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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프엘라 님의 서재입니다.

신급 직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라프엘라
작품등록일 :
2019.04.01 17:17
최근연재일 :
2019.07.10 23:11
연재수 :
1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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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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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47,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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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29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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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105화. 용의 둥지로!(2)

DUMMY

(105)


용의 둥지로 가는 길에 몬스터를 마주칠 건 알았지만.


“여긴 몬스터 토벌도 안 하나! 더럽게 많네! 진짜.”

-떠도는 차원이나 차원의 균열로 넘어오는 것과 다르게 여기 몬스터들은 이곳이 고향이다. 인간들이 살아남는 것처럼 이놈들도 최선을 다해 살아남고 있지. 애초에 네가 있던 지구처럼 몬스터가 없는 차원이 거의 없을걸? 걔들도 살아보겠다고 지구로 넘어가는 걸 텐데 그걸 족족 잡아버리는 인간들의 추악함이란. 쯧쯧쯧.

“아 시끄러워! 안 그래도 계속 발목이 붙잡혀서 짜증 나 죽겠는데.”


에어 보드를 타고 쏘아져 나가면 못해도 10분에 한 번씩은 몬스터와 마주쳤다.

그나마 오우거나 트롤 같은 녀석들은 빠르게 처리하고 넘어갈 수 있어 괜찮았지만, 간혹 뛰어난 지능을 가진 녀석들이 펼쳐놓은 함정을 맞닥뜨릴 때는 제법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그래도 임마. 벌써 바다가 보이잖냐. 이 정도면 엄청 빠른 거야. 참 너희 인간들은 대단해. 고작 인간 주제에 이런 물건도 개발하고. 만약 내가 아직 육체가 있었으면 그 판자 빼앗아서 가지고 놀았을 텐데. 그런데 너 바다는 어떻게 건너려고 그러냐?

“어떻게 건너긴.”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그저 웃은 류현은 그대로 바다를 향해 돌진하였다.

에어 보드에서 분출되는 바람에 바닷물이 갈라지며 사방으로 물이 튀었다.


-야! 그딴 걸로 바다를 건넌다고? 지금 속도로 용의 둥지까지 가려면 4일은 가야 하는데 그동안 잠은 어디서 자려고!


그제야 류현이 어떤 방식으로 바다를 건널 것인지 알아챈 오셀레논이 기겁하며 잔소리를 시작했다.

인간이 배도 아니고 고작 2m 정도밖에 안 되는 널빤지 하나로 바다를 건너는 건 광룡이었던 그가 보기에도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럴 거면 아르텔에서 그리폰이나 와이번 한 마리 빌려 오던가!

“걔들이 빌려주겠냐? 안 빌려줄 거란 걸 느꼈으니까 말도 안 꺼냈지! 내가 쟝씨 앞이라 말을 안 했는데 왠지 황제 그놈 별로 좋은 놈은 아닌 것 같아.”


정확히 뭔지 알 수 없었고 희미한 직감이었기에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황제를 본 순간 악당을 볼 때의 직감이 희미하게 느껴졌다.

마치 대륙의 평화를 위해 나쁜 짓을 하는 느낌?

그렇기에 용의 둥지까지 갈 방법을 부탁하지 않은 것이고.


“아무튼, 이대로 간다.”


마나를 움직여 보드에 주입하는 류현.

그와 동시에 출력이 더욱 세지며 에어 보드의 속도가 빨라졌다.


* * *


밥은 이동하며 대충 공간에서 아무거나 꺼내 먹고 잠을 자지 않으며 바다 위를 내달리기를 이틀.

류현은 뜻밖의 난관에 봉착해 바다 위에 둥둥 떠 있었다.


-돌아가라 인간이여.


마치 눈이 쌓인 거대한 산맥처럼 바다 위를 고고하게 막아서고 있는 흰머리 고래 백경.

출력을 높아 예상보다 빠른 속도였기에 반나절만 더 내달린다면 용의 둥지에 도착할 수 있을 텐데 빌어먹을 고래가 앞길을 막아서고 있다.


“야! 비키라니까! 내 말 안 들리냐?”

-용의 둥지로 들어가는 바다는 내가 있는 한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아니 그러니까 왜! 뭐 용한테 협박이라도 받은 거야?”


아무리 말을 해도 비켜주지 않는 백경은 류현이 놈을 피해 돌아서 가려 하면 쫓아와서까지 앞길을 막아섰다.


“야 오셀. 저거 방법 없냐?”

-글쎄. 옛날엔 이런 놈 없었는데.

