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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 원작 남염부주지 줄거리

세조 10년경 경주()에 박생()이라는 선비가 살았다. 유학()에 뜻을 두어 태학()에 추천생()으로 응시했으나 합격되지 않아 불쾌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세력에 아부하지 않았으므로 거만한 청년이란 소리를 들었으나 실제 교제할 때는 대단히 온순하여 차차 좋은 평을 얻었다.

그는 일찍부터 불교, 무당, 귀신 등 모든 것에 의심을 품었는데 『중용()』과 『역경()』을 읽은 뒤에는 더욱 자기 학설에 자신을 가졌다. 그러나 성격이 순진한 탓으로 불교 신자와도 친하게 지냈다.

어느 날 그는 한 스님에게 천당과 지옥을 묻다가 의심이 나서 말했다. "천지에 다만 음과 양이 있을 뿐인데 어찌 천지 밖에 다시 천지가 있겠습니까?"스님은 "명확히 말하기는 어려우나 화복()의 갚음은 없지 않겠죠?" 했다. 박생은 그의 말을 믿지 않고 일리론()이라는 논문을 지어 스스로 이단자()의 유혹에 빠지지 않으려고 힘썼다.

일리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옛말에 '천하의 이치는 오로지 한 가지가 있을 뿐이다' 하였다. 한 가지라 함은 둘이 아님을 이름이라. 이치란 천성을 말함이요, 천성이란 하늘의 명령이다. 하늘이 음양과 오행()으로 만물을 낳을 때 기()로써 얼굴을 이룩하였고 이에 이()도 참가하는 것이다.

마음의 허령()으로 천성의 자연을 따라 물건마다 이치를 연구하고 일마다 근본을 추궁하여 극치()에 달하면 천하 이치가 모두 마음 사이에 늘어설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관찰하면 천하와 국가가 모두 여기에 포함되어 천지 사이에 참가해도 위반됨이 없을 것이고, 귀신에게 질문해도 의심이 없을 것이며, 오랜 시간을 경과해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니 유교의 종지()는 이에 그칠 따름이라. 이로 보아 천하에 어찌 두 이치가 있으리요. 저 이단자의 말을 나는 굳이 믿지 않노라.

어느 날 밤 박생은 등불을 돋우고 『역경』을 외우다가 몸이 피곤하여 베개를 베고 잠이 들었다. 홀연 두 겨드랑이에 푸른 날개가 돋아 몸이 뜨는 듯하더니 문득 한 곳에 이르렀다. 바다 속의 한 섬나라다.

그 땅엔 초목도 모래도 없고 발에 밟히는 것은 구리 아니면 쇠붙이요, 낮이면 사나운 불꽃이 공중에 뻗쳐 땅덩이가 녹아 내리는 듯하고 밤이 되면 쌀쌀한 바람이 서쪽으로 불어 사람의 뼈끝을 에는 듯하였다.

그리고 철성()이 바다에 닿아 있고 높이 솟은 철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모습이 몹시 영악한 수문장()은 창과 철퇴로 외적을 방어하고, 사람들은 흑철()로 장식한 건물에 사는데 낮이면 철액()이 녹아 내리고 밤이면 동결()되곤 했다. 그러나 아침이나 저녁이 되면 웃음과 말소리가 분명히 들려왔다.

박생이 불안에 떨고 있으니 수문장이 다가왔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오?""저는 조선에 사는 박생입니다. 모든 잘못을 용서해주시길 간절히 비옵니다. ""선생이 박생이시오? 일찍이 듣자오니 '유학자()는 남의 위협을 만나도 굴복하지 않는다' 하는데 어찌 선비님은 과도한 경의를 표하시오? 선비님 같은 분을 만나 동방의 인류에게 한 말씀 선포하려고 하는 것이니 여기 조금 앉아 기다리시오. 내 곧 국왕께 아뢰겠소."

수문장은 어디로 갔다가 다시금 나와 박생에게 말했다. "국왕께서 당신을 편전에서 맞고자 하시니 당신은 아무쪼록 위엄에 공포를 느끼지 말고 정직한 말로 대답하되 이 나라 백성으로 하여금 옳은 길을 알게 해주시오."말이 끝나자 흑의와 백의를 입은 두 동자가 손에 두 권의 책을 가지고 왔는데 한 책은 검은 종이에 푸른 글자를 쓴 것이고, 다른 책은 흰 종이에 붉은 글자를 쓴 것이었다.

동자는 책을 펴 보이는데, 그의 성명은 붉은 글자로 씌어 있었다. '조선에 사는 박생은 이승에서 아무런 죄가 없으니 이 나라 백성 됨이 당치 않다. '박생은 동자에게 물었다. "나에게 이 책을 보여주는 것은 무슨 까닭이오?""검은 문권은 악인의 명부, 흰 문권은 선인의 명부입니다. 선인은 국왕께서 예법으로 맞이하시고 악인은 노예로 대우함을 선생께 알리는 것이옵니다. "하고 동자는 안으로 사라졌다.

조금 있으니 연좌()를 설치한 수레가 오고 파리채와 일산을 갖춘 아이와 창을 든 무사와 나졸이 오는데 호령은 추상같다. 앞에는 철성이 세 겹이요, 대궐은 높이 솟았되 뜨거운 불꽃이 공중을 덮고 있으며, 길에 다니는 사람들은 무르녹은 동철()을 마치 진흙 밟듯이 하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박생의 앞만은 평탄하여 속세나 다름없으니, 이는 아마 신력()으로 이룩된 듯싶었다.

수도에 이르니 네 문이 활짝 열렸는데 모든 시설과 건물이 속세와 다름없었다. 아름다운 두 여인이 마중하여 안으로 들어갔다. 국왕은 통천관()을 쓰고 문옥대()를 두르고 뜰 아래에서 맞아주었다. 박생은 엎드려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다. 국왕은 말했다. "일어나십시오. 이치에 통달하신 선비님을 어찌 위력으로 굴복시키겠나이까?"

국왕은 박생의 소매를 잡고 대궐에 올라 좌석을 정한 뒤 아이를 불러 다과를 올렸다. 박생이 눈을 들어 엿보니 차는 동액() 같고 과실은 탄환과 다름없었다. 두려운 박생은 그들이 하는 대로 볼뿐이었다.

다과를 올리자 매운 향기가 온 좌석에 풍겼다. 국왕은 말했다. "선생은 이곳이 어딘지 모르실 겁니다. 여기는 염부주()라는 곳입니다. 대궐의 북쪽 산이 옥초산()이요, 멀리 남쪽에 떨어져 있어서 남염부주()라고도 부릅니다. 염부 라는 말은 사나운 불꽃이 항상 공중에 떠 있는 것을 말함이요, 내 이름은 염마()인데, 이는 불꽃이 나의 육신을 마찰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이곳의 책임을 맡은 지 만여 년 되는데, 옛날 창힐()이 글자를 처음 만들 때 우리 백성들을 보내 울어주었고 석가()가 불도()를 닦을 때 나의 제자를 보내어 보호했지만 중국의 삼황()과 오제()와 주공(), 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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