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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프엘라 님의 서재입니다.

신급 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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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프엘라
작품등록일 :
2019.04.01 17:17
최근연재일 :
2019.07.10 23:11
연재수 :
117 회
조회수 :
48,627
추천수 :
1,578
글자수 :
847,502

작성
19.05.2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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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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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5쪽

69화

DUMMY

(69)


한 번의 공격을 허용한 뒤로 류현은 더는 그 어떠한 공격에도 맞아주지 않았다.

그저 팔로파만이 류현의 자잘한 공격을 대부분 허용할 뿐.


“크윽.”


류현의 검이 팔로파의 찢긴 흉갑 사이를 정확히 베고 지나갔고 그에 팔로파는 짧은 신음을 내뱉으며 뒤로 물러섰다.

그토록 쉬지 않고 도발을 하던 류현은 입을 다물고 공격만을 하였고 팔로파 또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며 공격을 막기에 급급한 상황.


“하레. 톰. 베론.”


후우웅!

뒤로 물러선 팔로파가 주먹을 하늘로 치켜들고 주문을 외자 주먹을 중심으로 광풍이 몰아쳤다.

그 주먹을 땅에 꽂아 넣자.


콰득! 콰드드드득!

마치 오래된 게임의 럴X처럼 돌이 가시처럼 튀어 오르며 류현을 공격하였다.

자신의 발에서 튀어 오르는 돌을 강제로 쳐내거나 부수기보다 오히려 그 힘을 이용해 허공으로 도약하는 류현.


후우웅!

콰직!

“크악!”


떨어지는 힘을 이용해 검을 휘둘렀고 팔로파는 급히 양손을 교차해 막긴 하였으나 강한 힘에 건틀렛이 우그러지며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퍽! 콰당탕!

고통에 정신이 흐트러진 놈의 복부 쪽을 걷어찬 류현은 날아가는 놈을 따라 쏘아지듯 달렸고.


콰직!

발을 놀려 얼굴을 내려찍어 뒤통수와 땅이 만나게 해 주었다.

짓뭉개지는 푸른 얼굴의 코와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꾸욱.

“인제 그만합시다.”


팔로파의 가슴을 발로 꾹 누른 채 검을 들어 올린 류현.

단전의 마나홀에서 일순간 마나가 활발하게 움직이며 팔을 지난 후 검을 가득 메웠고 이내 검은 검에는 흉흉한 푸른 오러가 일렁였다.


“마지막으로 뭐 하고 싶은 말 있어요?”

“끝나지... 않았...”

“네~ 잘 들었고요.”


푸욱.

“크아악!”


오러를 머금은 검이 어깨를 관통하자 팔로파의 입에서는 고통에 찬 비명이 흘러나왔다.

마지막쯤은 자신의 백성을 살려달라 할 줄 알았거늘 끝내 백성 따윈 안중에도 없는 왕의 모습이 꼴 보기가 싫었다.


푸욱.

“끄으윽.”


반대쪽 어깨를 다시 한번 관통하자 팔로파는 이를 갈며 류현을 노려보았다.

이런 시정잡배 같은 놈에게 진 자신을 원망하며.


“네놈도 네놈의 행성도 언젠가 우리와 같이 누군가에게 빼앗기고 멸망하길 빌어주마. 그리고 명계에 가서도 저주하마.”

“네네~ 고생하셨습니다.”


촤악! 퓨슈우우.

유언을 끝까지 들어준 류현은 마지막으로 팔로파의 목을 베었고 목에선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행성을 빼앗기고 신의 도움을 받아 연명하였으나 어리석어 백성을 보살피지 못했던 왕의 최후.


스화아아악!

부들부들 떨던 팔로파의 몸이 이내 축 늘어지자 몸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며 쪼그라들기 시작하였다.

주술로 이루어졌던 거대한 육체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우웨에엑!”


팔로파와의 전투가 끝남과 동시에 류현은 뒤를 돌아 곧장 속에 있는 것을 비워내기 시작하였다.

판호에게 뺏어 마신 술과 속에서 고였던 검붉은 피가 섞여 이상한 색을 내며 땅을 수놓았다.

한바탕 속을 게워낸 류현은 입가를 훔치며 고개를 들어 한창 싸우고 있는 이들을 바라보니 팔로파와 같은 종족인 파란 녀석들은 그 수가 얼마 남지 않았고 검은 늑대 인간은 아직 멀쩡하다는 듯 날뛰는 중이었다.

바닥을 나뒹구는 팔로파의 머리를 주워든 류현은 전장으로 다가가 파란 놈들에게 그 머리를 집어 던졌다.


“너희들의 왕은 죽었다! 항복한다면 목숨만은 살려주지.”

“...!!!”

“두... 두파야! 눔바!”


