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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크레키스의 서재입니다.

용사소환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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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Rapacrekis
작품등록일 :
2018.04.09 10:21
최근연재일 :
2018.08.03 00:41
연재수 :
112 회
조회수 :
87,471
추천수 :
645
글자수 :
561,418

작성
18.07.10 00:02
조회
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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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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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92화

DUMMY

훼슬러의 연구실이었던 그 곳은 몇 군데의 핏자국과 인간 형태의 숯덩이 그리고 터져나간 살점들로 더럽혀져 있었다.


<주몽이가 정말 화가 난 모양이구나.>

[그러게요. 이렇게 과격하게 싸우는 건 처음 봐요.]

<주몽 오빠. 무서워요.>

<무섭긴 뭐가 무섭다고 그래. 얼마나 멋있어. 역시 아빠는 최고에 최강이야!>

<그보다~ 철중이를~ 먼저 구해야지~>


잠시 그 자리에 서서 감정을 추스르던 주몽이 유리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서둘러 철중이 누워있는 실험대 옆으로 다가간다.

무엇이 문제인지 연금술사들이 다 없어졌는데도 발버둥 쳐대는 철중의 모습에 모두 연금술사들의 죽음을 속 시원해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돌린다.


<철중 오빠! 민지에요. 민지의 말이 들려요?>

“우고오오! 아부우웁!”

[틀렸어.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것 같아.]

<이 나쁜 연금술사들! 대체 철중이 형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주몽아. 잘한 거야! 이런 짓을 한 인간들은 죽어도 싸!>

<주은이 말이 과격하기는 해도 틀리지 않다고 선생님도 생각한단다. 인간을 실험체로 쓰는 자들은 용서하면 안 돼!>

<철중아~ 정신 차려봐~>


일단 주몽이 철중의 입에 물린 볼개그를 제거해준다.


“크와아악!!! 크아아앙!!!”


볼개그가 제거되자 괴성을 지르며 주몽을 향해 이를 딱딱 거리며 깨물려고 하는 철중.

눈이 돌아가 있는 것이 전혀 알아보는 기색이 없는 건 물론이고 이성조차 남아 있지 않은듯했다.


파짓!


“······웃!”


그런데도 고유능력은 본능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일순 주몽조차 철중의 고유능력 파우즈 타임에 걸려 정지한다. 물론 순식간에 풀려버렸지만 주몽에게도 효과를 보이다니 이전과 비교하면 현격히 강해진 철중의 고유능력이었다. 더구나 주몽이었기에 잠깐 마비되고 만 것이지 다른 사람이었다면 속박되는 정도가 아니고 생명활동 자체가 정지해서 죽음에 이를 흉악한 기술이었다.

이전에는 광역속박기로서만 기능하던 철중의 고유능력 이었는데 훼슬러를 비롯한 연금술사들의 실험이 철중의 이성을 증발시킨 대신에 고유능력을 강화하는 것에 성공한 모양이다.


“······


“······수납.” “······회복.”

<메에~ 상태가 심각하니 일단 심상결계로 들여서 정밀 검사를 하겠다고 하십메~>


그와 동시에 실험대에서 순식간에 사라지는 철중.


“······진찰.” “······치료.”

<메에~ 유능한 의료진이 상태를 파악해서 확실하게 치료할 테니 다들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하십메~>

<그래. 주몽아, 너만 믿는다.>

[철중 오빠를 부탁해요.]

<주몽 오빠라면 확실히 낫게 해줄 거예요. 그렇죠?>

<당연한 거 아냐? 아빠한테 불가능은 없다고!>

<나중에~ 문병가게 해줘~>


다들 철중의 상태를 걱정하면서도 주몽이라면 완치시켜 줄 거라는 믿음이 있기에 크게 동요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는 주몽 스스로도 자신 있었기에 일단 철중은 무사히는 아니지만 어쨌든 살아있을 때 구해낸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철중이 겪었을 괴로움을 그냥 넘길 생각은 없었다.

직접적인 당사자인 훼슬러와 휘하 부하들은 해치웠지만 아메스트리스 연금술 학파 전체가 공범인 것은 확실하기에 그들에게도 벌을 내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다만 훼슬러 일당처럼 죽이는 것은 과하기에 이전의 비스타인 왕국 비밀 연구소 때처럼 전원 심상결계 연구소 강제노역 형에 처하기로 했다.


“······형벌.” “······집행.”


주몽의 엄명이 떨어지자 가만히 서있던 그림자 괴물들이 삼차원적인 모습에서 이차원인 그림자의 형태로 돌아가더니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해가 져서 어둠이 대지를 뒤덮듯 마탑 내부를 그림자가 뒤덮어 간다.

바닥은 물론이고 벽과 천장까지 구석구석 빠짐없이 그림자로 뒤덮여가며 가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그림자 아래로 떨어져 내린다. 천장에 달린 것도 그 위로 사라지는데 그 모습은 결코 상승이 아니라 위로 떨어져 내린다는 모순되는 것 같지만 그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해괴한 형태로 사라져간다.


“꺄아악!”

“뭐, 뭐야. 이건!”

“도망쳐!!!”

“사람 살려!”


비명을 지르는 인간도, 도망치는 인간도, 공격하는 인간도, 가만히 있는 인간도, 우는 인간도, 웃는 인간도 모두모두 공평하게 그림자 아래로 떨어져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 *


그날 아메스트리스 연금술 학파가 세상에서 사라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마탑에 아무런 이상도 없어 보였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겉보기 만이었다. 내부는 아무것도 남아있는 것이 없어서 1층 입구로 들어오면 둥글게 이어진 건너편의 벽이 고스란히 보이고 고개를 위로 들면 꼭대기 층까지 사야를 가로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말 그대로 마탑의 껍데기만 남기고 알맹이만 홀랑 사라진 것이다.

