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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치 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전쟁: 시작은 마왕부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완결

희치
작품등록일 :
2017.10.10 01:22
최근연재일 :
2018.09.23 13:54
연재수 :
8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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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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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32,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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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0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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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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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또 다른 고블린

DUMMY

063. 또 다른 고블린




*


태양이 어느덧 자취를 감추고 숲에 어둠이 찾아왔을 때, 고블린 같지 않게 덩치가 커서 그냥 ‘덩치’라 이름 지은 고블린에 안긴 고달프를 마지막으로 지하 동공에 있던 모든 고블린이 밖으로 나왔다.


- ‘모든 고블린이 빠져 나왔습니다.’


고달프가 지뉴를 향해 고개 숙이며 정신 대화를 했다.


“고달프! 목소리가 닿는 곳에선 말로 하세요!”


지뉴가 인상을 구기며 소리쳤다.


“죄, 죄송합니다.”


고달프가 급히 사죄했다.

갑자기 소리친 지뉴와 울상이 된 고달프를 보며 다른 고블린들이 어리둥절했다.


지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통신용 수정구를 빼 들었다. 그리고, 조금 튀어나온 버튼을 눌렀다.

손을 통해 마나가 수정구로 흘러 들어갔고, 수정구는 푸르스름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수정구에서 변강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예! 지뉴님!


“모든 고블린들이 지하 동공에서 빠져 나왔습니다. 이제 어느 쪽으로 향하면 되나요?”


변강쇠에겐 이미 어둠 속에서 눈을 반짝이며 지뉴를 바라보는 2백여 명의 고블린을 거두기로 한 사실을 알린 상태였다.


- 호루셀에서 동남쪽으로 계속 오세요. 늑대와 함께 고일을 보냈습니다.


- 컹, 컹!

- 야! 하운! 하······.


변강쇠가 말하는 도중에 하운이 짖는 소리가 크게 들려온 것을 끝으로 통신이 끊겼다.

거리가 멀어 변강쇠의 마나가 다 소모되었거나, 하운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소란을 피우는 통에 끊겼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하운 녀석의 마기를 500 넘게 만들면 정신 대화가 가능하려나? 대화가 가능해도 컹컹거리기만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하하.”


지뉴는 하운과의 정신 대화를 상상하니 웃음이 나왔다. 정신 대화는 마기뿐만 아니라 지력의 수치도 필요해 가능성은 희박하겠지만······.

즐거운 미래를 상상하며 고블린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큰소리로 알린 후 앞장서 이동했다.


“이동한다! 모두 소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변을 경계하고, 조용히 이동한다!”


만약 주변에 적이 있다면 얼씨구나 하고 달려오겠지만, 이 늦은 시간에 누가 산을 오르겠는가?


바스락, 바스락···

지뉴의 큰 목소리가 산속의 풀벌레들의 울음소리를 멎게 한 후에는 오로지 수많은 발이 낙엽을 밟는 소리만 숲속에서 들려왔다.


고블린 무리의 이동속도는 느렸다.

많은 고블린들의 몸이 성치 않은 것은 물론, 어리거나 나이든 고블린들의 체력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고달프의 능력으로 체력회복시간을 줄일 수 있었기에 다행이었다.


밤은 더욱 깊어졌고, 하늘에 뜬 만월이 높게 자라난 나무 사이로 달빛을 비추고 있었다.


스윽!

앞장서 이동하던 지뉴가 손들 들며 멈춰 섰다.

멀리 나뭇잎 사이로 내리쬐는 달빛을 받으며 격하게 움직이는 뭔가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바쁘게 움직이던 것이 갑자기 멈춰 지뉴 쪽을 바라봤다. 수백의 무리가 움직이는데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 더 이상할 테니 당연할 것이다.


‘고블린!?’


어렴풋이 보이는 모습. 고블린이 분명했다.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고블린이라면 같은 종족이니 위협이나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을 한 것이다.

홀로 뭔가를 하고 있던 고블린도 도망치거나 하지는 않았다.


“······.”


혼자인 고블린은 가까이서 지뉴를 보곤 무척 놀랐는지 큰 눈으로 멀뚱히 바라볼 뿐이었다.


“······.”


지뉴 역시 눈앞의 고블린의 반응이 다른 고블린들과 달랐기에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평범한 고블린은 지뉴의 모습에 보통은 경외의 눈빛을 보였지만, 고블린 전사보다 큰 덩치로 아무 말 없이 바라보기만 하다니···


“혹시··· 플레이어?”


“!”


