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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탈혼명부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레드풋
작품등록일 :
2019.10.12 01:47
최근연재일 :
2020.01.1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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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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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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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프로그래머 방만희(3)

DUMMY

16화. 프로그래머 방만희(3)




차사 번호 37번 고창은 자신의 사무실에 보고하러 온 하급 차사의 말에 다시금 머리가 아팠다.


“그러니까⋯.”

“한번 가셔서 보셔야 할 거 같습니다.”

“아~ 알겠네⋯! 내 다시 가서 한번 살펴보겠네.”

“이전에 잡아 온 프로그래머 열다섯 명은 어찌할까요?”

“반시에 적응은 됐나?”

“그것이 생혼인지라 잘⋯ 안됩니다.”

“생혼이라 안된다니?”

“생혼이라 원기가 남아있어서 반시에는 적응을 잘못하고 있습니다.”

“할 수 없지. 좀 더 대기 시켜!”

“알겠습니다.”

“아! 참. 그리고 한 가지⋯.”

“네?”

“그 방배동에 있는 그 프로그래머⋯ 방만희라고 했던가? 저 허깨비들 원판 말이야. 그놈 집 앞에 대기조 있지?”

“예. 그렇습니다.”

“그 프로그래머. 요구사항이 뭐였지?”

“잠시만⋯.”


황급하게 수첩을 꺼내 들고 이리저리 넘겨보던 차사가 대답한다.


“첫 번째는 옆집 개를 데려가 달라는 거였습니다.”

“또 있나?”

“두 번째와 세 번째는 비슷한 내용입니다.”

“그러니까 뭐냐고⋯.”


차사가 수첩을 다시 넘겨보면서 대답한다.


“9700K RTX2080Ti 와 QLED 247”cm 8K를 내놓으라고 했습니다.”

“뭔 개 소리야?”

“에⋯ 그게 그러니까⋯ 잠시만⋯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짜증이 난 차사 고 창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 자료를 찾고 있는 하급 차사에게 나가서 알아보고 다시 오라고 수신호를 했다.

그가 나가자 조금은 조용해진 사무실.

그는 책상에 있는 서류에 다시금 눈길을 주고 조금 더 집중해보려고 노력했다.


[화수분 사용 결과 보고서]


자신의 짧은 생각으로 ‘이게 될까?’해서 보고한 내용이었다.

유능한 프로그래머를 화수분으로 뻥튀기한다.

백 명 정도, 필요한 만큼.

원판은 요구대로 돌려보내자.

이 작은 아이디어를 징계소왕은 확인하자마자 바로 통과시켰다.

징계소왕은 직접 염라대왕까지 알현하며 중간 결재라인은 깡그리 무시하고 바로 전결!

일사천리로 진행한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 명부처에서 진행 중인 명부 전산시스템 구축사업이 염라대왕께서 추진 중인 저승 현대화 사업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최우선순위 중에서도 탑오브 탑 급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이 사업을 위해 명계의 보물 중의 보물인 화수분을 직접 우리 같은 조무래기들에게 써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인 거다.

하지만 그는 현 상황으로 봤을 때 판이 너무 크게 벌어져 버렸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37번까지 올라오면서 그냥 편하게 선인들이나 모시고 중천을 주유하며 시간을 축내다가 좋은 환생 자리 하나 수소문해서 마련되면 다시 소박하게 사람으로 환생하여 알콩달콩 살다 죽다 하는 걸 반복하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는데⋯

덜컥, 명부 전산시스템 구축사업 추진위원으로 그리고 거기에 더해 프로그램 개발부 총책임까지 맡고 나니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는 전혀 다르게 바쁘고 성가신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후우~”


이번 사업이 잘만 마무리된다면 10번대 급으로 승진할 절호의 찬스라 하겠지만, 하면 뭐하겠나?

일만 많아지는 상황일 거⋯

그에겐 전혀 원하던 방향은 아니었다.


지금 판을 이렇게나 크게 벌려놓은 마당이니 결과라도 그르치면 지금까지 별 탈 없이 끌고 왔던 37번의 자신의 번호조차 유지하기 힘들어질지도 몰랐다.

총 책임감독이 그 유명한 징계소왕 아닌가⋯

징계소왕의 성품으로는 제대로 결과를 만들지 못한다면 다시 350년 전 처음 차사직 받을 때 기억처럼 어디 술 취한 망나니 뒤에서 덩실덩실 춤추는 꼴 보며 죄수 목 어서 떨어지길 기다리는 처지가 다시 될지도 모르는 판이다.

