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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백(風伯) 님의 서재입니다.

달이지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풍백(風伯)
작품등록일 :
2012.04.24 10:42
최근연재일 :
2012.04.24 10:42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92,996
추천수 :
396
글자수 :
34,842

작성
12.04.01 22:53
조회
12,497
추천
35
글자
5쪽

달이지다 서장

DUMMY

서장.


쏴아아아아아아.

굵은 빗줄기가 시원하게 쏟아져 내렸다. 가을이 끝나고 이제는 겨울의 초입이라서 날씨가 제법 추웠다. 그런데 비까지 오니 더욱이 한기가 느껴졌다.

마차 안에 타고 있던 앳된 소녀가 몸을 한차례 움츠렸다. 십대후반으로 보이는 소녀는 잡티 하나 없는 깔끔한 피부에 눈이 커다래서 누가 봐도 미녀라고 할 만큼 아름다웠다. 그러나 무슨 일 때문인지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 했다.

“하아...”

소녀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자신의 무릎을 베고 죽은 듯이 누워있는 소년을 내려다 봤다. 이제 열대여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년은 얼굴에 병색이 완연하고 피골이 상접했다. 게다가 몸에는 두터운 붕대가 몇 겹으로 둘러져 있었다. 큰 부상을 당한 것이다.

그렇잖아도 소년은 늘 연약해보여서 어떻게 해서든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일게 만들었었다. 그런데 이렇게 큰 상처를 입고 사경을 헤매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움과 걱정으로 인해 자꾸 눈물이 차올랐다.

“그만 울 거라.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남궁세가가 어떤 곳인지 알지 않느냐? 믿고 기다리면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사내가 소녀를 다독이며 말했다.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와는 다르게 덩치가 크고 얼굴은 험악했다. 게다가 뺨에 자상이 있어서 더욱이 무서워보였다. 하지만 소녀에게는 늘 따뜻하고 자상하게 대해주는 친오라비였다.

“아니요. 오라버니. 그래서 더 걱정이에요. 그들의 손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 더 걱정이 되요.”

“하아...그나저나 이 일로 인해 그들이 무슨 요구를 해올지 난감하구나. 그가 다친 것은 정말 좋지 않은 일이다. 좋지 않아.”

혼자 말을 하듯이 같은 말을 반복하던 사내가 뒤로 등을 기댔다. 제 한 몸조차 가누지 못할 것 같던 소년이 남궁세가를 대표해서 북리세가에 왔을 때는 모두가 비웃었었다.

하지만 불과 1년, 그 1년 만에 소년은 모두의 비웃음을 호의로 만들었고 북리세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그런데 이리 되었으니 북리세가로서는 안타까움이 너무나 컸다.

사내가 다시 한숨을 내쉬는데 마차가 크게 한 차례 흔들리더니 멈추어 섰다.

“도착했습니다.”

마부석에서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사내가 마차의 창문을 조금 열고 밖을 확인했다. 쏟아지는 빗줄기 사이로 거대한 장원의 정문이 보였다.

사내의 눈이 정문의 처마에 걸려있는 편액에서 잠시 멈췄다. 어두운 밤이었고, 비가 이렇게 쏟아지고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뭐라고 써져있는지는 알고 있었다.

의검천세(義劍天世)!

이곳 안휘(安徽)의 제일세가(第一世家)인 남궁세가가 신념으로 여기며 지키려는 것이 바로 저 네 글자였다. 하지만 세(世)를 거듭할수록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버렸다고 사내는 생각했다.

“가서 우리가 왔음을 알리고 가주님에게도 전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마부가 대답을 하며 말을 타고 따라온 호위무사들을 향해 손짓을 했다. 그러자 두 사람이 말에서 내려 남궁세가의 정문으로 향했다.

탕탕!

문을 두드리자 잠시 후에 무사 두 명이 밖으로 나왔다.

“누구요?”

“우리는 북리세가에서 왔소. 소가주님께서 남궁세가의 가주님을 뵙고자 하오.”

사내의 말에 남궁세가의 무사가 그를 아래위로 훑어봤다. 북리세가의 사람이 분명했다. 북리세가 사람들은 대부분 기골이 장대하고 풍기는 분위기가 독특했다. 드넓은 평야를 누비고 다니는 기질 때문에 그런지 아무리 예의를 갖추어도 약간 거칠어 보였는데, 지금 눈앞에 있는 사내가 그랬다.

“마차를 확인해도 되겠소?”

“물론이오.”

사내가 허락하자 남궁세가의 무사 한 명이 마차로 다가갔다. 보통은 이렇게까지 확인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늦은 밤이라서 절차가 까다로웠다.

북쪽의 지배자라 불리는 북리세가였다. 그곳의 소가주이니 신분은 확실했다. 하지만 북리세가는 추가, 설가와 함께 남궁세가에 복속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이런 절차를 번거롭다 그냥 넘기지 못하고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설령 다른 그 어떤 곳이라 해도 남궁세가의 문턱을 넘으려면 꼭 거쳐야 할 일이었다.

“잠시 실례하겠소.”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보자 소가주와 함께 앳된 소녀가 보였다. 그리고 부상을 당한 소년이 누워있었다.

“실례했습니다.”

남궁세가의 무사가 정중하게 말하며 물러났다. 그 행동에 비굴함도 없었고, 오만함도 없었다. 그저 직무에 충실함이 있을 뿐이었다. 과연 남궁세가란 생각이 들었다.

“안에 알릴 터이니 조금 천천히 오시기 바랍니다.”

“알았소.”

굳게 닫혀 있던 남궁세가의 정문이 천천히 열렸다. 그러자 마차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비가 쏟아지던 어느 날의 일이었다.


작가의말

지금부터 달립니다. ^^
함께 달리시렵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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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달이지다 2장 드러나는 인연-4 +6 12.04.09 7,162 40 10쪽
9 달이지다 2장 드러나는 인연-3 +7 12.04.08 6,763 37 7쪽
8 달이지다 2장 드러나는 인연-2 +8 12.04.07 6,674 34 8쪽
7 달이지다 2장 드러나는 인연-1 +7 12.04.06 7,104 50 9쪽
6 달이지다 1장 남궁운향-5 +10 12.04.05 7,271 49 7쪽
5 달이지다 1장 남궁운향-4 +6 12.04.04 7,298 36 8쪽
4 달이지다 1장 남궁운향-3 +7 12.04.03 7,675 31 8쪽
3 달이지다 1장 남궁운향-2 +5 12.04.02 8,081 32 8쪽
2 달이지다 1장 남궁운향-1 +6 12.04.01 9,453 33 8쪽
» 달이지다 서장 +8 12.04.01 12,498 35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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