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25일 上
26일 금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가기로 생각했어.
고향에 가서 지워져 가는 어렸을적 기억을 다시 상기 시키기 위해서 난 그렇게 기차안에 몸을 맡겼지.
흔들리는 기차안에서도 내 휴대폰도 흔들렸고 어김없이 독촉전화는 왔어.
항상 대답했던 대답을 하고 나서 전화를 마치고 나서야 난 다시 휴대폰안의 음악을 듣곤해.
노래 가삿말 사이로 저 커튼 사이로 기차 객석 사이로 의 내가 보인다.
내 자신을 생각하려해.
나이 31살
직업 무직
이름 강연후
그리고 기억 나는게 먼지
그는 다시 곰곰히 추억을 끄집어 낸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난다.
어렸을적 항상 술냄새와 담배냄새가 흠뻑 베여있었고 술 취하지 않았을땐 누구보다도 듬직한 아버지 였는데 술에 취하시면 가족을 항상 힘들게 했던 아버지
내가 처음으로 잃어버린 사람.
당신의 자식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사람.
어머니의 남편이자 나의 아버지.
그 외에는 딱히 생각나는게 없어.
어렸을적에는 나쁜 추억 성인이 된 후로는 1년에 3~4번이나 찾아 뵜으니깐.
별 기억이 없다는것에 갑자기 화가 난다.
주먹을 꼭 쥔다.
누군가를 당장이라도 때릴듯이 근육이 긴장된다. 한껏 쥔 주먹 사이로 당신의 얼굴이 보인다.
그래 난 잊지 않았다.
아직 아버지를 잊지 않았다.
당신이 나를 잊지 않았어도 난 당신을 잊지 않았다.
마음이 진정된다. 진정되기 보다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의 기억에 살아있다는걸
정처없이 생각을 되씹고 되씹고 되씹었어
그리고 난 역시나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어
기차에 내리고 한참을 걸었어 고향집까지 한참이나 몇시간 이 흐른지도 잊어버린채
시계를 보니 어느 덧 9시에 어두워진 공기 아래 밝은 빛이 비춘다.
내리 쬐는 햇살같이 환하고 태양의 여명 만큼이나 강렬한 저 불빛속으로 그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랜만에 오는 고향집은 바뀐 게 없어
한쪽에는 아버지의 사진이고 어머니는 어쩐일로 왔냐고 물어보셨어
"회사에서 연차 몇일 내고 쉬러 왔어요."
집에 와도 막상 할 것은 없어.
이리저리 여러가지를 물어보시지만 대답할 말이 없거든.
아니 답이 없지만 난 어머니에게 유창하게 거짓말을 해야되
그래야 이 걱정이 내게 닿지 않거든
'거짓말이 익숙하다.'
이런 것도 해보았어
내 상상속에 나를 만들고 그 나를 하나하나 만들어 가는 것
가상의 인물을 나로 만들어서 그 인생에서의 내가 생활한다.
가상의 나는 현실의 나와는 달랐고 가상의 나는 모두를 속일 수 있었지만 나를 속이지 못했어
나는 그의 진실이고 진리였으며 그의 전부 였다.
그 상상속에서 그는 죽고야 말했다. 롱기누스의 창이 예수의 몸을 꽤뚫듯이 그는 그의 진실에 꽤뚫려 그를 속이지 못한채 죽었다.
25일 토 上
다른 곳에서의 하루
비록 그가 살았었던 집이었지만 그를 어색해질 만큼 그는 이곳과 어울리지 못했다.
어머니의 품도 동생의 곁에서도 난 이곳과 어울리지 못했어
내 자신의 문제라는건 나도 알고 있지만 구태여 바꾸고 싶진 않아,
하지만 기억에는 남고 싶어,
말했지 난 이기적이라고
완연 한 봄날 따스하다. 창문을 열고 봄날의 햇볕을 그는 그렇게 만긱한다.
차가운 바람이 내 온몸 곳곳에 스며 들지만 이 차가움이 싫지만은 않아.
차가워져만 갈 수록 내 생각 도 정리되어 가거든.
"아들 밥 먹자"
어머니가 반찬을 한가득 가져 오셨다.
보글보글 끓여서 나온 김치찌개도 있고 노륵하게 구워진 조기구이 알맞게 딱 익은 김치도 있고 새하얀 쌀밥도 있다.
왈칵 눈물이 나올뻔 했다.
그는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 자신의 결심을 지워낼까.
흔들리는 마음만큼이나 손가락도 덜덜 떨린다.