지뉴의 물음에 고블린의 눈이 더 커졌다.

지뉴와 마찬가지로 그는 유저가 분명했다. 보통 NPC 고블린이었다면 플레이어라는 물음에 고개를 갸웃거렸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당신도 소생자군요.”


고블린 유저가 말했다.

소생자라···, 그는 게임 속 세상에 녹아든 것 같았다.


“무엄하다! 고블린의 왕께 고개를 숙여라!”


달려온 덩치의 품에서 고달프가 외쳤다.


“고, 고블린의 왕?”


“그렇다! 이분은 우리 고블린을 이끄시는 지뉴님이시다!”


고블린 유저가 당황하자, 고달프는 진중한 표정으로 지뉴를 가리키며 말했다.


“고달프! 그만! 전 고블린의 왕이 아닙니다.”


“예···. 죄송합니다.”


지뉴의 말에 매번 힘없이 고개 숙이는 고달프였다.


“지뉴라고 합니다. 사정이 있어 고블린들을 데리고 이동 중입니다.”


“아, 전 이름 없는 고블린이에요.”


고블린 유저는 게임 시작 때 정하는 ‘아명’이 있을 텐데도 자신을 이름 없는 고블린이라 소개했다.


“이곳에서 잠시 쉰다!”


지뉴는 뒤돌아 고블린 무리에 소리쳤다. 이동을 멈춘 김에 휴식을 취하기로 한 것이다.


고블린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물이나 음식을 조금씩 나눠 섭취하기 시작했다.

고달프는 덩치의 도움을 받아 휴대용 화로에 불을 피운 후 약초를 태워 연기를 피워 올렸다. 고블린들의 체력 회복을 돕기 위해서였다.


고블린 유저가 조용히 휴식을 취하는 고블린들을 관찰하며 말했다.


“특이한 고블린들이군요.”


그도 고블린이었기에 종족의 습성을 잘 알고 있었다.

고블린이란 보통은 약한 주제에 난폭하고, 시끄러우며 음흉하기까지 한 존재였다. 그런데 눈앞에 수많은 고블린들은 너무나 침착하고, 조용했으며 암컷이 있음에도 동요가 없었다.


“저 늙은 주술사의 능력으로 변화 중입니다.”


지뉴는 고달프를 가리키며 말했다.


“오호.”


고블린 유저는 순간 눈을 반짝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리고, 지뉴를 보며 물었다.


“날이 밝을 때까지 동행해도 되겠습니까?”


“···. 그러시죠.”


고블린 유저가 무리에 끼워달라는 것도 아니고, 잠깐 동행하는 것이었기에 지뉴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고블린 무리는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워낙 많은 인원이 이동 중이었기에 다행히 맹수나 마물이 습격해오지는 않았다.


깊은 밤에서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간에 지뉴 일행은 이름 모를 계곡에 도착했다.


“이쯤에서 잠시 눈을 붙인다! 고블린 전사들은 모여라!”


지뉴는 고블린 무리를 세웠다.

밤새 이동했기에 조금이라도 잠을 자기 위해서였다. 당연히 고블린 전사들은 돌아가면서 보초를 서게 할 요량으로 모은 것이다.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고블린 유저가 지뉴 곁으로 다가와 작별을 고했다.


“아, 예. 좋은 하루 보내세요.”


지뉴도 웃으며 인사했다.

고블린 유저는 조용히 무리에 섞여 이동했을 뿐이라 그와의 인연은 여기까지라 생각됐다.


고블린 유저가 계곡물이 흐르는 아래쪽으로 사라진 후, 지뉴는 고블린 전사들의 보초 순서를 정해줬다.

그는 고블린 무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고블린들의 피곤함과 비교할 바는 아니었지만, 여러 일이 있었기에 지뉴 역시 피로가 쌓이긴 마찬가지였다.


지뉴는 아침 해가 뜨기 전에 잠들었다.

게임 속에서 잠을 자는 것은 현실과도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위협이나 주변의 변화에 조금 더 민감할 뿐이었다.


- ‘지, 지뉴님!’


마치 꿈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기분이었다. 아니, 이건 꿈속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고달프의 정신 대화였다.


지뉴는 벌떡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모든 고블린들이 쓰러져 잠들어있었다. 보초를 서고 있어야 할 고블린 전사들까지···


“안돼!”


지뉴는 유일하게 칼을 들고 서 있는 고블린, 얼마 전 헤어졌던 고블린 유저를 향해 소리쳤다.


[마기 1,000을 소모합니다.]