마나가 실려 넓게 퍼져나가는 목소리에 일순간 전장의 소음이 사라진 듯 시선이 류현에게로 쏠렸고 파란 놈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한 눈으로 팔로파의 머리를 바라보았다.

그와 다르게 류현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고 날뛰는 검은 늑대 인간 가르곤.

가르곤은 이성이 없이 그저 소환자의 명령대로 적을 도륙할 뿐이었다.


“저 저. 개X끼가 사람이 말을 하는데 저.”


탕!

꺼내든 은색 리볼버의 총구에 불이 뿜어지며 총탄이 쏘아졌다.

팔로파와 다르게 가르곤은 몬스터였으니 멸괴석으로 만들어진 탄환에 팔로파보다 더욱 큰 피해를 보아야 했지만.


퍼억.

“크르? 크르르르.”


얼굴에 정확히 꽂혔음에도 주먹으로 얻어맞은 소리만이 나더니 가르곤은 고개를 돌려 류현을 바라보았다.


“너, 가죽 벗겨서 팔면 꽤 비싸겠다.”

“크르르르.”


타타탁!

류현의 말을 알아듣지도 못했을 텐데 곧장 류현을 향해 달리기 시작하는 가르곤.

놈의 속도 자체는 팔로파보다 한 수 위였고 매우 빠른 속도로 다가와 기다란 손톱을 휘둘렀다.


채앵! 탕! 퍽.

검을 들어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손톱을 막고는 복부에 총탄을 쏘았지만, 그 두꺼운 가죽을 뚫지 못했다.

가르곤은 계속해서 양손의 손톱을 휘둘렀고 류현은 빠르게 검과 총을 움직여 그 손톱을 막아냈다.

리볼버는 재질이 무엇인지 오러를 덧씌우지 않고 막아도 흠조차 생기지 않았지만 검은 오러를 씌우지 않는다면 금방 손톱에 조각이 나 버릴 것 같았다.


“뒤에도 있다!”


퍼억!

가르곤이 류현에게 집중하는 동안 다가온 판호가 녀석의 머리를 냅다 후려 찼다.


크헝헝!

그에 화가 났는지 뒤를 돌아 판호를 바라보는 가르곤을.


촤악!

다시 뒤에 있는 류현이 검을 내리치며 길게 베었다.

한 번에 죽이고 싶지만, 가죽이 너무 두꺼워 긴 자상만이 남았을 뿐 아직 생명에 지장은 없어 보였다.


크르르르릉.

앞뒤로 짜증 나게 하니 열이 받은 가르곤의 머리 위로.


후우우웅! 콰아아앙!

깨갱.

거대한 검이 떨어지며 머리를 내리찍었다.

엄청난 무게에 꺾이는 가르곤의 머리.

일전처럼 양손을 사용해 막으려 했었지만 류현과 판호의 공격에 그러지 못한 것이 거대한 검에 당한 이유였다.


파지지직!

류강의 번개가 녀석을 꿰뚫었고.

콰드득!

제환이 일으킨 돌이 세차게 후려쳤으며.

퍽! 콰직!

가르곤의 뒤로 달려든 지혜가 있는 힘껏 무릎 뒤쪽의 관절을 후려 찼다.

사방에서 공격이 날아오자 우왕좌왕하며 대응을 못 하며 당하기던 놈이 입을 크게 벌리며 울음을 뱉어냈다.


아우우우우!

퍼엉!

그러자 가르곤을 중심으로 세찬 바람이 불며 일행들을 뒷걸음치게 했고 그사이 자신의 머리를 짓누르는 검을 밀어내곤 달리기 시작하였다.

목표는 가장 마지막에 자신을 공격한 지혜.


후웅!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기에 경지가 낮은 지혜는 차마 반격을 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건틀렛을 낀 손을 교차시켜 방어하려 하였다.


타앙!

퍽!

크아아!


가르곤의 손톱이 지혜에게 닿기 직전 한 발의 총성 음이 울리며 휘두르던 가르곤의 손이 뒤로 튕겨 나갔다.

낮게 울음을 흘리며 그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니 류현이 기다란 저격 소총을 들고 웃고 있었다.


“이리 오렴. 우쭈주.”


크헝!

류현을 향해 땅을 박차며 달리는 가르곤.

강한 것에 비교해 너무도 단순한 놈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팔로파에 비해 무척이나 상대하기가 쉬웠다.


척.

어느새 꺼내든 검을 쥐고 자세를 잡은 류현은 금세 자신에게 도달한 가르곤의 손톱을 피하며 스쳐 지나가듯 베어 넘겼다.


픽!

“쳇.”


하지만 어떻게 된 가죽인지 검에 오러까지 머금었음에도 깊이 베는 것은 실패하고 미약한 자상만을 남겼다.


‘한 번 더 써야 하나...’


