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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탈혼명부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레드풋
작품등록일 :
2019.10.12 01:47
최근연재일 :
2020.01.1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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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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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2,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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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0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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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8화. 차사 신태웅(6) 차출

DUMMY

8화. 차사 신태웅(6) 차출



차사 순번 8번?


신태웅은 자신의 앞에 앉은 차사의 등을 보며 자신의 기억 속에 차사 순번 8번으로 등장하는 전설의 차사를 떠올리려 노력했다.


‘아! 생각났다.’


저 앞의 있는 저승 차사가 바로 차사 번호 8번. 전설의 ‘설무용’.


‘징계받은 건가? 징계 방이니 지금 번호는 잘 모르겠지만⋯.’


키가 2미터급으로 장대같이 크고 검은 피부, 부리부리한 눈썹에 호랑이 같은 노란빛의 눈.


차사라면 당연히 저분의 존함 정도는 들어 알고 있어야 하는 상황.

전설의 ‘설무용’

하루에 혼자 인도한 원혼만 23명!

아직도 깨지지 않는 전설의 기록.

차사직에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전설을 만든 장본인이자 막 입교한 신입 차사들의 인기 순위 1위 롤 모델이 바로 그였다.


그런 그가 징계를 받고 이 앞에 앉아있다니···, 그것도 저 덩치로 포켓에 쏙 들어갈 크기의 BL 야설을 탐닉하면서 말이다.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네.’


재교육 들어오는 강사보다 짬이 세 곱은 높을 것인데⋯, 신태웅은 이번 재교육은 땅 짚고 헤엄칠 팔자라고 생각했다. 강사가 교육생 눈치나 보게 생겼으니⋯ 어찌 보면 당연했다.


***


설무용의 위용에 감탄하길 잠시.

덜컹하면서 뒷문이 다시 열렸다.


‘어이쿠, 이놈 봐라?’


사신?

넝마 같은 다 찢어진 검은색 적삼에 얼굴의 반은 백골이 그대로 드러난 몰골.

문을 열자마자 날아드는 시취가 코로 확 밀려 들어왔다.

그는 자신이 진정 사신부 소속임을 온몸으로 발현하고 있었다.


‘번호는 까봐야 알겠지만, 사신부가 오천 번대 이상을 받는 일은 없으니, 따로 걱정할 일은 없겠지만, 아 저 냄새는 어쩔 거야⋯.’


신태웅은 갑자기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기 시작했다.


2 미터 가까운 키, 사신부 출신 반해골이 주위를 휙휙 둘러보더니 다짜고짜로 앞줄에 앉아있는 설무용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앞에 딱 버티고 섰다.


‘어? 사신부는 번호 빨 보다는 무력이라더니 서열 싸움 한번 보는 건가?’


신태웅은 흥미롭게 그를 관찰했다.

이참에 차사부 원탑의 무력을 직관하는 영광을 얻게 되는 게 아닌가 싶어 나름 마른침까지 꼴딱 넘기려는 찰라.


“영광입니다. 선배님. 사인 좀 해주십시오.”


무표정한 얼굴로 읽고 있던 연애소설을 접는 설무용은 사신을 유심히 바라봤다.


“팬입니다. 선배님.”


설무용은 그런 그를 향해 빙긋 웃어 보이더니 익숙하게 펜을 꺼내며 물었다.


“어디에 사인을 해주면 될까?”


사신이 네 번째 왼쪽 늑골을 팔을 들어 보여주자 설무용은 껄껄 웃으며 그곳에 사인해준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영광이에요.”

“같이 교육받을 입장이니 선배 소리는 좀 그렇고, 그냥 번호로 호칭합시다.”


그가 차사증을 꺼내어 보여주니 1999번이다. 신태웅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어라라라? 이것 봐라? 내가 더 높네?’


“아니 제가 어찌 하늘 같은 분께 번호로 호칭을 하겠습니까! 그러시지 마시고 선배님! 이번 교육,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강사나 교육관 있을 때만 좀 주의해주시죠?.”

“예. 그럼요. 제가 눈치 하나만큼은 백 단입니다. 걱정 마시고요. 정말 영광입니다. 이렇게 뵙게 돼서 진짜⋯. ”


‘어쭈? 진짜로⋯ 아이고~ 울겠네. 울겠어.’


