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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긴 님의 서재입니다.

아키블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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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긴
작품등록일 :
2012.10.20 08:05
최근연재일 :
2012.10.20 08:05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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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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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4
글자수 :
206,343

작성
12.09.09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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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 1 화 - 바리 공주와 재앙의 남매 2

DUMMY

“이런!”

바리공주는 절망의 군주가 난민들을 학살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를 악 물었다. 그녀는 망치와 방패를 들고 지금 당장이라도 망루에서 뛰쳐나가려 했지만 그런 그녀를 부관이 말렸다.

“안됩니다! 저긴 국경 밖, 아니 아직 솔람의 영토입니다.”

“솔람은 이미 망했잖아?”

“법적으론 망한 게 아닙니다. 여기서 뛰어들면 그건 내정간섭입니다. 저놈들은 국왕의 친서를 가지고 있단 말입니다.”

“큭.”

바리공주는 절대 우둔한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처지가 어떤지, 또 지금 이 상황이 어떤지 잘 헤아리고 있었다. 요새 안으로 들어온 난민이라면 모를까, 그 외에는 그녀가 감히 나설 수 없었다. 저 놈은 퀸즈랜드의 장군인 ‘절망의 군주’지만 현재 분명히 솔람의 국왕의 요청을 받은 상태고, 그에 비해서 그녀는 철저한 외부인, 여기서 선을 넘으면 자칫 전쟁의 빌미가 될 수 있었다. 여기서는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퀸즈랜드의 장군인 ‘절망의 군주’들은 일기당천의 무력을 가지고 있었다. 패해서 도망치는 패잔병과 난민들 무리가 ‘절망의 군주’에 대항해 그 목숨이나 부지할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이다. 그녀가 지켜보고 있는 와중에도 마법의 불꽃이 비처럼 쏟아져 내려 배를 불덩이로 만들고 와이번이 급강하 할 때마다 사람들이 인형처럼 쓸려 차디찬 강물 속으로 내팽개쳐졌다. 적은 단 한 명, 절망의 군주 단 한 명이었지만 난민들은 누구도 그를 당해내지 못했다.

“성문과 수문을 열어!”

바리 공주는 요새의 문을 열 것을 명했다. 이게 또 다른 적의 간계일지도 모르지만 눈앞에서 난민을 죽게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녀가 직접 난민을 구하러 출동하지는 못하니 난민들이 조금이라도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여는 게 고작이었다. 군인으로서 그 이상의 행동은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다.

“도저히 못 참겠군. 세롤! 뒤따라와!”

바리 공주는 망루 위에 서서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빛이 그녀의 몸을 에워싸더니 순간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대신 거대한 푸른 용 한 마리가 망루 위에 내려앉았다. 용은 거대한 몸을 일으켜 세워 하늘을 향해 포효하더니 뒷다리로 망루를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라 리난 강을 거슬러 올랐다. 그 모습에는 절망의 군주도 놀랐는지 잠시 멈칫했다. 저 용이 바로 세븐즈리그의 상장군 중 한 명, 바리 공주의 본신이라는 걸 모르는 이는 없다.

이 북부에서 바리 공주만한 유명인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하지만 절망의 군주는 바리공주의 본신이 나타난 것을 목격하고도 난민학살에만 몰두했다. 여기서 바리 공주가 그를 공격한다면 정말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러니 가만히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바리 공주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이 참극을 그냥 지나칠 성격이 아니었다.




<3>

아키블레이드 레메나삭, 천위류 군학의 종사이자 북의 소국 솔람을 지키며 어둠의 여왕의 군대를 칠일간 홀로 막아낸 명장.

그의 제자와 딸이라고 불리우는 소년소녀는 초췌한 모습으로 갑판 위에 섰다. 난민들이 그들을 에워싸고 횃불과 곤봉으로 그들을 위협했다. 자신들을 살려준 장본인, 레메나삭의 가족이니 난민들은 이 소년 소녀를 지켜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절망의 군주가 불의 비를 내리며 위협하고 있는 지금, 그들은 눈이 뒤집어져있었다.

만약 레메나삭의 제자라는 금발의 소년이 자신의 키만한 대검을 쥐고 있지 않았다면 난민들은 직접 그에게 뛰어들어 그와 소녀를 절망의 군주에게 바쳤을 것이다.