“아오! 공격도 안 통하고.”


놈이 앞길을 가로막자 류현이 가장 먼저 선택한 방법은 공격이었다.

거대한 만큼 일격에 반으로 가르며 길을 만들기 위해 무리해가면서까지 주위의 마나를 끌어모아 거대한 검강을 이루어 베었지만, 순간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허공으로 흩어져 버렸고 아무리 공격을 하여도 같은 현상만 반복될 뿐이었다.


“저기요? 좀 비켜주면 안 될까?”


공격이 통하지 않기에 결국 남은 것은 협박.

왠지 모르겠지만 이 거대한 고래에겐 자신의 직감이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푸슈슈슈슈! 빠직.

류현의 말에 대답 대신 숨구멍으로 세찬 물줄기를 뿌리는 백경.

그 물줄기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며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들어 냈었고 동시에 류현의 아미에 힘줄도 솟아오르게 만들어 냈다.


“후우... 하루만 참자 하루만.”


결국, 위성 전화로 하스틴에게 도움을 요청한 류현.

하루만 기다리면 무인 로봇 한 대가 류현을 태우고 저 거대한 놈을 넘어 용의 둥지로 안내할 것이다.

그렇기에 기다리는 시간 동안 바다 위에 둥둥 떠서 술을 마시기 시작한 류현.


-그대는 어찌 용의 둥지로 가려 하는가...


작은 인간이 어느 순간부터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하지 않기에 거대한 눈을 도르르 굴리며 류현을 바라본 백경이 먼저 말을 걸었다.


“누구 좀 보러 가는데.”

-누구를 말인가... 이곳은 근 80년간 아무도 지나가지 못하였는데.

“뭐 이곳만 길이냐? 다른 쪽으로 바다를 건너 들어갔을 수도 있지.”


용의 둥지는 거대한 섬이었고 사방이 바다였다.

백경이 류현을 막아서고 있다 하여도 다른 방향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류현은 놈이 졸래졸래 쫓아와 길을 막기에 불가능했지만.


-아니다... 이곳뿐 아닌 모든 곳에 나와 같은 영물들이 지키고 있다. 바다가 알려준다... 아무도 들어가지 않았다. 들어가려는 존재는 모두 죽었다...

“아니 그러니까 왜 못 들어가는 건데.”

-모른다... 들어가지 못하게 막으라고 했다...


자신의 입으로 영물이라고 하는 것 치고는 심히 멍청해 보이는 백경.

가만 보니 눈이 퀭한 것이 정말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야야, 너 오랫동안 못 잤지?”

-그렇다... 자지 말라고 했다... 졸리다...


류현의 말에 곧장 수긍하는 백경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히기 시작하였다.

누군지도 모르는 존재의 말에 거부도 못 하고 들어가는 길을 막아서기만 80년.

다른 방향에 있는 놈들은 몇 마리씩 돌아가면서 잠도 자고 놀러도 다니는데 이 방향을 지키는 것은 자신 혼자였기에 잠도 못 자고 놀지도 못하고 너무 슬펐다.


“이야, 그거 몹시 나쁜 놈이네! 그런 놈 말을 왜 따라? 그냥 박차고 가버려!”

-안된다... 말을 따르지 않으면...

“않으면?”

-안될 것 같다...

“......”


뭔가 죽는다, 혹은 내 자식이 위험하다 같은 걸 예상했건만 고작 하는 말이 말을 따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니...


“너도 그동안 참 힘들었겠구나. 에휴. 너도 한잔... 아니다.”


멍청한 듯하면서도 어디가 귀여운 백경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며 술을 건네려던 류현이 이내 생각을 접고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저런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거대한 덩치에 고작 이 정도 술병으로 기분이 좋아질 리 없지 않은가.

그 뒤로도 백경의 투덜거림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다른 지역에 있는 크라켄 놈이 와서 자신을 놀란다는 둥.

드래곤들이 가끔 와서 자신에게 먹이를 던져준다는 둥.

자신의 몸 주위에 투명한 보이지 않는 보호막이 있다는 둥.


후우우우웅!

그런 말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시고 자장가 삼아 잠을 청하다 보니 멀리서 건X을 닮은 로봇 하나가 날아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끄으응. 이제 가볼게. 너도 얼른 자유를 만끽하길 바란다.”

-고맙다 인간... 언젠가 내가 이곳에서 벗어나 너를 다시 만난다면 나를 잠시라도 재미있게 해 준 이 은혜를 꼭 갚겠다.


