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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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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최근연재일 :
2020.09.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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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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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7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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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세계대회편 34

DUMMY

난장판.

딱 그 말이 어울리는 세계대회 경기장의 상황에서 한가하게 콧노래를 부르는 여인이 있었으니. 바로 퇴마 이씨 가문의 부당주 이이나였다.



"흐으음~"



재무진이 말했던 새로운 힘을 무심하게내려다보던 그녀는 갑자기 느껴진 기이한 기운에 흥미를 보였다.



"...뭐지? 이거."




한번 도 느껴본적 없는 힘이라니. 그녀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기운은 금방 사라졌지만 벌레같은 것들이 그것에 이끌려 이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지루하진 않겠군요."












가온에게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여동생인 가은을 구출하러 가는데 정신이 팔려 생각하지 못했던 것.




'...그렇지. 그 능구렁이 같은 자식이 자신 주변에 더욱 대비를 해 놓았겠지.'




그건 바로 놈에게 가는 길목에 일명 신인류라 불리는 개체가 잔뜩 있었다는 것이다.




"...시간까지는 아직 좀 남았는데."




그 사이에 가은을 구출할 수 있을까.

일단 가온 일행이 계획한 일이 터진다면 재무진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인질로 삼은 가은의 취급이 어찌될지...




"...이자견 씨."

[시간이라면 아직 좀 남았습니다.]




성미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듯 조심조심 진언하는 그녀의 말에 가온은 고개를 저었다.




"알고 있습니다. 제가 궁금한 건 경기장 상황이 어떻냐에요."

[...그리 좋다고는 못 하겠군요. 비교적 멀쩡한 순위권자 네 명이 분투하고는 있지만...]

"그렇군요. 학생들은 뭘 하고 있습니까?"

[마찬가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순위권자들처럼 주술이 봉쇄되기도 했거니와 아무리 엄선된 이들이라고는 하나 결국 학생. 실전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주눅이 든 것 같습니다만...]




후우.

심호흡을 했다.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빨리 가은을 구출하고 경기장을 도우러 가야한다.

목적을 위해 재무진이 민간인을 인질로 잡은걸 방목했다. 적어도 희생자는 없어야 마음이 불편하지 않으리라.



그때였다.



"도, 도와주세요!"



애절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피투성이의 점원이 절뚝거리며 가온에게로 걸어오고 있었다.



"이런...!"



가온이 곁으로 다가가자 그녀는 안심한 듯 무릎을 꿇었다.




"가, 갑자기 괴물들이 들이닥쳐서...도망쳐서..."

"아무 말 하지 마세요."



가온이 걱정스럽게 말하며 킥을 날렸다.



"커허억!'



안면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여성은 한번에 기절했고 그와 동시에 등 뒤에 몰래 쥐고 있던 단도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닐만한 사람은 재무진의 수하밖에 없으니까."




가온은 한숨을 쉬었다.

이걸로 재무진에게 자신의 위치를 들켰다고 생각해야 할까?

빠르게 기절시키긴 했지만 확신하기 어려웠다.




"...그럼 더 빠르게 가 볼까."










"하아아아!"



꽈앙-!




미헤유가 강펀치가 바닥에 크레이터를 내어 놓았다.

하지만 정작 공격을 하려 헀던 상대. 신인류는 말끔히 피해 점프하며 빙글빙글 돌더니 사뿐히 착지헀다.




'위화감이 장난이 아닌 거에요...'



겉은 아무감정 없는 괴물 같은데 싸우는 방식은 흡사 사람같아서 위화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미헤유 만이 아니라 아직 움직이는 게 가능한 김류열도 똑같은 기분을 맛보는 중이었다.



"제길! 비켜!"




후웅!



아무리 강한 힘이라도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법.

평소보다 다리가 둔하여 원래라면 진작에 쫒아갔을 상대에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분했다.



루카스와 아이나의 상황은 더더욱 나빴다.

하늘을 날 수 있는 루카스, 그리고 세밀한 광역공격이 가능한 아이나를 경계하는 건지 몇 마리가 달라붙어 공격중인 것이다.



절망적인 것은 아직 대다수의 신인류는 가만히 있다는 점.

다른 정부공인 순위권자들의 상태가 나아지기는 커녕 족쇄가 점점 옭아매듯 상태가 나빠지기도 있다는 점이다.




"어, 어째야 해?"

"제길..."



학생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언젠가 커튼을 사냥해야 하는 그들이지만 직접 커튼, 또는 그에 준하는 신인류를 앞에 두자 뱀 앞의 개구리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 중 그나마 움직이는 게 가능했던 것은 한 사람. 이준형이다.



