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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레이맨
작품등록일 :
2024.05.09 21:39
최근연재일 :
2024.05.18 19:23
연재수 :
7 회
조회수 :
58
추천수 :
0
글자수 :
43,712

작성
24.05.09 21:45
조회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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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그녀의 일상(1)

DUMMY

“따르르릉 따르르릉”


알람 소리가 시끄럽다. 매일같이 듣는 소리이지만 적응이 되지 않는다. 하루 최소 8시간 이상은 자야 하는 저주 받은 체질이 마약처럼 그것에 의존하게 만든다. 커튼을 열었다. 아침해가 너무 밝다. 나는 밝은 것이 싫다. 정확히 말해서 반짝 반짝 빛나는 모든 것이 싫다. 물에 젖은 것처럼 축 늘어진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운뒤 눈앞의 전신 거울을 바라보았다.


140cm의 작은 키에 머리카락은 관리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갓 재대한 군인처럼 빡빡 깎았으며 시력이 나쁜탓에 도수가 높은 안경을 끼지 않으면 바로 앞에 있는 사람도 구분하지 못한다. 단추구멍처럼 자그마한 눈은 길게 찢어져 있고 얼굴에는 덕지 덕지 여드름이 가득하다. 굵은 입술은 안젤리나 졸리보다는 애니메이션 달려라 하니에 나오는 홍두깨 여자친구의 입술과 닮았다. 평균체중을 한참 넘어서는 몸무게 탓인지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한쪽 다리에 장애가 있는 탓에 보통사람처럼 달릴수 없다. 조현병이 있으며 정기적으로 자살충동을 느낀다. 나이는 38살, 성별 여자, 38년째 모태솔로 그것이 나이다. 평범한 아침의 시작이다. 오늘 하루도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


나는 세수를 한뒤 회색 츄리닝으로 옷을 갈아입고 책가방을 멨다. 이걸로 출근 준비는 끝이다. 평범한 여성은 화장부터 이것저것 자신을 꾸민다고 시간을 쓰지만 나와는 관계없는 이야기다. 집을 나서고 지하철을 탔다. 다행히 집앞에 지하철역이 있어 통학에는 시간이 절약된다. 다섯 코스를 타고 난뒤 10분정도 걷자 나의 일터인 K대학 공학대학 공동연구실에 도착하였다. 이래봐도 나는 서울에서 나름 이름있는 대학인 K대학 전자컴퓨터공학과의 교수이다.


출근한뒤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서핑하던중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똑


들어와


“안녕하세요 선배님”


카나리아처럼 밝고 산뜻한 목소리와 함께 한 여성이 들어왔다.


정소연 나이 27살, 검정고시로 15살에 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에 입학한뒤 3년만에 학사 졸업, 그리고 다시 5년만에 MIT 공대에서 석박사를 동시에 취득한뒤 교수가 된 학교 최고의 재녀이다. 연예인을 뺨치는 뛰어난 외모탓에 연예계에서 스카웃 요청이 여러번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공부에 전념하겠다는 이유로 거절하였다. 긴 생머리, 하얀 얼굴, 깜찍해 보이는 보조개, 남성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외모에다 뛰어난 지성까지 부족할것이 없는 여자이다.


착하고 예쁘고 똑똑한, 일등 신부감


나는 그녀를 싫어한다.


왜 싫어하냐?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한가지 답변밖에 할 수가 없다.


“그냥 싫다.”


정신병원 통원 기록, 불우한 가정환경과 프로이트, 융, 아들러의 심리학자 이론을 재료삼아 그 이유라는 것을 찾는것도 가능하다. 아니 훌륭하게 분석을 해낸 뒤 심리학 수업에 분석 결과를 보고서로 제출하라고 하면 멋지게 제출해 A플러스 학점을 받을 자신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신념을 바꾸고 싶지 않아하는 나에게는 별로 의미 없는 이야기다.


“선배님, 오늘도 일찍 오셨네요. 아침에 커피 한잔 어떠세요. 제가 태워드릴게요.”


“그렇게 하렴”


“선배님, 선배님 무슨 커피로 하실 거에요. 블랙? 밀크? 카페인을 싫어하신다면 핫쵸코와 율무차도 가능해요, 어떤 것으로 하시겠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끝나기 귓가에 살기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네년의 목소리를 듣는것 만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는것 같아, 같은 곳에서 숨을 쉬는것 만으로도 고통이다. 빨리 이 자리에서 떠나버려,”


잠깐 이쯤 돼서 소개해 줘야 되겠지, 앞서 설명했듯 본인은 조현병을 가지고 있다.


머릿속에 극단적으로 다른 욕구를 가지고 있는 3개의 인격들이 특정한 상황에 환각과 환청을 동반하며 나를 괴롭힌다.


첫째는 괴물, 둘째는 벌레 셋째는 꼬맹이다.


