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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블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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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그리드
작품등록일 :
2012.08.12 22:28
최근연재일 :
2010.06.03 10:32
연재수 :
7 회
조회수 :
441,514
추천수 :
1,688
글자수 :
27,811

작성
10.06.01 11:22
조회
11,693
추천
33
글자
9쪽

뱀파이어 블러드 Ep1 2화

DUMMY

***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이미 바는 꽉 차 있었다. 한눈에 봐도 십대인걸 알 수 있는 어설픈 얘들부터 오십 살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이 곳에 사람들이란 사람들은 모두 이 곳에 모여 있는 것 같았다. 이 곳만 보면 이 곳이 맨하탄 한복판인지, 사람들이 기피하는 시골 한복판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물론 이 곳에 흐르는 철 지난 구닥다리 음악을 빼고 얘기하면 그렇단 얘기다.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사현은 가장 주목 받는 사람 중에 한 사람 이었다. 물론 그가 이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아시아계라는 것도 한 몫 했지만 더 큰 이유는 유난히 눈에 띄는 그의 외모 탓이었다. 약간 작은 편인 눈이 흠이라면 흠이었으나 전체적인 이목구비의 배치는 그 결점마저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매력적이란 말은 기본적으로 주관이 섞인 단어이긴 하지만 그에게 한눈에 호감을 가지지 않는 여자는 흔치 않으리라.


사현은 이런 눈초리를 받는 게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물론 철모르던 어린 시절에는 이런 시선을 은근히 즐기기도 했지만 나이 먹고 보니 이런 시선은 그저 피곤함 그 이상은 아니었다. 오히려 동물원 원숭이가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 말이다. 물론 이번에도 그의 파트너는 자신이 왜 마법사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며 사현을 질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너 이번에도 내가 관심 보이는 여자한테 직접대면 재미 없을 줄 알라고. 오늘따라 바 분위기도 죽이는데 말이야.”

“근데 말이야, 가장 큰 적은 내가 아니라 네 얼굴이라고 생각 안 하냐?”

“사현, 전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네 거지발싸개 같은 말솜씨는 들으면 들을수록 사람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구나. 월요일 출근 후 처음 만나는 남자 시체와 뜨거운 밤을 나누기 싫으면 조용히 있는 게 좋을 거야.”

“여부가 있겠습니까?”


자기보다 싸움 잘하는 놈한테 개겨봐야 좋은 일이 있을 턱이 없다. 더군다나 이 놈은 한다면 하는 놈이다. 군대에서는 계급이 깡패고, 사회에서는 돈이 깡패고, 친구들 사이에서는 힘이 깡패다. 거기까지 생각한 사현은 말싸움을 거는 것 대신 조용히 닥치고 있는 쪽을 택하기로 마음먹었다. 아까 그 여자라면 몰라도 남자 시체와 뜨거운 밤을 보내게 된다면 아마 충격으로 일주일은 제대로 일을 못하게 될게다.


그래서 조용히 친구 놈에게 선택권을 주기로 마음먹은 사현은 조용히 찌그러져 있었다. 뭐 그래도 이 놈은 꼴에 보는 눈은 높아서 단 한 번도 실망스러운 표적을 물어온 법이 없었다.


문제가 있다면 그 눈이 너무 정확하게 돌아가는 탓에 자신의 처지를 생각 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혹여 성공하는 때가 있더라도 (이래 뵈도 녀석의 말솜씨 하나만은 기가 막혔다) 사현이 나타나면 모든 일을 망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루이스가 그를 싫어한다 하더라도 사현으로서는 뭐라 할 입장이 안 되는 것이다.


‘제대로 물었나?’


사현과 루이스는 뒷돈 찔러 줘가며 돌린 술이 제대로 먹히기를 고대하며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는 그렇다 하더라도 미국인 답지 않게 수전노인 파트너가 50불이나 찔러줬으면 사실 대단한 투자라고 봐도 좋았다. 그런데 이번에도 먹히지 않는다면? 아마 그의 성격으로 봐서 사현에게 200불 이상 뜯어먹을 것이 뻔했다. 그 역시 루이스에게 뒤지지 않을 수전노 인지라, 그런 상황은 생각하는 것으로도 끔찍했다.


운이 터지는 날이었을까?


사현은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10명 남짓해 보이는 미모의 여자들. 그 중에서도 가장 귀여워 보이는 여자 한 명이 그를 보며 술잔을 치켜든다. 고기가 드디어 떡밥을 문 것이다. 그것도 가망이 없어 보이는 상한 떡밥을. 그래, 대 마법사라고 죽으란 법은 없는 거다.


‘신이시여, 참으로 가련한 놈 아닙니까?’


그는 빛의 속도로 여자 그룹에 껴들어 가는 파트너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도 다 만들어 놓은 밥에 끼어들었다가는 얻어 맞을 것임을 직감한 사현은 파트너의 행운을 빌어주며 조용히 바를 나왔다. 그리고 나서 평소 같으면 찌질해 보인다고 안 했을 일이지만 구석에 가서 조용히 담배를 태웠다.


담배연기가 하늘을 타고 천천히 밤하늘을 하얗게 물들인다. 쓸데없는 감상에 빠지긴 싫었지만 그는 그 담배연기에서 오늘 봤던 여자를 그리고 있었다.



