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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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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최근연재일 :
2020.09.01 23:59
연재수 :
3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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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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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35,429

작성
19.06.20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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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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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3부 2화: 퇴마 이 가문 (2)

DUMMY

이이나의 얼굴에 걸려있던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화사한 꽃처럼 활짝 웃고 있는 채였다.

하지만.


"......"


심기가 불편해졌다. 그것만은 분명했다.



'불편해진 건지 뭔지...오싹하긴 한데 잘 모르겠네.'



아까 전 만났던 사촌 형처럼 거리낌없이 적의를 드러내주는 쪽이 오히려 좋다고 가온은 생각했다.



"부당주님. 외람되오나-."


듣기 좋은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가온과 이이나에게 날아든 순간.


"외람되면 말하지 마시기를?"


짐짓 눈을 찡긋하여 애교있게 보이는 모습이었으나 퇴마 이씨 가문의 회계총괄이라는 무거운 직함을 가진 남자가 단번에 입을 다문것을 보니 적절하게 번역하면 닥쳐. 정도일 것이다.


이이나의 말에 실내에 있던 사람들이 불편한 기색이 되었다.

그런 그들은 아랑곳않고 이이나는 물었다.


"가온. 아직 섭섭한 건가요?"

"섭섭이요?"

"네. 본가에서 쫒겨났던 것을."

"아니요. 그럴 리가요."



이 말은 진심이다.

삼촌의 죽음을 불명예라며 외면한데다가 영 수상쩍은 이 집안에서 내쫒아줘서 오히려 고마웠다.

불만이라? 굳이 대하고 해 보면 하나 있었다.


"오히려 직계를 두 명이나 붙여 같이 살게 해준 것이 황송할 지경인데요. 심지어 당주님까지요."


한껏 빈정거림을 담아 말한 거였는데, 이이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머나. 그런 걸로 되어 있었군요?"

"네?"

"당주님이나 가영이, 그리고 가은이가-."

"부, 부당주님!"


갑자기 들려온 당혹스런 목소리. 이미 기척으로 와 있다는 건 알았으나 딱히 인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무시하고 있었다.

가온은 목소리의 주인, 여동생 이가은을 쳐다보았다.


"쓸데없는 말은 삼가 주시기를!"

"네에~"


신난듯이 대답하는 이이나. 하지만 가온은 몇몇 사람들이 가은을 곱지 못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고귀하신 퇴마 이씨 가문도 영역싸움이냐.'



신경쓰이는 말들은 일단 뒤로 제쳐두고, 가온은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기로 했다.



"전 그럴 자격이 못 됩니다."

"어린 영웅이 그럴 자격이 못 되면 누가 된다는 거지요?"


쪽팔리는 호칭에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누군가가 푸훕 뿜어서 쳐다보니 가은이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저는 가온이 그럴 생각이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그래서 돌아왔다고 여겼다구요?"

"프랑스의 순위권자들의 안내가 끝나면 돌아가겠다고 약속 했었으니까요. 부당주님과의 약속을 어길 순 없죠."



어디까지나 약속 때문이었다고 강조한 가온은 이이나의 품에서 벗어났다.

혹여 놔주지 않으면 어쩌나 싶었으나 이이나는 의외로 순순히 놔 주었다.



"괜찮아요. 시간은 아주 많으니까 천천히 생각해 봐요."

"그러겠습니다."


좀 봐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이것까지 부정의 말을 뱉었다가는 이 여자가 어떻게 나올지 몰랐으므로 조금 양보했다.


이이나와의 약속, 명분은 그것이었지만, 실제로는 삼촌 이현수가 왜 퇴마 이씨 가문이 무너져야 한다고 주장했는지 알아보는 것이 주 목적인 가온으로썬 후계자가 되는 것도 고려했다.



'정보만 쏙쏙 빼먹고 후계자 자리 걷어차면 되니까.'



물론 정말로 그랬다가는 이 고명한 가문꼐서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으니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가문이 진심으로 싫은 가온으로써는 후계자가 되는 것은 최악의 경우로 생각했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지요?"


이이나가 가은을 보며 말했다. 무슨 용건이 있으니 굳이 찾아온 게 아니겠는가.



"그..."