“자자 죽고 싶은 자부터 덤벼주세요. 거기 아저씨 새치기 하지 말고! 내가 번호표라도 뽑아줄까?”

오랜 도피생활로 더럽고 지친 모습이었지만 소년은 당돌하게 빈정거리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난민들은 그 소년의 기백에 놀라 움찔거릴 뿐 누구 한 명 먼저 뛰어드는 이가 없었다.

“함께 덮칩시다!”

“그, 그러지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역시 모두가 서로의 눈치만 볼뿐 뛰어드는 이가 없었다. 대검을 양 손에 쥐고 땅에 기울여 세우고 있는 소년의 모습엔 빈틈이 전혀 없었다. 그는 판옥을 뒤로 하고 사각 없이 서서 자신을 에워싼 난민들을 노려보며 다른 한편으로는 창공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절망의 군주’를 바라보았다.

“으윽.”

소년의 손에 이끌린 붉은 머리칼의 소녀가 균형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그 틈을 타서 난민 중 한 사람이 소년에게 다짜고짜 뛰어들었다.

퍽!

소년은 한걸음 뛰쳐나와 장저로 난민의 얼굴을 강타했다. 소년이라 해도 건장한 체격의 남자아이인지라 충분히 전투능력이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그 다음 벌어진 일은 난민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손바닥으로 한 대 갈긴 것만으로 난민의 몸이 뒤로 날아가 난간에 들이 받고 강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이런 제길!”

“장대나 창을 가져와!”

난민들은 소년의 저항이 거센 것을 보고 우왕좌왕했다. 그 모습을 위에서 내려다보던 절망의 군주는 실소했다.

“역시 범의 새끼를 쥐새끼들이 잡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절망의 군주는 마법의 주문을 외워 강력한 불기둥을 뱃전에 꽂았다. 하지만 그 다음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방금 전 까지 난민들에 대항해 싸우던 소년이 수인을 맺고 손을 치켜들어 절망의 군주가 시전한 주문을 주문쐐기로 깨버린 것이다.

“아니!”

방금 전부터 계속 같은 주문을 시전 했으니, 주문에 대한 분석이 끝난 거겠지만 이렇게 정확하게 주문쐐기를 맞은 건 어이가 없었다. 찰나의 순간 발현되는 공격주문이 이렇게 정확하게 와해되다니. 저 소년이 그의 수를 읽고 있었다는 증거다. 우는 아이도 울음을 그치게 만드는 절망의 군주가 지금 이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한 것이다.

“쥐새끼를 잡고 싶으면 네놈이 직접 내려오시지!”

다 죽어가는 녀석이 무슨 힘이 있는 것일까? 소년은 우렁찬 목소리로 절망의 군주를 도발했다.

“오냐. 네놈이 죽고 싶어서 환장했다는 데 어쩔 수 없지.”

절망의 군주는 비룡의 안장에 꽂혀있던 전투지팡이를 잡고 비룡에게서 뛰어내렸다. 전신을 강철 갑주로 두른 그가 마치 깃털처럼 사뿐히 뱃전 옆 난간 위에 올라섰다. 그의 몸에서 실체화된 검은 영기가 달밤의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꿈틀거렸다. 난민들은 감히 그에게 대항할 생각은 꿈도 꾸지 못하고, 그저 뒤로 물러나 자리를 비켜줄 뿐이었다.

소년은 대검을 들고 절망의 군주를 겨누었다. 아무리 그가 아키블레이드 레메나삭의 제자라 해도, 절망의 군주의 마법을 한 번 와해 시켰다 해도 도저히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그러나 소년은 지금 그의 뒤에 주저앉아있는 소녀를 지키기 위해 절망의 군주의 앞을 가로 막았다.

“그 스승에 그 제자 라더니만, 정말 하나하나 짜증나게 하는 구나.”

절망의 군주는 난간을 박차고 앞으로 뛰어들어 전투 지팡이를 휘둘렀다. 레메나삭의 제자인 소년도 대검을 쥐고 그에게 휘두르자 검과 지팡이가 허공에서 엇갈렸다.

텅!

