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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큨
작품등록일 :
2020.06.15 20:39
최근연재일 :
2021.04.13 22:39
연재수 :
3 회
조회수 :
178
추천수 :
2
글자수 :
7,174

작성
21.04.13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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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쪽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맛

많이 어색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DUMMY

우리 집은 생선구이를 굉장히 좋아한다. 특히 나는 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혼자 한 마리를 다 먹을 정도였다. 여느 때와 같이 생선구이 반찬인 점심을 먹던 우리 집이었다. 평소처럼 나는 혼자 한 마리를 먹고, 할머니는 내가 먹는 생선을 발라주시고 생선의 대가리만 가져다 드셨었다. 원래라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그날따라 대가리만 드시는 할머니가 궁금했다.


"할머니, 할머니는 왜 생선 살은 안 드시고 뼈만 잔뜩 있는 머리만 가져다 드세요?"


그러자 할머니는 웃으며 말씀하셨다.


"이 할미는 아무리 살이 적어도 머릿살만큼 맛있는 부위가 없기 때문이란다."


나는 이해가 안 갔다. 생선 가시는 아무런 맛도 없고 딱딱하기만 할뿐더러 머리 쪽 살은 먹어봤을 때 식감도 별로고 내가 좋아하던 생선살의 맛이 안 났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런 궁금증이 생기고 물어보고 할머니는 답해주시고 이런 상황이 계속되었다. 그러길 몇 년이 지나고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다. 처음 써보는 `일기`라는 것에 그때의 나는 `이때까지의 하루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을 적는 정도로 해석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나의 첫 일기는 할머니에 관한 이야기가 적혔다.


`제목:우리 할머니의 생선 사랑


우리 할머니의 입맛은 이상하다. 아무 맛도 안 나는 생선 머리를 가지고 가신다. 다른 건 안 가지고 가시고 머리만 가지고 가신다. 눈알은 검은색으로 감기약 같은 맛이 나고 징그럽게 생기고, 이빨은 볼 때마다 소름이 돋는다. 하지만 이 머리를 할머니는 내가 먹던 생선에서 떼어가셨다. 그러고는 말씀하셨다. "할머니는 머리가 제일 맛있어." 나는 아직 이 말에 인정 못 한다.`


이렇게 처음 낸 일기에 담임선생님은 적어두셨다.


`선생님도 머리가 가장 맛있는 부위인데! 우리 반 학생들의 가족분들 중에서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실 거에요. 아직은 알기 힘들겠지만 우리 반 학생들도 자신이 키워낸 그 맛을 알 수 있길 선생님은 바라고 있답니다~!`


맛을 키워낸다는 말에 이건 또 뭔가 싶었다. 정말 할머니와 담임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몰랐었다.


저 일기를 쓴지 2년 이 지나고 나는 3학년이 되었다. 학교에서 해보는 첫 설문조사가 나를 반겼다. 총 5~7개의 질문이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중 하나의 질문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나는 생선 대가리를 좋아한다.`


이 질문은 설문지를 다 거두고 통계를 냈을 때 모두가 `아니오`라고 답한 유일한 질문이 되었다.


"여러분은 생선 대가리를 왜 이리 싫어하시는 것일까요?"


그러자 아이들이 답이 물밀 듯이 쏟아졌다.


"눈이 너무 징그러워요!", "생선이 그냥 싫어요!", "뼈만 있어요!"


이러한 답에 선생님은 웃으며 답하셨다.


"여러분, 여러분의 부모님 또는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생선 살을 발라주시고 머리만 가지고 가셔서 좋아하신다 하시고 드시는 것을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제가 말한 게 맞나요?"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선생님도 고개를 끄덕이시며 말을 이어나가셨다.


"여러분은 지금 여러 가지 맛을 보지 못했어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맛을 찾지도 못하셨을 거에요. 하지만 여러분이 먆은 맛을 맛보시고, 즐기시며 언젠가는 지금 이해가 안 가는 입맛과 여러 사람의 감정들을 알아내실 수 있으실 거에요. 지금 여러분이 생선 대가리가 싫다는 것에 답하셨지만 머지않아 여러분들도 생선 대가리가 좋으실 날이 오실 수 있으실 겁니다. 아니요, 반드시 올거에요. 그러니 그 날을 같이 기다립시다. 알겠죠?"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정말 다 이상한 입맛을 가졌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첫 담임선생님이 말씀하신 `맛을 키우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제서야 생선 대가리에 대한 맛을 알았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뿌듯한 맛이다. 이제서야 할머니의 마음을 알았다. 이 맛있는 것을 알려주고 싶지만 알려주지는 못해 제일 좋아하는 부위라고만 말할 수 있는 이 기분을 이제서야 알았다.


왜인지 모르게 오늘따라 생선을 먹고 싶다. 그래야 이 모든 사실을 알았을 때 드는 이 복잡하고도 미묘한 감정이 모두 설명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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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맛 21.04.13 9 0 5쪽
2 별이 빛나는 밤 21.04.12 18 0 7쪽
1 눈 앞이 보이지 않는 눈길 21.03.29 48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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