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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감자님의 서재입니다.

잘나가는 무림세가의 둘째 아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심심한감자
작품등록일 :
2021.05.26 14:16
최근연재일 :
2022.10.1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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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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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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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79화 가벼운 한 대

DUMMY

“끝났다···”


십팔산채주가 준비해둔 모든 계획이 무산되었다.

처음에 금명하가 날 뛸 때만 해도 그 정도는 예상했었지만 방천부터는 얘기가 달랐다.

사람을 넘어선 무위. 고작 그 하나만으로 모든 계획은 성공은커녕 시도하자마자 무너져 버렸다.


“1년에 걸쳐 완성한 것을 고작 한 시진 만에···”


수많은 계획들이 있으니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힘을 빼는 정도는 가능할 거라 생각했지만 상대를 지켜보니 아직 시작도 안 한 모양이다.


‘그냥 도망가···?’


자신이 가봤자 이길 가능성은 전무하니 어차피 질 거 그냥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도 지켜보고 있겠지···’


총채주 휘하에 존재하는 이들, 십이마군은 총채주의 눈이 되어 어느 곳이라도 관찰하고 있다.

만약, 자신이 도망간다면 십이마군이 곧바로 찾아와 죽일 수도 있다.


‘그 놈들한테 유린당하며 죽을 바에야, 저 놈들한테 죽는 것이 백 번, 천 번 낫지.’


십팔산채주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울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섰다.


“하하···정녕 네놈들이 날 나서게 하는구나.”


그런 말을 하면서도 십팔산채주가 언덕에서 내려올 생각을 안 하니 금명하가 말한다.


“뭐해? 안 내려오고.”


내려가기 싫은 길이지만 쉽게 죽기 위해서는 내려가야만 한다.


‘이런 꼴이 마지막이라니···’


강해지기 위해,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지만 결과는 조금이라도 더 편한 죽음을 골라야 하는 정도가 다다.

십팔산채주는 그래도 마지막이니만큼 꼴불견으로 죽고 싶지는 않았는지 한숨을 크게 내쉰 후, 마음을 먹었다.


‘그저 내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내 탓이니 마지막이라도 노력해본다.’


결심을 한 십팔산채주가 아래로 뛰었다.


십팔산채주는 그가 생각했던 대로 지금까지 위로 올라가기 위해 온갖 짓을 다했다.

뇌물은 물론이요, 자신보다 올라갈 것 같은 이들은 사전에 처리하고, 자신보다 상급자에게는 개처럼 행동했다.

노력을 해왔던 것은 맞지만 그건 전부 비겁한 짓들일 뿐이다. 그의 인생은 그렇게 명예롭지 않았다.


바닥에 착지한 십팔산채주가 금명하를 내려다본다.

지금까지 금명하가 사용해왔던 공격들을 본다면 진작에 내공이 바닥났어야 한다.

헌데···


‘왜 아직도 쌩쌩해 보이는 거냐···’


암만 봐도 같은 초절정의 경지다. 해왔던 공격들을 봐도 초절정의 경지다.

하지만 십팔산채주가 저렇게 내공을 막 쓴다면 진작에 내공을 소진한 채로 쓰러졌을 것이다.


오늘 죽는다 해도 십팔산채주는 물어보고 싶었다.


“너도 같은 초절정이면서 너는 왜 아직도 쌩쌩한 거냐.”

“궁금해?”

“궁금하다고 하면 알려줄 건가?”

“뭐, 곧 죽을 사람한테 베푸는 관용이지.”

“그럼 알려줘라.”

“내가 지금껏 쌩쌩한 이유는···”


금명하는 살짝 뜸을 들였다가 입을 땠다.


“알려줄 것 같냐?”

“뭐?”

“아, 크크. 장난이야. 뭘 그리 정색을 하고 그래.”


십팔산채주는 진심으로 한 말이었으니 금명하의 장난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자신은 곧 죽을 테니 말이다.