놀랍게도 소년의 대검이 절망의 군주의 다리갑옷을 후려쳤다. 지칠대로 지친 소년의 검이 갑옷 철판 위에 명중했으니 가렵지도 않은 가벼운 공격이었다. 반면 절망의 군주가 휘두른 지팡이는 소년의 얼굴을 스쳤다.

파악!

피가 후드득 쏟아지며 사방에 강한 향기가 퍼져나갔다. 소나무와 비슷한, 그보다도 훨씬 고급스럽고 우아한 향이 불붙은 배 위에서 번졌다. 소년이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났지만 쓰러지지 않았다. 그는 검을 뱃전 바닥에 꽂고 지팡이처럼 몸을 기대며 겨우겨우 균형을 잡았다. 이렇게 다 죽어가는 놈이 감히 절망의 군주에게 검을 들이대다니... 절망의 군주는 어이가 없었다.

“네놈... 간다르바로군.”

절망의 군주는 솔직히 놀랐다. 간다르바라면 팔부중의 하나로 구름을 타고 다니며 천상의 악기를 연주하고 이슬을 마시며 사는 천상족의 하나였다. 타이세라에서는 그리 보기 어려운 종족은 아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천사(天使)로서지 정명한 생명체로서의 간다르바는 매우 드물었다. 허나 지금 소년의 피에서 배어나오는 그 강렬한 향기는 그가 매우 순도높은 간다르바임을 증명했다. 순수한 간다르바까진 아니라도 적어도 저 소년의 아버지 대에는 간다르바가 섞여있으리라.

절망의 군주는 전투지팡이를 고쳐 잡았다. 그가 주문을 외우자 지팡이로부터 전기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방금 전의 일합으로 피투성이가 된 소년이 이 공격을 막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피투성이가 된 소년은 주문을 외우며 소녀의 앞에 섰다. 자신의 몸을 방패삼아서 절망의 군주의 마법을 받아내려고 하는 것 같은데 부질없는 짓이다. 절망의 군주가 이번에 시전하는 주문은 방금 전과 같이 안일한 생각으로 시전하는 게 아니다. 이중 삼중의 프로텍트를 걸고 시전하는 이 뇌광은 소년과 소녀를 단숨에 불태워 재로 만들 것이다.

“멈춰라!”

그러나 그때 하늘에서 우렁찬 외침이 울려 퍼졌다. 놀랍게도 창공에는 거대한 푸른 용 한 마리가 배회하고 있었다.

세븐즈리그를 수호하는 7인의 장군, 하이 제네럴 바리 공주.

절망의 군주와 대립각을 이루는 세븐즈리그의 수호신이 참지 못하고 직접 뛰쳐나온 것이다. 솔람의 국왕이 써준 친서를 가지고 있는 절망의 군주가 바라던 상황이다.

“멍청한 용족 여자가 제대로 미끼를 물었군.”

절망의 군주는 묶여있던 뇌광을 해방시켰다. 무서운 전격의 격류가 소년과 소녀를 집어삼켰다. 뇌광의 격류는 소년과 소녀를 집어삼키고 배의 가옥과 돛대, 배 전체를 강타했다. 습기를 머금은 목재 속의 수분이 일제히 기화하면서 수증기의 폭발이 일어나 나무를 펄프처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엄청난 전기적 에너지가 갈 길을 못 찾고 방전을 일으키며 사방으로 튀어 마치 불꽃놀이를 연상케 했다. 난민들은 전기불꽃에 맞아 즉사하고, 강에 빠지고, 수증기 폭풍에 삶아져 화상을 입었다. 무시무시한 위력의 전기격류가 폭발하자 배 한척이 바로 공중분해되었다.

“이 자식이!”

하늘을 배회하던 푸른 용이 공중에서 빛을 발하더니 여인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제자리에서 오랜 시간 떠있을 수 없는 용으로서 싸우느니 화신 형태로 싸우는 걸 선택한 것이다. 그녀는 공중에서 뛰어내려 수면 위에 올라섰다. 원래는 잠겨야 하겠지만 마법을 쓴 그녀는 수면위를 마치 바위라도 되는 양 밟고 섰다. 물론 절망의 군주도 수면 위에 서서 그녀를 맞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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