신태웅이 보기에 그는 어찌나 감동했는지 눈물을 그렁그렁, 너덜너덜한 볼에서 바람이 훅훅 빠져나갔다. 상어의 아가미가 저럴까⋯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무슨 이야길 했는지 설무용이 반해골의 등을 토닥토닥하며 위로해준다.


‘그러고 보니 <사신부>의 상황이라면 이곳에서의 교육은 징계가 아니라 포상이겠구나?’


신태웅은 저기 감동에 취해있는 시취나는 반해골 친구를 앞으로 어찌 대해야 할지 감이 좀 잡혔다.


‘사신놈은 좀 더 관찰해 봐야 겠어!’


해골은 설무용에게 사인을 받은 자신의 늑골을 빼서는 이리 보고 저리 보고 헤벌레 해서는 좋아라 하고 앉아 있다.

넝마 같은 옷으로 열심히 늑골을 닦아도 보고 광도 내다가 다시 자기 갈비에 맞춰 넣고는 팔짱을 끼고 흐뭇해한다.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고 있을 때 뒷문이 다시 드르륵 열렸다.


늘씬한 다리에 속눈썹이 깊은 큰 눈. 버들잎처럼 날렵한 아이라인, 옴팡지게 반듯한 이마. 작지만 오뚝한 코,


그녀다.

차고은!


그래, 미인은 두개골부터 이쁘고 봐야지.

정말 동그란 골상이 모난 곳 하나 없이 매끄러웠다.

선배고 선생이고 자기보다 번호가 높으면 충성하고, 한 끗발이라도 번호가 빠지면 개 보듯 하는 서열주의자.

아무리 차사가 서열집단이라고 하지만, 정도라는 게 있는 거다.

그리고 그 니 좋다는 서열이란 거, 내 오늘 단단히⋯!!


‘어라?’


그녀가 뒷문으로 들어와 앞쪽의 자리를 잡으러 가면서 아래쪽으로 게슴츠레 뜬 눈으로 자신의 차사증을 스캔하는 걸 신태웅은 슬로우비디오처럼 느꼈다.


‘흥?’


‘지금 나보고 콧방귀 뀐 거야?’


‘미묘하지만 저 표정은 콧방귀? 뭐⋯ 뭐지? 어? 왜 비웃는 듯 입꼬리가 올라가는 건 뭔데?’


‘헛!’


신태웅의 눈에 그녀의 차사 번호는 어제 자신이 확인한 1988번이 아닌 1977번으로 바뀌어있었다.


분명 어제 자신의 두 눈으로 확인한 번호는 1988번이었는데? 자신의 1978번에 딱 10개 빠지는 번호라 신태웅의 뇌 속 행복 회로에 아드레날린을 뿜뿜 왕창 넣어주었던 바로 그 생생한 기억이 지금 한 방에 작살이 나버렸다.


‘왜?’

‘왜에에에에!’

‘왜 바뀐 건데?’

‘어떻게 하루 만에 바뀌지?’

‘그리고 지금 이 한 끗발 딸리는 번호로 저년이랑 4주를 같이 교육받아야 한다고?’

‘왜 그런 건데에에!!!’


신태웅은 다시금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때 퍼뜩 징계위원회에서 발급한 징계서의 마지막 문구가 떠올랐다.


[위 징계에 불만이 있거나 재심을 요청하실 경우에는 1주일 이내에 차사부 중앙징계위원회 재심과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그건가?’


후두골 뒤쪽이 뜨끈해지면서 신태웅은 미간이 불끈 튀어 오르게 인상이 구겨졌다.


‘그래⋯ 저년이라면 뭘 던지더라도 바꾸고도 남을 년이야⋯’


***


수업 시간을 알리는 벨이 울리기 직전

교육실 뒷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짱딸막한 키에 희끗희끗 백발이 섞인 스포츠형의 머리, 다부진 얼굴의 50대였다.


그는 힐끗 주위를 둘러본 후 옆모습이 매력적인 차고은의 바로 옆줄에 앉아서 위아래로 그녀의 외모를 훑으며 속으로 품평을 열심히 하는 모양새. 그녀가 노골적인 혐오의 시선으로 돌아보며 그 사내의 가슴에 붙어있는 차사증을 살폈다.

그리고 나타난 동공 지진.


“어머! 오랜만입니다. 선배님”

“아. 오랜만이네. 여기서 만날 줄 몰랐구먼.”