그는 다시금 손에 쥐고 있던 [화수분 사용 결과 보고]를 꼼꼼하게 살폈다.

이 결과보고서의 내용으로는 새로 만들어낸 복제령 허깨비 일백 수가 열심히 프로그래밍도 하고 일을 착착 진행해서 다음 주부터는 결과물들을 따박따박 만들어 내고 있다는 상황인 거다.

일정표와 디테일한 세부 진행 상황이 빼곡하게 적혀있는 보고서를 넘겨보다 그는 다시금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거지 같은 놈들이 말을 처먹질 않는다고?’


/똑똑/


그때 들려오는 노크 소리. 예의 그 하급 차사다.


“확인했나?”

“그가 내놓으라고 한 9700K RTX2080Ti 는 최신 사양의 컴퓨터이고 QLED 247”cm 8K는 최고 사양 TV입니다.”

“한마디로 재물이란 이야기네?”

“예. 그렇습니다.”

“그럼 그것부터 구해주라고 해.”

“그⋯ 그게 예산이⋯.”

“왜?”

“예산이 부족합니다.”

“작전 예비비 있잖나?”

“아. 넵.”

“예비비에서 땡겨서 쓰고 우선 보내줘.”

“알겠습니다. 그런데⋯ 몽환주 마셨으면 기억을 못 할 것인데⋯ 꼭 보내야 할까요?”

“야 이 새끼야! 저승차사 가오가 있지, 차사가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지! 이 새끼야! 그 새끼 뒤지면 그 기억은 다시 안 돌아온다디?”

“옙! 진행하겠습니다.”

“아⋯ 놔⋯.”


그가 인터폰으로 호출을 눌렀다.

인터폰에서 건조하고 지친 목소리의 여성 차사가 답했다.


“예. 팀장님.”

“금수명부(禽獸名簿) 차사 하나 수배해서 강아지 한 마리 순서 좀 바꿔주라고 전해라.”

“금수명부(禽獸名簿) 차사 말씀입니까?”

“맞아. 방배동 그 새끼 옆집 기억나지?”

“아. 넵.”

“그 집 개새끼 좀 미리 땡겨서 정리할 수 없나?”

“글쎄요. 금수명부 쪽은 저도 경험이 없어서⋯.”

“특별하게 다음 환생 차순에 사람될 놈 아니면 크게 상관없잖아?”

“그거야 그렇지만⋯ 금수명부차사장이⋯.”

“왜? 차사장이 누군데?”

“4번 모순덕님으로 이번 인사이동에서 바뀌었습니다.”

"⋯⋯."

“어쩔까요?”

“아⋯ 4번 모순덕님이라고?”

“예. 그렇습니다.”

“우선은 알았고. 그러면 밑에서 차사장 결재 없이 갈 수 있는 상황인지만 수소문해봐.”

“예. 알겠습니다.”


금수명부차사장이 4번 모순덕이란 이야기는 이제 동물들 데리고 올 때도 사람급으로 성심을 다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녀는 동물과 인간의 혼을 굳이 구분하지 않기로 유명하고, 특히 애견, 애묘가 사람보다 더 가치 있다 판단하는 차사이기에 염라께서도 그가 금수명부차사장으로 일해주길 바라는 상황으로 직접 지명한 특급대우.

한마디로 염라대왕 라인의 낙하산이란 이야기다.

대왕의 신망까지 있으니 쉽게 그 옆집 지랄맞던 강아지를 데려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리라⋯

그리고 그가 만나본 그 집 사람들은 지금 강아지를 잡아 온들 다시 다른 강아지를 안 들여놓는다는 보장 또한 없었다.

방만희에게 지금의 부탁은 들어줘 본들 아무 득이 없는 결과.

머리가 또 복잡해졌다.

몽혼주 마신 그놈이 기억을 해낼 리 없지만, 그렇다고 차사 입으로 한 약속을 쌩까고 무시하기엔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또한 그가 죽은 후에 기억을 되찾아 계약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면 차후에 크게 사단이 날 일.

그의 37번 순번은 나름대로 이제껏 약속과 신의를 지켜왔기에 이루어 낸 순번이었다.

차사로서도 신용으로 버텨온 350년.

아직도 그의 사무실 앞에는 멍청하게 그의 하명을 대기하고 있는 하급 차사가 그의 표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네 아직 안 갔나?”

