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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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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최근연재일 :
2020.09.01 23:59
연재수 :
3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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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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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35,429

작성
19.07.16 21:09
조회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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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3쪽

3부 7화: 김남일 (4)

DUMMY

새까만 물질이 회오리 치며 김남일의 주위에서 방출되더니 나가 떨어지려는 그를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김남일은 눈을 돌려 뭔가를 찾았다.

이 짧은 공방으로 가온은 몇 가지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1. 김남일의 방어력은 비정상적. 붉은 커튼의 공격에도 부셔지지 않는다.

2. 추정이지만 높은 확률로 김남일의 힘은 그의 의지가 없이도 알아서 움직여 전투를 돕는다.

3. 김남일은 아직 가온의 힘에 대해 착각하고 있다.



'정확히는, 내가 붉은 커튼으로 변한 거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어.'


아까 가온의 집에서 대화를 나눴을 때도 생각했던 거지만 김남일은 마치 가온이 붉은 커튼을 소환했다는 식으로 알고 있었다.


예전에 이자견도 그런 착각을 한 적이 있었다. 에메라나 마우스의 말대로 가온이 커튼으로 직접 변화한 것은 특이한 케이스인 모양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냐. 당신은 전투에 익숙하지 않은거지?'


어설픈 모습이 그것을 반증한다.


'그럼 내가 이겨!!'

[우오오오오오오!!]



마음속 외침과 붉은 커튼의 포효가 하나가 되어 불꽃이 되었다.

뭉툭한 오른손에 휘둘러진 시뻘건 화염의 창날은 그대로 김남일에게 쇄도했다.



"......"


미간을 찌푸린 김남일. 그리고.


콰아아아아!


어마어마하게 방대하고 강력한 기운이 그의 몸에서 솟구쳐나왔다.

까맸던 기운은 이제 끈적이는듯 질척일 정도로 농도가 짙었으며 그의 몸 주위에는 기형항적인 검은 문자가 둥둥 떠다녔다.


'숨겨둔 수가 있었단 말이야?!'



하긴, 가온도 붉은 커튼이란 비장의 수가 있는데 김남일이 그런 게 없으리란 법도 없다. 그렇다면 그 비장의 수를 깔아뭉개 주겠다고 생각하며 손을 뻗는다.


화악.


[욱!]


오른손에 둘렀던 화염에 김남일의 힘이 달라붙으면서 훅 꺼져버렸다.

까만 기운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주변 공간을 검게 덧칠해나갔다.


이윽고 가온은 빛 하나 없는 까만 공간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단순히 어두운 공간이 아니다.

이 안에 있음으로서 주술은 물론이요 갖은 기운까지 차단되며 보이지 않는 기운이 온몸을 짓누르는듯 압박하는 것을 가온을 느꼈다.


'그래서 뭐!!'

[우오오오오오오오!]


두 팔을 벌리고 크게 포효.

그것만으로 불기둥이 하늘로 치솟아오르며 까만 공간을 시뻘겋게 달구었다.


퍼엉!


하늘을 뚫고 나간 불기둥은 까만 공간의 일부분을 부쉈고 부서진 곳을 기점으로 공간은 유리 파편처럼 꺠부수어졌다.


"......"


김남일은 의이하다는 기색으로 붉은 커튼을 보고 있었다.


'뭔지 몰라도 감을 못 잡는 지금 공격해야 해!'

[그래. 네 말이 맞다.]



갑자기 마우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답지 않게 꽤 당황한 눈치였다.

심층에 있을 마우스가 가온에게 말을 건 것만으로도 지금 상황이 꽤 심각한 모양이었다.



[지금 몰아붙여라. 녀석은 방금 전 기술로 붉은 커튼과 네 연결이 끊어지지 않은걸 당혹해하고 있어. 네 비밀을 눈치채서 새로운 대응법을 만들어내기 전에 해치워라. 그렇지 않으면...이 나라가 멸망할 거다.]


나라의 멸망.

마우스의 말엔 조금의 거짓도 없으리라. 김남일은 나라를 멸망시킬 만한 전력을 갖추고 있었다는 것인가.


그때.


"놀랍군요."

[우오오...]

"육체가 아예 다른 물질로 재구성된 것인가요? 마녀님의 힘이 아무리 이질적이어도 그런 건...당신, 도대체 뭡니까?"



[아. 망했다. 저 새끼 눈치챘다.]


마우스가 혀를 차는 동시에 김남일이 까만 구체를 만들어냈다.

구체 주위에 검은 문자가 넘실거리는것이 딱 봐도 불길해보였다.


[제기랄. 나 말고도 전 계약자의 파편이라도 남아 있었다니. 이런 상황은 상정하지 않았다고...]

'그렇게 심각한 상황입니까?'

[당연하지. 저 놈은 에메라의 힘을 한계까지 각성한 전대 계약자의 힘을 거의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고. 네가 붉은 커튼의 힘을 계속 단련하고 단련한 힘을 갖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렇군요.'