“하하하⋯ 그⋯ 그러네요.”


‘어라라? 이건 또 무슨 경우냐?’


신태웅은 빠르게 두뇌를 회전 시켜 지금의 이 방의 짬순을 따져봤다.


저 땅딸막한 아저씨가 1순위라고?

그럼 그다음이 저 여우 같은 차고은,

그리고 다음이 자신,

그 뒤가 전설의 설무용,

마지막이 저 시덥잖은 시취나는 반해골의 사신 순이리라.


아직 번호를 아는 사람은 셋이지만, 저 여자가 분명 ‘선배’라고 표현하였다는 것은 현시점.

실시간으로 서열순을 분명하게 따지는 것이 그녀의 성격이니 반론의 여지가 없이 저 땅딸보가 일순이었다.

사자부는 5천 번대 위로는 받을 일이 없으니 사신이 말번.

더는 이 상황에서 서열순 추측이 틀릴 일은 없었다.


신태웅은 그나마 자신이 딱 중간이고, 저 짜증 나는 여우가 선임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이는 상황인지라 전설 옆에만 잘 붙어있다가 이 징벌 교육을 무사히 수료한다면 이후로 그가 그녀를 더는 볼 일이 없을 것이었다.


‘어찌어찌 4주만 잘 버텨보자.’


‘이제 교강사만 잘 만나면 되는 것인가?’


/드르르르륵/


교육장 앞문이 열리며 검은 정장 차림의 교육 강사가 들어왔다.

아무 말 없이 프린트물 세 장과 황색의 봉투 하나를 나눠주고는 천천히 한 명씩 살펴보다가 설무용과 눈이 마주치자 강사는 으흐흐흠 헛기침을 했다.


“아. 5명이죠? 그럼 모두 모인 것으로 알고 교육 시작하겠습니다.”


그가 주의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리고 이곳 교육장 내에서 교강사는 차사증 패용 안 하는 거 아시죠? 교육 기간에는 교강사와 교육생 간에는 차사 순번은 의미가 없다는 것도 잘 아실 거로 생각합니다. 그리 이해하고 진행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이번 교육을 책임진 교강사 박 덕진입니다.”

“⋯⋯”

“반갑습니다.”


모두 조용한 가운데 교강사에게 인사를 던진 이는 마냥 해피한 시취 반해골의 사신 뿐이었다.

역시 예상대로 징계 교육이라기보다는 포상 교육으로 들어온 놈이 분명했다. 해맑네. 해맑아. 표정부터 아주 좋아 죽내. 죽어.


“아직 차사증 패용 안 하셨네요?”

“내일쯤 발급된다고 하네요.”


교강사의 질문에 시취 반해골이 답했다.


“아. 알겠습니다. 서로 인사들은 하셨나요?”

“아직입니다.”

“⋯⋯.”


강사가 출석부를 살피더니 말했다.


“음⋯ 그럼 오수관 씨?”

“예?”


짧은 머리의 땅딸보 50대가 부끄러운 듯 말을 받는다.


“어찌 오게 되신 거죠?”

“아⋯ 그게 그러니까⋯ 에⋯.”

“편하게 이야기하시죠? 여기 오신 분들 다 오신 이유를 들어볼 테니까⋯ 굳이 말씀을 안 하신다 하여도 제가 강사 입으로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더 상황이 분명해질 테니 그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분의 실수담을 듣는 것은 다시 이곳에 오지 않기 위한 좋은 재교육이 될 겁니다.”

“그게⋯ 제 경우에는 발급받은 명부를 잃어버려서⋯.”

“네?”

“그게 분명히 발급 나온 명부를 주머니에 넣은 기억은 있는데⋯ 찾아도 못 찾겠더라고요.”

“킥!”


“크하하하하”


분위기 못 맞추고 크게 웃고 있는 시취 반해골을 오수관이 짧게 노려보자 그가 뼈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손으로 입을 막고 웃음을 참았다.

그 볼의 상어 지느러미 같이 찢어진 피부가 훅훅 소리를 내며 떨어댔다.


“아. 그래서⋯ 누굴 데리고 와야 하는지 알 수 없으니 망혼이 된 거군요.”

“전날 술을 좀 적당히 먹었어야 하는 건데⋯, 부자집 외동아들 데리러 가는데 객귀 상이 너무 잘 차려져 있어서⋯ 그걸 좀 먹다 보니 그만⋯.”