“가··· 갈까요?”

“처리 안된 게 뭐 있나?”

“복제령들, 허깨비는 아직··· 말씀 없으셨습니다.”

”그래. 처음에 한 이야길 다시 해봐.”

“이 허깨비 놈들이 글쎄 아무도 일을 할 생각이 없습니다. 때려도 보고 달래도 보고 다 해봤는데 아무것도 하질 않습니다.”

“뭐 따로 요구 조건이 있거나 한 건 아니고?”

“그게⋯ 하나같이 하는 이야기는 ‘본 판'을 데려와야 한다는 겁니다.”

“하나하나가 본 판과 같은 놈인데⋯ 뭘 본 판을 데려와? 화수분의 권능을 무시하는 건가? 그 요구는 무시해!”

“그리고 자신들의 설명을 우리가 알아먹질 못한다고 오히려 성을 내고 있습니다.”

“음⋯.”


솔직하게 말해서 이 하급차사들이 명부 전산화 시스템에 대해 쥐똥만큼이라도 알고 있는 게 있었다면 저렇게 생령을 잡으러 이승을 수소문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는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대충 감이 잡혔다.

차사 고창이 [화수분 사용 결과 보고서]를 책상 서랍에 다시 밀어 넣고는 일어서서 말했다.


“알았다. 가자.”


***


차사 고 창은 지금 자신의 앞에서 반나체로 바닥에 드러누워 멍때리기 대회를 하는 백 명의 방만희를 보고 있었다.

그는 ‘인간이란 정말 전 우주를 통틀어 가장 신비한 존재’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들의 주위에서 힘이 빠질 대로 빠져 때리는 것도 더는 지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좌절감에 힘을 잃은 차사들을 쭈욱 늘어서 있었다.

그는 현 상황부터 둘러보았다.

자신이 봐도 이놈 차사들은 저 앞에 널브러져 있는 허깨비 일백 명과 일차 기 싸움에서부터 패색이 역력했다.

이 상태라면 전부 교체해야 할 상황.


“그래. 우선 이쪽으로 모여보게. 이야기나 들어보지.”


이미 잠이 든 몇몇만 제외하고 허깨비 일백 명은 자신을 쳐다보고 있긴 하지만 특별하게 반응이 없기에 다시금 그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딱 잘라 말했다.


“좋아! 너희들에게 제안하지. 너희들은 이번 임무가 끝나면 멸혼하여 파기할 허깨비들이다. 그건 스스로 잘 알고 있겠지?”


멸혼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이제 조금은 집중이 되는 느낌.

자는 친구를 툭툭 쳐서 깨우는 모양이 자신들에게 뭔가 신변의 상황변화가 생겼음을 알고 관심을 보이는 게 분명했다.

역시나 똑똑한 놈이 원주인이니 이 허깨비도 다르지 않다.


‘상대하기가 녹록지 않겠는데?’


그는 이 허깨비들을 상대하기 전, 마른 입부터 침을 발랐다.


“네놈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일을 마치면 죽어 없어질 것이니 굳이 일해야 할 목적도 일을 마쳐야 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리 처신하는 게 내 생각에도 맞다. 허나 너희를 만든 우리 또한 마무리해야 할 중한 업무가 있으니 너희가 돕지 않는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너희를 갈아엎고 새판을 짜야 한다.”


하나같이 모두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릴 집중하고 있는 모양.

차사 고 창은 지금은 자신이 상황을 주도하고 있다 생각했다.


“좀 더 지껄여 보슈~!”

“크크크"

“와하하"

“누구니? 방금 그 맨트 내가 하려고 했는데⋯.”

“나두”

“나두"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에 차사 고 창의 미간이 찡그려졌다.

이런 놈들과 하급 차사들이 상대하고 있었으니 당연히 어떤 명령이 먹히겠는가? 그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 다시 이야길 시작했다.


“그래. 좀 더 지껄여 본다면⋯ 너희가 날 돕지 않는다면 나는 다른 말 잘 듣는 생혼을 잡아 와 네놈들처럼 뻥튀기를 할 거란 말이다. 물론 너희는 그 결정이 나는 순간 모두 멸혼해서 파기하고 말이야.”


심각한 표정으로 반은 드러눕고 반은 양반다리로 앉아있던 백 명의 허께비들이 엉거주춤 손을 들었다.

처음에는 모두 손을 드는 듯하더니 누가 이야기해도 같은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한 놈들은 하나둘 손을 내리기 시작했고, 제일 앞줄에 하나만 남았다.