[일정 범위 내 시야에 들어온 적 중 마기 1,000 이하의 대상을 5초간 경직시킵니다.]


“크윽···?”


쓰러져있는 고달프를 향해 칼을 내려찍던 고블린 유저가 당황하며 멈췄다. 다행히 놈의 마기는 1천을 넘지 않은 것이다.


“이야아아아아!”


지뉴는 얼굴을 구길 수 있는 최대로 구기며 놈을 향해 달렸다. 이미 C등급 한계인 천의 민첩이기에 그의 속도는 고블린의 시선으로 쫓을 수 없는 것이었다.


잠을 자던 모든 고블린들이 지뉴의 고함에 잠에서 깼다. 반면 보초를 서던 고블린들은 쓰러진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으윽······.”


마기 위압에 경직 당한 고블린 유저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당황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그에 달려간 지뉴는 칼을 빼 드는 대신에 주먹을 날렸다. 놈이 이번 일을 벌인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죽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쉬익! 빠악!

주먹이 고블린 유저의 안면을 가격하기 전, 경직을 풀어낸 유저가 팔을 들어 막았다.


“······.”


뼈가 부서지며 팔이 90도로 꺾인 고블린 유저는 고통보다 놀라움이 더 컸는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대로 날아가 거대한 나무에 부딪혔다.

퍼억! 투두둑!


“커헉!”


고블린 유저는 피와 함께 신음을 토해냈다. 그가 부딪힌 나무는 부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심하게 손상되었다.


놀란 것은 고블린 유저뿐만이 아니었다. 지뉴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상에게 2,732의 피해를 줬습니다.]


힘 조절을 한다고 했는데 너무 큰 데미지가 들어간 것과 고블린 유저가 팔만 부서진 상처뿐이라는 것이었다.


파바밧!

지뉴는 고블린 유저가 혹시라도 도망칠까, 곧바로 달려가 그의 목을 잡아 바닥에 메쳤다.

퍽!


“커헉!”


고블린 유저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한 움큼의 피를 토했다.


“너 뭐야? 뭐냐고!”


지뉴는 고블린 유저의 목을 짓누르며 고함쳤다.


툭, 툭!

고블린 유저는 숨이 막혔는지 얼굴이 벌게져 지뉴의 손을 부서진 손으로 힘겹게 쳤다.

지뉴는 그가 말을 할 수 있도록 손에서 힘을 뺐다.


“커헉, 큭. 커헉··· 내, 내가 누군지··· 큭. 아, 알아내는 것보다··· 주, 중요한 게 있을 텐데··· 흡!”


고블린 유저는 힘겹게 말을 잇다가 갑자기 몸에 힘을 줬다.


푹!

뼈가 부서진 팔로 고블린 유저는 그것을 휘둘러 지뉴의 옆구리를 손톱으로 찔렀다.


“큭! 이 개새끼가!”


지뉴는 고블린 유저의 몸을 다리로 누른 채, 양손을 잡아 뜯었다.

뿌드득! 푸화아악!


“크아아아아악!”


어깨에서부터 팔이 없어지자 놈의 몸에서 많은 양의 피가 쏟아져 나왔다.


“으윽···.”


고블린 유저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지뉴 역시 고통에 신음했다.


[95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중독되었습니다.]

[마비 독이 몸에 퍼지기 시작합니다.]

[상처 부위부터 혈액이 경질됩니다.]

[초당 20~30의 생명력을 잃습니다.]

[초재생으로 극복합니다.]


고블린 유저의 손톱에 찍힌 상처로부터 느껴지던 통증은 다행히 초재생으로 극복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사라졌다.


“젠장! 이거였냐?”


지뉴는 눈이 뒤집힌 채 의식을 잃은 고블린 유저를 노려본 후 일어섰다.

자신은 초재생으로 독을 극복했지만 쓰러져있는 고달프와 덩치, 고블린 전사들은 안전을 장담할 수 없었다.


서둘러 고달프에게 달려가려다 멈춰, 고블린 유저가 부딪혀 반파된 커다란 나무를 향해 피의 환도를 휘둘렀다.


서걱! 투둑, 투두둑!

피의 환도가 지나가고, 나무는 서서히 고블린 유저가 쓰러진 쪽으로 기울어졌다.


투두두둑, 쿠웅!

쓰러진 나무 기둥은 그대로 고블린 유저의 다리를 짓뭉갰다.


“크아아아아아······.”


계곡에 고통에 찬 비명이 울려 퍼질 때, 지뉴는 어느덧 쓰러져 있는 고달프의 곁으로 다가와 있었다.


