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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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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최근연재일 :
2020.09.01 23:59
연재수 :
3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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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35,429

작성
19.06.2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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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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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3부 5화: 김남일 (2)

DUMMY

"씨...씨..."

"......"

"가온씨?"

"엇? 네?"



화들짝 놀라며 말을 받는 가온의 모습은, 누가 봐도 딴 생각을 하던 것 같았다.

고급스러운 카페의 테이블에 마주 앉아 있던 미헤유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괜찮은 거예요?"

"네. 괜찮고 말고요."


하지만 가온의 말에 조금의 설득력도 없었는지 미헤유의 근심어린 표정은 걷힐줄을 몰랐다.


"역시 아까 그 전화상대에게 가 봐야 하는 거 아닌 거예요?"

"에이. 심각한 일 아니라니까요."



뜬금없이 에메라에게 걸려왔던 전화. 그리고 그녀의 말.


'도와주세요.'


'...그 녀석이 나에게 그렇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었던가.'


계약할 때도 자신이 아래라는 입장을 말했었지만 전혀 아래로 보이지 않는 태도를 고수하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도움을 요청했고, 가온은 침묵했다.


뭐라고 답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침묵과 고민의 시간은 짧았다. 10초도 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가온이 뭐라고 입을 열려던 그때.


[아뇨. 잊어주세요.]



꺼질 것 같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곤, 전화를 끊어버렸던 것이다.



'제기랄. 그럴거면 애초에 전화를 하지 말던가.'


가온은 그녀에게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그야 그 에메라다.

수많은 커튼들이 그녀를 손에 넣기 위해 애를쓰고 죽어갈 정도의 가치를 지녔으며 가온에게 붉은 커튼이라는 어마어마한 힘을 하사한 존재다.

얼마 전. 재무진을 처리할 때 만났던 '가장 오래된 자들' 이라는 고위존재중 하나인 '소년' 그조차 에메라를 두려워하는 기색이었다.


그런 그녀를 해코지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으로만 보면 그녀는 무적같아 보였다.


'...아니. 지금까지 직접 싸운적은 없었으니까.'



여왕 사냥전 때에는 실제 육체가 위협받을 뻔했을떄 별다른 조취를 취하지 못하기도 했고, 그녀가 실제로 싸운적은 없다. 단지 사전에 해결하는 느낌이었다.

만약 에메라가 사전에 처리하지 못한 일이 생겼고, 그녀에게 전투능력이 전무하다면...



'애초에 지금 그 녀석을 노릴만한 세력이 뭔데?'



에메라에 대해선 아무도 모른다. 단지 가온이 데려온 기억 잃은 소녀라는 신분을 가졌을 뿐.

퇴마 이씨 가문에서 신경쓰여 조사해 볼 수도 있지만 에메라는 자신만만하게 그 어떤 조직이라도 자신에 대한 것을 밝힐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가 호언장담한 만큼, 그 말엔 신뢰성이 있다.

그러니까 그녀의 가치를 아는 건 가온, 아니면 커튼측 정도라는 거다.


'커튼들이 들어왔나...? 아니, 재무진도 없는데 방벽을 몰래 넘어올 수 있을리가 없고...아으 진짜.'


짜증나서 머리를 벅벅 긁으려다가 미헤유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것을 겨우 눈치챘다.

이건 그녀에 대한 실례라고 생각하고, 가온은 자세를 바로잡았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는 게 좋은거예요."

"네? 아니. 그게..."



화났구나.

가온이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화날 만 하다. 약속상대를 앞에 두고 딴 생각만 하고 있으니...착각이 아니라면 그녀는 오늘을 기대한 것 같은데.


"죄송해요 미헤유씨. 이제부턴 제대로 임할 테니..."

"푸훗."


미헤유가 입가를 가리고 웃었다.


"저 전혀 화나지 않은 거예요. 그야 가온씨가 그렇게 고민한다는 건, 또 누군가를 구하려는 거죠?"

"네?"


이건 또 무슨 평가인가? 아무래도 미헤유의 안에서 가온은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움직이는 숭고한 인간이 되어있는 모양이었다.

살짝 당황한 가온이 뭐라고 하려 했지만 미헤유가 갑자기 가온의 손등에 손을 올리는 통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따뜻한 온기가 손을 통해 전해져 왔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대신, 제가 부를떄 저랑 어울려 주기예요? 두 번!"


두번을 강조하는 미헤유. 가온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고 미헤유는 만족스럽게 머리를 까딱였다.


"역시 가온씨는 인기가 많네요."

"네?"

"늦기 전에. 다음에는."



