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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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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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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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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5,429

작성
19.07.23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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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부 8화:고대의 커튼 (1)

DUMMY

그 뒤, 주위를 경계하며 집에 돌아온 가온은 에메라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한동안이지만, 김남일은 걱정하지 말라고?"

"네."


에메라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강대한 힘으로 인해 차원 저편으로 쫒겨났습니다. 죽진 않았을 거라 생각하지만, 한동안은 돌아오기 힘들 거에요."

"어디로 돌아오는지는 알 수 있고?"

"특정할 수 없어요...그러니 그가 돌아올 떄를 대비하여 대책을 세워둬야 해요. 그의 말대로 붉은 커튼의 대한 걸 퍼뜨린다면 당신의 사회적 지위는 끝장이니까요."

"흐음...알았어. 일단 동료들에게 말해 두도록 할게."

"동료라면, 이자견이란 사람도 포함인가요?"


가온이 잠시 정지했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



"이용한다는 느낌이지만, 일단은 동료. 적어도 적은 아니니까 연락은 해 둬야지. 계약으로 한 배를 탔으니까."



말해놓고 보니 변명같은 느낌이 들었던 가온은 얼버무리듯 고개를 돌렸다.



"그 이자견씨..아마 제 후손일 거에요."

"아. 그렇군 그래서 김남일이 비슷한 기운이 느껴지니 어쩌니 했...엥? 후손?"


납득하다가 있을 수 없는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정확히는 피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예전에 제 힘의 후손격이죠."

"힘의 후손격이라니..."

"제 힘에 노출된 사람의 혈연일 거에요. 고작 노출된 힘으로 저 수준의 힘을 가진 아이가 태어나다니. 자연은 신비하네요."



이자견의 능력은 한국만이 아닌 전세계에서도 특별한 것이다.

그 특별함이 에메라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이자견 씨는 그걸 눈치챘을까?"



계약을 했다 해도 속을 낱낱이 아는 건 아니다. 이자견이 에메라에 대해 뭔가 느낀것이 있는지는 모른다.



"글쎼요. 적어도 비슷하다고 느꼈을 가능성은 낮지 않겠죠."

"까놓고 말해서 김남일같은 녀석은 얼마나 더 있는거야?"

"없다...라고 생각하고 싶네요. 정말 특이한 케이스라. 계약의 힘은 유전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죽으면 그대로 끝인 힘인데 그걸 후손에게 물려주어 왔고 하물며 저를 찾았었다니. 위험해요."

"너에게 악의를 품은 것 같진 않아 보였는데."

"지금의 제가 아무런 힘도 내리지 못하는 것을 알면 어찌 돌변할지 모르죠. 실제 예지력은 그로 인해서 제가 위험할 거라 예견했고요."



죄다 처음 듣는 말이었다.

에메라는 이제 누군가에게 힘을 주지 못하고, 예지도 할 수 있는 건가? 그리고 그 예지에서 자신이 위험할 거라고 나왔고?

가온은 에메라가 자신에게 연락한 것을 떠올렸다.

대답을 요구하듯 그녀를 바라보자 에메라가 입을 열었다.



"계약의 대상은 한명 뿐. 당신이 살아있는 한 누군가에게 힘을 줄 순 없어요. 김남일의 선조...'먹물'이라 불렸던 힘을 가진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지만요."



하지만 얌전한 사람이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에메라는 한숨을 쉬듯 말했다.


"걱정스러운 듯 보지 마세요. 당신이 개입함으로서 제 위험은 사라졌으니까."

"그거 다행이네."

"...정말 후회하지 않겠어요?"

"응. 안해."


가냘픈 목소리에 즉답한 가온.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거기서 김남일에게 순순히 널 넘기는 게 훨씬 후회스러웠을 거야. 그 녀석이 언제 돌아올지는 몰라도, 돌아올 때쯤 감히 나를 건드릴 수 없도록 내 주가를 올려놓지 뭐."


가온은 김남일을 떠올렸다.

정부의 개. 모든 커튼 사냥꾼에게 꺼림칙하게 여겨지고, 정부의 높으신 분들이 신용하는 무감정해 보였던 감정을 알 수 없는 남자.

그랬던 남자는 가온의 붉은 커튼과 동등할 정도의 힘을 숨기고 백발의 마녀에 대한 열정으로 흘러넘치는 자였다.


간혹 엿보인 마녀에 대한 집념은 가온을 소름돋게 만들기 충분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그녀가 자신을 위해 애써준 것을 알게 된 이상, 가온도 그녀를 위할 것이다.



