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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최근연재일 :
2020.09.01 23:59
연재수 :
3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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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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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6
글자수 :
2,335,429

작성
19.08.13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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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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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3부 11화: 낯 뜨거운 계약

DUMMY

가온은 놀라지 않았다.

정확히는 놀랄 틈도 없었다.


쿵.


이자견이 갑자기 쓰러졌기 때문이다.


"으읏...하앗..."



방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이 갑작스럽게 무력화된 상황에 가온은 경각심을 느꼈다.



'뭐지? 누가 쳐들어왔나? 하지만 나는 몰라도 이자견 씨의 감각에 걸리지 않고 저택 안까지 들어왔다고?'


전투태세를 취한 가온을 제지한 것은 에메라였다.



"적은 없어요. 이 아가씨가 혼자 쓰러졌을 뿐."

"혼자 쓰러져? 왜?"


그녀는 어딘가 아팠던 걸까? 하지만 그걸 숨기는 듯한 내색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숨기는 내색이 보였다면 강제계약을 맺은 가온이 알아차렸을 터.



"기가 막히네요. 계약은 그렇게까지 편리한 게 아니에요."

"어? 그래?"


생각해 보세요. 에메라가 말했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계약을 한 상대라 해도 일거수일투족을 보인다면 반발심이 들지 않겠어요? 계약이 보증하는 건 어디까지나 배신하지 못하게 한다. 그 정도에요."



지금 실시간으로 일거수일투족을 보는 너는 뭐냐고 하고 싶었지만 가온은 꾹 참았다.



"정말로 어딘가 아팠던 건가?"

"정신을 차리지도 못할 정도로 아파하는데 그걸 숨길만큼 재주가 좋아 보이는 사람은 아니군요."



에메라의 이자견에 대한 평가가 의외로 냉혹하다고 생각하는데 에메라가 그녀의 가슴꼐에 손을 올렸다.

눈을 감고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중얼거리는 에메라.

그러자 그녀의 몸에서 잠깐 빛이 솟더니 멎어버렸다.



"뭐 한 거야?"

"당신네들 주술사가 하는 것처럼 몸상태를 확인하는 거에요."

"그런 것도 할줄 알았어?"

"예전에 비해서 수준은 한참 낮아졌지만. 이래봬도 백발의 마녀라고 불린 존재니 어지간한 주술이나 마법 정도는 알아요."



또 처음듣는 정보라고 투덜거리면서도 가온은 이자견의 상태가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왜 이러는 건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아마 당신이 맺은 강제계약이 그녀와 상성이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강제라서 그런건가?"



그 말에 에메라가 고개를 저었다.



"강제든 말든 계약의 효과는 기본적으로 같아요. 상성이 맞지 않다는 건...제가 전에 말했던 것과 연관이 있어요."

"전에 말했던 거라면...네 후손이라는 거?"


찰떡같이 알아들은 가온의 말에 에메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아니 잠깐...내 이 계약의 힘은 너와의 계약으로 생긴 힘이잖아? 그럼 네 힘을 물려받은 이자견 씨와는 상성이 좋아야 하는거 아니야?"

"단순한 생각...이라고 하고 싶지만 그리 틀린 견해도 아니네요."

"그럼 왜?"

"세월이 지나면서 그녀의 안에서 제 힘에서 변환되어 독자적으로 생긴 힘이 반발하고 있다고 봐야겠죠."

"...뭔 소리야?"

"저도 정확히는 모른다고 했잖아요? 어디까지나 가설의 수준이에요. 어쨌건 이대로라면 위험하다는 건 분명해요."



지금 말하는 순간에도 이자견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데?"

"확실한 방법 두 가지가 있죠."

"뭔데?"

"하나는 이대로 그녀가 죽게 내버려두는 것."

"...농담할 시간은 없어 보이는데?"



스스로도 놀랄만큼 차가운 목소리가 나왔다.

에메라는 아랑곳 않고 태평하게 대답했다.


"농담이 아니에요. 지금 우리가 여기에 온 걸 아는건 그녀가 유일. 이대로 돌아가면 그녀는 의문사로 처리되겠죠."

"이봐..."

"당신도 그걸 원하지 않나요?"

"...?"

"원수잖아요?"



가온은 순간 심장이 멈추는 기분이 들었다.