뭔가 결심한 듯이 웃은 미헤유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끝까지 가온을 배려하기 위해 먼저 움직인 것이다. 계산만이라도 가온이 하려 했는데 미헤유는 이미 사전에 자신이 냈다며 끝까지 가온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럼, 다음엔 진짜 재밌게 놀아주셔야...아니 임무에 어울려주셔야 해요? 일이 잘 해결되면 연락해 주세요. 바로 만날 날짜를 잡을 거예요."



생긋 웃으며 손을 흔들고 떠나는 미헤유에게 눈을 뗴지 못하던 가온은 후우 숨을 들이키고 빠르게 발걸음을 놀렸다.


핸드폰을 꺼내 에메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신호음만 울릴 뿐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일부러인 게 분명하다.


"제길. 이럴거면 처음부터 연락하지 말라고 진짜."



투덜거리며 문자로 지금 간다고 보낸 가온은 원래 살던 집으로 갔다.

열쇠는 언제나 가지고 다니고 있었으므로 문을 열고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섰다.


후다닥.


인기척. 잠시 주술을 퍼뜨려 주위를 감지한 가온은 그 인기척이 에메라라는 것을 알았다.


"야! 에메라!'


하지만 에메라는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방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그녀가 무사한 모습에 안도하는 한 편 멀쩡하잖아 하고 내심 화나는 마음도 있었다.

에메라의 방 앞에 선 가온은 문고리를 잡았다.


철컥 철컥.


"어쭈. 안 열어?"

"가세요."



무감정한 목소리에 가온도 화가 치밀었다.

이깟 문고리, 조금만 힘을 주면 비틀어 열고 들어갈 수 있다.

억지로 들어갈까 잠깐 진지하게 생각한 가온은 이내 문고리를 놓았다.

지금 강제로 만나봤자 대화가 이루어질 것 같지 않았다.



"내일 또 올게. 그러니까 무슨 일인지 제대로 설명해."

"...오지 마세요."

"그렇게 나올거면 애초에 연락을 하지 말던가!"



그동안 자신에게 숨기는 것이 많았던 그녀에게 쌓였던 감정이 폭발해 나온 말이었다.

에메라는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죄송해요. 앞으로는 그럴 일 없을 거예요."

"아니. 야."


울컥하여 뭐라고 하려던 가온은 후우 심호흡을 하고 겨우 참아냈다.

그때, 에메라가 말했다.



"절 싫어하시잖아요?"

"뭐?"

"억지로 도우실 필요 없어요."

"......"



이번에야말로 할 말을 잊어버린 가온은 멍청하게 입만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다가 이내 쥐어짜내듯 한 마디를 했다.


"내일 또 올게. 그땐 무슨 일인지 말해."

"......"

"네가 도와달라 말했어. 아무일도 아닐리가 없잖아"


방문을 툭 두드린 가온은 퇴마 이씨 가문 본가로 돌아기자 않고 주변 호텔에서 묵었다.

에메라가 진정이 되면 다시 대화를 나눠볼 생각이었다.


호텔에 누워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는데 난데없이 목소리가 울렸다.



[가온씨...]


조심스러운 목소리는 한두 번 듣는 게 아니다. 가온은 대답했다.



"네. 이자견씨."

[보고드릴 게 있어서요.]


재무진에게 복수를 하고 눈에 띄게 기뻐하던 그녀였으나 아직도 가온에게 어려움을 느끼는 듯 했다. 솔직히 가온도 그녀에게 품은 감정은 여러모로 복잡해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냥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로 한 가온이 말헀다.


"보고드릴 일이란?"

[최근 정부가 가온씨에게 접촉하려는 결정을 내린 모양이에요. 가온씨가 쌓은 이미지를 이용해 한국의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심산입니다. 조만간 사람을 보낼 겁니다.]


천리안을 지닌 천하의 이자견이 한발 늦을 줄이야.


"그거라면 오늘 이미 왔었습니다."

[네? 벌써요? 언제...]

"오늘 아침 10시쯤에요. 왜 그러시죠?"

[아뇨. 이상하군요. 그 회의가 결정난 건 몇시간 지나지 않았는데...]

"......"


가온은 뭔가 불길한 것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저기 이자견씨."

[네?]

"혹시 김남일씨에 대해 뭔가 아시는 게 있으신가요? 업무적인 면모나 대외적인 모습 말고 개인적인 일로요."

[으음...]


가온은 살짝 놀랐다.

이자견도 자기 감정을 능숙히 숨기는 편인데 그런 그녀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던 것이다.


"말하기 어려운 건가요?"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할 건 없고요."

[그게...김남일 씨는 제 정보를 수집합니다.]

"...뭐, 당신이 예쁜 편이긴 하죠."


무심코 한 말이었는데 이자견이 얼떨떨하게 대답했다.


[가,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 제 출신이나 능력, 그 기원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제가 그걸 알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이후엔 그런 적이 없지만...]

