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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맨
작품등록일 :
2024.05.09 21:39
최근연재일 :
2024.05.18 19:23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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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43,712

작성
24.05.09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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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그녀의 일상(2)

DUMMY

문이 열렸다. 그리고 참기름으로 떡칠한 듯한 매끈한 얼굴의 남자가 들어왔다.


“소연아 오늘도 참 예쁘네,”


“안녕하세요. 교수님”


신제철, 183CM의 큰 키에 영화배우 장동건을 닮은 잘생긴 얼굴의 소유자이다. 겉보기에는 20대 후반 정도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40살의 중년이다. 잘생긴 외모에 뛰어난 유머감각을 가진 멋쟁이 교수이며 빌어먹을 학교의 재단 이사장의 하나뿐인 아들이기도 하다. 그가 나쁜 인간 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은 녀석이 교수에는 어울리지 않는 다는 점이다. 그에게 있어 대학이란 안정된 직장과 사람들의 존경, 아리따운 여대생들을 만나기 위한 장소일 뿐이다. 여대생을 만날 생각이면 공대보다는 간호학과에 갈 것이지 왜 여기에 있을까 의문이다.


“세연씨 작업 다 끝났어”


“많이 남았습니다.”


참고로 여기서 작업이라는 것은 녀석의 논문이다. 그는 보통 이하의 지능에 노력까지 하지 않는 게으름뱅이가 돈과 백의 힘으로 교수가 될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답해주는 위대한 사례이다. 고등학교 수학2 수준의 미분 적분 부분에서 쩔쩔메는 모습을 보고 정신적 충격을 받고 그것을 고쳐준 것이 내 인생의 실수 중 베스트 5이다.


교수가 다른 교수의 논문을 쓰는데 도움을 주는 것 그 자체가 잘못된것은 아니다. 문제는 '어느 정도까지 도움을 주느냐'이다. 그리고 녀석은 자신의 논문의 내용에 대해 제목밖에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나도 공짜로 써주는 것은 아니며 상당한 금전적 댓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짜증이 나는 것은 나는 것이다.


“빨리 빨리 좀 완성해 줘”


잘생긴 외모에서 나오는 멋진 미소, 보통의 여대생이라면 얼굴이 붉게 물들정도의 매력이다. 그런데 나한테는 짓지 마라, 그걸 보면 참기름과 식용유에 우유를 섞은 음료를 들이킨 느낌이 드니까


그는 소연에게 개기름이 줄줄 흐르는 얼굴을 들이대며 말하였다.


“소연아, 강의 준비는 잘하고 있니”


“열심히 하고 있어요.”


“우리 소연이라면 잘할수 있을거라고 믿어”


“고마워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고개를 살짝 숙이는 그녀, 일반적인 남자라면 하트에 큐피트의 화살을 사정없이 박아 넣는 모션이다. 이 행동이 의도된 것이라면 그녀는 무서운 여자이고 만약 의도되지 않았다면 더욱 무서운 여자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소연아 내일 같이 식사라도 같이 할수 있을까?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니고 단지 학생들 가르치는데 대해서 여러 가지 조언이라도 해주기 위해서 그래, 이 교수님 믿지”


믿기는 무엇을 믿어, 어떻게든 한번 손을 뻗어 볼 생각이겠지, 너를 믿을 바에는 차라리 두 팔을 새의 날개처럼 퍼덕여 하늘을 나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겠다.


“특별한 일은 없어요.”


“그러면 내일 저녘 6시 00호텔 앞 레스토랑에서 만나자, 이 오빠가 점심 사줄게”


“네 알겠어요.”


“그럼 나 할 일이 있어서 잠깐 나간다.”


그는 느끼한 미소를 다시끔 입가에 매단채,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선배님 선배님”


“왜”


“교수님이 식사를 초대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귀여운 카나리아 소연양, 자네도 이제 나이를 먹을만큼 먹었지 않은가? 그런 것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일세, 나는 인생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머릿속의 시뮬레이션 기능이 남들보다 뛰어나서 그런지 인간의 행동 패턴을 예측하는 능력은 뛰어난 편이야,


나이만 들었지 머릿속은 사춘기 소녀 그대로인 여자와 새로운 여자 사귀는 것이 취미 생활로 굳이진 바람둥이의 사랑이야기라,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 항상 비슷한 이야기 전개로 사람들의 상상력을 죽이는 한국 드라마 특유의 전개가 펼쳐질 것이다. 삼각관계 사각관계? 각이 너무 많아 원이 되어 버리겠다.


“너도 27살 먹은 성인이잖아, 네 일은 내가 판단해야지”


“그래도”


“드라마를 기억해”


“드라마요?”


덜커덩,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와 함께 한 여인이 나타났다.


