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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블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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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그리드
작품등록일 :
2012.08.12 22:28
최근연재일 :
2010.06.03 10:32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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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516
추천수 :
1,688
글자수 :
27,811

작성
10.06.01 11:20
조회
18,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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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글자
9쪽

뱀파이어 블러드 Ep1 1화

DUMMY

Ep1- 누군가의 피를 원한다는 것은.


오늘은 이렇지만 내일이면 어찌될지 모르는 것이 사람이지요.


-월리엄 세익스피어, 햄릿 중에서


1.


사현은 입안에 물고 있던 담배를 던져 버리고는 눈앞에 건물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익숙해 질만도 하건만, 이 곳에 들어설 때마다 풍겨오는 피 냄새는 언제 맡아도 좋아지질 않았다. 아니, 그는 이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 비정상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좋아하는 일이고 보수도 좋은 편이었지만 사람의 본성이란 어쩔 수 없는 것이니까.


그가 이 직업을 택한다고 했을 때 주위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를 말렸다. 멀쩡히 미국 명문대에서 치대까지 졸업한 놈이 좋다는 직장 다 내버려두고 지 맘대로 하겠다니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그 살인적인 학비까지 다 대주고 나서 부모 호강시켜줄 가망도 안 보이는 3d업종으로 빠지는 아들을 보는 부모심정은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더군다나 그가 졸업했을 무렵에는 이미 좋은 일자리에서 높은 연봉을 주는 조건으로 가계약까지 된 상황이니 그의 그의 가족들은 속된말로 환장할 상황이었다.


‘미국 드라마의 힘이란 놀랍다니까.’


그는 힘없이 웃었다. 계기라는 것이라 할 것도 없지만 그가 이 일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외지에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틈틈이 본 미국드라마가 결정적이었다. 흰 가운을 입고 시체를 이리저리 분석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그가 그리던 이상적인 모습이었다. 게다가 알 수 없는 전문용어들을 내뱉는 것이 멋있어 보이기도 했고 말이다.


아, 어쩌면 그 주인공 옆을 맴도는 매력적인 여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넘어간 것일지도 모르지. 매스 달라면 매스 던져주고, 드릴 달라면 드릴을 던져주며 시크한 표정을 짓는 여조수. 그런 것을 기대하며 첫 보직을 맡았을 때 얼마나 실망이 컸었는가? 여조수 좋아하네. 여자는 예순 살 할머니조차 찾기 힘든 일이다. 여기서 볼 수 있는 여자의 종류는 딱하나, 시체뿐이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아무리 여자가 궁해도 시체에게 관심 따위 두고 싶지 않았다.


“이번 시체는 참 훈훈한 상태도 들어 왔네. 보기만 해도 불끈불끈 솟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너 지난번에도 그 소리하지 않았냐?”


아니나 다를까 옆에 의사 놈이 휘파람 불며 좋아 죽겠다는 표정이다. 물론 30중반에 마법사로 썩고 있는 녀석의 상태로 보면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항상 직업정신 발휘를 신조로 삼고 있는 그도 약간 흔들릴만한 상태이니까 말이다.


피해자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흔하게 미인이라고 부르는 기준을 상회할 만한 여자였다. 완벽하게 균형을 이룬 얼굴형에 뚜렷하고 커다란 눈이 자리잡고 있었고, 비록 부러지긴 했지만 코 역시 아름다운 곡선을 이루며 얼굴을 이등분 하고 있었다. 그 것뿐인가? 하얀 도화지만큼 깨끗한 피부에 자리잡은 몸매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그것도 완전한 나신으로! 여태껏 많은 시체를 보아왔지만 죽어서 온 게 이토록 원망스러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떤 후레자식인지는 몰라도 벌받을 거야. 안 그래도 슬픈 세상에 이런 여자를 보내 평균치를 깎아 먹다니.”

“너 거울은 보고 사는 거냐?”

“내가 좋아하는 인디언들의 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지. 오줌이 똥보고 똥이라고 할 자격조차 없다면, 그 것은 오줌에게 너무 잔인한 일이다. 정말 멋진 말이지?”

“어딘가 자작의 냄새가 나긴 하지만 말이야.”

“자작 맞어. 그래도 그럴 듯 하지 않았냐?”


양키 개그 센스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 따위 농담을 하면서 지는 좋다고 낄낄댄다. 그러고 보니 대학에서도 이 녀석 농담에 웃지 않았던 건 그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사인은?”

“경동맥 파열에 의한 과다출혈. 어?”


그리고 찾아온 알 수 없는 정적. 한참을 봐도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그는 사현에게 손짓을 하며 상처를 보였다. 여성의 희고 긴 목 부위에 난 작은 구멍 두 개.


수많은 시체를 다루어 오면서도 이런 식의 구멍을 그는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보통 사람을 죽이거나 자살하기 위해서 목을 긋는다면 면도날이 가장 쉽다. 거기에 경동맥 위치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면 금상첨화다. 피해자는 아무 말 못하고 과다 출혈로 쉽게 갈 수 있다. 더군다나 정확히 그어 주기만 한다면 병원로비에 환자가 있다고 해도 살리기 어려운 게 이런 종류의 상처다.