“아⋯ 그건 거의 8백 년 전 술수일 텐데, 제대로 당하신 듯합니다?”

“아직 죽지도 않은 이를 위해 제사 객귀 상을 차려두는 법도 있습니까?”

“점쟁이들이 죽을 날을 점치고서 그 액막을 한다 하여 크게 한 상 차림을 해 차사를 달래는 법은 옛날부터 있었습니다. 무당이 액막을 치는 당일이 딱 그날인 경우는 잘 없지만 그래도 신통한 무당이 잘하면 명부의 날을 맞출 수도 있지요. 어찌 알겠습니까? 대부분은 소발에 쥐 잡히듯 우연인 경우입니다만, 간혹 큰 병치레를 하고 멀쩡히 살았다가 엄하게도 멀쩡한 몸으로 객사하는 사람이 생기는 이유가 점쟁이들이 액막이 객상으로 차사를 낚아서 망실한 경우입니다. 객귀상 낚시는 종종 발생하는 겁니다.”

“아무튼 그리되었습니다.”


‘식탐 때문에 망혼을 하다니⋯’


관상은 과학이란 말이 맞는 듯, 신태웅은 그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수관의 입꼬리 밑에 붙은 늘어진 살집은 그가 먹고 싶은 음식 앞에서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는 이임을 나타낸다. 아마도 욕심이 많고 남을 시샘하기를 즐기는 성격이리라.


“차고은씨?”

“네!”

“어찌 오시게 된 것인지 발표를 부탁드립니다.”

“제 사유는 비공개 보안등급으로 알고 있습니다.”


강사가 살짝 기대했다가 응? 하는 느낌으로 다시 출석부의 서류철을 좀 넘기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렇군요. 어쩔 수 없죠. 딱히 간략하게라도 말씀해보실 생각은 없나요?”

“없어요.”


강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마도 강사 짬으로도 알 수 없는 내용. 비공개 보안등급으로 분류되어있는 모양이리라.


“설무용 님?”


‘님? 크~! 저 강사 새끼. 누군 씨고 누군 님이냐?’


“같은 이유로 비공개하겠습니다.”

“아⋯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강사가 출석부를 다시 열어보더니 신태웅을 지목한다.


“신태웅 씨?”

“아? ⋯예?”


앞에서부터 자리에 앉아 있는 순번대로 시키는 것 같아 그래도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다가 건너건너 엉겁결에 자신의 발표 차례가 되자 신태웅은 급 말문이 막혔다.


“어찌 망혼 하신 겁니까?”

“아. 그⋯ 그게 제시간에 귀혼지에 도⋯도착을 못 했습니다.”

“도착을 못 한 이유가 뭐죠?”

“아⋯ 음⋯ 그것이 제가 전날 속탈이 났는지 몸이 많이⋯ 안좋아서⋯. “

“네?”

“컨디션이 좋지 못하여 도착해야 할 위치를 찾기가 좀 힘들었습니다.”

“속탈이 나셨다고요?”

“아⋯ 네⋯ 전날 뭘 잘못 먹었나⋯ 속이 안 좋아서⋯그랬습니다.”

“크하하하하”


시취 반해골이 또 한 번 크게 웃자 뒤를 돌아보던 오수관이 그를 힐난한다.


“아니 자넨 왜 그리 웃는가? 설사병 나서 망혼할 수도 있는 거지⋯.”


시취 반해골과 땅딸보 오수관은 언제 이야기라도 해본 친구인 양 첫 대화부터 날 주제로 신명 나게 이야길 주고받았다. 아마도 나를 면박 줘야 자신의 망혼이 조금은 덜 부끄러운 사유가 되는 양 오수관은 거드름을 피우며 날 두둔했다.

이름 따라 그의 심보에서 하수구 냄새가 났다.


“신태웅 씨?”

“네?”


강사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질문한다.


“사유서에는 전일 망귀를 잡는 일 때문에 피로가 누적되어서 길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적혀있어서요. 사유가 지금 말한 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아차!

신태웅은 사고 다음 날 찾아왔던 감찰부 소속 차사들에게 떠들었던 일이 이제야 떠올랐다. 하지만 아무렇게나 둘러댄 이야기가 지금 다시 디테일 있게 생각나기란 소원한 상황.