“이번엔 진짜로 내가 이렇게 쌩쌩할 수 있는 이유는···”

“이유는···?”


금명하는 이번에도 잠깐 뜸을 들였다. 십팔산채주가 궁금해 미쳐 있는 꼴을 보니 희열감이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너무 오래 끌면 십팔산채주가 관심을 끊을 테니 진짜 이유를 말해주었다.


“노력했으니까.”


간단한 이치였다. 노력을 했으니 강해질 수 있었고, 노력을 했으니 아직도 멀쩡한 것이다.

하지만 십팔산채주는 억울했다.


“나도···나도 노력했다. 하지만···”

“그럼 네 노력이 부족했던 거겠지.”

“내 노력이 부족해? 모르면 닥치거라. 나는 지금까지 네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노력해왔다.”


자신의 기억은 미화된다 했던가. 십팔산채주는 자신이 했던 노력이 정당한 노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금명하는 십팔산채주가 무슨 노력을 했던 관심 없었다. 아무리 노력했다 하더라도 지금은 사파에서 쓰레기 짓이나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 이제 그딴 건 관심 없으니까. 싸우자.”


자신의 노력을 이해하지 못하는···아니, 관심도 없어 보이는 금명하를 보며 총채주는 이제 뭣도 상관없었다.


‘그래. 이제 명예롭게 죽을 때다.’


십팔산채주가 기운을 끌어올렸다. 금명하가 열심히 싸우는 동안 십팔산채주는 힘을 아끼고 있었으니 그래도 우세한 점은 있었다.

그래봤자 자신이 죽을 것은 정해져 있었지만 금명하를 길동무로 삼으면 마음이라도 편할 것만 같다.


“길동무가 생겨서 기분은 좋구나!”


-콰앙!


십팔산채주의 주먹이 포탑과도 같은 소리를 내며 금명하가 서 있던 자리를 박살낸다.

물론, 금명하는 이미 몸을 피한 채로 십팔산채주의 공격을 탐색했다.


-콰앙! 콰왕! 콰앙! 쾅!


십팔산채주가 계속해서 주먹을 내지르지만 금명하는 나비라도 된 듯이 공격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는 십팔산채주의 공격이 단순한 것도 있었지만 금명하의 실력이 물오른 것도 한 몫했다.


“쥐새끼 같이 피하기만 하는 것이냐!”

“원한다면 칼이라도 꽂아줘?”


-푸욱


십팔산채주의 배에 금명하의 검이 들어갔다 나온다.


“크윽···”

“뭐야, 네가 원한 거 아니었어?”

“이, 이···!”


십팔산채주의 거구에 칼이 들어갔다 나온 자리는 좁쌀만한 틈에 불과했기에 십팔산채주는 다시 열심히 주먹을 날렸다.

주먹을 피하고, 검을 찌르고, 주먹을 피한 뒤, 검으로 베고.

같은 초절정의 무인임에도 금명하는 십팔산채주를 농락하는 수준으로 싸우고 있다.

아무리 같은 경지라도 높낮음이 존재하고, 그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가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허억···허억···”


시야가 흐려지고, 호흡이 가빠진다. 점점 힘이 빠지며, 생각도 느려진다.


‘이렇게···이렇게 갈 수는 없다···최소한 저 놈을 길동무로라도···’


십팔산채주가 의미도 없는 주먹을 연신 날려 대지만 그런 주먹을 금명하가 맞을 리 없었다.

십팔산채주는 단 한 방을 노리고 있었다. 원래도 안 맞던 주먹을 지금 상태로 맞출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금명하의 방심을 유도해서라도 한 방을 노려야 한다.


‘한 방···단 한 방이면 된다.’


오직 한 방을 위해 쓸데없는 주먹을 연신 날려 대고, 금명하의 공격을 수십 대를 맞아준다.


“왜 그래? 여기까지가 다야? 그니까 더 노력했어야지.”