"기원을...김남일은 재무진과 아예 연관이 없었나요?"

[놀랍게도 그랬습니다. 재무진도 김남일은 무슨 이유에선지 건드릴 생각을 하지 않았고요.]

"왜 이자견씨를?"

[저도 그게 의아합니다만...다만.]

"다만?"


이자견이 조금 망설이더니 이내 음산하게 말했다.



[조사하고 있을 때의 그의 행동엔 광기마저 느껴질 정도의 무엇인가가 있었습니다.]

"......알겠습니다. 정기보고 고마웠습니다."

[아...네.]



어색하게 전파가 끊어졌다.

가온은 눈을 감고 생각하고, 결론을 내렸다.



'하나도 모르겠네. 시발.'









다음 날 아침.


"......"

"안녕하십니까."



호텔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김남일을 보고 가온은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 고민하게 한 당사자중 하나가 어떻게 알고 여기에 있는 것인가?



"여기엔 어떻게?"

"정부의 정보망은 우수하지요."

"그걸 개인 추적에 써도 됩니까?"

"가온씨와의 업무를 위해서라면 정부도 적극 이용하라고 할 겁니다."


빙그레 인형 같은 웃음을 지은 김남일.

가온은 소름이 돋아 오르려는 것을 간신히 참고 그의 옆을 지나쳤다.


"죄송하지만 오늘은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요."

"혹시 동행해도 되겠습니까?"

"아니. 개인적인 일이라니까요?"

"동행시켜 주신다면, 제가 왜 이자견씨에 대해 조사했는지에 대해 설명해 드릴 수 있습니다만."

"......"



이 자식.

이자견처럼 천리안이라도 가졌나? 가온은 진지하게 의심했다.



하는 수 없이 가온은 그를 데리고 집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에메라의 존재에 대해선 커튼 본부의 사람들이라면 대충 알고 있었으므로 딱히 숨길 일도 아니었다.


"잠깐 여기 계셔 주시겠어요?"


주방으로 그를 안내한 가온은 커피를 타 그에게 가져다주었다.


"먼저 얘기좀 하고 와야 할 녀석이 있어서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네. 얼마든지."


공손하게 두 손을 무릎위에 올리고 앉은 김남일을 흘깃 쳐다보며 가온은 에메라의 방문 앞으로 갔다.


똑똑.



"야. 에메라."


대답은 없었지만 안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오늘은 무슨 일인지 꼭 들을 테니까 그렇게 알라고."

"......"

"...아 너 답지않게 왜 그러는데?"

"저 다운게 뭔데요?"



가라앉은 목소리. 그에 짜증이 난 가온이 소리쳤다.


"안 열 거면 억지로 열고 들어갈...!!"


끼익.


문이 조용히 열렀다.


"그건 싫네요. 마음에 든 문..."


오랜만에 본 에메라의 모습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이 세상의 것 같지 않은, 백발믜 미소녀. 그런 그녀는 놀란 얼굴마저도 무섭도록 아름다워서...


'...놀라?'


그것도. 가온의 뒤를 보고.


가온이 뒤를 돌아보자 보인 것은. 까만 남자였다.

비유가 아니다.


까만 오라로 타오르는 김남일이 빙그레 웃은채로 서 있었다.



"......!!"



위기감을 느낀 가온이 허리춤의 검에 손을 가져다 대었을 때.



콰아아아아아앙!


거대한 굉음이 집안을 뒤흔들고 가온은 튕기듯 날아가버렸다.



"크윽...!!"


튕기듯 일어산 가온이 본 것은 에메라를 공주님 안기로 들어올린 김남일의 모습이었다.


"무슨 생각입니까?"


본노를 억누르고 간신히 물었지만, 김남일은 이미 가온에겐 안중도 없었다.

그는 그저 무감정한 표정으로 입가만 빙그레 웃은채, 에메라를 바라보고 있을 뿐.



"......당신은."


에메라의 말에, 김남일이 대답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그리고 미치도록 뵙고 싶었습니다. 백발의 마녀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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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 소원을 이루어주는 자 (2) 20.08.24 164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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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 소원권 (2) 20.08.22 161 3 20쪽
368 소원권 (1) 20.08.22 162 3 23쪽
367 동기부여 20.08.21 164 4 27쪽
366 에메라의 이야기 20.08.20 164 2 11쪽
365 파멸? (10) 20.08.18 171 4 28쪽
364 파멸? (9) 20.08.17 159 3 20쪽
363 파멸? (8) 20.08.16 157 2 20쪽
362 파멸? (7) 20.08.15 169 2 21쪽
361 파멸? (6) 20.08.14 165 3 16쪽
360 파멸? (5) 20.08.14 167 3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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