대부분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아는 모양.

마지막까지 손을 들고 있던 허깨비 방만희에게 차사 고창이 말한다.


“이야길 해보게.”

“으⋯ 으음. 그럼 한 가지 물어봅시다. 우리보고 뭘 도와달라고 했지요?”

“그래.”

“그게 정확하게 뭡니까?”

“컴퓨터로 데이터를 만드는 거네. 프로그램이라고 하더군."

“아니. 그럼 프로그래머 데리고 와서 프로그램 만들지 뭐 다른 걸 만들겠습니까?”

“아 좀 조용히 해봐. 내가 대표로 이야기하고 있잖아!"

“야. 니가 왜 대표냐? 다 똑같은 놈인데⋯.”

“아. 좀 조용히 해라. 상황 파악 안되냐?”

“너나 조용히 해!”


웅성거리는 백여 명의 허깨비들을 둘러보며 차사 고 창은 소리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좋아. 이제 좀 조용하군, 그래 처음 이야기한 너! 그래. 너! 너만 이야기해라.”

“저요? 좋습니다. 프로그램을 짜달라면서 컴퓨터 한대 없으니 어쩌란 말입니까?”

“그건 준비되어있다.”

“그럼 왜 안 주는 건데요?”


그때 이곳 상황을 지휘하던 현장감독 차사가 급하게 차사 고 창에게 달려와 귓속말로 뭐라 뭐라 상황 이야길 전한다.


“그러니까⋯ 그리 이동하려고 했는데 줄도 안 섰다?”


현장감독 차사는 우물쭈물 자신에게 들어올 면박을 예상하듯 말한다.


“예!. 줄을 서야 이동을 할 것인데⋯ 이놈들은 줄 한번 세우려다 지금 이 사태가 난 겁니다.”

“아이고 아저씨~! 예비군이 줄 서란다고 섭디까?”

“얼굴이라도 이쁘면 몰라. ㅋㅋㅋ"

“와하하하하하"

“으음⋯”


차사 고 창의 머리에 지금 딱 뭐가 문제인지 각이 나왔다.

이놈들은 아직도 자신이 능력 있는 프로그래머라고 생각한다는 거다.

사람도 아닌 것들이 자신이 사람인 줄 안다.

허상에 지나지 않는 놈들이, 화수분의 권능에 잠시 생을 사는 먼지 같은 놈들이 제 본판의 기억만 믿고 떠들고 있는 꼴.

그에게 지금 이 상황은 천천히 이성의 끈을 놓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원인을 알았으니 답은 하나.


‘허깨비 놈들은 자기가 무슨 사람인 줄 아는군.’


37번 고 창.

그는 머리 회전이 빠르다.

아니 머리보다 조직 안에서 눈치를 어찌 봐야 하고 자신의 권위가 어디까지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쪽.

그도 그럴 것이 이 ‘순번이 곧 계급’이란 법도 안에서 350년을 굴러 여기까지 올라온 짬이다.


“가서 화수분 운영위 감독관 하나 데리고 오너라.”

“옙!”


헐레벌떡 달려 나가는 차사를 보며 방만희들은 뭔가 분위기가 바뀌었음을 느꼈다. 지금까지 이놈들의 느긋했던 5년 차 예비군 코스프레는 더는 먹히지 않을 것이다.


조금 기다렸을까 아까의 그 차사가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온 뒤로 하늘을 유유히 떠서 흘러오듯 다가오는 3미터가 될까 싶은 작은 청룡 한 마리가 보였다.

청룡이 차사 고 창의 앞에 다가오자 휘릭 재주를 넘으며 젊고 어여쁜 여인으로 변신했다.

청룡은 청색의 짧은 도복에 파랗고 긴 머리가 싱그럽게 찰랑거렸다.

등에는 동(東)자가 커다랗게 하얀색 글씨로 쓰여 있었다.


“오오오오오~!!!”

“카와이~!”

“와아아아아!”

“대박!”


인기 아이돌의 등장이 이럴까!


백 명의 허깨비 방만희가 방금 본 재주에 탐복하여 청룡에게 감탄사를 던지고 있을 때 차사 고 창이 나직한 말로 청룡에게 말한다.


“몇 놈만 멸하겠소.”

“네?”

“감독이 입회해야 할 수 있다고 사신 장께서 말씀하시던데⋯.”

