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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백(風伯) 님의 서재입니다.

달이지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풍백(風伯)
작품등록일 :
2012.04.24 10:42
최근연재일 :
2012.04.24 10:42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92,997
추천수 :
396
글자수 :
34,842

작성
12.04.02 00:06
조회
8,081
추천
32
글자
8쪽

달이지다 1장 남궁운향-2

DUMMY

1장 남궁운향-2


3


한밤중이었다. 열려있는 창문으로 밝은 달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남궁운향이 잠들기 전에는 분명히 닫혀있던 창문이건만 지금은 활짝 열려 있었다.

“으음…….”

몸을 뒤척이던 남궁운향이 눈을 떴다. 누이동생이 왔다 간 이후로 언제 가져다 놓았는지 옆에 죽이 한 그릇 있기에 그걸 먹고 잠이 들었었다.

부스스한 모습으로 몸을 일으키던 남궁운향은 그제야 바로 옆에 누가 앉아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풍채가 좋은 중년의 도사였는데, 등 뒤에 장검을 한 자루 비껴 메고 마치 제집인양 단정하게 앉아있었다.

“누, 누구세요? 놀랐잖습니까.”

“표정하나 안 바뀌면서 놀랐다면 누가 믿겠느냐?”

도사의 목소리는 청량하기 이를 데 없어서 듣기에 매우 좋았다. 말하는 걸로 봐서는 자신을 아는 것 같았는데 남궁운향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저를 아세요?”

“방황하는 놈을 잡아다가 안착을 시켜놓았더니 또 그 모양이더냐?”

남궁운향은 도통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도사는 물어보는 말에는 대답을 안 하고 계속 엉뚱한 말만 하고 있었다.

“저기…….”

“그러게 나와 함께 가자고 그렇게 말했거늘. 하긴, 그것도 다 네놈의 운명이다.”

“여기는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이제부터라도 집착을 버려라. 네놈의 비뚤어진 애증(愛憎)이 결국은 너를 죽일 것이다. 지금의 네 꼴을 봐라. 천하제일의 기재(奇才)라 불리던 놈이 그 모양이지 않느냐? 너무 뛰어나면 화가 되기도 한다지만 너는 조금 지나친 감이 있다. 순양선천기경(純陽先天氣經)을 오성(五成)까지 성취하고도 나를 애먹이는 제자는 네가 유일하다.”

“잠깐, 잠깐만요. 제자라고요? 그럼 제가 도사님의 제자라는 거예요?”

“금화(金華)가 만개(滿開)하면 모든 것이 기억날 것이다. 이것이 마지막 기회이니라. 이번에 탈피(脫皮)하지 못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이다. 금화가 필 때 다시 만나자구나.”

“네? 가시려고요? 잠깐만요. 이름이라도 알려주시고…….”

말을 하던 남궁운향은 두 손으로 눈을 비볐다. 없었다. 방금까지 바로 앞에 앉아서 뜻 모를 말만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던 도사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쯧, 사부의 이름도 잊었더냐? 내 이름은 순양이니라.]

머릿속에서 도사의 청량한 목소리가 울려왔다. 남궁운향이 놀라서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도사의 모습의 보이지 않았다.

“이게 대체…….”

꿈은 아니었다. 꿈이 이리 생생할 리가 없었다. 게다가 이렇게 멀쩡하게 눈을 뜨고 있지 않은가?

남궁운향은 방금 도사가 한 말을 몇 번이나 곱씹으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금화가 도대체 뭐지? 그런 꽃도 있었나?’

황금 꽃이 세상에 존재할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뭔가 상징적인 의미일 터, 하지만 그게 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남궁운향은 아침나절이 되자 녹초가 되었다. 목이 말라서 물을 먹고 싶은데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도 없었다.

몸이 이리 허약해서야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우선 몸부터 건강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남궁운향이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하자 방문이 열리면서 시녀가 들어왔다. 시녀는 마치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침상으로 와서 남궁운향이 자는 걸 확인하고는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남궁운향은 시녀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려면 그녀에게 묻는 것이 가장 빨랐다. 하지만 보기만 하면 겁을 먹고 도망을 치니 붙잡아놓고 묻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자는 척을 하면서 가까이 오기를 기다린 것이다.

시녀는 방안 구석구석을 닦다가 남궁운향의 근처까지 오자 더욱 조심하며 움직였다. 남궁운향은 시녀가 조금만 더 가까이 오면 도망가지 못하게 손목을 붙잡으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얼굴 위로 시녀의 숨결이 느껴졌다.

남궁운향은 눈을 감고 있어서 시녀가 뭘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지만 일단 호기심이 일어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시녀의 시선이 계속 느껴졌고, 이내 얼굴을 쓰다듬는 부드러운 손길이 와 닿았다.