그동안 인간들은 자신을 공격하고 도망가기만 하였지 이런 식으로 친근하게 대화를 걸어준 것은 처음이었다.


“하하하. 그렇게 고마우면 나중에 네 내단이라도 내놓던가.”

-그건 좀...


영물이 오랜 기간 몸속에 마나를 응축해놓은 내단은 그야말로 영약이었다.

그런데 그런 내단을 빼서 선물한다는 것은 죽으라는 소리나 다름 없지 않은가.


“하하하, 농담이야. 그럼 간다.”


점점 가까워지는 로봇을 보며 마지막 작별 인사를 고하는 류현.

그런 모습을 보던 백경은 문득 무언가가 생각난 듯 말을 하였다.


-그러고 보니 바다뿐 아니라 하늘도...


콰앙.

말이 끝나기 전에 붉은 선 하나가 빠른 속도로 쏘아져 나가 로봇을 꿰뚫었고 그대로 폭발해 버렸다.


“야... 그런 건 빨리 말해줘야지.”

-깜빡했다...

‘죽일까...’


죽일 수 있으면 이미 죽여 내단을 빼앗았을 테니만 그럴 수 없으니 참는 류현은 오른손에 오셀레논을 왼손엔 민아를 쥐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였다.

붉은 선이 빠른 속도로 유턴해 돌아오고 있었기 때문에.


끼야아악!

“불사조...?”


점점 가까워지며 백경과 류현의 앞으로 다가온 붉은 것의 형체.

온몸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만화에서 볼 법한 불사조였다.


-야 백경. 너 뭐하냐?


약간 다른 것이 있다면 온몸이 파란 불꽃으로 활활 타오른다는 점.

그리고 그런 불사조에게선 앙칼진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아오! 생선 새끼들은 이래서 안 돼요! 안 그래도 환계에서 불려와서 80년 동안 하늘을 지키고 있는 것도 X 같은데 너! 네가 여기 왜 있는지도 까먹었지?


불사조는 백경과 다르게 명석한 지능을 가졌는지 연신 백경을 나무리가 시작하였다.

마치 누나가 동생을 타이르는 모습.


-너 데르미스가 우리를 소환해서 모라고 했어. 보라색 눈을 가진 인간을 제외하면 모두 돌려보내고 악한 마음을 가진 이는 전부 죽이라고 했잖아!

-데르미스가... 누구인가?

-너 정말... 에휴 말을 말아야지. 환계에 있을 때는 그렇게 지혜롭고 현명한 놈이 다른 차원의 바다에 오면 오크만도 못해지니. 빨리 저 인간이나 돌려보... 응?


백경을 보며 답답한 마음에 부리를 벌리며 한숨을 내쉬던 불사조는 그제야 류현을 돌아보며 말을 하려다 멈칫하였다.

자신들이 80년이나 지루하게 이 섬을 지키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데르메스라는 드래곤이 소환을 하며 무심한 표정으로 악마의 혀보다 더욱 현란하고 달콤한 말로 영물들을 꿰어내 계약을 했기 때문이지 않은가.

계약의 내용은 자신과 같은 ‘보라색 눈을 가진 이가 오기 전까지는 그 누구의 접근도 허락하지 말라.’


-야! 뭐해! 저 인간 눈이 보라색이잖아! 저 인간만 데려가면 우리도 환계로 돌아갈 수 있다고!

-환계가 어디인가...?


기쁨에 날개를 활짝 펴며 날뛰는 불사조와는 다르게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눈알만 굴리고 있는 백경.


“너는 나중에 나한테 내단 뺏길 각오해라.”


류현의 말에 데구르르 구르던 백경의 눈이 더욱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도대체 자신에게 왜들 그러는 건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 * *


푸슈슈슈슈!

용의 둥지에 도착한 백경은 시원하게 물줄기를 뿜어댔고 주위에 앉아있던 류현은 갑자기 쏘아낸 물줄기에 얻어맞아 섬 쪽으로 날아가 간신히 착지할 수 있었다.


“저 새끼가 진짜.”

-일부로 그런 것이 아니다... 나도 모르게 그만... 네가 거기 앉아있던 것이 잘못이다.

“아니야, 변명 안 해도 돼. 일단 이리 와봐”


섬에 도착한 순간부터 백경의 몸을 보호하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사라진 직감이 들었고 백경에 대해서도 직감이 들기 시작하였다.

놈의 거대한 몸 어디에 내단이 숨어있는지까지도.


뿌우우우우!