[되게 담담하네. 이거 상당한 위기 상황이라고?]


마우스의 말대로라면 위기 상황임엔 분명했다.

하지만 가온에겐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있었다.

바로...



[잠깐...마스터!]


잠자코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던 안내 시스템이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그와 거의 동시에 붉은 커튼의 몸이 화르륵 불타더니 그 모습을 드러냈다.


"무슨 생각이죠?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 주다니요."


의아해하는 김남일을 무시하고, 가온은 외쳤다.


"에메라!!"


그때까지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을 보이지 않았던 에메라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네는 무슨 네야! 대체 무슨 생각이야?! 나는 이제 볼장 다 봤다 이거냐!"

"더욱 강한 계약자에게 가는것은 합리적인 판단..."

"닥쳐 김남일!"


개소리를 해대는 김남일에게 일갈하고 가온은 다시 외쳤다.


"왜 그러는 건데! 이유나 좀 알자!"

"...김남일 씨의 말대로예요. 전 그저 더 강한 계약자를 선택해서, 안전을 도모하는 것 뿐..."

"앞뒤가 안 맞잖아! 나 떄문에 몇 번이나 위험을 감수한 녀석이 뭘 이제와서 안전을 도모야!"



에메라가 퍼뜩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놀람이 묻어 있었다.


"눈치 못 챌줄 알았냐! 여왕사냥전때 날 무리해서 구한것도, 얼마 전 재무진을 없앨 떄 나타난 '소년'을 처리해준 것도, 너에겐 엄청 부담스런 일이었지? "


에메라는 말했었다.

계약자를 위한 도구가 되겠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행동으로 보아서 계약자에게 불술한 마음을 품지 않는 이상 굳이 계약자를 도울 필요는 없다.


그녀는 자의로 가온을 도와주었다. 몇 번이고. 악역같은 모습을 보이면서.



"사람 우습게 보지 마라. 계약을 여러 번 할 수 있어? 그런 게 가능했다면 네가 진작 세상을 지배했겠다!"

"거짓말은 아니에요. 다만 새로운 힘을 줄 수 없는 것일뿐. 김남일씨의 상태는 계약의 힘을 물려받은 가계약 비슷한 상태. 그걸 정식계약으로 바꾼다는 거예요. 그가 원하는 것도 그거일 테고..."

"시끄럽네!"


쾅!


가온이 발을 굴렀다.



"난 김남일의 정체가 뭔지. 지금까지 뭘 해왔고 지금 의도가 뭔지는 하등 관심없어!"

"......"

"내가 신경 쓰이는 건 너야! 왜 그러는 건데? 제대로 이유를 알려주지 않으면, 계속 쫒아다닐 거다!"



에마라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가온은 초조해졌다.

역시 김남일을 떄려눕히고 천천히 대화를 하는 게 좋으려나?

김남일은 현재 가만히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지만,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김남일이 전력을 다 한다면, 이기는 게 어려운 건 둘째치고 지금 이 싸움을 눈치채는 이들이 생길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시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폭발음이 여러 번 울려 곧 사람들이 몰려올지도 모른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사태는 악화되어간다.



'그게 뭐?'


가온은 결심했다.

이대로 에메라를 놓칠 바에는 붉은 커튼인 걸 들키더라도 다 뒤엎어 버리고 말겠다고

그만큼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일단 김남일부터 처리하기로 마음먹고 한 발짝 내딛은 그때.



"...미워할 테니까요."

"뭐?"

"절 미워할 테니까요! 당신이!"



고개를 든 에메라의 얼굴은 평소의 무감정한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계약으로 인해 감정조절이 쉽지 않게 되었다고 들켰을 때. 이미 늦은 거겠지만...여기서 더 싫어하게 되면 이제 돌이킬 수 없잖아요!!"

"에메라..."



멍하게 중얼거리던 가온은 말했다.



"의외다. 그런 건 신경도 안 쓸줄 알았더니."

"윽...! 원래는 신경 안 쓰는데, 저도 모르겠는데, 당신은...어쨌든 이대로 가면 저로 인해서 사회적 지위를 잃게 되는 거잖아요? 그럼 절 더욱더 싫어할 테고!"



이게 연기라면, 그녀는 터무니없는 악녀일 것이다.

하지만 감이, 붉은 커튼의 힘이 말해주고 있었다.

지금 에메라는 진심이라고.


[......]



말은 없었지만 안내시스템은 기가 막힌 눈치였다. 그녀가 에메라와 얼마나 알고 지냈는지 모르나 저런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일 터였다.

어처구니 없는 사실이다.

뭔가 생각해두는 게 있었나 싶었더니 그냥 가온에게 미움을 받기 싫어서 그런 거였다고?


가온은 욱했다.



"바보냐!"

"윽..."