갈색으로 염색한 단발, 지나칠 정도로 떡칠한 메이크업, 짧은 미니 스커트에 가슴이 깊게 파인 옷은 소연과 다른 형태의 미인이다. 소연과 달리 메이크업과 성형 수술에 의존한 가짜 미인이기는 하지만 그녀의 야한 옷차림에 멋진 몸매는 남중 남고 군대를 거쳐 여성에 대해 면역이 없는 공대생들에게 충격과 사랑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가인, 나이 37살 나와 같은 교수이다. 공대중 그나마 여학생의 비중이 많은 생명 공학을 가르치고 있다. 신제철의 수 많은 애인중 한명이기도 하다.


“어서오세요 선배님”


그런데 가인이 녀석 소연을 바라보는 눈빛이 제법 날카롭다. 언어로 표현할수 없는 강력한 기운이 그녀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는데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살기라는 것일까? 하지만 그 눈초리에도 소연은 빙그레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다.


“소연아 나 요즘 이상한 소문 듣고 있는데,”


“무슨 소문요?”


“우리 제철 교수님께서 아주 예쁜 진드기가 달라붙었다는 소문”


“진드기요? 요즘에도 진드기가 사나요?”


수능시험을 국어 특히 문학 때문에 망해서 이 빌어먹을 학교에 온 나다. 그런 나도 지금의 표현이 문학적 표현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것을 알고 있는데 모른척 하는 것일까? 아니면 진짜 모르는 것일까? 만약 모른척 하는 것이라며 낯가죽이 두꺼운 것이고 모르는 것이라면 뇌에서 눈치를 담당하는 부분에 약간의 이상이 있는 것이겠지...


가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불끈 쥔 주먹이 떨린다. 화를 참지 못하는 다혈질이 발휘될 때이다. 다음 전개는 어떻게 될까? 갑자기 달려들어서 소연의 귀싸대기를 때리지는 않을까? 그녀는 예전에 제철이놈의 애인과 싸운적이 있다. 그때 가인은 그 여대생의 얼굴에 손톱 자국을 냈고 그 덕분에 그 여대생은 성형 수술을 하였다. 물론 소연의 아름다운 얼굴에 기스가 생기는 것은 내안의 괴물이 즐거워할 이야기이지만 한편으로는 아침부터 여자들끼리 싸우는 그런 험한 꼴은 보고 싶지 않다. 녀석의 머릿속의 분노의 에너지를 분산시켜야 하는데, 어떻게?


“문제는 교수님의 피를 빠는 진드기가 너무 많다는 것이지,”


그 방법은 대상을 분리시키면 된다.


나를 향해 날카로운 눈초리를 날리는 그녀 밀폐된 공간에 의해 점점 더해져 가는 향수냄새를 맡아가며 그녀와 눈싸움을 하는 것은 별로 좋아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눈을 깔고 이불에 똥을 싸서 주인에게 혼나는 강아지 흉내를 내는 것도 나의 비뚤어진 신념에 어긋나지,


나는 주머니에 있는 자그마한 도청 장치의 스위치를 켰다. 참고로 나의 취미는 다른 사람의 욕을 녹음해 놓고, 감상하는 것이다. 욕을 할 때 인간은 윤리, 도덕, 그리고 사회라는 이름의 창살없는 감옥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는다. 그 추악한 순수성의 결정체를 그냥 사라지게 하는 것은 길가에 떨어진 10000원짜리를 보고 그냥 지나가는 행위와 별 다를것이 없다.


“공업 수학 1은 전공 필수인데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수강생이 적을까 궁금하지 않아?”


“내 수업을 듣고 듣지 않고는 수강 신청하는 학생의 문제야, 네가 신경쓸 때가 아닌 것으로 아는데”


“공학을 하는 사람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정도는 중요하다고”


“그러는 너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지나치게 돈을 투자해서 문제야, 쌍꺼플, 코, 눈가 주름, 가슴 확대, 최소 1000만원 이상은 깨졌겠군”


“너”


그녀의 얼굴의 색깔이 붉게 변하였다. 기미 주근깨, 경극 배우처럼 두꺼운 화장도 그녀의 분노를 감추지는 못한듯 하였다. 역시 다혈질, 자기 성질을 못이긴다. 이정도면 나에 대한 증오에 의해 소연에 대한 질투심이 어느 정도 중화될 것이다.


“나 강의가 있어서, 먼저 나갈게"


“야 절뚝이 너 거기 안서,”


더 이상 여기에 있으면 귀찮은 일에 휩싸이겠지, 그것은 사양이다. 그녀가 외치는 소리를 무시한 채 연구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도청기에 이어폰을 꽃은채 방금전에 녹음된 따끈 따끈한 그녀의 폭언, 욕설, 인격모독을 감상했다. 뇌속 쾌락중추를 담당하는 신경이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진짜 이러다가 진성 메조키스트가 되는것이 아닐지 살짝 걱정이 된다.