마음만 먹는다면 손쉽게 녀석을 처리할 방법이 있었지만 그렇게 된다면 류현은 또다시 깊은 내상을 입게 될 것이었다.


“어떻게 해! 잡을 순 있는 거야?!”


뒤쪽에서 걱정스레 들리는 존의 목소리.

류현마저 놈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지 못하니 슬슬 걱정되는 것이다.


“걱정하지 마. 끝까지 가면 내가 다 이겨.”


씩 웃으며 존을 안심시킨 류현은 검을 축 내리깔는 자세를 취하였다.

그 방법을 쓰는 순간을 류현은 좋아했다. 사용한 이후 반동이 커서 그렇지.


크르르릉.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류현을 경계하던 가르곤이 쏘아져 나가려는 듯 자세를 낮추고 있었다.

그사이 마나를 운용하기 시작하는 류현.


‘나나 자연은 모두 이 세상의 일부. 굳이 그 경계를 나누지 말고 하나가 된다.’


스으으으.

류현의 단전에서 시작된 마나가 오러를 형성하였고 그것에 그치지 않으며 자연을 떠도는 마나들 또한 끌어들이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흉흉하게 일렁이던 오러가 더욱 검에 밀착되며 견고해지기 시작하였다.


크헝!

땅을 박차며 위협적으로 쏘아져 나오는 가르곤.

신체 능력을 끌어 올린 것인지 이전보다 더욱 기세가 흉흉했다.


“와라.”

아우우!


순식간에 지척에 도달한 가르곤의 손톱을 물 흐르듯 피한 류현은 옆으로 한번 돌며 아래에서 이로 검을 올려 쳤다.


빠르게 휘두른 것도 아니었고 강하게 휘두른 것도 아니었다.

그저 아래에서 위로 검을 천천히 올려친 느낌.

하지만 그 결과는.


스걱!

땅이 두부 썰리듯 류현의 검에 맺힌 오러가 지나간 자국이 남았으며 가르곤의 찢기지 않을 것 같은 가죽은 종이처럼 너무도 쉽게 찢겼다.


크르릉.

일순간 자신이 베인 것도 몰랐던 것인지 뒤를 돌려던 놈은.


스으윽.

촤아아악!

깨끗한 단면을 남기며 정확히 두 동강이 나 바닥을 나뒹굴며 피를 뿜어댔다.


* * *


툭! 데그르르.

“베야!”


자신들의 왕이 쓰러지고 최강의 소환수인 마수 가르곤 마저 쓰러졌으니 더는 희망이 없다는 생각에 푸른 피부를 가진 벨탄족은 저마다 자신의 지팡이를 바닥에 내던지고는 두 손을 하늘로 들어올렸다.

명백한 항복의 뜻.

각성자 협회에서는 그들의 속박하고 사라진 포탈이 있던 곳을 수색하였다.


“두.. 둠바!”

“이곳에 어린아이들과 여인들이 있습니다!”


전장에서 여인들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싸울 수 있는 벨탄족 전원이 전장에 나선 듯 수많은 여인이 있었지만 그래도 미래를 위해 아이들을 보호할 어미들은 전장에 참여시키지 않은 것이었다.


“모두 후송한다.”


패잔병들과 여인. 그리고 아이들을 모두 포함한다 하여도 그 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리고 전장에서 패배한 종족이라 하여도 아이와 여인까지 전부 죽이는 것은 너무 한 것 아니겠는가.

계상의 명령에 각성자 협회 직원들은 신속히 움직이기 시작하였고 그 이후 계상은 류현에게 찾아갔다.


“타이밍 한번 기가 막히더군.”

“하하하, 제가 좀...”


쿨럭.

바닥에 주저앉아 능청스레 웃던 류현은 갑자기 입에서 피를 토하였고 그 모습에 주위에 있던 일행들이 급하게 다가왔다.


“야! 괜찮아?”

“종필이! 종필이 어딨어! 종필이 불러!”

“야 이 나쁜 새끼야! 3달 동안 연락 한번 없더니 보여주는 첫 모습이 피를 토하는거냐!”


퍽!

마지막엔 류현의 상태 따윈 신경도 쓰지 않는 모습으로 달려와 발로 걷어차는 레치카였다.


“진정해!”

“아악! 짜증 나! 이 새끼가 제일 싫어!”


지혜가 급히 레치카를 말리자 짜증스러운 모습으로 소리를 지르는 그녀를 바라보며 웃는 류현.


“헤헤, 공듀님 나 보고 싶었구나?”

“X랄!”

“한국어 패치도 완벽하고. 이제 한국 사람이라 해도 믿겠어.”

“개X리 말고 3달 동안 도대체 뭘 하고 다닌 거야! 왜 이렇게 거지꼴이야!”


