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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긴
작품등록일 :
2012.10.20 08:05
최근연재일 :
2012.10.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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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6,343

작성
12.09.09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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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9

DUMMY

<10>


드디어 결전의 날이 왔다. 우진은 자신이 생각하는 최대한 한심한 복장을 하고 카페 랜덤하우스로 향했다. 하지만 카페의 문을 열자 우진은 자신이 패션의 최첨단을 달리는 세븐즈리그의 도시, 시스릿드의 패션 아티스트가 된 기분이 들었다. 상대성이론이랄까? 우진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몰골이 진짜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 사이에서 그나마 부티 나는 이가 한명 앉아있었으니 그가 바로 오크 폭력조직 샤라크둠의 두목인 샤라크였다. 우진은 샤라크에게 최대한 가까이 앉았다. 샤라크는 전신을 고급 양복으로 두르고 손가락에는 금가락지를 주렁주렁 낀 채 우아하게 이를 쑤시고 있었다. 오크가 이쑤시는 게 우아해 보일 정도면 이 주위는 정말 심각한 거다. 멋의 블랙홀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어이쿠. 어서오세요. 이분은 처음뵙는 분 같은데.”

샤라크는 우진에게 악수를 청했다.

“이분 좀 멋쟁이시네.”

가장 초토화되었다 싶을 넝마를 걸치고 왔는데 샤라크가 우진을 칭찬한다. 우진은 기뻐해야 할지 모를 난감한 심정으로 샤라크와 악수를 나눴다.

“난 샤라크 입니다. 당신은 누구죠?”

“다말, 다말 샤크펜슬입니다.”

“오오 다말씨. 반갑습니다. 근데 이름 참... 대단하군요.”

다말 샤크펜슬이라면 세븐즈리그 상공회 의장이자 세븐즈리그를 어둠에서 지배하는 최강의 실력자다. 그래서일까? 자식의 이름을 다말이라고 짓는 이들은 꽤 많았다. 샤라크는 거짓 이름을 댄 우진을 전혀 의심하지 않고 반갑다는 듯 악수를 청했다. 매너가 좋아서 이거 뭐 도저히 깡패 두목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깡패 두목으로 봐야한다. 지금 이곳의 공기는 그야말로 썩기 일보직전이라 깡패 두목이 차라리 준수하다.

‘이 인간들 대체 목욕을 안 한거야 아니면 시궁창에서 사는 거야?’

그야말로 끔찍한 악취가 코를 찌른다. 게다가 다들 매너가 없다. 우진이 자리에 앉으려고 할 때 마다 살을 문대다시피 들이밀고는 되려 성질이지 않나, 몇몇 놈들은 애들처럼 자리를 바꾸며 주위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자 일단 다들 자기소개를 돌립시다. 다들 온 것 같은데.”

샤라크의 주도로 모두들 자기 소개를 했다.

우진의 옆에는 샤라크와 나오타라는 인간 남자가 앉았다. 나오타의 경우는 30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데 무슨 환자처럼 전신이 비쩍 말랐다.

“안녕하세요. 엘프는 역시 은발이 최고죠?”

“...아, 예. 예...”

이걸 대체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우진은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맞은 편 테이블에서 한 남자가 일어났다. 일어나도 그다지 크지 않은 게 이 남자는 놀랍게도 노움족이었다.

“뭐, 뭐라고? 엘프는 백발이 최고라능!?”

“백발 그거 늙은이 같지 뭐....”

나오타가 촌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자 노움도 발끈했다.

“은발, 그거 금속 가발 같아서 번들번들 광택이나 나지.”

“으, 은발 무시하지 말라능!?”

“님이 먼저 무시했잖냐능?!”

우진 입장에서는 백발이나 은발이나 크게 차이를 못 느끼겠는데 이들은 그걸 가지고 티격태격 다퉜다. 그러자 샤라크가 중재에 나섰다.

“자자 다들 그만하세요. 서로의 취향은 존중해야지요. 여기서 우리들끼리 싸우면 어쩝니까?”

“아... 예.”

샤라크의 말에 모두들 수긍했다. 이 분위기를 보니 샤라크는 너무 좋은 사람, 아니 좋은 오크 같아보였다. 이거 간단히 잠입해서 나중에 추적이나 좀 할까 했는데 이래서야 원... 우진은 정신적 피로가 몰려오는 걸 느꼈다.

“우선 뭣부터 할까요?”

“샤라크 총수님의 소설 낭독부터 하지요.”

우진을 제외한 모두가 샤라크를 존경의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우진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샤라크의 소설이라면 그 ‘금단의 열락’이라는 것일텐데 그거 성인 소설 아닌가? 그 낭독회를 이런 공공장소에서 하잔 말인가?

“실은 이번에는 신작을 썼습니다. 들어와.”