"아들 추워? 몸을 왜 이렇게 떨어 감기 걸렸어?"
"마. 응 밤에 좀 자는데 춥더라고"
"전기장판 틀고 자지 그랬어."
"아냐 괜찮아."
애써 다시 결심을 손가락 마디에 걸치고서야 난 그제서야 밥을 한 수저 뜰수 있었어
새 하얀 밥알 하나하가 마치 약알 같아.
쓰디 쓰다. 허겁지겁 국물을 한수저 뜨고 조기 한점 먹고 김치한점 먹고 또 다시 밥을 한 술 뜨고 허겁지겁 다 먹고 나서야 허겁지겁 한 내 마음도 조금이나마 진정될수 있었어.
"배고팠어? 밥 더 줄까?"
"아냐 배불러 나 잠깐 나갔다 올게"
동생은 날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았지만 난 의연한척 집 밖으로 나갔어
아버지가 떠 난 후로 도 변한것은 없어 적어도 내 눈에는 그래
내가 떠난 후로도 변하는것은 없을 거야
'난 그것을 확인 하고 나서야 마음이 조금 더 편해질수 있었다.'
하나하나 짐을 내려놓아야 해
짐을 지면 질 수록 내가 가는 이 길은 갈 수 없어
너무 무겁거든
조금씩 세상속에 내 짐을 내려놓으려고 해
오랜만에 동네길을 걷는다.
동네라고 해봤자 시골에 집 몇 채 있는 것이지만 어렸을 그의 기억 속에는 지금보다는 많다
그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사람들이라고는 중년이 훌 쩍 넘은 사람들만 그의 눈앞에 있다.
"어? 너 민후 아녀 민후?"
"안녕하세요."
"어쩐일이냐? 여기를 오고?"
"오랜만에 휴가 내려와서 있어요."
"그려 어머니한테 잘 하고"
몇 번의 이와 비슷한 대화를 지나 친 후에 난 혼자가 될 수 있었어.
들판녘에 풀가에 앉아서 이 풍경을 최대한 담으려 노렸했어.
완연한 봄날의 풍경.
그 풍경속의 가지가지의 사물을 내 눈안에 담아 두려해
들판녘의 오솔길도 푸르른 보리가 자라난 논도 이제 막 피어난 들꽃들도 꽐꽐 흐르는 도랑도
모든것을 기억하려 하고 있어, 선명하게 기억할 수는 없겠지만 선명하게 기억 할 수 있게 오랬동안 또 유심히 그 풍경들을 바라 보고 있거든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 방금 보았던 풍경이 떠오른다. 그 떠오르는 풍경에 나를 새겨 담았어
그리고 마음속으로 말을 했지.
나는 여기 있었어 기억해줘.
'기억할게'
바람이 내게 말했어
'기억할게'
햇살도 내게 말했고 내 곁에 풀들도 나를 바라보는 나무도 오솔길도 개울도 모두가 내게 말했어
기억한다고 기억해 주겠다고.
"꼭 기억해줘."
난 그들에게 답했어.
만족할 만한 답을 얻어 낸 후에야 그는 일어 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들을 잊지 않기 위해 다시 한번 천천히 풍경을 눈에 담으면서 누구보다 느긋하게 걸었다.
걸음 걸음마다 느껴지는 흙의 푹신함을 느꼇고 풀꽃내음의 향기를 맡아가며 봄날의 햇볕을 누구보다 많이 쬔 후에야 그는 집에 도착 했다.
방안에 앉아서 천장을 멍하게 쳐다봤어,
그러자 동생이
"오빠 또자?"
"어? 아냐 그냥 피곤해서 누워있는거야"
"이따가 또 나가서 술먹을려고 그러지?"
"아냐 집에 있을거야."
"집에 있어. 엄마가 오빠 오랜만에 왔다고 시장에 갔단 말이야."
"응 알았다."
쉽사리 잠을 잘수 없어. 봄날의 솔솔한 내음이 코를 간지럽히고 얇은 이불의 포근함이 날 재우려고 해도 난 아직 할 일이 많거든
오늘 하루를 기억하고 오늘 하루를 아껴 사는것.
항상 내 남은 날을 세곤 해
초조하거나 불안 하지는 않아
아침에는 결심히 약간 흔들렸지만 으례 그래왔었거든
흔들린다는것 하지만 아무리 흔들려도 뽑혀 나가지 않으면 된 다는것을 나는 세상을 살면서 배웠어
난 흔들렸지 뽑히지 않아 절대로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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