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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프엘라 님의 서재입니다.

신급 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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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프엘라
작품등록일 :
2019.04.01 17:17
최근연재일 :
2019.07.10 23:11
연재수 :
1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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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611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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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47,502

작성
19.07.0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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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09화. 수련(4)

DUMMY

(109)


동굴에 들어온 이래 가장 편안하게 잠을 청한 류현이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곳에 들어온 이후 먹은 거라곤 술뿐이었고 그마저도 최근엔 고갈되어 마시지 못해 며칠째 아무것도 먹지 못했건만 배가 고프긴커녕 오히려 포만감이 가득하였다.


-일어났냐?


한층 편안해진 얼굴을 한 류현을 보며 오셀레논이 물었다.

그런 평범한 인사에 미소짓는 류현.


“오셀레논 고맙다.”

-...?!


갑작스러운 감사 인사에 있지도 않은 육체에 닭살이 돋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 오셀레논은 혹시나 류현이 드디어 미친 건가 싶었다.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조언을 해 주었음에도 돌아오는 것은 시끄럽다는 타박뿐이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사람이 변하다니?


“네가 있어서 그나마 이렇게 빨리 강해질 수 있었던 건 맞잖아.”

-크흠흠. 맞긴 하다만. 인간들은 갑자기 변하면 죽을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이라던데... 혹시 곧 죽는다거나 그런.


피식.

“이상한 소리. 인제 그만 여기서 나가자.”


오셀레논의 진심 어린 농담에 실소를 지은 류현은 공간에서 무기를 꺼내 한껏 차분해진 마음으로 다시 한번 정비를 하였다.

오셀레논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날이 나가거나 하는 일 없이 언제나 예리함을 내뿜고 있었고 민아 또한 흠집 하나 없었으니 괴멸탄을 장전해 놓았다.

그리고 그 외의 제이스가 만들어준 무기들.

지난 도플갱어와의 전투에 류현은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지만, 이 도검류 들은 듬성듬성 날이 나가 있었다.


스윽. 스윽.

바닥에 숫돌을 놓고 검을 갈기를 수차례.

정말 모든 준비가 끝났고.


“시작.”


외침과 함께 검은 액체들이 솟아올라 레온의 모습으로 변모하였다.

언제나처럼 방패를 앞세워 천천히 다가오는 녀석들.


다다다닥! 텁.

빠르게 달려나간 류현이 가장 앞에 있는 녀석의 방패 밑을 발등으로 올려 차며 가드를 풀었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날려버리는 것에 치중하였지만 그렇게 된다면 그 순간의 허점을 노리고 들어오니 고안한 다른 방법이었다.


서걱!

동시에 자세를 낮추며 놈의 다리를 절단시킨 류현은 곧장 뒤로 물러났고.


콰과곽!

조금 전까지 있던 자리에는 도플갱어들의 검이 날아와 박혔다.


탕!

“이젠 익숙하다 이것들아.”


뒤로 물러나며 빠르게 쏘아낸 한발의 총알이 한쪽 다리를 잃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던 녀석의 이마에 틀어박혔다.

한 손으로 대충 조준한 것 같음에도 정확한 사격.

직감에 의존해 잃어버렸었던 킬러의 감각을 거의 되찾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스윽.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반응하지 못한 도플갱어들이 방금 죽은 동료를 한번 쳐다보더니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류현을 직시하였다.

그들에겐 감각이 없으니 동료가 죽었다 하여도 슬프거나 흥분하지 않았고 심지어 방금 머리를 꿰뚫린 녀석은 ‘사람처럼’ 죽은 척을 할 뿐 도플갱어로서 실제로 죽은 것은 아니었다.


처저저적.

일렬로 서 방패 뒤에 몸을 숨기며 다가오는 29의 녀석들.

수련장이 워낙 넓은 공간이었기에 포위만 되지 않는다면 주위를 돌며 계속해서 치고빠지기를 할 수 있었다.


텁!

조금 전처럼 가장 앞에 있는 녀석의 방패 밑에 발을 가져다 댄 류현.

하지만 조금 전과 같이 위로 올려 차지는 않았다.


스릉.

방패 앞으로 다가온 한 자루의 검.

그대로 올려 찼으면 류현은 스스로 검에 다리를 가져다 대는 꼴이었고 이 방법을 처음 찾았을 때는 실제로 방패를 올려 차다 다리가 절단되었었다.


