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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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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최근연재일 :
2020.09.01 23:59
연재수 :
3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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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35,429

작성
19.04.24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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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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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세계대회편 36

DUMMY

미헤유는 분전했다.


"하압! 하아!"


콰앙! 쾅!


몇번을 날려버리고, 몇 번을 으깨버린걸까

하지만 방어하고 재생해내며 다가오는 저 좀비같은 것들은 지치지도 않는다.

커튼은 그렇다치고 신인류란 웃기지도 않은 것으로 변한 자들도 마찬가지다.

재생력이 인간의 범주를 아득히 뛰어넘었다.


어쩌면, 어쩌면 언젠가 이런날이 오지 않을까 상상한 적은 있었다.

미헤유는 강했다.



타고난 근골.

재능과 약간의 편법으로 웬만한 정부공인 순위권자보다 강해진, 괴물이라 불릴만한 여자.

여자는 물론이고 남자도 순수 완력만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나쁘지 않은 얼굴, 그리고 신이 내린 육감적인 몸매에 혹해 다가오는 남자들도 그녀의 어마어마한 힘을 보고 질색하기 일쑤.


여자는 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꾸미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이유는 뭐였을까.


인정하긴 싫었지만, 백마탄 왕자님을 바랐기 때문에?

설마.

이 세상에선 외모도 무기다.

이 몸이 남성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인지 그녀는 아주 잘 알았다.


그녀보다 한참 힘이 약한 자들은 두려움을 느끼지만 비등한 이들은 매력을 느낀다.

단지 그 이유 때문.


그렇기에.

자신보다 한참 약하면서도, 자신의 힘을 목도했으면서도 계속 호감을 보였던 그 소년은, 쉽사리 잊히지 않았다.


'왜 이런 급한 순간에 이런 생각이...'


마치 주마등같이 않은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신인류와 커튼들을 제치고 빛나는 검은색의 커튼이 나타났다.

딱 보더라도, S급 이상의 개체.



"흐읍!"


콰앙!!



미헤유가 전력으로 휘두른 주먹에도 금조차 가지 않는 단단함.

주술이 제약된 것이 너무도 통탄스러웠다.

하지만 커튼에겐 기술이 없다. 요리조리 피하며 치고 빠지는 미헤유. 커튼은 그녀를 잡지 못했지만...


놈은 혼자가 아니다.


[으므어어어!]


코뿔소같은 외형의 커튼이 몸통박치기를 하자 그녀는 속절없이 바닥을 굴렀다.


"꺄악?!"


곧바로 일어서려 했지만 어느새 다가온 신인류들이 원거리 공격을 퍼부었다.

근접전으로는 힘들다는 것을 이해하고 원거리에서 끝장내려 든다.

학습능력이 있는 적이란 이래서 싫다고 생각하며, 미헤유의 의식은 아득해져갔다.


고요하다.

데미지를 입은 육체는 소리조차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



미헤유는 죽음이 지척까지 다가온 것을 느꼈다.

쓰러진 그녀를 완전히 끝장내기 위해 '신인류' 그리고 커튼들이 거리를 좁혀온다.

주술이 부족해도 강대한 힘을 자랑했던 육체는 한계를 맞아 움직이지 않았다.


"안 돼..."




죽지는 않더라도 차라리 죽는것만 못한 골몰이 될 것이다.

이런 사태가 되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가온의 얼굴.

이렇게 될줄 알았으면 그렇게 굴지 말걸. 상처입었다고 멀리하지 말걸. 자신을 속이지 말걸.



하지만 후회해도 다가오는 발걸음은 멈출 기색이 없다.


"...가온 씨."



미헤유가 가냘프게 중얼거린 바로 그때



콰아아앙!!



머나먼 상공에서 폭음이 들린다.

감정이 없는 신인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지만 커튼들은 뭔가에 홀린듯 위를 쳐다보았고,



콰아아앙!!



커튼들의 시야도 잡지 못하는 엄청난 스피드로 움직여 그대로 바닥에 착지한 자가 있었다.


그 여파만으로 신인류는 날아가기 일보직전.

그런 신인류에게 손을 내밀어 접촉하는 소년.



"...어, 어떻게."



미헤유는 자신의 눈을 믿을수가 없었다.

그토록 보고싶던 존재가, 눈앞에 있었으니까.



우웅.

신인류에 닿았던 손에서 초록색의 빛이 나더니 이내 글자로 바뀌어 그들을 감쌌다.


"미헤유씨! 괜찮아요?!"



크게 소리지르며 미헤유의 옆에 서서 그녀를 부축하는 그는, 어떻게 봐도 가온이었다.



"가온...씨."


품에 누군가를 안고 있던 그는 꺄악!? 하는 소리를 무시하고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치더니 미헤유에게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이걸 드셔보세요."

"......이, 이게 뭐인..."


말이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

가슴이 콩닥콩닥 거렸다.

이럴수가, 맙소사 미헤유. 이 아이가 너보다 몇살이 어린지 아는 거야?