"이, 이준형 선배님...!"




검을 쥐고 뛰쳐나갈 타이밍을 엿보는 이준형을 만류하듯 부르는 후배.

그런 그에게 이준형은 대꾸하지 않았다.




"기, 기다려 보세요. 이제 곧 지원이 올 거예요...!"

"......"



그 가능성은 낮다고 말하려던 것을 겨우 다물었다.

괜한 공포를 전염시킬 필요는 없다.




"우리도 주술이 봉쇄되었잖아요? 자살 행위에요!"

"그럼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 순위권자들이 살해당하는 걸 지켜보라는 말인가?'



이준형이 짜증스럽게 대꾸했다.




"몇 달 전처럼 겁먹어서 아무것도 못하는 것의 반복인가?"



그의 뇌리에선 몇 달전. 학교에서 일어났던 참극이 떠오르고 있었다.

회장을 제외한 친한 이들 거의 전부가 살해당했던 비극.

그 트라우마로 이준형과 가장 친했던 소녀 이유나는 아직 등교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두번 다시...그런 무력감은...!!"



그 순간.



콰차앙-!!



별안간 경기장에 솟은 거대한 얼음덩이가 신인류를 꿰뚫었다.

모두가 놀라서 경기장을 바라보는 가운데, 얼음덩이 한 가운데서 로베르토가 뚜벅 뚜벅 걸어나왔다.





"로베르토!"



이준형이 놀라서 외쳤다. 주술이 봉쇄되지 않았단 말인가?



'그러고 보니 그는 오늘 경기장에 오지 않은 듯 했는데...그래서 봉변을 면한 건가?'




로베르토는 곁눈질로 자신의 스승. 엘런이 있나 찾는 중이었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엘런은 보이지 않고-.



"야! 애송이! 조심해!'

"?!"



김류열의 말에 황급이 얼음으로 주위를 방어하는 루카스. 분명 날려버렸다 생각했던 것들이 다시 돌아와 공격하고 있었다.




'...단순한 인형이 아닌가?'



얼음덩이에 손이 박혀 더 나아기지 못했지만 가슴이 섬뜩해질 만한 공격력이다.



"야! 방심하지...큭!"



또 다시 류열의 외침. 하지만 그 직후 주술을 불어넣은 신인류의 손이 루카스의 머리를 노리고.


"...윽!"

"하압!"



꽈아앙!



그 신인류는 이번에야말로 형편없이 날아가버렸다.

바닥을 데구르르 구른 신인류는 조금씩 재생을 시작했지만 한동안은 일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마인."

"때를 보고 있었는데~지금이 그나마 제일 나을 것 같네."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대답한 마인.

그는 경기장에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주술봉쇄진이나 약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역시 신체는 커튼이나 다름없군. 넌."

"심하네. 그보다...지원은 언제 오려나."




전투광인 마인이 지원을 원한다. 그럴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우선 최대한 시간을 끄는 방안으로 가 보지."




로베르토도 막무가내로 나온 건 아니었다.

조금 지켜본 바로는 신인류라 불린 것들은 분명 위협적이긴 했지만 확실한 공격력을 갖추지는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부공인 순위권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신인류라는 것들은 조금씩이지만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대련해 본적 있는 녀석이야. 지금은 그떄보단 약하지만...원래의 전투 스타일을 찾아가고 있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신인류는 죄다 한가닥 했던 인간들.

그들이 점점 실력을 되찾는다면 제아무리 학생들 중에서 특출난 로베르토와 마인이라 하더라도 별 수 없다.



그 순간 루카스가 소리를 질렀다.




"곧 지원이 올 거야! 대규모는 아니지만 믿음직한 사람이! 조금만 더 버텨!"




믿음직한 사람.

분명 루카스는 헬렌을 말한 것이겠지만 어째선지 미헤유의 뇌리에 떠오른 건 자신에게 항상 엉뚱한 표정을 짓는 소년이었다.




'...여기서. 살아난다면.'



그때는, 매몰차게 군 것을 사과해야지.

절대 여기서 죽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기 위해 조건을 건 미헤유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가녀린 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기운이 넘실거리자 감정이 없을 신인류도 본능적으로 주춤거렸다.



"비켜!!"




김류열도 한계 이상의 힘을 짜냈다.

그의 머릿속엔 온통 현수 생각 뿐이었다.

어쩌면 가람의 죽음에도 재무진이 관련되어 있을지 모른다 생각하니 미칠 것 같았다.



"너는...너만은 내가 죽인다!!"












"크크크크"



와인잔을 여유롭게 흔들며 재무진은 앞으로의 광경을 기대했다.