“후웁!”


방패에 가져다 댄 다리를 튕기며 몸에 탄력을 극대화한 류현은 태권도의 동작처럼 몸을 회전시켜 반 댓 발로 검과 함께 방패를 걷어찼다.


쿠당탕. 철그렁!

검은 멀리 날아가 바닥을 나뒹굴었고 방패를 얻어맞은 녀석은 순간 중심을 잃었는지 꼴사납게 넘어졌다.

두 녀석을 곧장 처리하면 좋았겠지만.


슥! 채쟁!

순간 날아오는 검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오셀레논을 세워 세 자루의 검을 막고 민아로 한 자루의 검을 막아냈다.

하지만 셋의 힘으로 검을 내리쳤기에 아무리 힘을 쥐어도 오셀레논을 쥔 손이 점점 뒤로 밀리고 있어.


스윽! 쿠당탕!

순간적으로 검을 치웠고 중심을 앞으로 주고 있던 세 녀석 중 두 녀석이 바닥에 넘어졌다.


콰직!

그중 자신에게 가장 가까이 쓰러진 녀석의 머리를 발로 짓뭉개는 류현.

밟히는 순간 꿈틀댔던 녀석이 일순간 몸을 축 늘어뜨렸다.


“둘.”


부드럽거나 강하거나. 그런 식이 아닌 상대의 힘을 이용해 적을 제압하는 검술.


후웅! 콰앙!

자신에게 내리쳐지는 육중한 대검을 가볍게 피한 류현은 녀석의 손잡이 부분을 발로 꾹 눌렀다.


콰직!

그에 밑으로 내려가는 녀석의 얼굴에 무릎을 박아주었고.


털썩.

녀석은 대검을 놓치며 차가운 바닥에 쓰러졌다.


“셋.”


무기를 사용하지 않은 공격이라 하여도 적이 기절하거나 죽을 정도로 강하게 공격해야 도플갱어는 다시 일어나지 않았고 방금 두 녀석은 류현의 경험으로 빗대어 볼 때 다시 일어나지 못할 녀석들이었다.

그리고 녀석들은 숫자가 줄어들수록 류현의 움직임을 기억하듯 더욱 빠르게 대응을 하였다.


* * *


“후우, 스물다섯.”


단검으로 또 한 녀석을 쓰러뜨린 류현은 곧장 뒤로 물러나 숨을 골랐다.

이제 남은 수는 마의 다섯.

이때까지 류현은 이 벽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여도 이미 류현의 움직임에 익숙해진 도플갱어들은 즉각 반응하였고 서로를 도와 류현을 공격하였으니까.


욱신.

“칫. 이번엔 상처 없이 이길 줄 알았더니만.”


방패에 얻어맞은 왼팔이 욱신거렸고 얕게 베인 오른쪽 허벅지가 뜨겁게 화끈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남은 다섯 중 두 녀석은 아직 방패와 검을 사용해 수비적인 형태를 보이는 녀석이었고 나머지 셋은 방패를 잃어 대검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두 녀석이 앞에서 류현의 돌진을 막고 나머지 세 녀석이 움직임이 멈춘 류현을 공격해왔다.


챙!

가까이 다가온 녀석의 검을 쳐낸 류현은 곧장 발을 뻗어 놈의 방패를 걷어차려 하였다.

하지만.


퍽!

옆에 있던 녀석이 방패를 밀어쳐 류현의 다리를 쳐내었고 옆으로 다리가 튕겨 나간 류현은.


휘익! 콰직!

그 힘을 이용해 몸을 회전. 그대로 왼쪽 녀석의 관자놀이에 뒤꿈치를 박아넣었다.

하지만 힘이 부족했던 탓인지 녀석은 쓰러지지 않으며 자신의 검을 올려 쳐 류현의 다리를 절단하려 하였다.


퉁!

녀석의 관자놀이 옆에 있던 다리를 그대로 놈의 어깨에 걸치고 힘을 줘 몸을 뒤로 회전시켰다.

그와 함께 목표를 잃고 허공을 가로지르는 검.

뒤로 몸을 빼낸 류현은 잠시도 쉴 시간이 없었다.


콰앙! 콰앙!