하지만 그녀의 가슴은 진정되지 않고 거세게 뛰기만 했다.

그러다 다가오는 커튼들을 느낀 미헤유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 중에는 미헤유를 날려버렸던 S급 커튼도 있었다.


"가, 가온씨! 물러서는 거예요! 적이 너무 많...읍!"



거의 억지로 미헤유의 입에 물병을 꽂아넣은 가온은 벌떡 일어서더니 웃었다.



"괜찮아요. 우리 편들이 있으니까."

"우, 우리 현?"



꿀꺽 꿀꺽 액체를 마시며 우물거리자 가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미헤유의 기감에 호운과 엘런의 기가 잡혔다.

모습이 보이지 않아 의아했었는데 반격을 준비했던 걸까?



하지만 고작 둘로는 안 된다.

신인류란 것들은 미헤유를 자신들의 실력 향상 연습용으로 상대헀을 뿐 전력을 다하지 않았었다.


저것들이 만약 전력을 다한다면, 정부공인 순위권자의 강함을 지닌데다 재생력까지 걸출한 어마어마한 괴물이 된다.


그런 놈들을 상대로 베테랑이라지만 겨우 둘로는...



"아뇨. 지금 빡치신 분들이죠."

"네?'



콰앙! 쾅!


커튼들이 대거에 우수수 날아가버렸다.

그걸 자행한것은, 방금 전까지 가온과 미헤유를 둘러쌌던 신인류, 두 명.

아니, 이젠 신인류가 아니다.



파짓. 파스스스.


그들을 감쌌던 커튼같은 각질은 스르르 벗겨졌고 어더웠던 눈에 총명함이 돌아왔다.

그들은, 정명정진한 정부공인 순위권자로 돌아와 있었다!



"감히! 감히 이 나를!"

"용서못한다! 구더기들!! 그리고 재무진인가 하는 녀석!!"



꽈릉!!



두 사람은 시작에 불과헀다.

제약에 괴로워하던 순위권자들의 고통스러운 기색이 어느새 사라졌고 그들의 주술이 회복되고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하나.



[간언드리옵니다. 천명의 계신 나의 신이여. 이 보잘것 없는 자의 목소리를 들어주시어 당신의 은총을 조금이나마 나눠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옵니다.]



이자견의 목소리가, 공명처럼 울리고 있다는 것!!

뿐만이 아니다.

주술사들을 제약했던 결계는 약해지고, 주술을 회복시키는 힘이 사방에 떠돌았다.


"이게...어떻게 된...엇?!"



미헤유는 깜짝놀랐다.

다 소진했던 주술이 금새 차올랐고 몸상태를 되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건 특제 약이에요. 약으로 인해 잃은 주술을 회복시켜주고 몸의 상처도 아물게 해주는 몇 병밖에 준비하지 못했지만 미헤유 씨라면 드려야죠."



생긋 웃으며 말하던 가온이 저 멀리있는 아이나를 발견, 얼굴이 구겨졌다.



"저건 또 저기서 뭐하냐...그럼 잠시 후 뵐게요!"

"가, 가온씨!"



그만해 멍청아.

이런 위급한 순간에 그런걸 물어서 어쩌려고?

묻고 싶은 건 많았다.

이 병은 어떻게 준비한 거냐, 이 사태를 미리 알고 있었느냐. 지금에서야 나타난 이유가 무엇인가?

그러나 그런 질문들은 저편으로 날아가버렸다.


스스로를 책망했지만, 그럼에도 주책인 입은 결국 묻고야 말았다.



"저, 저한테 이걸 주신 이유가 뭐에요? 제가...강해서요?!"


미헤유는 객관적으로 봤을때 정부공인 순위권자에서 상위권.

게다가 모두 약물에 절어 무릎꿇은 상태에 원체 신체능력이 강한 그녀에게 병을 준 것은 당연히 미헤유가 강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녀는 다른 대답을 원했다.

그리고 가온은 입을 열었다.



"...그...그러니까."

"......"


이런 거 내 스타일 아닌데...투덜거리던 가온이 결심한 얼굴로 답했다.



"저한테 소중한 분이시니까...이런 이유로는 안 되나요?"

"......"

"아 저 쉬키 죽겠다. 이만! 나중에 뵈요!"




'...아아.'



큰일났다.



'전에도 그렇지 않을까 했지만, 나. 저 사람을 좋아하게 됐구나.'



반해버리고 말았다.

백마탄 왕자님이. 선물을 안겨주고 갔다.



"저기요...뭔가 상념에 잠겼을때 미안한데요."



멍해진 미헤유에게 불만스레 말을 건 것은 내팽개쳐진 가은이다.



"저도 그거 받았거든요? 저거 별 의미없이 친구란 의미로 한 걸 테니까 괜히 착각말고...좀 들으실래요?! 저기 커튼들도 오는데?!"









아직.

아직 죽을 수 없어.