샤라크가 손뼉을 치자 젊은 하프엘프 여성 한명이 가게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녀는 아직 출간되지 않은, 손으로 직접 쓰인 원고를 옆에 끼고 있었다. 카페 안에 있던 남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 꽂혔다. 인간이 보기에는 역시 미인으로 보이지만 동네 미녀 정도라고 할까? 좀 수수한 모습의 아가씨였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누군가? 엘프 마니아들이 아닌가?

하악하악

노골적인 숨소리가 카페안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노예선에서 한창 채찍질 하며 노를 저어도 이렇게 큰 숨소리가 나진 않을 것이다.

‘이 인간들 너무 이상해!’

우진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기겁했다.

하프엘프 여성은 원고를 들고 읽기 시작했다. 내용을 대충 요약하자면.

젊은 오크전사가 동료들과 함께 사악한 용을 퇴치하기 위해 비술을 터득하고 마법의 도끼를 구하러 가다가 동굴에서 엘프 여성과 함께 뱀에 물리고 만다. 이 뱀은 천년 만에 깨어난다고 하는 음양합모사라는 독사로 독을 해독하기 위해선 남녀가 교합해서 음기와 양기를 나눠 해독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게 어딨어! 라고 우진은 이 대목에서 속으로 절규했다.) 그래서 숭고하고 착한 오크전사는 어쩔 수 없이, 사심없이 순수하게 동료를 구하기 위해 동료 엘프와 통정하는데 이 엘프는 처녀이면서도 오크 전사의 거대한 남근에 의해 절정을 맞이하게 되고(그럴 리가 있나! 라고 우진은 또 한탄했다.) 그 후 완전히 발정나 머리 속에서 오크 전사의 남근이 오락가락 하는 중독상태에 빠지고 만다.(말도 안돼! 억지다! 그럴리가! 우진 완전히 패닉상태.) 게다가 그런 그에게 새로운 동료로 하프엘프 소녀와 다크엘프 암살자가 합류하게 되니....

여기까지 낭독한 하프엘프 여성은 원고를 덮었다. 입 밖으로 반박의 말을 내뱉고 싶어 미칠것 같던 우진이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번에 한숨을 내쉰 건 우진 만이 아니다. 다른 이들도 일제히 한숨을 내쉬었다.

“허어. 숨 쉬는 것도 잊을 정도였습니다.”

“정말... 정말 훌륭하군요. 시대의 명작입니다. 과연 샤라크님.”

“님 정말 끝내주신다는... 저 잠시 화장실 좀.”

“저도 화장실 좀.”

이 엘프 마니아들은 다들 칭찬에 칭찬을 거듭했다. 우진은 어이가 없어서 멍청히 제 자리에 앉아있었다.

“이 뒷부분이 궁금하시면 곧 출간할 제 신간 ‘오크영웅 샤크라이’를 보시면 됩니다.”

신작 광고인가. 화장실에 갔던 사람 들이 돌아오자 이들은 또다시 모여들었다.

“다페날에서 가장 아름다운 엘프 여성은 누구일까요? 이 주제로 또 토론을 하게 되겠군요.”

“이 주제의 토론은 참 끝나질 않는다는?”

이놈들은 대체 뭐냐? 우진은 어이가 없어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진심이다. 아무리 보아도 진심으로밖에는 안 보인다.

“켈리스타 네뷔는 어때요?”

켈리스타 네뷔는 다페날 하원의회의 의장으로 떠오르는 신진 정치가였다. 그녀는 아름다운 용모를 가지고 있지만 단 네뷔라는 다크엘프 남자와 2남1녀를 낳았다.

“아줌마는 됐다능?”

“엘프는 애 낳아도 아줌마 아님!”

“나는 유부녀 좋아함! 유부녀 까면 사살임!”

엘프마니아들 끼리 티격태격 다투었다. 그러자 다시 샤라크가 그들을 중재했다.

“다음 분은?”

“다나에 루시펜은 어떻습니까?”

“다나에 루시펜이라.”

다나에 루시펜은 다페날의 상류층을 상대하는 화류계 정점의 여인으로 그녀와 이야기를 하려면 금화 오십 메세타를 내야하고 술을 마시기 위해서는 200 메세타, 하룻밤을 같이 보내기 위해서는 금화 천 메세타를 내야 한다는 전설적인 다크 엘프였다. 게다가 하룻밤을 같이 보낸다 해도 그녀를 품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오로지 그녀가 선택한다고 한다.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남자는 품지 못하는 전설적인 기녀. 그녀라면 확실히 지독하게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의 반응은 심드렁했다.

“더러운 창녀는 필요 없어욧!”

“뭐... 뭐라고? 나의 다나에는 더럽지 않아! 그 말 취소해!”

사람들이 다툴 때마다 샤라크가 그들을 중재하니 모두들 말을 잘 들었다. 사람들이 이렇게 원형으로 돌아가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사람의 이름을 말하다니 오히려 좋은 기회다. 우진은 자신의 차례가 오면 미스티 디아스의 이름을 부르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전에 그녀의 이름이 나와 버렸다.

“미스티.”

“그, 그러고보니 그게 정말입니까? 미스티가 그 불법 크리스탈에 출연할 거라는 소문이 있던데.”