금명하는 이기고 있는 상황이고, 십팔산채주는 다 죽어가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서늘한 느낌,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느낄 만한 기분이 아니었다.


‘대체 뭔데···’


서늘한 느낌 때문에 금명하는 일부러 큰 동작을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십팔산채주의 동공이 풀려가면서 서늘한 느낌도 사라져갔다.


‘지금 끝낸다···!’


금명하가 뒤로 살짝 빠져 검강을 일으켰다.

역시 마지막은 화려하게 끝내는 게 싸움의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다.


‘끝이다!’


금명하의 검이 십팔산채주를 향한다. 정확하게 목을 향해오는 검을 바라보며 피로 얼룩진 십팔산채주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드디어···!’


십팔산채주가 지금까지 아끼고, 아꼈던 기운을 모조리 끌어내 오른 주먹에 담았다.


“권강무적(拳罡無敵)!”


십팔산채주가 최후의 공격을 날리는 모습을 봤지만 금명하는 이미 공격을 회수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을 담았다.

괜히 여기서 억지로 회수하면 내상을 입을 게 뻔하다.

그렇다면···


‘뚫어준다···!’


“뇌정비검(雷情備劍)!”


금명하의 검강 주위로 기운이 번개처럼 인다. 한계까지 담은 내공이 버티지 못하고 새어 나가는 것이었다.


-꽝!


어마어마한 소리와 함께 먼지 구름이 피어난다. 그 속에서 금명하의 몸은 저 멀리로 튕겨져 나갔다.

최후의 공격이 맞닿은 충돌이었으니 금명하는 내공의 반동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먼지구름을 바라본다.


‘마지막 느낌이 이상했어.’


베는 듯한 느낌보다는 무언가에 막힌 느낌이 들었다.

지금 금명하는 그 느낌이 십팔산채주의 최후의 공격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아니었다.

먼지구름이 걷히며 그 정체가 드러났다.


“누구···?”


금명하는 분명 처음보는 사람이었지만 왠지 좋은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하하, 드디어 만나는구나. 본좌는 녹림의 총채주를 맡고 있는 강강일권(剛剛一拳)이라 한다.”

“총채주!?”


갑자기 이곳에 총채주가 웬말인가. 금명하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총채주는 할 말은 계속한다.


“계속해서 지켜봐 왔다. 지금까지 기다려 주었으니 오늘은 인사차 들린 거다.”

“후···총채주라 했지?”

“그렇다만?”

“그럼 내가 여기서 당신을 잡으면 내 이름은 중원 전역에 퍼지겠네?”

“음?”


자신이 앞에 있음에도 잡겠다는 말을 하는 금명하를 보며 총채주는 재미를 느꼈다.


‘그래. 이런 걸 보려고 저 놈을 키워온 거지.’


사실이 아닌 한, 어떠한 욕을 들어도 딱히 분노는 들지 않는다. 초절정에 든 이가 천하제일십인이라 불리는 자신을 잡겠다는 소리를 해도 말이다.


“그래. 나를 어떻게 잡겠다는 거지?”

“물론, 죽여야지.”


먼지구름이 걷히는 동안 금명하는 내공을 운용해 어느 정도 회복했으니 곧바로 움직일 수 있었다.


“검섬진격, 3연!”


금명하의 몸이 순식간에 총채주의 앞에 도달한다.


“죽어!”


-깡!


“어?”


검섬진격을 3번이나 연속으로 겹쳐서 사용했음에도 금명하의 검은 너무나도 쉽게 막혔다.

비록 검기나, 검강을 입히지 않은 것이라 해도 이건 말도 안 됐다.


“이제 제대로 간다···!”

“얼마든지 와라!”

“제왕무적검강···!”


금명하의 검에 완벽한 검강이 씌워진다. 총채주는 그걸 보며 흥미로워 한다.


“오, 남궁세가의 것인가? 역시 재밌어.”