“고달프! 괜찮습니까?”


- ‘저, 전 아직 버틸만합니다. 우선 덩치와 다른 고블린 전사부터······.’


지뉴의 물음에 정신대화로 답한 고달프는 그의 말과 달리 썩 좋은 상태로 보이진 않았다. 다른 고블린들이 걱정 어린 얼굴로 그의 몸을 주무르고 있었지만, 옅은 녹색이었던 그의 피부색은 진한 녹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스르륵···

지뉴는 급히 마기의 아공간을 써서 모험가 조합에서 구입한 해독제를 여러 병 꺼냈다.


“이걸 고달프에게 먹여! 덩치에게도!”


해독제 두 개를 고달프의 옆에 앉아있는 고블린에게 던지듯 건넨 후, 급히 쓰러져있는 다른 고블린들에게 달려갔다.


고달프의 바로 옆에 쓰러져 있던 덩치는 안색은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새 스스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지뉴는 여기저기 고블린들에 둘러싸인 고블린 전사를 한 명, 한 명 살필수록 얼굴이 굳어갔다.

쓰러져있는 아홉의 고블린 전사들을 살핀 지뉴는 마지막 녀석을 본 후 하늘을 보며 고함을 쳤다.


“젠장! 으아아아아!”


열 명의 고블린 전사 중 단 세 명만이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녀석을 포함한 일곱은 피부색이 검푸르게 변해 몸이 빳빳하게 굳은 채 죽어있었다.


“이 개새끼! 곱게 죽지는 못한다!”


지뉴는 무시무시한 마기를 내뿜으며 나무에 깔린 고블린 유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남이었다면 모르겠지만 이미 거둔 고블린들이었다. 그런 그들을 뒤에서 공격하고 죽였다.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어? 뭐야?”


지뉴는 쓰러진 나무 아래를 보며 당황했다.


“어, 어디로 사리진 거야?”


분명 양팔이 뽑히고, 다리가 큰 나무에 깔려 고통과 두려움에 떨고 있어야 할 놈이 보이지 않았다.

그곳엔 고블린 유저가 쏟아 낸 피 얼룩과 나무에 깔린 초록색 다리만이 있을 뿐이었다.

급히 사라진 고블린 유저를 찾기 위해 시선을 바쁘게 움직였다. 다행히 놈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도마뱀이냐?”


어떻게 된 일인지 고블린 유저는 멀리 계곡 아래에서 두 다리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분명 쓰러진 나무 아래엔 짓이겨진 초록색 다리가 있었는데······.


“고달프! 고블린들을 정비해서 바로 떠날 수 있게 준비해 두세요.”


지뉴는 어느새 혈색이 돌아온 고달프에게 소리쳐 명령했다.


- ‘알겠습니다. 조심하십시오!’


명령을 내린 지뉴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기에 고달프는 정신대화로 답했다.



*


“하악, 하악! 괴, 괴물···”


고블린 유저는 숨을 헐떡이며 빠르게 계곡 아래로 달리고 있었다.

납작하게 뭉개졌어야 할, 아니 없어야 할 다리는 상처 하나 없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지뉴에게 어깨부터 뽑힌 양팔은 어느새 팔꿈치 부위까지 자라있었다.

그렇다. 말 그대로 자라고 있는 것이었다.


“어딜 그리 바쁘게 가냐?”


어느새 고블린 유저의 옆까지 다가온 지뉴가 물었다.


고블린 유저는 놀라 옆을 돌아봤다. 지뉴는 차가운 눈으로 주먹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크윽!”


고블린 유저는 당황할 새도 없이 급히 팔을 들어 막으려 했지만, 아직 그의 팔은 본래의 모습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


뻐억!

고블린 유저는 지뉴의 주먹에 팔이 부서지는 것은 물론, 그 힘을 이기지 못해 그대로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퍼억!

수평으로 날아간 고블린 유저는 커다란 바위에 그대로 처박혔다.


“크아아아아아!”


지뉴는 온몸이 부서져 고통에 몸부림치는 고블린 유저에게 다가갔다.


꾸욱!

고블린 유저의 가슴을 으깰 듯 발로 밟은 지뉴는 그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너, 정체가 뭐냐? 아?”


“으으윽···. 그, 그러는 넌 정체가 뭔데!”


지뉴의 물음에 고블린 유저는 절규하듯 되물었다.


“이 새끼가! 죽고 싶냐?”


꾸욱.

지뉴는 발에 힘을 주며 인상을 구겼다.


“크으윽! 큭, 크크크크.”