"그럼 나한테 숨긴 이야기는 이제 없는 거겠지? 솔직히 여기서 더 뭐가 있겠어."



분위기를 반전시키려고 건들거리면서 말했는데 에메라가 눈을 내리깔았다.


"...예전 이야기라도 해 드릴까요?"

"...농담이야. 말하고 싶지 않으면 말할 필요 없어. 숨긴 게 아니라 이야기할게 너무 많아서 입 다문건 대충 알겠고. 굳이 궁금한 게 있다면...어디 보자..."



뭐가 있더라? 아. 가온의 머리를 퍼뜩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안내시스템 말이야. 원랜 어떤 존재였어?"

"......"

[......]


에메라와 가온의 안에 있는 안내시스템이 동시에 침묵했다.

그녀가 단순히 만들어진 시스템이 아니란 것은 가온도 눈치채고 있었다.



"그 의문을 풀어줌과 동시에,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겠군요."

"중요한 이야기?"

"엘미리오 씨라고 했던가요."

"응. 나에게 자가 클랜에 들어오지 않겠냐고 말했던 녀석이지. 그 녀석이 왜?"

"그녀가 내건 조건. 기억하나요."

"...넌 어디까지 아는건지 정말 궁금하단 말이야. 내 궁금증부터 해결해줘. 넌 전 세계의 일들을 다 알 수 있는 거야?"

"그렇게 전지할 리가요. 계약의 힘으로 당신과 관련된 것에 대해서만 잘 알수 있을 뿐. 이 얘기는 나중에 하죠. 중요한 이야기는 따로 있으니까."


솔직히 에메라의 능력의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가 더 신경 쓰인 가온이었지만, 엘미리오가 내건 조건에 대한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는 것도 궁금하여 입을 다물었다.



"그 녀석이 내건 조건...뭐 네가 돈같은 혜택을 말하는 건 아닐테고. 고대의 커튼이 있던 유적을 보여준다던 거?"

"십이지신."



가온이 잠깐 정지했다.

그 명칭은,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명칭이었다.



"그중 하나가 존재했었던, 어쩌면 지금도 존재할지 모르는 유적이에요."

"지금도 존재할지 모른다니...커튼이 있는 위험한 곳에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단 말이야?"

"아직 있다고 해도 잠들어 있을 테니까요 커튼...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애매한 존재들이고요."



에메라가 눈을 가늘게 떴다.


"더 이상 당신에게 신뢰를 잃는 건 피하고 싶어요. 그러니까...당신 눈으로 직접 확인했으면 해요."

"...뭘?"


에메라가 가온을 똑바로 보았다.


"이 세계의 힘. 당신의 최종적인 적이 될 자들을."







그리고 며칠 후.

가온은 엘미리오에게 정식으로 초대를 받아 유적이란 곳으로 가게 되었다.



끼익.


"......"


퇴마 이씨 가문의 본가에 배정받은 방.

익숙해지지 않는 널찍한 침대에 대자로 누워서 가온은 계속해서 고민했다.


'이제부터 숨기지 않는다라...'



에메라에 대해 떠오르던 상념은 이윽고 미헤유나 친구가 된 소녀, 또는 얼마전에 싸웠던 김남일등으로 차례로 옮겨갔다.



'...실컷 복수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턴가 사람들이랑 너무 엮여버렸네.'



몸을 뒤척이다가 인간 문제는 고민해봤자 소용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지금 당면한 문제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무엇인고 하니 퇴마 이씨 가문에서 가온의 여행을 반대했던 것이다.

이제 너는 남들에게 착각을 사면 안 되는 위치에 있다면서.

엘미리오의 클랜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 탐탁지 않다는 것일거다. 어머니 이이나의 얼굴을 떠올리며 어떻게 설득할까 고민하던 중.



[마스터가 고민해야 하는 건 그런 게 아닙니다. 물론 어머님도 보통내기는 아닙니다만...]

"...넌 이름이 뭐야?"


안내시스템의 말에 질문으로 답하는 가온.

그녀는 만들어진 시스템 같은 게 아니라 아마 사람이었을 것이리라.

모종의 이유로 에메라와 계약한 이들에게 안내역할을 맡게 되었다는 제멋대로인 상상이 가온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계약인가 뭔가 때문에?"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그 유적에 가서 십이지신의 흔적이라도 찾아낸다면...상당히 많은 것을 알게 되실 겁니다.]


전에 엘미리오가 혜택에 대해 말했을 떄 안내 시스템은 반드시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었다. 그녀의 태도가 변한것은 십이지신이란 이름을 들었을 때였다.



