 왕국의 핸드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폐컴퓨터로 쌓아 올린 두 개의 커다란 벽돌 성은 이제 거의 완성되었고, 마우스 선을 빙빙 돌려 던지는 강력한 투척 무기는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에 나오는 물매돌전투만큼이나 강력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마우스만 하여도 잘 날리면 거의 40미터까지는 날아갈 수 있었다.

투석전.

아니 투마우스전이다.


“준비!”

“온다! 던져!”

“투척!!”

“방포하라!”

“와아아아아!”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을 때쯤.

해골 하나가 이 치열한 전투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말했다.


“그마아아안!”


날아와 떨어진 마우스를 다시 집어 던지려 허리춤에서 빙빙 돌리고 있던 88번 방만희가 손을 들고 소리쳤다.


“누구 차례냐? 나가봐라.”


신나게 무너진 컴퓨터 벽을 다시 세우던 방만희 하나가 엉거주춤 해골의 앞으로 나서서 허리를 깊게 굽히며 말했다.


“오셨습니까요.”

“너희들 지금 뭐 하는 것이냐?

“훈련 중이었습니다요”

“케헴. 너희들이 원하던 것이 이것이냐?”


해골의 손에 녹슨 작은 1자 드라이버 하나가 들려있다.


“예! 맞습니다요. 이렇게 생긴 것이 맞기는 합니다만 이것은 모양이 1자로 생겨 이곳에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요. 십자 모양으로 생긴 것이 필요합니다요.”

“이것으로는 안 된다 이 말이냐?”

“예. 그렇습니다. 이것이 꼭 맞는 홈이 있어 이걸 끼우고 돌려야 하는데, 십자 모양의 도구로밖에는 돌리지 못합니다요.”

“알겠다. 내 구해다가 주마.”

“아! 그리고 하나 더 있습니다요.”

“무어냐?”

“우리는 95명이니 그러한 도구가 95개가 필요합니다요.”

“⋯⋯.”


해골의 얼굴에서 작은 경련이 일어나는 듯싶었으나 잠시 주위를 살피더니 그가 말했다.


“알겠다. 내 구해올 것이니 여기서 벗어나지 말고 조용히 기다리거라.”

“예. 알겠습니다요.”


해골이 휘적휘적 사라지자 조용히 눈치를 보던 두 그룹의 신하들은 다시금 전열을 불태웠고 공격무기를 장전하며 휘두르기 시작했다.


붕붕붕붕붕.


“시자악!”


이젠 손에 좀 익었는지 마우스를 높이 들고 돌리는 모양이 폐르시아의 물매돌 전사와 같았다.


“작전 개시!”

“이야아아아아! 공격!”


95명의 방만희가 컴퓨터와 마우스로 재차 투석전을 시작했다.

저승에서 행해지는 애플 국과 IBM 국과의 명운을 건 싸움이었다.


(계속)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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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54화. 택배원 김 씨와 방만희(1) 19.12.27 24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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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화. 프로그래머 방만희(4) 19.11.15 36 0 16쪽
16 16화. 프로그래머 방만희(3) 19.11.14 43 0 18쪽
15 15화. 프로그래머 방만희(2) 19.11.13 35 0 16쪽
14 14화. 프로그래머 방만희(1) 19.11.12 38 1 19쪽
13 13화. 택배원 김 씨(3) 19.11.11 38 1 13쪽
12 12화. 택배원 김 씨(2) 19.11.10 81 0 15쪽
11 11화. 택배원 김 씨(1) +2 19.11.09 47 2 13쪽
10 10화. 차사 신태웅(8) 탈명특무대 +2 19.11.08 50 2 18쪽
9 9화. 차사 신태웅 (7) 차출(2) +2 19.11.07 71 2 13쪽
8 8화. 차사 신태웅(6) 차출 +2 19.11.06 63 2 19쪽
7 7화. 차사 신태웅(5) 재교육(2) +2 19.11.05 68 2 16쪽
6 6화. 차사 신태웅(4) 재교육 +2 19.11.04 78 2 13쪽
5 5화. 차사 신태웅(3) 징계 +2 19.11.03 89 2 15쪽
4 4화. 차사 신태웅(2) 미로진 +2 19.11.02 95 3 13쪽
3 3화. 차사 신태웅(1) 망혼 +3 19.11.02 122 3 17쪽
2 2화. 무녀. +3 19.11.01 176 4 19쪽
1 프롤로그 & 1화. 무명(無名) +4 19.11.01 427 5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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