저렇게 자신만만한 이들이, 재능 넘치는 이들이 곧 절망에 빠져 기어다니는 꼴을 불수 있을테니 이렇게 기분이 좋을수가 없었다.




[주인님.]

"뭐냐."

[방금 전 요원하나의 소식이 두절되었습니다.]

"...그래? 위치는?"

[C동입니다.]




그건 커튼들이 일제히 향한 구역에서 멀지 않은 구역이다.

재무진은 또 가온이 뇌리에서 떠올라 미간을 찌푸렸다.



'정말 신경에 거슬리는군. 만약 정말 녀석이라면 여기까지 오는데엔...'



적어도 30분이상.

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다. 다만 길목 곳곳에 있는 신인류와 부하들을 뚫기엔 그 정도 시간이 걸리리라. 30분도 가온의 섬광이나 불덩이같은 기술을 감안하여 잘 쳐준 것이다.



그렇게 요란을 떨면서 온다면 재무진이 진작에 알아채기도 했을거다.




"으, 으으..."



그 때.

발치에 누워있던 가은이 정신을 차리려는 듯 신음했다.



"흐음..."



여기서. 범할까.

재무진은 진지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지. 조금만, 조금만 더 지나고...'



이이협은 고민 중인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런 짓거리를 한 순간 분노하여 움직일 수도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참는거다...'

"으음...헉!"



정신을 차린 가은을 벌떡 일어나더니 재무진에게 킥을 날렸다. 재무진은 딱히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고 그 발차기를 받아냈다.



"...아니?!"

"뭘 놀라지? 딱히 육체 수련을 한 것도 아니요. 주술을 쓰지 못하는 평범한 계집의 발차기가 통할 것 같나?"



끌어올린 주술을 풀며 재무진이 히죽 웃었다.



"본부장! 대체 이게 무슨 짓이지!"

"무슨 짓이긴. 네 눈으로 봐라."



재무진이 턱짓으로 모니터를 가리켰고 뒤를 돌아본 가은은 아연실색헀다.



"이게...다 뭐야?"




총명한 가은은 순식간에 사태를 이해했다.

재무진이 뭔가 일을 벌인 것이라고. 하지만...



"커튼들과 커튼을 닮은 사람들...저건...당신 설마?"

"허어. 머리는 제법 돌아가는군. 혼란스러울 텐데."




가은은 팔짱을 끼고 있는 아버지의 모니터도 발견하고 동시에 자신의 역할도 깨달았다.



이이협의 족쇄다.



'...치욕이야!'



짐이 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 혀를 깨무려는 순간 그녀의 머리에 한 사람이 스쳐 지나갔다. 그 잠깐의 망설임이 그녀의 자살을 막았다.



"계집년."



재무진이 손바닥으로 가은의 뺨을 내리쳤다.


"악!"



바닥을 데구르 구른 가은의 머리채를 휘어잡은 재무진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말했다.




"어딜 감히...!! 누구 앞이라 생각하도 그리 경거망동하는 거지? 으응?!"

"......!!"

"그렇게 죽여달라고 애원하지 않아도 떄가 되면 죽여줄 것이다. 그때까지 얌전히 있어."

"더러운 새끼...!!"



순간 분노한 재무진은 이내 음흉한 표정이 되었다.

그의 손길이 가은이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히, 히익?!"




생리적인 혐오감에 몸서림치는 가은을 귀엽다는 듯이 보는 재무진.




"크크...못 참겠구나. 그 녀석의 아이. 여기서 범하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꼬..."



이이협이 자신의 행위를 보고 있을거라 생각하니 더더욱 흥분이 되었다.



"그, 그만..."



부들부들 떨는 가은의 모습은 오히려 가학심을 더욱 부채질했다.



'그래. 살짝 맛만 보는 것이라면...'



끝까지만 가지 않는다면, 재무진은 히죽 웃으며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댔고 가은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아빠! 언니!'




그리고 제일 떠오르는 얼굴.



'이가온...오...'




콰아아앙!!



"?!"



별안간 터져나간 문에 재무진이 화들짝 놀라 뒤돌아보았다.

그곳에 서 있는 것은...



"이...가온?"

"하아...하아...진짜 계획 더럽게 어그러지네."




숨을 몰아쉬던 가온이 손가락으로 재무진을 척 가리켰다.



"남의 동생에게서 얼굴 떼. 주책맞은 늙은이."

"오, 오빠아!!"




가은의 밝은 목소리가 실내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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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 파멸? (8) 20.08.16 157 2 20쪽
362 파멸? (7) 20.08.15 169 2 21쪽
361 파멸? (6) 20.08.14 165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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