‘내가 뭐라고 둘러댄 거였지?’


신태웅은 그날 징계부와 새 차사증을 가지고 찾아온 감찰부 둘 중에 여자 쪽 감찰부원이 통통한 게 조금은 귀여웠다 뭐 그런 정도밖에 그날 그들에게 무슨 말을 떠들었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크으으으 이 돌대라기⋯! 생각을 해! 생각을! 생각하라고⋯!’


아무리 기억해내려고 해도 그때 자신이 뭐라고 떠들었던 건지 생각이 나질 안았다. 지금은 거의 백지를 놓고 읽어야 하는 상황.


“아⋯! 그게 마⋯ 마마⋯ 망귀가⋯ 그자가 발이 빨라서 전날 잡느라 고생을 좀 했는데, 명계로 망귀를 발혼한 후에 먹은 음식이 안 좋았는지 탈이 나서⋯.”

“차사가 속탈이 난다고요?”


생뚱맞게도 자신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표정으로 강사는 신태웅을 쳐다봤다.


“아⋯ 그것이⋯.”


신태웅의 목 뒤로 식은땀이 올라왔다.

자신이 생각해도 자기 말이 안 맞았다.


“차사의 몸은 반시 상태 아닌가요? 죽은 것도 살아있는 것도 아닌 반시의 상태인데 속탈이 났다는 이야기는 저도 죽고 나서 처음 듣는군요.”


강사다운 정답.

반 좀비가 배가 아플 리가 없는 것은 당연한 상황.


“그렇지! 나처럼 술에 취한다면 또 모를까⋯. 거 좀 이상하긴 하네.”

“킥킥킥! 전 위도 없어요.”


이야길 듣고 있던 오수관이 궁금한 듯 말을 받았다. 그보다 옆에서 대놓고 웃고 있는 사신이 더 얄미웠다.


‘뭐⋯ 뭐라고 말해야 하지?’


딱 취조받는 느낌.

저 강사는 분명 현장에 있을 때는 감찰부 소속이었음이 분명했다.

오만가지 이야기와 생각이 머릿속을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있었지만, 정작 뭐라고 자신을 변호하며 사유서를 써냈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신태웅은 당장 한마디도 떠들기가 쉽지 않았다.


신태웅이 우물쭈물 말도 잘 못 하고 있던 그때 차고은이 툭 한마디를 던진다.


“심리적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죠.”

“심리적?”

“망귀가 사실은 사고로 죽은 전. 여. 친.이라거나⋯.”


차고은은 예의 그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로 신태웅을 쳐다보며 말했다.


‘뭐지?’

‘싸~한데?’

‘말에 뼈가 있다.’

‘그런데 왜 이리 아프냐? 혹 우리 사귄 적 있소?’


차고은의 조금은 경멸에 찬 눈빛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차갑게 식는 느낌.


“망귀가 혹 아는 사람이던가요?”

“아. 그 망귀가 제 어머님을 조금 닮아서 ⋯.”

“아. 그렇군요. 심리적 요인이라⋯ 이해했어요.”


강사가 출석부를 딱 하고 덮으며 말한다.


“그럴 수도 있군요. 아무튼 알겠습니다.”


‘히유우우우⋯’


“그럼 마지막으로 강태관 씨?

“강태강 입니다.”

“아. 그렇군요. 강태강 씨?”


호명된 시취 반해골이 벌떡 일어나더니 반듯하게 반절 인사를 하고는 쾌활하게 말했다.


“반갑습니다. 사신부 수석 강태강입니다.”


‘수석? 역시. 포상 교육?’


“이번 연도 전반기 사신부 업무 평가 전체 수석을 하여서 차사부로 승격하게 되었습니다. 전 사신부 수석, 현 차사부 막내입니다. 반갑습니다.”

“아. 사신 부장님은 여전하신가요?”

“여전하시냐고요?”

“아⋯ 그⋯ 아실 텐데⋯.”

“아! 네! 여전하십니다.”

“그래요? 안타깝네요.”

“아. 그리고 여기 사신 부장님이 주신 서찰입니다.”

“네? 서찰이요?”

“명령서 같던데⋯, 전 보안등급이 안돼서 내용은 모릅니다.”


강사가 반해골이 건넨 두 장의 서신을 받아들었다.