시녀는 혹여 남궁운향이 깰까봐 조심에 조심을 하며 한 번 더 남궁운향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러다 작게 한숨을 내쉬며 손을 떼고는 다시 청소를 하려고 했다.

남궁운향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시녀의 손목을 확 잡아당겼다. 그러자 생각지도 못하게 시녀가 침상으로 넘어졌다. 원래 남궁운향은 무공이 굉장히 뛰어났다. 아무리 몸 상태가 좋지 못하고 기억까지 잃었다지만 손을 쓰려고 하자 본능적으로 배운 초식이 나왔던 것이다.

“꺅!”

시녀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남궁운향은 그녀를 누르면서 재빨리 손으로 입을 막았다.

“헉헉…….”

급작스럽게 움직여서 그런지 숨이 찼다. 시녀는 두려움으로 인해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눈동자만 열심히 굴리고 있었다. 설마 남궁운향이 자지 않고 있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 짓을 하는 걸 들켰으니, 손목을 자르거나 기절할 때까지 매질을 할지도 몰랐다.

“이야기, 이야기 좀 하자.”

호되게 혼이 날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말이 들려왔다. 시녀는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갈등을 하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혼나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었다.

남궁운향은 그제야 그녀의 입을 막고 있던 손을 치웠다.

“우선, 여기 어디야?”

“네?”

“여기 어디냐고?”

너무나 황당한 질문에 시녀는 말문이 막혔다. 당연히 알고 있으면서 왜 그런 것을 묻는지 저의를 알 수가 없었다.

“여기가 어디냐고 묻잖아.”

“나, 남궁세가요.”

“남궁세가?”

“네.”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네?”

아니, 무슨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을 한단 말인가?

시녀는 대답은 않고 남궁운향을 빤히 쳐다봤다. 남궁운향은 절대로 아랫사람들을 상대로 농담을 하거나 장난을 치는 사람이 아니었다.

신경질적이고 강압적이며 약간의 잘못도 보아 넘기지 못하는 까다로운 성격에, 정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냉혈인간이었지만, 가볍지는 않았다. 공과 사가 분명했고, 사람을 대할 때는 선을 확실하게 그었다.

“묻고 있잖아. 내가 왜 여기에 있냐고.”

“그야 당연히... 공자님의 집이니까...요.”

“너는 내 시비지?”

“...네.”

생각대로였다. 남궁운향은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좋아. 풀어줄 테니까 도망 가지마. 알았지?”

“네.”

사실 자세가 참 민망했다. 남궁운향은 시녀의 어깨와 손목을 잡아서 누른 상태에서 위에 올라타고 있었다. 남들이 보면 딱 오해할 만한 자세였다.

남궁운향이 천천히 옆으로 비키자 시녀가 바로 앉으며 헝클어진 옷매무시를 바로 했다. 그러는 시녀의 얼굴은 홍시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우선 물 좀 줘. 목이 말라.”

“네.”

시녀는 재빨리 탁자에 있던 잔에 물을 따라서 내밀었다. 그걸 단숨에 벌컥벌컥 마신 남궁운향이 그제야 좀 살겠다는 듯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시녀를 보며 물었다.

“이름이 뭐야?”

“네?”

“자꾸 여러 번 묻게 하지 마. 이름이 뭐냐고?”

세상이 망하려나? 남궁운향이 이름을 묻고 있었다. 수년 간 남궁운향의 시중을 들어왔지만 단 한 번도 이름을 물어보지 않았고, 당연히 불린 적도 없었다. 이름 대신에 항상 잡것, 천한 것, 심하면 더러운 것, 등으로 불렸었다.

“도, 동이요. 한동이.”

“동이구나. 네가 나를 싫어하는 거는 알겠는데, 지금 상당히 혼란스러우니까 그렇게 무서워하지 말고 좀 도와줘야겠다.”

동이는 자신이 잘못들은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세상에나. 도와달라니. 더구나 명령조도 아니고 부탁하는 말투였다.

“뭐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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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달이지다 2장 드러나는 인연-4 +6 12.04.09 7,162 40 10쪽
9 달이지다 2장 드러나는 인연-3 +7 12.04.08 6,763 37 7쪽
8 달이지다 2장 드러나는 인연-2 +8 12.04.07 6,674 34 8쪽
7 달이지다 2장 드러나는 인연-1 +7 12.04.06 7,104 50 9쪽
6 달이지다 1장 남궁운향-5 +10 12.04.05 7,271 49 7쪽
5 달이지다 1장 남궁운향-4 +6 12.04.04 7,298 36 8쪽
4 달이지다 1장 남궁운향-3 +7 12.04.03 7,675 31 8쪽
» 달이지다 1장 남궁운향-2 +5 12.04.02 8,082 32 8쪽
2 달이지다 1장 남궁운향-1 +6 12.04.01 9,453 33 8쪽
1 달이지다 서장 +8 12.04.01 12,498 35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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