살기등등한 류현의 눈을 마주한 백경은 꽁지 빠지게 바닷속으로 들어가 멀리 도망가 버리기 시작하였고.


-야! 너 환계 안 돌아가?!


불사조는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도망을 가는 백경을 보며 놀라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너무 빠른 속도로 도망을 쳤기에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고.


-휴... 저 멍청한 물고기 새끼. 야, 나는 이제 환계로 갈 거니까 남은 건 네가 알아서 해.


백경의 멍청함에 깊은 한숨을 내뱉은 불사조의 불꽃이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계약을 마침에 자신과 연결된 환국으로 되돌아가려는 증상.


-그보다 백경이 네 기운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응? 그게 무슨...”


사라지는 불사조의 마지막 말을 이해하지 못한 류현은 순간 자신의 오른쪽 소매를 걷어 팔뚝을 확인하였다.

그곳에 어느새 새겨진 숫자 100을 닮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이게 뭐... 갔네?”


그 문양이 무엇인지 확인을 하기 위해 고개를 들어 올리니 불사조는 이미 그 자리에서 불꽃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언젠가 이 문양이 쓸 일이 있겠지라는 생각을 한 류현은 생각을 접고 뒤를 돌았고.


“그래서. 당신이 왜 여기 있어?”

“......”


그곳엔 익숙한 얼굴인 레제니스 룬텔이 있었다.


* * *


위대한 드래곤의. 그중에서도 현명함으로는 최고라는 골드 족으로 태어난 레제니스는 유희를 할 때는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오랜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로서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서는 무언가에 몰두하는 것만큼 좋은 게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기억과 능력을 봉인 당했을 때처럼 모든 것을 숨긴 상태로 류현을 맞이하였다.


“류현씨. 오랜만입니다?”

“그렇게 오랜만은 아닌데? 왜 여깄냐니까?”

“하하. 납치당했습니다.”


멋쩍은 듯 웃으며 말하는 레제니스.

데르미스와 레온에게 받은 임무는 류현이 이곳에 당도하면 둘의 말을 전함과 동시에 ‘일’을 마친 류현과 함께 본래 살던 곳으로 되돌아가라는 것이다.

하지만 드래곤의 규율상 유희 중 자신의 정체를 들킨다면 유희를 마치고 한동안 휴식기를 가져야 했기에 머리를 굴려 생각해 낸 타개책은 레온이 자신을 납치했다고 하는 것!


“아하~ 납치를 당하셨다? 누구한테?”

“레온이라는 분에게요... 그분은 마치 인간이 아닌 것처럼 강하신 분이시더군요. 저는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습니다.”


완전한 거짓말은 아니었다.

정말 에이션트 드래곤인 레제니스로서도 레온에게 감히 항거할 마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그는 강하고 압도적이었으니까.


“으음~ 그랬구나아~ 레온이 굳. 이. 나를 직접 데려온 게 아니라 귀찮고 번거롭게 레.제.니.스.씨를 납치 해 온 거구나~ 아~ 그렇구우나아~”

“아하하, 맞아요... 맞... 습니다.”


류현의 말투를 들은 레제니스는 이미 류현이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챈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저런 식으로 놀리는 것을 보니 말을 할 생각은 없어 보였고.


“그래서? 내가 올 줄 알고 당신을 여기에 왜 뒀는데?”


류현은 레제니스가 ‘뭔가 사정이 있겠지’하고 넘어가며 자신의 본론을 들어냈다.

자신의 목적은 이곳에 룬텔을 찾으러 온 것이 아니라 레온이나 혹은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데르미스를 만나러 온 것이니까.


‘아무런 직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곳에서 이미 떠난 건가? 모기처럼 빨 때 꽂아서 쪽쪽 빨아먹어야 하는데...’


좀전의 백경이나 불사조처럼 자신의 직감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둘은 이미 이 용의 둥지에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무언가를 룬텔에게 남겨 놓았다는 것.


“아, 잠시만요.”


류현의 말을 들은 룬텔이 품에서 주섬주섬 돌돌 말린 양피지 하나를 꺼내 들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번쩍번쩍 모여드는 여러 종족.


“오~ 너냐? 네가 레온의 동생이야?”


온몸이 빨간 오크 하나가 류현에게 다가와 몸 이곳저곳을 살펴보기 시작하였다.

그 오크를 본 류현은.


“와, 오크를 이렇게 잘생기게 만들다니. 오크의 낭만을 모르는 드래곤이시네.”

“뭐? 푸하하! 내가 드래곤인걸 바로 알아채다니! 역시 데르미스님의 아들이네!”