어느새 앞으로 나온 대검을 든 두 녀석이 무게를 실어 강하게 내리쳤기에 급히 땅을 박차 뒤로 물러나며 꺼내든 총을 빠르게 조준하여 탄창에 남아있는 4발의 총알을 한 번에 쏟아내었다.


티티티팅!

“그래,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녀석들의 몸을 뚫지 못한 총탄.

다른 대검을 든 한 녀석이 널찍한 옆면으로 총알을 막아내 버린 것이다.


“후우, 차분히. 차분하게 임한다.”


숨을 고르며 마음을 진정시킨 류현은 녀석들이 다가오길 기다렸다.

류현이 선택한 방법은 특별한 방법을 찾아 쉽고 빠르게 적을 제거하는 것이 아닌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자신의 무기술을 믿고 차근차근 싸워나가는 것.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하겠지만 빠르게 적을 죽이는 것에 익숙한 류현에게는 조금 어색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제 자신은 예전의 류현이 아니지 않은가.

검술도 사격술도 일전처럼 직감에 의지해 사용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가 만족할 정도로 발전하였다.

그런데 왜 자신은 쉽고 빠르고 간결한 방법을 찾으려 하였는가.


훙!

가까이 다가온 도플갱어가 류현을 움직이게 하려고 방패를 밀어쳤다.

그에 류현은 녀석의 방패를 슬쩍 피하고 측면으로 돌아가 허점에 검을 찔러 넣으려 하였다.


챙!

하지만 역시 옆에 있는 녀석의 검에 막히고 말았다.

그런데 일전과는 다르게 조금씩 밀리는 도플갱어의 검.



언제나 부드럽게 검술을 사용하던 류현의 검이 변하였다.

패도적인 검술.


후웅!

류현의 검과 도플갱어의 검이 맞닿아 허공에 멈춰있자 허점을 향해 다른 도플갱어의 검이 날아들었다.

원래라면 몸을 뒤로 빼 피하였겠지만.


“으아아아아!”


후우웅! 콰직!

고함을 지르며 밀어낸 류현의 검이 결국 도플갱어의 검을 크게 쳐내는 데 성공하였다.

그와 동시에 옆에서 날아드는 검을 쳐내었고 몸을 크게 회전시키며 휘두른 검.


촤악!

풍차처럼 휘두른 검에 두 녀석의 목이 베였고 무기를 놓친 녀석들은 꿀렁거리며 검은 액체가 흘러나오는 자신의 목을 부여잡다 결국 바닥에 쓰러졌다.


“우아아! 스물일곱!”


한 번에 둘.

여태 넘지 못한 벽을 크게 한 발짝 넘어버릴 때의 전율이란 여태까지 느껴보지 못한 쾌감이었다.


-이 멍청아! 기쁜 건 알겠는데 환호는 나중에 해야지!

“아...”


귓가에 들리는 오셀레논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류현은 옆을 보지도 않고 곧장 바닥을 굴려 자리를 피하였다.

그와 동시에 방금 서 있던 자리에 꽂히는 두 자루의 대검.


“와 씨. 너무 기뻐서 X 될뻔했네.”


이곳에서 죽으면 어찌 될지 몰랐고 앞으로도 모르고 싶었지만 조금 전에는 정말 조금만 늦었으면 놈들의 대검이 자신의 머리를 갈랐을 것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셋.


후웅!

찌르기로 들어오는 대검을 옆으로 피해 파고들려는 류현.


-조심!

“뭣...?!”


계획대로라면 파고든 류현의 검이 도플갱어의 목이나 머리를 관통해 ‘스물여덟!’ 하면서 환호를 해야 했지만.


투콱!

“큭.”


순간 대검의 손잡이를 짧게 잡으며 찔러오던 방향을 꺾어 옆면으로 후려치는 도플갱어.

간신히 팔을 들어 막아냈지만 류현의 몸이 크게 밀었고 그곳에는 다른 도플갱어가 이미 대검을 내리치는 동작을 하고 있었다.


“칫.”


꾸욱. 데구르르!

순간 다리에 힘을 주며 옆으로 굴러 피하자 아슬아슬하게 몸을 비켜 지면에 처박히는 대검.

손으로 땅을 밀치며 일어나 자세를 잡자 빠르게 다가온 또 다른 도플갱어가 대검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치고 있었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셋의 연속공격.


챙!