한 장은 바로 꺼내어 읽었지만 다른 한 장은 강사인 자신도 보안등급이 안되는지 서신을 출석부에 갈무리해서 넣었다.

다시 꼼꼼하게 방금 본 서신을 읽은 강사는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

그리고 조금은 체념한 듯 출석부를 이리저리 뒤져보더니 말했다.


“차출 명령이군요!”

“?”

“차사부 시왕 관리실장 특명으로 내려온 전갈입니다. 차출은 여기 계신 여러분 전체군요.”

“??”

“그래서 징계용의 재교육은 오늘 여기까지입니다. 이 명령서를 가지고 오늘 오후 네 시까지 다섯 분 모두 시왕 관리부 감찰실로 오라는군요.”

“???”

“이건 돌려드리죠. 받으세요.”


강태강은 강사에게서 방금 건넨 명령서를 돌려받았다.


“그럼 강의는 오늘, 여기까지고요. 다시 재교육으로 뵙는 일 없길 바랍니다. 명령서에 차출 내용 있을 테니 공유하시고 네시까지 감찰실로 가시면 됩니다. 그럼.”


강사는 인사와 함께 바로 나가버렸다.

벙 찐 신태웅은 교실에 남아있는 다른 차사들을 살펴봤다.


‘차출? 왜?’


가만히 앉아있던 차사 설무용이 천천히 일어나선 이미 자신은 내용을 다 알고 있다는 듯한 얼굴로 주위를 돌아보며 말했다.


“갑시다.”


‘왜에!’

‘왜 가야 하는 건데?’

‘누가 말 좀 해주라~!’


신태웅은 당황한 얼굴로 설무용을 바라봤다.


(계속)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귀감명부(鬼勘名簿)]

 

저승차사가 들고 오는 일곱 가지 명부 중 하나로 일반적으로 이승을 떠돌아다니며 살아있는 이에게 해를 끼치는 악귀를 잡는 명부이다.

 

원귀가 이승에서 오래 생활하면 그 귀기가 쇠하여 더는 움직이지 못한다.

하여 자신의 기를 보해줄 수 있는 물건이나 장소에 묶여 지막령(地縛靈)이 된다.

허나 그렇게 자기 있을 자리를 잡지 못한 원혼은 인간의 기를 훔치거나 인간을 해하는 악귀(惡鬼)가 된다.

 

악귀는 생혼을 잡기 위해 스스로 능력을 발현하기에 다른 일반적인 망자의 혼이나 원귀보다 강력하며 귀감명부(鬼勘名簿)는 이런 능력이 있는 귀신을 잡기 위한 명부이다.

 

귀감명부차사는 그러므로 명부에서 능력을 뽑아 쓰는 방법을 특별하게 연습하며, 다른 차사보다 고도화된 팀 전술로 훈련한다.

대부분 팀으로 움직이며 둘 이상이 같이 호흡하여 악귀를 잡는다.

 