도시에는 온갖 흉흉한 소문이 떠돌고 두려움에 도시를 떠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대신 대륙의 무수한 연금술사들이 호기심에 혹은 의분에 차서 조사를 벌였지만 그 누구 하나 진상을 파악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기에 결국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인구에 회자되었다.


<철중이는 좀 어떠니?>

“······집중.” “······치료.”

<메에~ 철중 님은 고유능력을 해명하려는 실험으로 감정이나 인격 같은 정신적인 부분이 헤집어져서 단기간에는 회복되기 어렵다고 하십메~ 그래도 다행히 정신이 완전히 말살된 것은 아니기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회복될 전망이 보인다고 하십메~>

<회복은 된다니 다행이로구나. 하지만 얼마나 고통이 컸을지 생각하면···.>


표정이 급격히 침울해지는 선생님을 다른 아이들이 열심히 위로한다.


[절대 선생님 잘못이 아니에요.]

<맞아요. 어디까지나 그 연금술사들이 나쁜 사람들이라고요.>

<다 주몽 오빠가 벌을 줬고 철중 오빠도 시간만 들이면 회복된다고 하니까 이제 다 괜찮아질 거예요.>

<맞아요~ 선생님이~ 책임질 일이~ 아니에요~>

<판 노예상인하고 산 연금술사 다 아빠가 해치웠으니 선생님은 그냥 아빠한테 고마워하면 되는 거 아닌 가요?>


아라도 말투는 거칠지만 선생님을 위로하는 의미로 하는 말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었다.


<모두 고맙구나.>


짝짝.

두 손으로 양 볼을 두들겨 기합을 넣은 선생님이 애써 밝은 표정을 짓는다.


<할 수 없는 일에 집착해서 괜히 우울해한다고 시간을 낭비하는 건 철중이도 바라지 않을 거야.>

[맞아요. 철중 오빠가 선생님 입장이었다면 후회할 시간에 구할 노력을 하라고 호통 칠 거예요.]

<히히. 말만 들어도 눈에 선해요.>

<철중이는~ 칼슘이~ 부족해~>

<응? 그게 무슨 말이죠?>

[맨날 뚱한 표정인데다 자주 발끈하니까 칼슘이 부족해서 인내심이 부족하다는 의미일거야.]

<···화내도 좋으니까 빨리 돌아오면 좋겠어요.>

<그러게. 민지가 이렇게 기특한 생각을 하는 걸 알면 철중이도 힘내서 빨리 나으려고 노력할 텐데 전할 방법이 없어서 아쉽구나.>

“······전달.” “······가능.”


선생님의 아쉬움이 무색하게 주몽이 힘을 쓰자 모두의 눈앞에 색종이와 펜이 나타났다.


<이건 웬 거니?>

<색종이하고 펜이네요.>

[이거 설마?]

“······문병.” “······선물.”

<메에~ 색종이에 완쾌 기원 메시지를 적은 다음 종이학으로 접으시면 그 종이에 적은 메시지가 철중 님의 마음속으로 직접 전해진다고 하십메~>


양 집사의 설명에 어안이 벙벙해 있던 모두였지만 이내 주몽이라면 뭔 들 못할까 라는 생각에 납득해버리고 만다.


<역시 주몽 형은 상식을 무시하네요.>

<종이학~ 어떻게 접더라~?>

<민지가 알려줄게요. 유리 언니.>

<아, 아라한테도 알려 줄래?>

<물론이지. 어떻게 하냐면···.>


살짝 부끄러운 듯 물어보는 아라에게 기쁜 얼굴로 가르쳐 주는 민지. 참으로 훈훈한 모습이다.

유리와 아라 이외에는 다 접을 줄 알아서 순조로이 만들었고 유리와 아라도 민지가 꼼꼼하게 알려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만들 수 있었다. 유리의 종이학이 좀 울퉁불퉁 하기는 했지만···.

모두 철중을 위해 열심히 메시지를 적고 종이학을 접어서 한 곳에 모으자 종이학들이 영롱한 빛을 발하더니 날개를 우아하게 퍼덕이며 떠오르고는-유일하게 유리의 찌그러진 종이학만이 불안하게 휘청거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날아오르는 데는 성공했다.- 어딘가로 날아서 가버렸다.


<아~ 종이학이 다 날아가 버렸어요.>

[아마 철중 오빠한테 메시지를 전하러 간 거겠지.]

<그런 거니? 주몽아.>

“······긍정.”

<내 종이학~ 잘 갈지~ 걱정돼~>

<확실히. 유리 누나의 종이학은 비틀거렸으니까 말이야.>

<그래도 다른 종이학들의 뒤를 열심히 따라가던데?>

[맞아맞아. 다른 종이학이 날개 짓을 한 번 할 때 두 번 세 번 파닥거리더라고.]

<우후후~ 열심히라서~ 더 귀여워~>


아까보다 밝아진 분위기로 웃고 떠드는 모두를 바라보며 철중이 힘들어 할 동안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고 거기다 철중을 구하는 데도 아무런 기여도 못해서 생긴 미안한 마음이 이걸로 조금이나마 씻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주몽이었다.


작가의말

1.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마더 구스에 실린 노래. 추리 소설계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의 대표작 중 하나이자 추리 소설 최고의 인기작으로 잘 알려졌죠.

 

2. 오전 0시에서 1시 사이에 돌아오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m(_ 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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