뭔가 말하려다가 우물쭈물거리는 가은. 이이나는 고개를 모로 꼬더니 아항 손뼉을 쳤다.



"오빠의 방에 가보니 없어서 혹시 여기가 아닌가~?하고 와본 거로군요?"

"네. 네?!"


정곡이 찔린듯한 표정에 이이나가 짐짓 볼을 부풀렸다.


"속상해라~평소에는 이 어머니를 보러 와주지도 않으면서 오빠만 챙기고!"

"그, 그게 아니라요 어머니..."

"나는 왜 찾았는데?"



가온이 얼른 말꼬리를 물었다.

그녀에게 제대로 된 용건이 있다면 그걸 빌미로 삼아 이 자리에서 벗어날 셈이었다.

가은은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 대련좀 할래...?"

"아. 그거 좋지."


고귀하고 전통있고 온갖 수식어를 붙여도 결국 사냥꾼의 가문. 싸움을 생업으로 삼는 가문이다. 대련을 좋지 못하게 볼 리가 없다.

가온이 신나서 이이나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럼 오늘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네. 내일 또."


내일은 개뿔. 속으로 투덜대며 가온은 가은의 등을 밀었다.



"자. 가자 가."

"잠깐만. 야. 미, 밀지 말라고."



묘하게 수줍은 목소리.


'얘가 요즘 왜 이러냐.'


언제나 가온을 고압적으로 대하던 가은은 요즘 부쩍 얌전했다.

짐작가는 것은 있었다.

재무진에게서 구해준 일 때문일 것이다. 그 이후 가온을 대하는 게 얌전해졌으니.


'그래도 고마운 건 아는 건가.'


배은망덕한 녀석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최상층에서 내려가 대련실로 향한다.

그때까지 얌전히 가온이 미는대로 밀려가던 가은이 우뚝 멈춰서더니 돌아섰다.



"크흠."


헛기침을 하면서 살며시 양 볼을 붉히고 눈을 가늘게 뜨고 가온을 쳐다본다.

검은 생머리의 미소녀. 누가 보더라도 그렇게 생각할 만한 아름다움이었지만, 그녀와 거의 평생을 같은 집에서 산 가온이 보기에는 이 년이 왜 이러나? 하고 불안할 따름이었다.


"차, 착각하지 말라고. 딱히 널 만나러 간 게 아니라..."

"아 그렇겠지. 그래서? 진짜 용건이 뭔데?"



어째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가온을 노려보는 가은.

가영이라면 모를까 이 오빠를 싫어하는 여동생이 아무 용건없이 자신을 찾아올 리가 없는 것이다.


"걔 있잖아."

"걔?"

"하얀머리."

"......"



하얀머리.

그건, 그녀를 지칭하는 것이 분명하다.

가온에게 붉은 커튼이란 기이한 힘을 준 대은인.

또한.



그만한 힘을 어떻게 부여하고 어떤 배경을 가졌는지 도무지 정체를 알 수가 없는 짙은 어둠과도 같은 베일에 싸인 소녀.


숨막히는 아름다움을 가진 하얀 머리의 소녀를 떠올리자 자연스럽게 입에서 그녀의 이름이 새어나왔다.


"에메라...가 왜?"

"걔는 아직도 그 집에 있는데...어쩔거야? 데려올 거야?"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하지만 그래도 신경쓰진 않을 수 없는지 확실한 대답을 요구하는 눈빛이다.


"아니. 왜 데려와?"

"음..."


조금 놀랐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가은이 횡설수설했다.


"저...은근히 자기 애인을 데려온 직계들이 많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그 애가 네 애인은 아니지만, 어쨌든 걔를 여기 데려와도 문제는 없을건데...이대로 헤어지려고?"


아 그렇군. 가온은 납득했다. 싫어하는 듯 해도 역시 잔정이 많은 가은답게, 에메라가 신경이 쓰인 것 같았다. 걱정을 덜어주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가온이 입을 열었다.


"뭘 헤어져? 다시 돌아갈건데 굳이 부를 필요가?"

"...엥?"


이 자식 뭐라는 거야. 딱 그런 생각을 하는듯한 얼굴로 가온을 쳐다보는 가은.



"돌아간다니...이곳이 오...아무튼 집이잖아?"

"난 거기가 편해."