'십이지신이란 건 대체...'



가온은 알만한 사람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고 마음속에 말을 건다.



'마우스.'



다음 순간.



화아아악



어둠속으로 끌려당기는 듯한 광경후, 가온은 우주같이 반짝이는 세상에 있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자 한가운데에 그림자 같은 인영이 서서 손을 흔들었다.


[여어. 고생했어.]

"마우스"

[설마 계약자중에 후손에게 에메라에 대해 알린 녀석이 있을 줄이야...]

"에메라는 예쁜 편이니까 남몰래 사모하고 있는 자가 있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나요."

[아니. 처음엔 그럴지 몰라도 에메라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그녀가 주는 힘에 취하게 된다면 아름다움 따위 어찌되든 상관 없어지지. 독점하려 들거든. 저주나 마찬가지인 수준이라니까? 김남일이란 놈은 엄청나게 특이한 존재야. 설마 나 이외에 현재까지 흔적을 남긴 계약자가 있다라...]


중얼거리던 마우스가 어이쿠 과장스럽게 어깨를 흔들더니 말했다.



[이런 걸 들으려고 온 게 아니었지? 궁금한 건 십이지신에 대해서니까.]

"그렇죠"

[으음...기원부터 설명하긴 좀 그렇고.]

"어째서죠?"


가온의 질문에 입이 없는 마우스가 히죽 웃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광경부터 봐야 할 테니까.]



순간 우주같은 공간이 시뻘건 화염으로 물들었다.

깜짝 놀란 가온은 탈출할까 하다가 마우스를 믿고 가만히 있었다.

화염은 이윽고 하나의 구체로 변화했고 구체는 행성으로 변했으며 행성은 곧 12개로 나뉘어졌다.


가온을 가운데에 두고 둘러싼 행성들은 이윽고 원숭이. 개. 돼지. 용등의 형상을 취했다.


"...십이지신?"

[그래. 십이지신이지.]



뜬금없이 창세기적인 광경은 왜 보여준단 말인가?


[연출이야 연출. 뭐...행성이 비유한 건. 그만큼 강하단 거지만.]

"강하다라...SSS급 커튼쯤 되나요? 아니면 여왕개체라거나..."



그러자 마우스가 풋 하고 뿜었다.



[아 미안. 녀석들을 한 번이라도 본다면 감히 등급을 매길 생각을 못할 거야.]

"대체 어떤 존재들이길래..."

[지금은, 이라는 가정하지만. 아마 붉은 커튼도 상대가 안 될걸]



가온은 놀라고 말았다.

지금까지 붉은 커튼은 어떤 상황에 막혔을때 그걸 시원하게 뚫어주는 치트키같은 힘이었다. 그런데 그게 상대가 안 된다고?



[너에게 알려줄 정보는 이거면 충분해.]

"뭐죠?"

[놈들은 고대, 혹은 어느 시대에 존재했던 커튼...정확히는 좀 다르지만, 어쨌건 비스무리한 것들이며. 무지막지하게 쎈 커튼이라는 것. 언젠가 네가 사냥해야 할 놈들이라는 것.]

"......"

[왜냐고 안 묻네? 하긴 넌 모든 커튼을 죽여버릴 거라 했었지.]



멋대로 납득한 마우스가 짝짝 박수를 쳤다.



[자 난 설명 다했다.]

"잠깐. 결국 들은 건 아무것도...!!"

[아니. 충분할 정도로 보여줬어.]



마우스의 그 말엔 어쩐지 섬뜩함이 느껴졌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것이 아닌, 머나먼 어딘가에서 느껴지는 듯한...



[자. 여행 신나게 다녀오라고?]


촤아아아.


가온의 몸이 위로 부유하더니 빠르게 솟구쳐 사라졌다.

그걸 올려다보던 마우스가 중얼거렸다.


[...어쩌면 네가 새로운 십이지신이 될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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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 소원권 (2) 20.08.22 161 3 20쪽
368 소원권 (1) 20.08.22 162 3 23쪽
367 동기부여 20.08.21 164 4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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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 파멸? (8) 20.08.16 157 2 20쪽
362 파멸? (7) 20.08.15 169 2 21쪽
361 파멸? (6) 20.08.14 165 3 16쪽
360 파멸? (5) 20.08.14 167 3 21쪽
359 파멸? (4) 20.08.12 175 3 19쪽
358 파멸? (3) 20.08.11 174 3 23쪽
357 파멸? (2) 20.08.10 177 3 12쪽
356 파멸? (1) 20.08.10 169 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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