특히 차사의 권능 중 귀막(鬼膜)을 펼칠 줄 알아야만 귀감명부차사가 될 수 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13 메디블록
    작성일
    20.01.18 22:29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레드풋
    작성일
    20.01.19 05:45
    No. 2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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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7화. 특무대와 염라명부차사(1) 20.01.13 17 0 14쪽
66 66화. 방만희와 허깨비들(9) +2 20.01.11 39 1 13쪽
65 65화. 방만희와 허깨비들(8) 20.01.10 1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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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2화. 방만희와 허깨비들(5) 20.01.07 14 0 11쪽
61 61화. 방만희와 허깨비들(4) 20.01.06 16 0 14쪽
60 60화. 방만희와 허깨비들(3) 20.01.04 20 0 11쪽
59 59화. 방만희와 허깨비들(2) 20.01.03 19 0 14쪽
58 58화. 방만희와 허깨비들(1) 20.01.02 21 0 17쪽
57 57화 . 쌍둥이 아빠 주광진 (2) 19.12.31 18 0 17쪽
56 56화. 쌍둥이 아빠 주광진(1) 19.12.30 20 0 16쪽
55 55화. 택배원 김씨와 방만희(2) 19.12.28 18 0 12쪽
54 54화. 택배원 김 씨와 방만희(1) 19.12.27 25 0 18쪽
53 53화. 소방교 주권현 (5) 19.12.26 19 0 14쪽
52 52화. 소방교 주권현 (4) 19.12.24 23 0 13쪽
51 51화. 소방교 주권현 (3) 19.12.23 16 0 12쪽
50 50화. 소방교 주권현(2) 19.12.21 21 0 22쪽
49 49화. 소방교 주권현(1) 19.12.20 15 0 12쪽
48 48화. 카통고(2) 19.12.19 19 0 14쪽
47 47화. 카통고(1) 19.12.18 19 0 18쪽
46 46화. 염라명부 차사(6) 19.12.17 15 0 14쪽
45 45화. 염라명부 차사(5) 19.12.16 18 0 17쪽
44 44화. 염라명부 차사(4) 19.12.14 18 0 17쪽
43 43화. 염라명부 차사(3) 19.12.13 16 0 17쪽
42 42화. 염라명부 차사(2) 19.12.12 16 0 19쪽
41 41화. 염라명부 차사 (1) 19.12.11 20 0 17쪽
40 40화. 징계소왕과 허깨비(4) 19.12.10 21 0 14쪽
39 39화. 징계소왕과 허깨비(3) 19.12.09 18 0 16쪽
38 38화. 징계소왕과 허깨비(2) 19.12.06 20 0 19쪽
37 37화. 징계소왕과 허깨비(1) 19.12.05 19 0 12쪽
36 36화. 이야기의 시작 (5) 19.12.04 25 0 16쪽
35 35화. 이야기의 시작 (4) 19.12.03 24 0 17쪽
34 34화. 이야기의 시작 (3) 19.12.02 20 0 19쪽
33 33화. 이야기의 시작 (2) 19.12.01 19 0 18쪽
32 32화. 이야기의 시작 (1) 19.11.30 28 0 15쪽
31 31화. 사고 (6) 19.11.29 23 0 14쪽
30 30화. 사고 (5) 19.11.28 19 0 17쪽
29 29화. 사고 (4) 19.11.27 25 0 19쪽
28 28화. 사고 (3) 19.11.26 21 0 18쪽
27 27화. 사고 (2) 19.11.25 20 0 16쪽
26 26화. 사고 (1) 19.11.24 26 0 21쪽
25 25화. 특무대 (5) 19.11.23 27 0 19쪽
24 24화. 특무대 (4) 19.11.22 26 0 18쪽
23 23화. 특무대 (3) 19.11.21 27 0 20쪽
22 22화. 특무대 (2) 19.11.20 27 0 16쪽
21 21화. 특무대 (1) 19.11.19 32 0 15쪽
20 20화. 탈명자(3) - 새 이름 19.11.18 29 0 13쪽
19 19화. 탈명자(2) - 추격전 19.11.17 33 0 18쪽
18 18화. 탈명자(1) - 소녀 정제수 19.11.16 36 0 11쪽
17 17화. 프로그래머 방만희(4) 19.11.15 37 0 16쪽
16 16화. 프로그래머 방만희(3) 19.11.14 45 0 18쪽
15 15화. 프로그래머 방만희(2) 19.11.13 37 0 16쪽
14 14화. 프로그래머 방만희(1) 19.11.12 39 1 19쪽
13 13화. 택배원 김 씨(3) 19.11.11 40 1 13쪽
12 12화. 택배원 김 씨(2) 19.11.10 83 0 15쪽
11 11화. 택배원 김 씨(1) +2 19.11.09 49 2 13쪽
10 10화. 차사 신태웅(8) 탈명특무대 +2 19.11.08 52 2 18쪽
9 9화. 차사 신태웅 (7) 차출(2) +2 19.11.07 72 2 13쪽
» 8화. 차사 신태웅(6) 차출 +2 19.11.06 65 2 19쪽
7 7화. 차사 신태웅(5) 재교육(2) +2 19.11.05 70 2 16쪽
6 6화. 차사 신태웅(4) 재교육 +2 19.11.04 81 2 13쪽
5 5화. 차사 신태웅(3) 징계 +2 19.11.03 90 2 15쪽
4 4화. 차사 신태웅(2) 미로진 +2 19.11.02 96 3 13쪽
3 3화. 차사 신태웅(1) 망혼 +3 19.11.02 124 3 17쪽
2 2화. 무녀. +3 19.11.01 178 4 19쪽
1 프롤로그 & 1화. 무명(無名) +4 19.11.01 430 5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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