갑자기 가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기분 좋아 보였다고 놀랐다가 안 좋았다가 바쁘다고 생각하는데 가은이 대놓고 성질을 내며 가온의 옆을 지나쳤다.


"아 그러셔? 아직 이상한 생각이나 하고 있었어? 그렇게 그 애가 좋아?"

"......"



부정해둬도 해결되는 건 없었으므로 침묵했는데 가은이 기분이 점점 더 나빠지기 시작했다.


"...아무튼 간에. 그 계집애가 연락해 달라고 했으니 연락하시든가."



찬바람이 쌩 가은이 떠나가버렸다. 잠깐 그걸 지켜보던 가은은 후우 조그만 한숨을 쉬었다.


'에메라를 만나기엔, 아직 껄끄러운데.'

[그래도 만나서야 합니다.]


듣기좋은 여성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린다. 에메라와 계약한 이후 가온 안에 들어있는 인공지능...그렇게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어떨까. 무슨 구조로 나에게 간섭할 수 있는 걸까? 그리고 원래는 안내 시스템이라 했지만...정말 그게 맞는걸까?'


이미 에메라는 가온에게 감정을 조절하기 힘들게 될 거라고 말하지 않은 이력이 있었다. 거짓말은 계약떄문에 하지 못한다고 했지만, 말하지 않는 거라면 가능한 듯 싶었다.

그럼 또 뭘 말하지 않은걸까.



원래라면 이렇게 퇴마 이씨 가문에 들어와서 정보를 찾을일은 없었을 것이다.

에메라와의 계약으로 그녀가 때가 되면 다음 목표를 알아서 찾아주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녀를 완전히 신뢰할 수 없는 지금은...


에메라는 대체 뭐지?

어떤 존재길래 붉은 커튼같은 막대한 힘을 부여할 수 있었고, 또 커튼의 수장격으로 보이는 녀석들이 경계하는 걸까.

붉은 커튼같은 힘이 그녀에게 더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복잡한 상념을 털어버리려 머리를 흔들었다. 생각만 해봤자 답이없다. 직접 부딪히는 수밖에.


휴대폰을 들고 잠시 망설이다가 에메라의 번호를 누르려는 순간, 휴대폰이 크게 울었다.



누구지? 발신 번호를 보니 전혀 모르는 번호였다.

하지만, 느껴졌다.

이론적인 게 아니다. 감이다. 그 감이 말해주었다. 이 전화는 뭔가 위험하다고.

뚜르르르.

신호음이 복도를 울리는 가운데, 가온은 천천히 통화버튼을 밀었다.


"여보세요."

[가온 씨인...거예요?]


한껏 설레임이 담긴듯한 목소리. 긴장했던 게 바보같은 정도로, 호감이 있는 상대의 목소리가 전화 너머에서 흘러나왔다.


"어...미헤유씨?"


가온이 살짝 말을 더듬었다.



"어..국제전화 비쌀텐데."


겨우 나온다는 말이 고작 그거였지만, 미헤유는 푸훗 웃었다.


[괜찮은 거예요. 제대로 한국 내에서 전화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고 보니 국제전화입니다. 라는 무기질적인 목소리가 울리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 이시라고요? 본국으로 가신 게 얼마전..."

[케인의 일에 대해 좀더 조사하라고 보낸 거예요. 루카스랑 루이스. 그리고ㅓ 다른 순위권자 한 명도 같이 온 거예요.]


그녀의 말에는 일말의 쓸쓸함이 느껴졌기에 가온은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잠깐 침묵하던 미헤유는 용기를 쥐어짜낸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요.]

"네..."

[케인과 그 나쁜 흑막에 대해서 잘 아실만한 건 가온씨일 테니까...이번에 안내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

[아-! 물론 본가에 돌아간지 얼마 안 되었다고 들었던 거예요. 바쁜 모양이니까 거절해도...]

"만나죠."



잠깐의 침묵. 하지만 곧 있는 힘껏 기쁜듯한 음성이 터져나왔다.


[그럼 약속장소랑 시간 정하는 거예요. 퇴마 이씨 가문에 정식으로 의뢰하는 게 좋은 거예요?]

"아뇨.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뭐야. 불길한 전화는 무슨. 오랜만에 좋은 소식이잖냐.

오랜만에 친구를 만날 생각에, 가온은 들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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