“아~! 그거구나. 어제 공지 들었어요. 제가 확인하고 사신께 보고만 드리면 되나요?”

“그렇소.”

“알겠습니다. 저는 상관없으니 원하는 대로 하세요. 뭘 하시든 지켜봐 드리죠.”


이제 판이 다 깔렸다.

차사 고 창이 손을 천천히 들어 허깨비 한 놈을 지목했다.


“너!”


지목을 받은 86번 방만희가 왜? 뭐? 나? 이런 표정으로 어슬렁거리며 일어섰다.

이쁜 청룡이 슬쩍 그를 보고 웃자 그도 시선을 받는 것이 좋았는지 아니면 부끄러웠는지 히죽 웃더니 머리를 쓸어 올렸다.


“멸(滅)”


차사 고 창의 건조한 한 마디.

찰나의 정적.

지목을 받았던 86번 방만희가 ‘뭐지?’ 같은 표정을 짓더니 자신의 몸이 점점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마치 풍선처럼 몸 전체가 빵빵하게 커지는 느낌.


“으어어어어어어”

“야⋯ 왜⋯ 왜 난데⋯?”


그리고 다다른 한계점.


/펑!/


허깨비는 풍선처럼 터져버렸다.


“!!”


차사 고 창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


“너!”

“그리고 너!”

“엇!”

“으아아아악!”


이젠 피할 곳 없는 허허벌판 이 홀에서 한 명씩 터져나가는 것을 본 허깨비들은 서로 옆의 상대 몸을 방패 삼으려 아비규환이 됐다.


“으아~!”

“으아아아!”


서로 밀치며 안쪽으로 파고들어 피하려고 몸싸움을 하는 사이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몇 명의 허깨비가 꺼지듯 펑펑 터졌다.


“으어어억!”

/펑!/

“으아아아악!”

/펑펑!/


터질 때마다 무너지는 균형에 한 덩어리였던 군상이 이리저리 우르르 쏟아졌다가 다시 뭉쳐지길 반복했다.

마치 참치에 쫓기는 꽁치 떼처럼.

터진 혼령이 흩어진 자리에선 퀴퀴한 먼지와 곰팡이 냄새가 났다.


“으아아악!”


한 덩어리의 호떡 반죽처럼 뭉쳐져 있던 가운데로 하얀 팬티 한 장이 손에 걸려 흔들렸다.


“그⋯. 그만!”

“원하는 것 뭐든 열심히 하겠습니다!”


차사 고 창은 딱딱하게 굳어진 얼굴로 눈물 콧물 빠지며 땀에 범벅이 되어 부둥켜안고 서로 몸싸움을 하는 허깨비들을 둘러보며 나지막한 그리고 차갑고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10열 종대!"


눈치 빠른 방만희 하나가 덩어리에서 몸을 비집어 빼고는 뛰쳐나와 차사 앞에 서서 목이 터져라 외쳤다.


“기주우우운! 하나!"

“둘!’, ”셋!", ”넷!” “다스",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번호 끝!"


앞에 도열한 열 명의 뒤로 줄줄이 줄을 잡아 서는 방만희들의 모습이 마치 논산훈련소의 이등병 같았다.

차사 고 창은 귀여운 모습에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저 뚱땡이들의 줄 서는 모습을 관람하고 있는 화수분운영위의 감찰 청룡에게 말했다.


“허깨비의 멸혼 파기는 다섯입니다.”

“파기 다섯. 확인했습니다. 사방신께는 그리 보고하겠습니다.”

“부탁합니다.”


싱긋 웃은 청룡 처녀는 빙글 돌며 올 때와 같은 용의 모습으로 화하여 휘리릭 하늘을 날아 사라졌다.

하급차사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앞으로 갓!”


엉거주춤 발을 뗀 95명의 방만희가 발과 팔을 어지럽게 휙휙 저으며 앞으로 행진하기 시작했다.