“선배님 선배님”


카나리아의 목소리가 들린다. 오랜만에 듣는 멋진 시낭송을 엉망으로 만드는 아름다운 소음이다.


“무슨일이야”


그녀는 두손을 모으고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말하였다.


“고맙다란 말을 하고 싶어서”


“고맙기는 뭐가 고마워”


“저를 변호해 주어서요.”


내가 그녀에게 좋은 일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순수한 자기 만족을 위해서 한 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그녀에게 해 보았자, 그녀는 나를 자신의 선의를 감추는 겸손한 위인이라 칭찬할 테니 그냥 가만히 있자.


“가인 선배님 너무 미워하지만은 말아주세요. 알고 보면 괜찮은 사람이에요.”


“그래, 알고 있어”


그녀의 어설픈 악의는 나의 폭언 욕설 인격모독 수집 테이프의 기록을 높여주는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밤에 잠이 오지 않을때 그녀의 유쾌한 목소리를 들으면 잠이 잘 온다. 눈앞에 있는 카나리아보다 나의 인생에 훨씬 더 도움이 되는 유쾌한 인생의 조미료다.


“저 때문에 두분의 사이가 나빠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밝고 아름다운 것을 싫어하는 것은 나의 본성, 순수한 말 한마디 한마디는 전신에 닭살을 주고 나의 스트레스 지수를 높여준다. 차라리 절뚝이라고 병신이라고 나를 향해 저주를 담고 외치는 것이 속이 시원할 텐데...


괴물 녀석이 다시 나타나 외치기 시작했다.


“이봐 동화속 세계에 사는 덩치 큰 어린아이에게 아름다운 현실의 맛을 보여주라고”


3개의 인격 중 그나마 인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녀석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녀석의 말에 일일이 따라주는 것은 나의 비뚤어진 신념에 어긋나는 행위이다. 하지만 녀석의 배고픔을 충족시켜 주지 않으면 더욱더 날뛸 테니 고품스러운 문학적 비유를 통해 그녀를 상처 받지 않게 하면서 괴물 녀석을 조용히 달래 주어야 겠다.


나는 고귀한 영혼을 가진 개그맨의 표정을 지은 뒤 나긋 나긋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소연아,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단다. 예를 들어 100명의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99명의 사람은 잘 익은 사과를 좋아하지만 살짝 썩은 사과 혹은 익지도 않은 풋사과를 좋아하는 사람도 한명 정도씩은 있지 않을까?”


“그게 무슨 뜻이지요.”


“세상은 넓고 미친놈은 많다는 뜻이란다.”


얼굴에 물음표를 그린채 나를 쳐다보는 카나리아, 그 눈빛은 처음 엄마에게 아이가 어떻게 태어나는지에 대해 질문하는 7살짜리 아이의 눈빛과 닮아 있었다.


“곧 수업 시간이니까 나도 이제 슬슬 나가 봐야겠어”


“선배님”


나는 카나리아의 목소리를 무시한채 수업이 예정된 강의실로 향했다. 강의실 문을 여니 7명의 학생이 앉아 있었다. 지금 시간을 보니 아침 9시 정각, 지각생이 없는 이상, 이 7명이 정원일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내 수업에 대해 먼저 소개하겠다.


첫째, 수업 시간에 남에게 피해를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지 않는한 어떤 미친짓을 해도 용서한다. 잠이 오면 남는 책상을 일렬로 만든 뒤 그 위에 편안하게 이불 깔고 자도 좋다.


둘째, 결석도 5번까지는 성적에 반영한다. 하지만 5번이 넘어가면 성적에 반영한다.

하지만 반영 비율은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니까 시험만 잘치면 얼마든지 회복 가능 하다.


셋째 내 수업에서 아직까지 A를 건진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최대로 잘 준게 B+다. 보통 공업 수학 1에서 A학점 받는 노력을 하면 자네들은 C를 받을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의 표정이 우거지상이 된다. 생각보다 정상인 학생은 많은 것 같다. 일주일 뒤 수강 정정 기간에 학생들이 더 사라지겠지


“그러면 수업을 시작한다. 참고로 첫날이니까 오리엔테이션만 하고 끝낸다는 허황된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 생각을 머릿속으로 꺼낸 뒤 집에 갈 때 다시 넣었으면 한다.”


“네”


7명의 힘없는 목소리와 함께 나의 강의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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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비관주의자가 낙관주의자가 되는 법(2) 24.05.09 8 0 20쪽
3 비관주의자가 낙관주의자가 되는 법(1) 24.05.09 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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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녀의 일상(1) 24.05.09 1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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