“그, 글쎄요. 누군지 모르지만 상대 배우는 정말 좋겠다.”

“그러게.”

사람들이 미스티의 이름을 논하자 샤라크의 몸이 굳었다. 우진은 샤라크에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에 알아차린 것이지 다른 이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거 참 이상한 반응일세. 샤라크는 미스티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려고 한 게 아닌가? 하지만 지금 샤라크의 반응은 탐탁치 못한 듯 해보였다. 아무래도 뭔가 사연이 있는가 보다.

“뭐 미스티도 따지고 보면 이혼녀잖아?”

“아니 우리들 과거나 그 사람의 행동을 보지 말고 순수하게 아름다움을 보고 논합시다.”

“예. 순수한 마음으로 말이죠.”

순수는 개뿔이! 네놈들이 순수하면 연쇄살인마도 순진무구하겠다! 우진은 그렇게 내뱉고 싶은 걸 필사적으로 참았다.

그나저나 미스티의 이름은 벌써 나와버렸다. 그럼 우진 차례에는 누굴 부르지? 우진은 잠시 생각해보다 에밀리 디아스를 떠올렸다. 하지만 우진이 그렇게 생각했을 때 우진의 옆에 있던 나오타가 손을 들고 말했다.

“에밀리 디아스!”

“아니. 방금 전에 은발이 최고라면서? 에밀리 디아스는 금발이야!”

나오타와 말싸움을 했던 노움이 발끈했다.

“그건 염색하면 된다는? 에밀리 디아스는 참 이쁘다는. 제 색시삼고 싶다는.”

나오타는 그렇게 말하다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에밀리 디아스는 엘프 마피아의 일원이니까 가문의 존속을 위해서 오로지 동족인 엘프하고만 결혼할 수밖에 없어서 저는 그녀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독신으로 살고 있다는.”

“윽......”

엘프가 아니더라도 결혼 못했을 것 같은데 라는 이야기는 차마 할 수 없었다. 중증이다. 여기 있는 인간들은 다들 극심하다. 우진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런데 이거 이리 되면 궁금해진다. 마침 우진의 차례기도 해서 우진은 그들에게 물어보았다.

“저, 외람된 질문이지만....”

“응? 뭔데?”

“바리에스트라다 공주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엘프는 아니지만 우진이 그날 보았던 그 기품이 넘치고 기백이 넘치는, 사람을 압도하는 듯한 아름다움은 잊을 수가 없었다. 강하고 자애롭고 밝은 그녀의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우진은 가슴이 벅찼다. 엘프 마니아들이니까 바리 공주는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뭐라고 하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에 물어본 것이었다.

“바리에스트라다라면. 바리 공주?”

“전 하이제네럴 바리 공주 말인가?”

엘프 마니아들 사이에서 끄응 하는 신음성이 터져나왔다.

“바리 공주는 확실히 미인이지. 엘프 여성이나 드래곤 여성이나 일맥상통하니까 인정!”

“자, 잠깐만요. 바리 공주 따위가 뭐 미인이에요? 세숫대야에 흠집난 거 안보여요? 그리고 드래곤 따위 인정 못함.”

“맞아 맞아. 귀도 뾰족하지 않고 화나면 머리에 뿔이나 나고.”

“화 안나도 뿔나있지 않나?”

“아니 그래도 그 상처, 개성 있고 멋있잖냐는?”

“바리 공주 가슴 무지 커 보인다는.”

“그게 다 살이 뒤룩 뒤룩 쪄서 그런 거라고요. 엘프 아가씨들에 비해서 그녀는 너무 살쪘어요.”

너무 살이 쪄서 셔츠 밖으로 뱃살이 삐져나온 남자가 투덜거리며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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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1 +2 12.09.09 3,154 14 8쪽
15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0 +4 12.09.09 3,227 19 7쪽
»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9 +1 12.09.09 3,335 24 12쪽
13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8 +2 12.09.09 3,211 18 11쪽
12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7 +3 12.09.09 3,134 20 11쪽
11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6 +2 12.09.09 3,433 20 12쪽
10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5 +3 12.09.09 3,356 18 9쪽
9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4 +2 12.09.09 3,327 20 12쪽
8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 +2 12.09.09 3,629 17 8쪽
7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 +2 12.09.09 4,023 17 13쪽
6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 +4 12.09.09 4,645 20 10쪽
5 제 1 화 - 바리 공주와 재앙의 남매 4 +2 12.09.09 4,580 15 5쪽
4 제 1 화 - 바리 공주와 재앙의 남매 3 +4 12.09.09 4,797 14 11쪽
3 제 1 화 - 바리 공주와 재앙의 남매 2 +2 12.09.09 5,515 16 11쪽
2 제 1 화 - 바리 공주와 재앙의 남매 1 +3 12.09.09 8,005 19 9쪽
1 프롤로그 - 어둠의 여왕과 세븐즈리그 +4 12.09.09 11,353 3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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