그런데…… 마치 짐승에 물린듯한 이 상처는 무엇일까? 게다가 두 개의 구멍 모두 정확히 경동맥을 찾아서 나 있었다. 분명 짐승에 물린 상처라고 보긴 어렵다. 어지간한 맹수는, 특히 이 주위에 가끔씩 나타나는 늑대나 코요테 같은 놈들은, 이렇게 정확하게 목을 물지 못한다. 대게 이 놈들은 사냥 상대가 보이면 그냥 닥치고 물어댄다. 그래서 사냥 당하는 입장에서는 차라리 호랑이에게 물리는 편이 낫다. 적어도 그 놈들은 신사적으로 한 방에 보내주니까.


“혹시 피해자가 특이한 혈액형의 소유자라거나……”

“물론 아니지. 이 여성은 평범한 B형 여성이라고. 피를 내다 파는 것보다는 이 여자 몸뚱이가 천 배는 가치 있을 거라고 내 장담하지.”

“그렇다면 이 상처는 뭐지?”

“내가 치의학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동물의 이빨 같아 보이기는 하는군. 어떻게 생각하나, 치과의사 양반?”

“뭐, 적어도 인간의 이는 아닌 것 같군.”

“그 따위 말은 저 길거리 아래 마약 중독자도 할 수 있는 말이고. 어떤 동물이냐 이 말이지.”


‘그런 질문은 내가 아닌 수의사한테 하는 게 어떨까?’ 그는 그렇게 자신의 파트너에게 쏘아 붙여주고 싶었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자기가 이 곳에서 밥 벌어 먹고 사는 것도 이런 거 분석하라고 하는 게 아니냔 말이다.


“사람의 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구멍이 깔끔한데다가 간격 역시 멀어. 가장 비슷한 이빨자국을 들라면 역시 코요테겠는데…… 그렇다면 이렇게 정확하게 경동맥을 뚫을 리가 없겠지?”

“치과의사란 종자들은 난 x도 몰라요 라는 대답을 참 어렵게 돌려서 하는군.”

“그럼 이건 뱀파이어한테 물린 상처야 라고 모르는걸 아는 척 해야겠냐?”

“그게 훌륭한 의사의 정신자세라네.”


친구 놈도 제 말이 우스운지 웃고 만다. 그래도 보고서에 뱀파이어한테 물려 죽음이라고 쓰는 것도 우스운 일이어서 그는 한참을 고민하며 끙끙댔다. 적당히 둘러대기 잘하는 놈이 이런 일에는 둔하다.


사현 역시 도와주어야 할 입장이긴 했지만 어떻게 둘러댈지 도저히 감이 오질 않았다.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미룰 입장 역시 아니었다. 만약에 이 사건이 이 이빨자국을 판별하는데 중점이 모아지면 피 보는 것은 자신의 파트너가 아니라 자신이다. 가뜩이나 일에 열의가 없다고 상사들에게 눈치가 이만 저만이 아닌데 이런 보고서 하나 작성해 못 올리면 거기에 무능한 놈이라는 평가 한 줄이 추가 될 판이다.


‘젠장, 안되면 한국 가서 의사 질이나 하지 뭐.’


이왕 대충 덮기로 마음먹은 것 빨리 해결하고 퇴근하는 게 편하리라. 외국에서 직장 생활 하면서 칼 퇴근까지 못하는 것은 억울한 일 아닌가? 치아 감별을 통해 알아낼 수 있는 기본적인 내용을 최대한 부풀려 쓰고, 사인에 코요테에 물려 사망한 것으로 소견을 적어 냈다. 삼 십분 남짓한 시간 내에 보고서를 완성한 그와 그의 파트너는 조금 찜찜한 표정으로 보고서에 싸인을 했다.


“한국어로 갈 퇴근이라고 했나, 사현? 아주 들을 때마다 기분 좋아지는 단어라고.”

“별로 중요한 얘기는 아니지만……보통 “칼” 퇴근이라고 하지.”

“정말 중요한 말이 아니면 조용이 있어.”

“……”


그리고 이어지는 두 남자의 정적. 실수를 했다고 생각한 사현의 파트너이자 가장 친한 친구, 루이스는 어색한 표정으로 말을 계속했다.


“그런 표정 짓지 말고 펍이나 같이 가자고. 오늘은 내가 쏠 테니까.”

“제일 비싼 걸로 사는 거다?”


그렇게 두 남자는 시체를 남겨두고 시체 분석실의 불을 껐다. 어둑해진 시체 분석실 아래에 남아있는 것은 여인의 시체 한 구뿐이었다. 그리고 사현은, 그 어둑해진 실험실을 뒤로하면서 알 수없는 슬픔을 느꼈다. 그 것은 누군가를 바라보는 사람의 그리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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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뱀파이어 블러드 Ep1 2화 +9 10.06.01 11,694 3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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