차사 고창은 앞에 행진 중인 95명의 허깨비 중에 딱 서른 정도만 데리고 일을 하면 적당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귀여운 청룡도 자주 호출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계속)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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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3화. 방만희와 허깨비들(6) 20.01.08 15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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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1화. 방만희와 허깨비들(4) 20.01.06 16 0 14쪽
60 60화. 방만희와 허깨비들(3) 20.01.04 19 0 11쪽
59 59화. 방만희와 허깨비들(2) 20.01.03 18 0 14쪽
58 58화. 방만희와 허깨비들(1) 20.01.02 20 0 17쪽
57 57화 . 쌍둥이 아빠 주광진 (2) 19.12.31 17 0 17쪽
56 56화. 쌍둥이 아빠 주광진(1) 19.12.30 19 0 16쪽
55 55화. 택배원 김씨와 방만희(2) 19.12.28 18 0 12쪽
54 54화. 택배원 김 씨와 방만희(1) 19.12.27 24 0 18쪽
53 53화. 소방교 주권현 (5) 19.12.26 19 0 14쪽
52 52화. 소방교 주권현 (4) 19.12.24 22 0 13쪽
51 51화. 소방교 주권현 (3) 19.12.23 16 0 12쪽
50 50화. 소방교 주권현(2) 19.12.21 21 0 22쪽
49 49화. 소방교 주권현(1) 19.12.20 14 0 12쪽
48 48화. 카통고(2) 19.12.19 18 0 14쪽
47 47화. 카통고(1) 19.12.18 18 0 18쪽
46 46화. 염라명부 차사(6) 19.12.17 15 0 14쪽
45 45화. 염라명부 차사(5) 19.12.16 17 0 17쪽
44 44화. 염라명부 차사(4) 19.12.14 18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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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화. 염라명부 차사(2) 19.12.12 15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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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화. 징계소왕과 허깨비(2) 19.12.06 19 0 19쪽
37 37화. 징계소왕과 허깨비(1) 19.12.05 19 0 12쪽
36 36화. 이야기의 시작 (5) 19.12.04 24 0 16쪽
35 35화. 이야기의 시작 (4) 19.12.03 24 0 17쪽
34 34화. 이야기의 시작 (3) 19.12.02 19 0 19쪽
33 33화. 이야기의 시작 (2) 19.12.01 19 0 18쪽
32 32화. 이야기의 시작 (1) 19.11.30 27 0 15쪽
31 31화. 사고 (6) 19.11.29 22 0 14쪽
30 30화. 사고 (5) 19.11.28 19 0 17쪽
29 29화. 사고 (4) 19.11.27 25 0 19쪽
28 28화. 사고 (3) 19.11.26 20 0 18쪽
27 27화. 사고 (2) 19.11.25 20 0 16쪽
26 26화. 사고 (1) 19.11.24 25 0 21쪽
25 25화. 특무대 (5) 19.11.23 25 0 19쪽
24 24화. 특무대 (4) 19.11.22 25 0 18쪽
23 23화. 특무대 (3) 19.11.21 25 0 20쪽
22 22화. 특무대 (2) 19.11.20 25 0 16쪽
21 21화. 특무대 (1) 19.11.19 31 0 15쪽
20 20화. 탈명자(3) - 새 이름 19.11.18 28 0 13쪽
19 19화. 탈명자(2) - 추격전 19.11.17 31 0 18쪽
18 18화. 탈명자(1) - 소녀 정제수 19.11.16 33 0 11쪽
17 17화. 프로그래머 방만희(4) 19.11.15 36 0 16쪽
» 16화. 프로그래머 방만희(3) 19.11.14 44 0 18쪽
15 15화. 프로그래머 방만희(2) 19.11.13 35 0 16쪽
14 14화. 프로그래머 방만희(1) 19.11.12 38 1 19쪽
13 13화. 택배원 김 씨(3) 19.11.11 39 1 13쪽
12 12화. 택배원 김 씨(2) 19.11.10 81 0 15쪽
11 11화. 택배원 김 씨(1) +2 19.11.09 47 2 13쪽
10 10화. 차사 신태웅(8) 탈명특무대 +2 19.11.08 50 2 18쪽
9 9화. 차사 신태웅 (7) 차출(2) +2 19.11.07 71 2 13쪽
8 8화. 차사 신태웅(6) 차출 +2 19.11.06 63 2 19쪽
7 7화. 차사 신태웅(5) 재교육(2) +2 19.11.05 68 2 16쪽
6 6화. 차사 신태웅(4) 재교육 +2 19.11.04 78 2 13쪽
5 5화. 차사 신태웅(3) 징계 +2 19.11.03 89 2 15쪽
4 4화. 차사 신태웅(2) 미로진 +2 19.11.02 95 3 13쪽
3 3화. 차사 신태웅(1) 망혼 +3 19.11.02 122 3 17쪽
2 2화. 무녀. +3 19.11.01 176 4 19쪽
1 프롤로그 & 1화. 무명(無名) +4 19.11.01 427 5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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