“그러게. 그 능력을 타고나긴 했나 봐. 그런데 그 둘에 비교해 너무 약하지 않아? 헤츨링 하나도 버겁겠는데?”

“그러게? 인간의 기준으로 마나 마스터 상급과 최상급의 사이인가? 그래도 살아온 수명에 비교해서 꽤 괜찮은 것 같은데.”


오크 말고도 엘프, 드워프, 라이칸슬로프, 호빗, 인간 등등 여러 종족이 순식간에 류현을 둘러싸며 그를 살피고 저마다 감상평을 내뱉고 있었다.

순식간에 동물원의 동물이 되어버린 듯한 류현.


“근데 레제니스 너는 왜 힘을 숨-”

-닥쳐!

“......?”


그중 한 그린 드래곤이 힘을 숨긴 레제니스에게 의문을 품고 물어보려 하였지만, 그가 한발 빨리 마나를 이용해 그의 고막에 목소리를 박아넣었다.


-드래곤의 규율 때문에 유희를 그만둬야 할 수 있으니까 좀 닥쳐라. 눈치가 없냐? 에이션트 드래곤은 형식으로 달았어? 그린 드래곤이면 자연에 가까운 거 아니야? 대가리에 독만 가득 찼냐?


그린 드래곤의 말을 막은 레제니스는 곧장 그의 귀에 험한 말을 박아넣기 시작하였다.

그의 평소 얌전하고 진중한 성격을 알고 있던 드래곤이었기에 벙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사이 류현에게 다가가 양피지를 내미는 레제니스.


“받으시죠... 그리고 저는 여기 있는 위대한 분들이 무서우니 자리를 피하시죠.”


찌릿.

말을 하며 주위 드래곤들을 흘겨본 룬텔은 양피지를 넘기며 류현의 소매를 이끌어 자리를 이동하였다.

한 마디로 ‘닥치고 다 꺼져라’ 라는 뜻.


“쟤 왜 저렇게 변했냐...?”

“그러게. 수백 년 동안 어디론가 사라졌더니 드디어 미쳤나?”

“하긴, 원래 골드 족들이 점잔 떠는 사이코패스들이잖아.”


그들은 아직 레제니스가 차원의 균열에 빠졌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고 최근에는 데르미스와 레온이 이곳에 기거하고 있었기에 얌전히 지내던 중이었기에 아무것도 몰랐었다.

그렇게 뒤에서 수군거리는 것을 알면서도 인내심을 발휘해 참으며 걸음을 재촉하는 레제니스와 뭐가 그리 웃긴지 연신 피식거리고 있는 류현.

용의 둥지라는 곳도 생각보다 사람 사는 곳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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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116화. 발단(1) 19.07.10 102 1 16쪽
116 115화. 대답하지 말고 즐겨. 19.07.09 82 2 16쪽
115 114화. 떠나는 테리. 19.07.08 87 3 16쪽
114 113화. 제이스와 스팀핸드 19.07.07 92 3 16쪽
113 112화. 강찬 19.07.06 95 4 17쪽
112 111화. 드래곤 로드 게렌하트. 19.07.05 108 4 17쪽
111 110화. 수련(5) +2 19.07.04 118 4 16쪽
110 109화. 수련(4) 19.07.03 128 3 17쪽
109 108화. 수련(3) 19.07.02 103 3 17쪽
108 107화. 수련(2) 19.07.02 101 4 16쪽
107 106화. 수련(1) 19.07.01 120 3 16쪽
» 105화. 용의 둥지로!(2) 19.06.29 133 3 18쪽
105 104화. 용의 둥지로!(1) 19.06.29 159 4 17쪽
104 103화 뭔가 이상한 회담(2) +1 19.06.27 132 4 17쪽
103 102화. 뭔가 이상한 회담(1) 19.06.26 141 4 16쪽
102 101화. 새로운 세계(2) +1 19.06.26 176 4 15쪽
101 100화. 새로운 세계(1) +3 19.06.24 173 5 17쪽
100 99화 19.06.23 147 4 16쪽
99 98화 19.06.22 161 4 16쪽
98 97화 19.06.21 155 5 17쪽
97 96화 19.06.20 151 4 16쪽
96 95화 19.06.19 152 5 16쪽
95 94화 19.06.18 157 4 16쪽
94 93화 19.06.17 152 4 16쪽
93 92화 19.06.14 149 4 16쪽
92 91화 19.06.13 203 5 15쪽
91 90화 19.06.12 185 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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