고블린 유저는 처음엔 고통에 신음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미친놈처럼 웃기 시작했다.


“미쳤냐? 어? 뭐가 웃겨서···”


“크크크. 크윽··· 크크크. 주, 죽여 이 새꺄··· 어차피 전생하면 되니까. 쿨럭!”


지뉴의 말을 끊으며 고블린 유저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전생. 轉生.

다른 것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뜻.

‘더 카오스’는 그 전생이 테마인 가상현실게임이다.

지금 고블린 유저를 죽이면 소생하거나 다른 생명으로 전생 할 수 있다. 그리고, 후에 지뉴를 위협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러시던지.”


지뉴는 지그시 놈의 가슴을 누르던 발에 점점 힘을 주기 시작했다.


툭! 뚜둑! 뚝!


“크아아아아아아!”


고블린 유저의 가슴뼈가 지면과 가까워질수록 뼈는 부러지고, 비명은 계곡을 더욱 크게 울렸다.


지뉴의 시야에는 고통에 바둥거리는 고블린과


[······ 줬습니다.]

[대상에게 342의 피해를 줬습니다.]

[대상에게 335의 피해를 줬습니다.]

[대상에게 231의 피해를 줬습니다.]

[대상에게 ······.]

[······.]


데미지 시스템 메시지만이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퍼버벅!


[대상에게 13,770의 피해를 줬습니다.]

[대상을 죽였습니다.]

[마기 흡수로 대상의 마기 87을 흡수합니다.]

[마기 흡수로 대상의 스킬 하나를 흡수합니다.]

[기존에 있는 스킬입니다.]

[스킬 경험치가 증가합니다.]


고블린 유저는 가슴이 수박 깨지듯 터져 시스템 메시지만 남긴 채 죽어버렸다.


“······.”


지뉴는 피와 함께 바위를 물들인 고블린의 각종 내장기관과 살점을 잠시 바라봤다.


언제부터 발아래 널브러진 사체 조각들처럼 끔찍한 것을 봐도 아무렇지 않게 된 것일까···. 이제는 게임에 익숙해진 것일까? 아니면 분노가 더 커서일까?


“후······.”


지뉴는 복잡해진 머리를 흔들며 숨을 길게 내쉬었다.


‘지금은 그런 것보다, 저 녀석들을 지키는 것에 집중하자.’


무거워진 마음을 비우려는 듯 빠르게 고블린 무리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지금 같은 일이 있을 때 고블린들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만들고, 자신 또한 감히 누가 덤벼들지 못하도록 강해지자 생각하며······.



*


“지뉴왕님!”


지뉴가 무리에 도착하자 반가운 이가 그를 반겼다. 고일이었다.


고일의 옆에는 송아지만 한 늑대가 있었다. 하운이 이끌던 늑대 무리 중 하나였다.

녀석은 지뉴를 노려보고 있었다. 녀석의 가족이자 친구였을 늑대들을 죽였으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놈은 하운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협조하고 있을 뿐이었다.


“가자.”


지뉴는 긴말을 하지 않고, 곧바로 무리를 이동시켰다.


고블린 유저에게 죽은 고블린 전사들은 땅을 깊이 판 후에 그곳에 묻어줬다. 혹여 고블린 유저가 그들 중 하나로 전생해도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작가의말

다음 주까지 일을 쉴 예정입니다.

에어컨이 없는 집이라... 너무~ 더워 카페에서 글 쓰고 있는데. 참 좋군요.

ㅎㅎ

즐거운 불금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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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새로운 몸으로 +1 18.09.03 805 1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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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꼬리물기 18.08.11 812 14 15쪽
70 꼬리물기 18.08.10 867 13 15쪽
69 할프레드 +1 18.08.09 819 10 16쪽
68 뜻하지 않은 초대 18.08.08 808 12 16쪽
67 뜻하지 않은 초대 18.08.07 834 15 15쪽
66 뜻하지 않은 초대 18.08.06 1,096 15 15쪽
65 뜻하지 않은 초대 +1 18.08.05 862 13 17쪽
64 잠시 찾은 평화 +2 18.08.04 910 15 16쪽
» 또 다른 고블린 +2 18.08.03 874 14 19쪽
62 등급 업! 18.08.01 854 16 16쪽
61 등급 업! +1 18.07.31 851 15 15쪽
60 등급 업! +2 18.07.30 843 14 15쪽
59 휘몰리다. +1 18.07.29 832 16 19쪽
58 다가오는 그림자 +2 18.07.28 885 1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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