'그랬었지.'


왜 잊고 있었을까. 이자견도 삼촌 이현수를 죽게 만든 원흉중 하나라는 걸.

그 원흉중 가장 거대한 적이었던 재무진을 없애고 긴장이 풀리기라도 했던 걸까?

까놓고 말해 언젠가 가온이 죽여야 할 사람이다. 지금 이대로 죽게 놔둬도 아무런 문제도 없다.


에메라도 그걸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뭔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는 사양이야."

"어째서죠?"

"내 의도로 죽는 게 아니잖아. 그런 건 복수라고 할 수 없어."



잠시 가온을 뚫어져라 보던 에메라는 먼저 고개를 돌렸다.


"일단 그런걸로 해 두지요. 그럼 자연스럽게 다른 하나의 방법이 있겠네요."

"그게 뭐지?'

"계약의 해제에요."

"......"



그건 더 있을 수 없다.

계약의 해제법을 모른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방법은 에메라가 알려 주겠지.

이제 와서 계약을 해제해주기에는, 이자견이 아는 것이 너무 많다.



'그녀는 위험해.'


지금이야 계약으로 잡아두고 있으니 망정이지 그녀의 능력은 사람 하나를 파멸로 몰아넣는 건 일도 아닌 엄청난 능력이다.

익환처럼 자의로 계약을 맺은 자라면 모를까 강제로 계약을 맺어 반발심이 있고 가온의 핵심적인 비밀을 전부 알고있는 그녀의 계약을 풀어주는 건 너무나 위험하다.


"젠장...어째야 하지."



죽기 내버려두기에는 찝찝하고 계약을 풀어주자니 위험하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에메라가 말했다.


"그럼 제3의 방법이네요."

"...그런 게 있으면 빨리좀 말하라고. 뭔데?"

"이건 아까 말한 가설에 기댄 빈약한 방법인데...요는 두 분의 파장이 맞물리지 않아서 이렇게 된 거에요."



가온도 알아들을 수 있게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하는 에메라. 가온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잘 모르겠고 그래서 어째야 하는데?"

"간단해요. 서로 몸 안의 것을 나누면 됩니다."

"...몸 안?"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어서 반문하자 에메라가 어쩐지 조금 썩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쉽게 말해서 타액을 교환하면 되겠죠."

"...아항. 이제 알았다. 너 훼까닥 돌았구나?"


타액을 교환하라니.

그건 키스 아닌가.



"주술이나 언령등. 미지의 힘이 녹아있는 신체를 서로 교환하는 것만큼 서로의 파장을 맞추는 것에 좋은 것은 없죠."

"기다려 봐...그럴거면 차라리 피가 낫지 않아?"



주술적인 의미로도 침보다는 피가 나을 것이다.

검을 꺼내 당장이라도 자신의 손가락을 베려고 하는 가온을 기막히다는 듯이 바라보는 에메라.

하긴 미녀와 키스할 수 있다는데 자기가 아픈 방법이 더 좋다는 미친놈이 맞긴 했다.


"물론 피가 낫죠. 하지만 그 경우 파장이 너무 잘 맞아서 이 사람이 계약을 스스로 풀어버릴 실마리를 줘버릴지도 몰라요."

"...배신하려고 하면 죽는 거 아니었어?"

"생각만 해도 죽는 건 아니니까요. 배신의 기준이 애매하기도 하고. 이 사람의 경우 방법을 생각할 수준이 되면 계약의 힘을 피하면서 계약을 해제하는 건 일도 아니겠죠."


그래서 타액.

서로의 파장이 맞물리지만 깊이까지 들어가진 않는 적정한 선.


"그래서? 어쩌라고?"

"어쩌긴요. 이것도 가설일 뿐이고 정녕 그녀를 살리고 싶다면 이것저것 실험해봐야 하지 않겠어요?"



태연하게 말하고 있지만 허들이 높다.


"으읏...윽..."


그런 가온을 자극하듯 신음하는 이자견. 가온은 안절부절 못하며 말했다.



"그럼 이건 어때? 내가 침을 뱉을 테니까 그걸 삼키게 하는 건..."

"그건 너무 더러운데요. 게다가 서로 먹여야 하는데 지금의 이자견씨가 침을 뱉을 정신이 있어 보이진 않는데요."

"......"