오셀레논으로 방어하며 대검의 속도를 늦추는 데 성공한 류현은 순간 손에 힘을 빼었고 오셀레논은 회전하며 하늘 높이 날아갔다.

그에 당황하지 않고 곧장 공간에서 흑색 검을 꺼내든 류현은 방금 대검을 올려 쳐 자세가 불안정한 녀석을 향해 검을 찔러넣었다.


청!

하지만 녀석은 쉽게 당하지 않겠다는 듯 손잡이를 잡은 양손 중 오른손을 놓으며 류현의 검을 손바닥으로 치는 기예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한 손으로 잡은 대검을 그 무게를 이용해 내리치는 놈.


탕! 푹!

대검을 옆으로 살짝 피하며 놈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민 류현은 곧장 방아쇠를 당겼고 놈의 뒤통수에는 총알의 회전으로 인해 구멍이 뚫리며 피가 흩뿌려졌다.

그와 함께 아까 전 하늘로 올라갔던 오셀레논은.


푸욱.

“나이스!”


다가오는 도플갱어 하나의 머리에 정확히 꽂혔다.

운? 아니. 도박에 가까웠지만, 검과 대검이 부딪히는 순간 어느 정도 계산을 하고 일부로 힘을 풀어 날려 보내며 떨어질 위치에 놈들을 유인한 것이었다.


-미친놈. 이게 무슨 검술이냐. 서커스지.

“검술이야. 이름하여 비상하는 검이랄까?”


어찌 되었든 노리고 사용하였으면 검술 아니겠는가.

이로써 남은 도플갱어는 하나.


텁! 푸욱!

류현은 정수리에 검을 꽂고 쓰러진 도플갱어에게 다가가 검을 뽑아 들고는 곧장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둘이 쓰러짐과 동시에 움직이지 않는 놈.


“뭐야. 고장 난 건가?”

-그럴 리가. 아마도 이 상황은...


지이잉!

뭔가를 눈치챈 듯 오셀레논이 말을 하려는 순간 벽면에 여태까지 보인 적 없던 마법진이 밝은 빛을 내기 시작하였다.

그와 함께 바닥에 쓰러져 있던 도플갱어들이 다시 검은 액체로 변하고 꾸물거리며 남아있는 한 녀석에게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뭐야. 페이즈 2까지 있는 줄 알았는데 최종 보스도 있는 거야...?”


범상치 않게 흘러가는 상황에 한숨을 내쉰 류현.

검은 액체로 변한 도플갱어들이 한 녀석에게 흡수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지막은 정말 쉽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탕!

하지만 로봇이 변신한다고 기다려주는 그런 만화영화 같은 예의는 없는 류현이기에 곧장 공격하였고.


팅!

움직이지 않을 것만 같던 녀석이 대검을 가로 세워 총알을 막아냈다.

아쉽게도 변신하는 중 못 움직이는 일은 없는 듯하였다.


* * *


류현과 마찬가지로 수련을 하는 쟝.

하지만 팜판이 부른 마족에게 배움을 받고 있었기에 이미 일대의 숲은 성한 나무 하나 찾아볼 수 없어 숲이라고 부르기도 모호한 지경이 되어 버렸고 매일 일어나는 폭발에 주위 왕국에서 파견된 기사단이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하하하, 녀석.”

“......”


피 칠갑을 한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쟝과 그 모습을 보며 호쾌하게 웃는 팜판.

그리고 쟝의 앞에는 검은 붕대를 칭칭 감고 한 자루의 투박한 창을 들고 있는 마족이 서 있었다.


“과연... 인간은 한계를 깨는데 능한 종족인가.”


팜판의 부름에 포탈을 넘어 중간계까지 와서 인간을 가르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던 마족이었지만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쟝의 모습을 보니 이젠 그 마음도 사라진 지 오래였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 것인가?”


쇠를 긁는 목소리에 하늘을 올려다보던 쟝의 시야가 천천히 내려가 그에게로 향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었지만.


“조금 더... 부탁드립니다.”


애써 마지막 남은 힘까지 쥐어짜며 창을 지팡이 삼아 자리에서 일어나 보였다.

그에 고개를 가로젓는 마족.


“지금 이 짧은 시간에 그 정도로 성장한 것만 하여도 대단한 거다.”

“조금더... 조금만 더 이 기분을 느끼고 싶습니다.”