기이한 어둠에 갇혀서 주술능력이 더욱 저하된 아이나는 씨근덕거리며 겨우 버텨내고 있었지만 그것도 한계.


이제 곧 힘이 다하리라.

그럼 손톱에, 이빨에, 능력에 찢겨 도륙날 것이다.



'언니의...원수도 아직...!!'


가람이 떠올랐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었던 언니같았던, 아니 그 이상의 존재.

그런 사람이 이젠 없다.



'이젠 없어. 날 지켜줄 사람은 없어. 난 혼자야.'



남은 건 아이나의 능력이나 외모를 탐내는 탐욕스런 짐승들 뿐.



'없어. 내 편은 없어...이제...'


그때 떠오른 것은, 휙 던져진 붉은 조각.



자신감 넘치는 건 좋은데. 난 너 그런 쪽으론 별로 관심없어.

그냥 막힐때 나한테 상담해 줘.



'웃기시네.'



넌 여기 없잖아.



화륵!!

꽈아아앙!!



폭염이 순식간에 아이나를 공격하려던 것들을 사방으로 날려버렸다.


불길 속에서 그 자신도 불타 넘쳐흐르는 소년이 나타났고 아이나는 벙찔 수밖에 없었다. 타이밍이 너무 좋은 거 아니냐고. 그렇게 생각한 순간 소년은, 가온은 들고있던 병을 아이나의 입에 쑤셔넣었다.



"읍?! 으읍?!"

"아 먹어. 뭐 이리 골골대고 있냐. 이 끈적한 어둠같은 건 뭐..."


투덜대던 가온이 뭔가 생각났든 얼굴을 찌푸렸다.

손에서 불을 낸 가온은 그것으로 어둠을 치워버렸다.



"너, 너..."

"사정 설명할게. 지금 정부공인 순위권자가 움직이지 못하는 건 투약된 약을 공명시키는 특수한 주술의 파장 때문이야. 그걸 상쇄하고 면역을 주는게 이자견씨의 설법이니까 시끄럽다고 차단하지 말고, 그리고 너 광역공격 잘하지?"

"어? 어..."

"아 정신 차리고!"



아이나의 머리통을 거세게 잡고 경기장들을 가리키는 가온.



"저기있는 것들. 사람들에게 손 못대게 해. 호운 아저씨로는 한계가 있어. 알간?"

"아, 알았어! 좀 놔!"



탁. 손을 쳐내가 가온이 거칠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중에 보자!"

"너, 넌 어디 가는데?"

"끝장을 내러!"



"크윽...으으으...!"

"야 루카스! 좀만 버텨! 내가...!"



방 하나만한 커튼에 깔려 짓뭉개지기 일보직전인 루카스와 그를 구하려고 코뿔소 커튼 두 세마리를 날려버리려 애를 쓰는 류열. 그때.



"아자아아아아아아아!"



콰앙!


[커으억?!]



커다란 커튼이 형편없이 날아갔고 루카스는 두 눈을 끔벅댔다.



"이, 이가온?! 너 무사했..."

"솔직히 네가 나한테 소중한 건 아니지? 응 아니지."

"말 끊어먹고 뭐라는 거야?!"

"류열씨! 마셔요!'



가온이 뭔가를 던져주었고, 류열은 아무런 의심도 없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것을 꿀꺽 마셨다.


그리고.


쾅 쾅 쾅!


대포같은 소리가 딱 세방.

그것만으로 코뿔소 커튼들의 상방신이 날아가 그대로 절명하고 말았다.



"아자아!! 김류열 부활이다!"



가온은 원기백배로 외치는 김류열의 곁을 그대로 스치고 지나간다. 류열이 당황해 물었다.


"가온아. 어디가?!"

"모든 결판을 내러요!!"





자.

재무진.



"지금 네 상판대기가 어떨지. 진짜 궁금한데 그래!'







파앗.


재무진의 앞에 홀로그램 하나가 떴다.

홀로그램의 주인은, 다름아닌 이이협이었다.



[끝난 듯 하군요.]

"...웃기지 마라. 뭐가 끝이란 것이냐."



'내가 준비한 힘이, 겨우 이 정도일 것 같으냐. 고작...고작 이 정도일리가...없는데!!'


마치 모든 것을 앞서 계획했다는 듯 완벽히 뭉개진 자신의 힘에 재무진은 격분했다.



"웃기지 마라! 나의 힘으로 네놈은 물론 네 가증스런 아들놈까지 단번에...!!"



침을 튀기면서까지 외치는 도중 영상이 팟 꺼졌다.

그건 재무진이나 이이협이 끈 것이 아닌, 제3자가 개입하여 강렬한 주술의 기운을 뿜어댄 탓이었다.



"...네놈...은."

"오랜만이오. 본부장."



시퍼런 칼날을 빛내며 어둠속에서 모습을 나타낸 것은, 익환.



"10년전. 현수의 원수를 갚으러 왔소."

"...이놈이고...저놈이고!!"




재무진의 혈관이 픽 불거져나왔고, 익환이 그에게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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