담배 맛이 쓰다.


처음에 이 일을 시작한 것은 단순히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서는 사람들의 죽음의 이유가 궁금해서 이 일을 했다. 한 사람의 죽음의 이유,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사람의 무게. 그리고 보고서에 그런 일들을 하나하나 적어나가면서 그는 마치 마지막 심판자가 되는 듯한 쾌감을 느꼈었다. 오늘 그 보고서를 쓰기 전까진 말이다.


그 여자 죽은 이유가 대체 뭐였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살은 아닌 것 같았다. 보통 그 나이의 여자들은 자신의 목에 상처를 내 죽을 생각을 하지 못한다. 차라리 독약을 먹거나 손목 긋고 욕탕에 들어가는 게 쉽고, 덜 고통스러운 방법이다. 물론 여성스러운 방법이기도 하고 말이다. 보고서엔 대충 얼버무려 놨지만 동물에 물려 생긴 상처가 아니란 건 작성자인 그가 더 잘 알고 있었다. 코요테의 것은 더더욱 아니다.


더군다나 피의자의 피가 극단적으로 줄어 있음을 생각하면 더더욱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에 피를 먹고 사는 짐승은 거머리나 기생생물 몇 종밖에 없다. 헌혈 협회 간부가 피가 필요해서 빼갔을 리도 없고.


‘보고서를 다시 써야 하나?’


남들 다 노는 금요일 저녁이다. 사실 딱히 하릴없이 노는 그에게는 집에 앉아서 게임 하는 날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야근수당도 나올까 말까 하는 회사에 돌아가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 여자가 다시 보고 싶어졌다. 시체가 보고 싶다니, 자신이 말해놓고도 좀 미묘한 표현이다. 어쩌면 여자에게도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그로서는 그게 긍정적인 신호인지도 모르지만.


그 여자 참 예쁘긴 했다. 티비에서 연예인들 볼 때 드는 느낌과 조금은 다른 느낌이긴 했지만. 아마 그녀가 시체로 그와 만나지 않았다면, 예를 들어 오늘 길거리나 바에서 만났더라면 첫 눈에 반했었을지도 모르는 그런 여자였다.


하지만 지금 이 밤길을 달려 그녀를, 아니 그 시체를 만나러 가는 그를 정상적으로 보긴 힘들었다. 그의 빨간색 스포츠카가 속도를 내며 도로를 미끄러져 들어가자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대체 자신은 무엇을 위해서 이 길을 다시 돌아가는 것일까? 단순히 보고서를 다시 쓰기 위해서? 그도 아니라면.......


‘차마 시체를 사랑한다고 생각하긴 싫군.’


그는 그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상념을 억지로 떨쳐냈다. 아무리 그의 얘기였지만 역겨운 이야기였다. 시체를 안고 키스하는 남자의 모습을 머리 속에 그리는 것만큼 불쾌한 상상은 찾기 힘들 것이다. 더군다나 그 상상의 주체가 자신이라면…… 그 역겨움은 두 배가 된다.


아니야,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야. 그는 단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느새 연구소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갈 때는 20분 걸린 거리를 10분만에 달려온 걸 보니 그도 어지간히 급했던 모양이었다. 아마 그의 파트너가 그의 이런 모습을 봤다면 두고두고 놀려먹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회사 사보에 장문의 기사를 보낼지도 모르지. ‘닥터 양. 시체와 사랑에 빠지다.’라는 제목으로.


“뭐야 이거?”


분명 금요일 저녁에는 회사차들은 빠짐없이 주차장을 비워두는 것이 관례였다. 그 같은 말단 직원에게 이런 규칙은 특히 엄하게 적용되었는데, 만약 발각되는 날이면 어김없이 견인회사까지 걸어가서 돈 내고 차를 되찾아 와야 했다. 그런데 회사에 보란 듯이 주차되어 있는 이 차는 뭐냔 말이다. 차에 특별한 표식도 없는 걸로 봐서는 그와 같은 말단 직원 인 듯 한데 말이다.


그는 새로운 직원의 차인가 싶어 그 차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10년쯤 되어 보이는 흰색 2도어 혼다 씨빅 인데, 관리를 안 해서 인지 곳곳에 녹이 슬어 있었다. 뭐, 견인되면 그냥 버리지 라는 마음자세로 세워 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그 차에 대한 인상은 평범한 것으로 끝나지 못했다. 무심결에 살펴본 차 뒷바퀴에 상당양의 피가 묻어 있던 것이다. 더군다나 피를 끌고 다닌 것인지 뒷바퀴 자국 역시 피가 묻어 있었다.느낌이 좋질 않았다. 그는 자신의 실험실을 향해 달렸다. 그 시체가 그 자리에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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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뱀파이어 블러드 Ep1 6화. +12 10.06.02 9,609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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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뱀파이어 블러드 Ep1 4화 +14 10.06.02 10,197 39 6쪽
3 뱀파이어 블러드 Ep1 3화 +14 10.06.01 10,351 32 10쪽
» 뱀파이어 블러드 Ep1 2화 +9 10.06.01 11,694 33 9쪽
1 뱀파이어 블러드 Ep1 1화 +23 10.06.01 18,373 4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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