욕을 하며 짜증을 부리면서도 쓱 머리끈 하나를 건네는 레치카였다.

그 머리끈을 건네받은 류현은 부스스한 머리를 뒤로 묶어 예전의 반묶음 머리를 만들고는.


“나중에... 나 좀만 자고.”


털썩.

그대로 뒤로 넘어가 기절을 하였다.


“이런 인사도 못 하겠군.”

“그러게요.”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것은 PG 길드뿐이 아니었다.

류현의 힘에 놀랐던. 그래서 얘기라도 한번 해 보려 했던 호프 길드의 임원 판호와 SKY 길드의 길마인 세희가 뒤에서 꿔놓은 보릿자루처럼 바라만 보다 뒷머리를 긁적였다.

대화할 상대가 기절하였는데 어찌 대화를 할 수 있겠는가?

결국, 친목을 다지려는 계획은 나중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만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새근새근.

자신을 걱정하는 사람들과 달려오는 치료 각성자들. 그리고 현장을 수습하려는 직원들로 인해 제법 소란스러웠지만, 세상 모르게 잠에 빠진 류현이었다.


* * *


달그락.

“인제 그만 찾아오시지요. 재고는 없습니다.”

“그저 차 한잔하러 온 것뿐입니다. 이런 좋은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이 흔한 것은 아니니까요.”


동화 속 궁전처럼 새하얗고 아름다운 빙화의 궁전 집무실에서 쟝이 찻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점점 강해지는 적들과 잦아드는 빈도에 몸이 열 개라도 부족했지만, 틈틈이 그녀를 찾아와 얘기를 주고받으며 찻잔을 기울이는 잔이었다.


“그대는... 제 마음을 흔들리게 하시는군요.”

“누군가 믿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것입니다. 저 또한 제가 정말 믿고 의지했던 분들이 있었으니까요.”

“좋은 분들이셨나 보군요.”


그녀의 말에 쟝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입가에 미소가 걸리게 만드는 지난 추억들이 생각이 났다.


“불의를 참지 못하고 몸이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바쁜 발걸음에도 멈춰 도와주며 자신의 사람을 위협하는 적에게는 일말의 재고도 없이 심판하고 무뚝뚝하지만 가끔은 가벼워 보이는 그런 분이시죠.”

“흠... 복잡한 분이셨군요.”

“복잡했지만 같이 지내다 보면 단순하게 느껴진답니다.”


호록.

빙화는 찻잔을 기울이며 자신의 과거를 즐겁게 이야기하는 쟝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포탈 건너편의 차원이라면... 아니 이 사람이 대표로만 있다면.’


대부분의 세상은 아주 완벽히 강한 한 사람에 의해 움직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리고 눈 앞에 사내는 충분히 그럴 만한 힘과 자격이 있어 보였고.

그런 그와 얘기를 하다 보니 자신의 백성들에게 다시금 넓은 세상으로 갈 기회를 주어도 되지 않으냐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나의 선조께서 남겨주신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


아름다운 땅도. 자신의 가문에 무공을 상징하듯 새하얀 궁전도.


“그대는 저를 힘들게 하는군요.”

“이런 아름다운 분을 힘들게 했다니. 저는 정말 나쁜 놈이군요.”

“예? 하하하. 그런 말은 어디서 배우셨습니까? 어울리지 않으십니다.”


피식.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에 쟝은 저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능구렁이 같은 류현을 한번 따라 해 보았더니 반응이 생각보다 괜찮은 것 아닌가.


“있습니다. 제법 재미있는 놈이.”

“그대가 그렇게 말을 하니 궁금해지는군요.”

“언젠가 한 번 보실 날이 있으실 겁니다.”


달그락.

그렇게 다시금 찻잔을 기울이는 그때.


슥.

쟝과 빙화의 고개가 일순간 창밖 너머로 향하였다.

그리고 말 없이 일어나 방을 빠져나가는 둘.


“제가 다스리는 왕국의 일이니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그동안 얻어먹은 찻값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단호한 빙화의 말에 능청스레 웃으며 반박을 하는 쟝.

빠른 걸음으로 움직이는 둘에게 무사 하나가 달려오고 있었다.


“전하! 서쪽의 동하 마을에서 떠돌이 차원의 무차별적 침략이라는 전갈이 왔사옵니다!”

“모든 병력을 모집하여 서쪽으로 진격시켜라.”

“충!”


무사의 대답을 들은 빙화는 일순간 신기루처럼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췄다.


‘역시. 마나를 운용하는 것은 내가 있던 판로스에 비해 무척 뛰어나다.’


눈앞에 무사는 그녀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지 못하였겠지만 쟝은 보법을 밟으며 빠르게 사라지는 그녀의 모습을 공부하듯 두 눈에 담았다.


“이렇게 하는 건가?”


그러고는 쟝 또한 일순간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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