참고로 방금전 소리를 지른 녀석의 정체는 3형제중 첫째인 괴물이다. 짜증나는 녀석이지만 그래도 동생들 보다는 내인생에 피해를 덜끼친다.


“밀크 커피로 부탁해”


눈이 가늘게 찢어지고 입가가 하회탈처럼 정도로 크게 벌어졌다. 괴물이 마구 설칠때를 대비해 미리 준비한 표정이다. 참고로 이 표정을 지으면 기분이 살짝 유쾌해 진다. 자신의 자존심과 긍지를 희생시킴으로서 사람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는 아름다운 희생의 상징, 그 우스꽝스러운 긍지, 그것이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리마인드 되고, 그것은 뇌속에 도파민을 분출시킨다. 즉 자기 자신의 얼굴을 비웃음으로서 약간의 즐거움을 얻는다는 것이다. 사디즘과 마조히즘 그리고 개그의 아름다운 결합, 세계라는 이름의 괴물의 배설물인 나자신을 재료로 한 코믹한 영화속 한 장면이다.


“선배님, 무슨 좋은일 있으세요. 표정이 참 좋으시네요. 마음속 깊이 까지 편안해 지는 표정이랄까요?”


“그래?”


한때 그녀가 나에게 특별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살갑게 군다고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가 나와 친해짐으로서 얻을수 있는 이득은 없었다. 다른 교수들 사이에서도 배척당하고, 학생들에게도 욕만 먹는 나자신의 이 학교에서의 존재 의미는 신제철의 논문 제조 기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해지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이 궁금해서 그녀에게 질문을 해보았을때 그녀는 이렇게 말하였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유가 있나요?”


바보, 멍청이, 병신이라고 말하고 싶은 욕구가 목구멍까지 올라 나왔는 것으로 기억한다. 생각을 해봐, 인간이라는 것은 말이야 조건 반사에 의해 움직이는 기계 그 이상도 그이하도 아니야, 그들이 무언가를 좋아하는데는 반드시 그에 상응한 이유가 있다고, 그렇지 않으면 TV에 나오는 배우들의 얼굴이 현실 세계의 사람들의 얼굴과 차이가 나는 이유를 어떻게 생각하고, 직업과 돈에 따라 결혼 알선 회사에 가입한 인간들이 등급으로 나뉘어지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래,


휴... 뭐 이런 소리를 해봤자 나만 스트레스 받고 화가 날 뿐이지, 참자 내면의 그림자를 사회속에서 드러내는 것은 길바닥에서 옷을 벗고 춤추는 것과 별 다를 것 같은 행위이다.


"저 이번에 공업수학1을 가르치게 됬어요. 처음하는 전공 강의라서 학생들의 반응이 좋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정원을 채웠네요. 혹시 선배님도 강의를 담당하나요."


“그렇지”


“어때요.”


“폐강 위기야,”


“네?”


“수강 신청 인원이 10명 이하라서,”


대학생은 대학생다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나의 신념 탓에 나의 수업은 어려운 수업내용과 낮은 학점으로 악평을 받고 있으며 그 덕분에 학기말에 행해지는 강의 평가도 완전히 욕으로 도배되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물러나는 것은 나의 비뚤어진 신념에 어긋나는 행위이지


“미안해요.”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다른 사람이 한다면 보면 비굴해 보이는 몸짓이지만 그녀가 하면 아름답고 당당해 보인다.


“우리학교 공대 캠퍼스의 꽃인 소연씨의 명쾌한 강의가 추녀에 장애인의 허접한 수업과 비교가 되겠어”


쳇, 나도 모르는 사이에 뇌의 일부분이 괴물에게 먹히고 말았다. 특별히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는 않지만 녀석들에게 잠시나마 나의 통제권을 빼앗기는 것은 나의 비뚫어진 신념에 비추어 볼때 용서할수 없는 일이다.


“미안해, 내가 말 실수를 했어, 너무 깊이 새겨 듣지마”


그녀는 두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그리고 멜로 영화속 스스로를 비하하는 남주인공을 격려하는 아리따운 여주인공의 감정을 복사한 후 잠재의식이 만들어낸 아리따운 대본을 읽기 시작하였다.


“선배님, 그런 말씀 하지 말아주세요. 선배님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지 저는 알고 있어요. 언젠가 학생들도 선배님의 노력을 알아줄 거에요.”


그녀는 여전히 초등학교 바른 생활에 나올 만한 대사를 근엄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녀의 모습은 마치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성녀와 닮아있다. 전투력은 떨어지면서 그럴 듯한 말로 정신 연령이 낮은 용사를 현혹시켜 쓸 때 없는 갈등을 일으키는 캐릭터라고 할까? 하지만 나는 그러한 거부감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나의 이상향은 로봇과 같은 인간이다. 즉 이성으로 자신의 감정을 모두 컨트롤 할수 있는 경지인 스토아학파에서 말하는 아파테이아가 내가 바라는 이상의 경지이다. 그러므로 나는 얼굴에 철판을 깐 채 최대한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고마워 소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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