모든 힘을 쥐어짜 대련을 할 때마다 알 수 없는 쾌감을 느끼곤 하였다.

거기다 이 눈앞에 마족이 전수해준 창술.

스스로 발전해오던 자신의 창술에 뼈대가 되어주는 훌륭한 창술이었다.


“뭐 어때. 한 번 더 해줘.”

“쯧.”


재미있다는 듯 상황을 지켜보던 팜판이 개입하며 말하자 마족은 혀를 차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자세를 낮추며 양손으로 창의 끝부분과 중간 부분을 잡고 당장이라도 달려나갈 듯 앞으로 쏠린 희한한 자세.

하지만 그렇게 자세를 잡은 마족은 금세 창을 공간에 넣고는 뒤를 돌아버렸다.


“큭, 큭, 크하하하하! 그래! 꼬맹이 고생 많았다.”


둘이 갑자기 이러는 이유는 쟝이 눈을 뜬 채 창을 짚고 서 있는 자세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폭소하는 팜판은 한편으로 손을 휘저었고 전혀 불길하지 않고 되려 따뜻한 느낌이 나는 마기가 쟝의 몸을 감싸며 편히 뉘어주었다.


“롤렌드 네가 보기엔 어때.”

“어떤 것을 묻는 것인가 왕.”

“저 꼬맹이가 반신의 경지에 들 수 있을 것 같아?”


팜판이 보기에는 불가능 한 일이었다.

거대한 벽에 가로막혀 평범한 인간처럼 언젠가 자신의 한계를 저주하고 원망하며 눈을 감으리라.

하지만 롤렌드는 그런 팜판의 생각과 달랐다.


“언젠가 아주 먼 미래라도 저 사내는 반신의 경지에 들 것이다.”

“호오~ 다른 종족에겐 평가가 야박한 네가 웬일로?”


롤렌드의 발언에 팜판은 진심으로 놀란 듯한 표정이었다.

다른 종족을, 아니 같은 마족이라 하여도 낮게 평가하는 그가 처음으로 다른 종족, 그것도 기대치가 낮은 인간을 높게 평가하였으니까.


“나와 닮았기 때문이지. 그는 분명 자신의 재능과 노력으로 그 경지를 넘어설 것이다.”

“아뇨, 아쉽게도 그러지 못할 것 같군요. 저는.”


뒤에서 들려오는 아리따운 여인의 목소리.

하얀 피부와 어울리지 않는 검은 뿔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아름다운 장신구로 만들어 버리는 외모의 샤이나였다.


“레퀴엠은 그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보인다고 합니다.”

“레퀴엠이?”


어둠의 정령왕 레퀴엠.

어둠으로 죽음과 아주 가깝다면 가까운 정령들의 왕인 레퀴엠의 말이었으니 그 말은 필시 사실일 터.


“운명을 피할 수 있는 존재는 그렇게 많지 않죠. 특히 인간이라면 더더욱 피할 수 없을 겁니다. 그보다 팜판. 크라노드께서 찾으십니다.”

“......”


일순간 일그러지는 팜판의 얼굴.


펄럭.

“그 영감은 늙어 죽지도 않나. 이래서 신이란 작자들은.”


하지만 자신을 부르는 것을 무시할 수 없었기에 곧장 날개를 펴며 하늘로 날아오른 팜판.


“아, 주위에 왕국 기사단 있으니까 불러서 꼬맹이 신전으로 데려가 치료시키라고 해. 수련은 여기까지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마신 크라노드가 자신을 부른다면 필시 사소하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었기에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작가의말

수련이 생각보다 기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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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115화. 대답하지 말고 즐겨. 19.07.09 82 2 16쪽
115 114화. 떠나는 테리. 19.07.08 86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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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12화. 강찬 19.07.06 95 4 17쪽
112 111화. 드래곤 로드 게렌하트. 19.07.05 107 4 17쪽
111 110화. 수련(5) +2 19.07.04 118 4 16쪽
» 109화. 수련(4) 19.07.03 128 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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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105화. 용의 둥지로!(2) 19.06.29 132 3 18쪽
105 104화. 용의 둥지로!(1) 19.06.29 158 4 17쪽
104 103화 뭔가 이상한 회담(2) +1 19.06.27 132 4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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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98화 19.06.22 161 4 16쪽
98 97화 19.06.21 155 5 17쪽
97 96화 19.06.20 151 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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