분명 예언이니 뭐니 죽느니 뭐니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가온은 한숨을 쉬고는 쓰러진 이자견의 허리와 다리밑에 손을 넣고 번쩍 들어올렸다.

그대로 의자에 앉아 이자견을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놓은 가온은 축 늘어진 그녀를 부축하며 복잡한 얼굴을 했다.


"나중에 성추행으로 고소 당하는 건 아니겠지."

"성추행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심한짓을 한 사람이 말은 잘 하네요."

"내가 뭘 어쨌게?"

"소녀의 마음을 짓밟았죠."

"......"



물론 이자견의 마음을 짓밟는 짓을 하긴 했지만 소녀라기엔 나이가 많지 않냐고 속으로 투덜거린 가온은, 곧바로 입을 맞췄다.


살짝 놀란 에메라가 눈을 크게 떴고 이자견은 여전히 인사불성으로 신음했다.


"으음...츕."


혀를 집어넣고 열심히 자신의 타액을 넘기는 동시에 그녀의 타액을 받으려는 가온, 의료행위라 아무렇지 않기...는 개뿔이었고 혀를 섞는다는 처음 해보는 행위에 가슴이 쿵쾅거려 미칠 것 같았다.


'만약 에메라의 가설이 틀리면 지금 내가 하는 건...그냥 미친짓인데.'



일어나면 이자견이 대체 무슨 반응을 보일지도 걱정되었다. 그 직후.


두쿵.


"윽..."


가온의 몸이 격통이 일었다. 마치 불길에 휩쓸린 것 같았다.

이변을 눈치챈 에메라가 말했다.


"그녀의 파장이 당신을 거부하는 모양이네요."

"거부한다고?"

"싫은 상대라고 생각한 이의 파장이라 그런 걸까요."

"......"

"더 하면 위험할지도요. 일단 이 방법이 옳은지도 모르니까 잠시 보류..."



에메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온은 키스를 재개했다.

좀더 타액이 섞이도록, 아까와는 달리 격통 떄문에 부끄러운 줄도 몰랐다.


"츄릅. 츕"


물소리가 실내를 조용히 울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후우...후우..."


이자견의 숨소리가 어느새 안정되어 있었다. 이마가 땀투성이긴 했지만 몸에서 열이 나는 것 같진 않았다.

가온은 어땠냐하면, 격통으로 인해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 정도였다.



"...괜찮아요?"



나지막한 에메라의 말만이 가온의 귓가를 울렸다.



"나는..."

"네?"

"잠시 잠좀 잘게."



그 말을 끝으로 가온의 의식이 어둠속으로 빠져들었다.

물론, 마우스를 만나러 간 것이었다.









[이 장소를 편리할 대로 이용하는구나. 넌.]

"미안해요 마우스."



여느때의 그림자 인간이 눈앞에 보였다. 말투는 핀잔을 주는 것 같았지만 어조는 반가워하는 듯 했다.



[여기저기서 예상 외의 일들만 일어나서 힘들겠구만.]

"마우스.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십이지신에 대해서?]



가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뭘 물어보고 싶은데?]



물어보고 싶은 건 많았다. 하지만 저번 태도를 보아서 십이지신에 대한 것을 순순히 가르쳐 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가온은 제일 중요하고도 마우스가 곤란하지 않을 질문을 하기로 했다.



"여기서 끝까지 수련한다면. 십이지신에게 이길 수 있나요?"

[......아슬한데.]



볼을 긁적인 마우스가 갑자기 히죽 웃었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원숭이 놈을 보고도 싸울 생각이 든 거냐.]


가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엿같은 커튼인 이상. 제겐 토벌 대상이니까요."

[뭐 좋아. 네 피로가 회복되려면 좀 걸릴 테니까 그 동안 짱짱하게 훈련시켜주지.]



말끝에 우주같은 공간이 빙그르르 돌며 세계의 모습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말인데 아까 그 키스 말이야. 그거 아마 주기적으로 해야 할 거다?]

"엥?"



가온이 처음으로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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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 파멸? (8) 20.08.16 157 2 20쪽
362 파멸? (7) 20.08.15 169 2 21쪽
361 파멸? (6) 20.08.14 165 3 16쪽
360 파멸? (5) 20.08.14 167 3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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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7 파멸? (2) 20.08.10 17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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