총채주가 하는 말에는 관심도 주지 않은 채, 금명하는 할 일을 계속했다.


“검섬진격, 4연!”


방금보다 2배는 빠른 속도로 금명하가 움직였다.

오늘은 상당히 오래 싸웠기에 아무리 금명하라 해도 피로는 쌓여 있다. 내공또한 회복을 했어도 피로와 함께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그런 상태로 금천지극검의 초식을 4번이나 연속으로 사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지만 금명하는 빠르게 끝내고 싶었다.

빨리 끝내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할 거라는 쎄한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좀 위험하겠어.”


총채주가 손에 권기를 씌운 다음, 금명하의 공격을 막아낸다.

나름 온 힘을 다한 공격이었음에도 막히는 모습에 금명하는 의아해했다.


‘아무리 천하제일십이라도 이걸 저렇게 쉽게 막는다고?’


금명하는 천하제일십인 중 한 명인 검왕에게 2년이나 가르침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대련 또한 상당히 많이 해봤고, 자신의 공격이 통하는 것도 확인했다.


‘설마···숙부님보다 강한 건가···?’


같은 경지라도 차이는 분명히 있다. 현경의 경지는 사람이 닿을 수 있는 최종의 단계이니 현경의 무인은 높낮이가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총채주가 검왕보다 약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검왕이 총채주보다 강한 것도 아니다.

현경의 무인의 싸움은 그날, 그날의 몸상태와 무공의 상성, 무기의 상성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게다가 검왕은 금명하와의 대련에서 금명하에게 맞춰줬을 뿐이니 그저 금명하의 착각일 뿐이다.


금명하의 공격을 너무도 쉽게 막아낸 총채주가 금명하의 옷깃을 붙잡는다.


“자, 2번 당해줬으니 이번엔 나도 한 대만 때려보마. 있는 힘껏 막아라.”


총채주가 주먹에 권기를 담아 금명하를 향해 날린다.

금명하는 주먹이 날아오는 모습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보였지만 몸을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총채주가 잡고 있는 것도 아니고 풀어준 상태로 때리는 것임에도 말이다.

금명하는 천천히 다가오는 주먹에서 죽음이 느껴지고, 보였다.


-꽝.


슬쩍 끊어 친 주먹에 맞아 금명하의 몸이 땅에 쳐박힌다.


-쩌적


그 힘을 땅이 감당하지 못하고 그 주변으로.


-쩌저적


그 주변으로.


-쩌저저적


퍼져 나간다.


-콰콰콰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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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124.현경과 탈마 +1 22.07.23 1,760 18 12쪽
124 123.빠르게 이어지는 전쟁 +1 22.07.10 1,718 18 11쪽
123 122.사파 일망타진 22.06.25 1,745 19 13쪽
122 121.꼿꼿이 서있다 +1 22.04.06 1,926 22 13쪽
121 120.일났다 +1 22.03.26 2,027 25 14쪽
120 119.우휘의 본성 22.03.16 2,004 25 13쪽
119 118.드디어 총채주와 싸우는데 22.03.01 2,122 24 13쪽
118 117. 짐승을 만나다 22.02.23 2,112 27 12쪽
117 116.천마의 방문 22.02.21 2,180 24 13쪽
116 115.음소도는 강해졌다, 금명하는 미쳤다 22.02.20 2,105 24 14쪽
115 114.돌아왔으니 22.02.19 2,095 22 12쪽
114 113.지난 성과 +2 21.11.16 2,987 39 12쪽
113 112.무당 합류 +3 21.11.15 2,574 43 13쪽
112 111.이럴 때가 아니다 +3 21.11.12 2,720 42 13쪽
111 110.총채주, 허태천의 이야기 +2 21.11.11 2,731 41 12쪽
110 109.십이마군 생포! +2 21.11.10 2,689 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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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107.통찰력 +2 21.11.08 2,817 4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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