"뭐가 됐든 날 구해주고 여기까지 오게 만들어줬던 널 싫어할 리가 있냐! 그냥 좀 껄끄러웠던 것 뿐이라고!"

"거, 거짓말!"

"거짓말 아냐! 그보다 내 마음 읽을 수 있으면 알 거 아냐!"

"기본적인 감정만 알지 세세한 거 읽으려면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일촉즉발의 대치 상태였는데, 어느새 분위기가 엉뚱해져갔다.

그런 가운데 김남일은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마녀님...?"



크게 흔들리는 그의 두눈을 본 순간, 가온은 직감했다.

지금이 유일한 기회라고.



"사회적 지위. 그거 좋지. 하지만 그거 아냐?"

"......"

"사회적 지위 따위가 내 사람을 뻇기는 것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고!!"


말끝에 불기둥이 가온을 감싸며 붉은 커튼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까지 없을 정도로 붉게 맹렬하게 타오르며 김남일에게 멧돼지처럼 돌진한다.


김남일 또한 동요한 가운데서도 최대한의 힘을 담아 까만 기운을 쏘아내었다.

일렬로 뻗은 까만 에너지와 붉은 덩어리가 격돌.

사방으로 까만 힘이 튀겨나가고 붉은 덩어리는 물에 밀리는 돌맹이처럼 뒤로 주륵, 주르륵 밀려난다.



"...착각했었습니다. 당신은 크나큰 방해였군요 이가온. 당신이 있으면, 마녀님은 마녀님으로 있지 못하게 돼."

[우오오오오오오오...]

"여기서 죽으십시오."

"잠깐...기다리세요!"



에메라가 일어섰지만 곧 그녀의 주위에 검은 창살이 생겨나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곧 끝나니 기다려 주시기를..."


붉은 커튼은 코로 웃었다.

'그렇겠지. 곧 끝나겠지.'



잠시 뒤, 가온의 오른팔이 맹렬하게 빛났다.

섬광!!


번쩍!!


강렬한 불꽃의 빛이 까만 에너지를 일순 날려버렸다.

엄청난 파워에도 김남일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검은 기운으로 다시 가온을 압박하려 들었으나, 그땐 이미 붉은 커튼이 지척까지 다가온 뒤였다.



"저도 좀더 진심을 내야겠군요. 계약 기간은 얼마 되지 않을텐데 이 정도의 힘...과연 퇴마 이씨 가문의 피는 대단하군요."


여전히 여유있는 모습이 배알이 꼴린다. 가온은 난폭하게 웃고는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었다.

처음에는 발악을 하는 거라 여기고 표정 변화가 없던 김남일이었으나 점점 경악이 어려갔다.


그도 그럴것이, 가온의 힘이 점점 강해지고 있었기 떄문이다.


"이 무슨...!!"


가온은 분노하고 있었다.

그리고 분노는 에메라와의 계약의 힘으로 변환되어 점점 증폭시켰다.

분노의 이유는 삼촌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사람이었던 삼촌을 앗아간 것처럼, 에메라를 앗아가려는 김남일에게 분노하고 있었기 떄문이다.



'나에게서...내 걸 뻇을 생각은 말라고! 이 개자식아!'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붉은 커튼의 몸이 맹렬하게 불타고 에너지를 한점에 증폭시킨 오른손이 김남일이게 날아들었다.


김남일이 까만 기운을 전부 집중시켜 그걸 막아내려 드려는 찰나.



"가온 씨!!"



에메라의 외침을 듣고 우뚝 멈춘 김남일. 그것이 결정타가 되었다.


푸화악!!


불꽃의 오른손은 검정을 뚫고 김남일에게 박혔다.



"아...아.아."



고장난 기계처럼 신음을 내던 김남일. 잠시 후.


콰아아아아아아아아!



그의 중심부에서 블랙홀처럼 검은 구체가 주위의 모든 걸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가온마저도.


'크윽...이건 또 무슨...!'


설상가상으로 커튼화마저 풀려버리고 말았다. 이대로는 속절없이 끌려들어갈 판인데...


"가온 씨!"


에메라가 가온에게 뛰어들어 그를 뒤에서 껴안았다. 같이 죽을 셈이냐고 화를 내려는데 힘이 증폭되는 것이 느껴졌다.


영문은 모르겠지만, 이걸로 탈출할 수 있다.

가온은 에메라를 강하게 껴안고 대지를 박찼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


간발의 차이로 검은 구체는 사라졌다.

고요함과 크레이터만이 방금 전 있었던 일을 증명해주었다.

김남일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어찌 된 건지 잘은 모르겠고 우리들 얘기좀 해야겠지만."



엉덩방아를 찧은 자세 그대로 에메라를 안은 가온이 웃었다.



"이건 말해둘게. 어디 가지 마라. 에메라."



에메라는 그저 가녀리게 가온의 옷을 움켜쥘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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